‘수해 골프’ 논란에 김병민 “홍준표, 공직자 기본자세 아냐”

홍 시장 “트집 잡아 본들 개의치 않아”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되나?” 반문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전국적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했던 지난 주말(15일), 골프를 쳤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던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서 쓴소리가 제기됐다.

18일, 김병민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생업을 포기하고, 수해‧산사태 피해 현장으로 달려가서, 자원봉사자로서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수많은 국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주말 골프는)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수해복구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 분들, 긴급 재난현장서도 주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보다 남을 우선한 의인들의 모습이 하나둘 소개되면서 숙연함을 자아내는데, 정작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적 재난상황이 국민에 비해 헌신해야 할 공직자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함은 물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나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라면 국가적 위기 상황서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으로 지탄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청했다.

아울러 “재난으로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국민들께서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국민의힘은 가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국민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기현 대표도 최고위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다. 이런 때일수록 언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각 당협위원장, 그리고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홍 시장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트집 잡아 본들 나는 전혀 상관치 않는다. 주말 개인 일정은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며 “그건 철저한 프라이버시”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구는 다행히 수해 피해가 없어 비교적 자유롭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건)수십년 간 해온 내 원칙이다.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자유”라고도 강조했다.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은 이튿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홍 시장이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을 찾았는데 제정신이냐”고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홍 시장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는 지금까지 큰 피해가 없지만 충청‧전라‧경북지역에 홍수 피해가 집중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모두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헤쳐 나가자”고 밝혔던 바 있는 만큼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그는 “안동댐이 없던 시절 낙동강변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매년 장마, 홍수로 인한 인명, 재산 손실을 늘 보고 겪으면서 여름을 보냈다”며 “수로 등굣길이 물에 잠겨 학교를 가지 못한 날도 있었고 낙동강 황토물이 우리 집을 삼키고 사납게 흘러가는 것도 봤다. 마을 한가운데 둑으로 피난가 축축한 구호 천막 속에서 밤을 샌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을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주말 비상시국에 골프 치는 게 부적절하지 않다고 한 홍 시장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에서 이 사안을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사실관계 및 진상파악이 먼저 돼야 한다”고 답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착수 방침에 대해 홍 시장은 SNS를 통해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정서법에 기대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반발했다. 그는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단체장은 업무 총괄만 하면 되고 정상 근무나 자택서 대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par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