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여의도 장관들 막전막후

수도권 사수 점령군이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현직 장관들의 여의도 컴백설이 제기되면서 여러 하마평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자꾸 거론된다. 내년 총선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선 수도권 승리가 필수다. 이들을 얼굴로 앞세워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여의도 출신 장관들이 슬슬 총선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만간 이들이 여의도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으로 이번 소폭 개각서 유일하게 교체됐다. 권 장관은 국회로 되돌아오는 1호 케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인선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9개월
앞두고…

그런 그가 예상보다 빠르게 국회로 되돌아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의 역할 재정립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권 장관은 이 같은 기조에도 북한과 대화, 타협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인물이다. 

즉, 윤 대통령의 국정 콘셉트와 잘 맞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권 장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원포인트’ 개각으로 평가된다. 권 장관은 국민의힘 전략통으로 당내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연착륙하도록 진두지휘해왔다.

실제로 그는 대선 기간에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다가 당내 분란이 발생하자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전략을 짰다. 당내서 권 장관에게 내리는 평가는 온건, 신중한 성격으로 보수 진영의 대표적 전략가로 통한다. 국회 컴백 후 당장 존재감을 발휘하기보다는 스페어 타이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도 권 장관은 김 대표 체제를 측면서 지원하며, 총선 전략을 짜는 등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인재 영입에도 활약할 예정이다. 앞서 권 장관은 중량감 있는 역할을 도맡아 해왔던 만큼 이번 총선서도 어떤 인물들을 발굴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권 장관은 외부 인사 영입을 맡았던 바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빨리 총선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그의 지역구 민심이 심상치 않아서다. 권 장관의 현 지역구는 서울 용산으로 앞서 지난 총선서 그는 적은 표 차이로 신승했었던 만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와 이태원 참사 문제로 한참 뒤숭숭한 상황인 데다 권 장관과 호흡을 맞췄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직무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점차 박 구청장을 넘어 권 장관에게도 향하고 있는 만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정책특보 출신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다. 이른 복귀를 타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줄줄이 복귀, 새로운 가교 역할?
험지 출마로 내년 총선 힘 보태기

특히 용산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핵심 지역으로 윤정부를 상징하는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당 복귀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서 권 장관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지역민심을 다져놔야 유리할 수밖에 없다. 권 장관을 필두로 여의도 출신 장관들도 하나둘 복귀 시점을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이 빠르게 국회로 되돌아오는 이유 중 하나도 여의도 출신 장관들의 복귀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가에선 권 장관에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9월, 혹은 연말에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1월11일 전에는 모두 돌아와야 한다. 선거 3개월 전이다. 

원 장관은 윤정부의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대선 기간 동안 ‘이재명 저격수’ ‘대장동 1타 강사’로 인지도를 끌어올렸으며 윤 대통령의 부름으로 국토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후 현장을 자주 찾으면서 일하는 장관이라는 수식어도 함께 얻기도 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유임됐지만, 차기 개각에선 원 장관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내년 4월 총선서 판세를 뒤흔들 수 있을 인물로 거론된다. 이른바 ‘조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 장관의 출마 지역을 두고서도 여러 하마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도권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못 해도 출마설이 도는 지역구가 최소한 15군데에 이를 정도다. 대표적으로 서울 동작구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있는 고양시다. 동작구는 재개발 이슈로 원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 해당 동작구 상도동 일대의 재개발 사업은 인가 처리까지 완료된 상태다. 고양시 공천도 재개발과 자객 공천을 통해 심 의원을 잡겠다는 의도서 나온 말이다. 자객 공천은 낙선시킬만한 핵심 인물과 지역을 골라 선수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자객 공천
조커 역할

이 같은 자객공천설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대곡소사선 개통식 하루 전날, 국토부가 심 의원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서 원 장관에게 고양시에 출마하느냐고 질의했던 바 있다.

이 밖에 본래 국회의원직을 했던 양천구 지역에도 경쟁자로 이름을 올린다. 현재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최근 조 최고위원은 설화 등 다수의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자신 있게 출범했던 민생특위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소지를 일찌감치 양천구로 옮겼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렇듯 원 장관이 여러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는 국민의힘 출신 인물 중 험지에 출마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에 대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선 총선 전략 카드로 분류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로 내세울 인물은 이 장관이다. 이 장관은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에 속한 대표적인 3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수도권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 장관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데뷔전도 무난히 치렀다. 당시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 당시 전체회의서 국무조정실장에게 문재인정부의 코로나 뉴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이후 윤정부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돼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굵직한 성과도 내놨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비롯해 ▲복수의결권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와 국내 스타트업 간 협업 정례화 등의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IT·벤처 사업가 출신임을 고려해 수도권·중원 벨트에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 역시 지역구 도전을 고심한다고 전해졌지만, 이 장관 측은 당분간은 장관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새 창구

그는 최고위원 출마 당시 “청년 인재의 이력, 경력을 데이터·플랫폼화해서 맞춤형 인재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겠다”며 미래 싱크탱크 구축 구상을 내놓는 등 청년정책에 방점을 찍었던 바 있다. 그만큼 청년층의 인재 영입도 감안하고 있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총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은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연말 무렵에 국민의힘에 복귀할 태세다. 박 장관이 노리는 지역구도 서울이나 수도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정치 1번지로 거론되는 종로나 자신의 본래 지역구인 강남으로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광진·중랑구 등 수도권 험지로 불리는 지역 중 탈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지역에도 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에 자리를 오래 비워왔던 만큼 당 복귀 후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지키려 했던 인물로 앞서 해외순방 기간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비속어 논란 당시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이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장관 역시 윤 대통령에게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여겨진다. 

이 밖에 현직 국무위원 중 총선 출마가 가시화된 인물엔 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있다. 그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21대 국회 들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고 지난해 3월 원내 수석부대표까지 지냈다.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야당과 예산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적임자로 선택돼 지난해 4월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보수 핵심 지역인 대구 달성구가 지역구다. 현재 TK(대구·경북)는 과거 친박(친 박근혜) 세력부터 보수 정치인들이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내부 공천 경쟁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추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 지역구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나온다. 일각에선 현 정권의 경제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인데 교체에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공천 파동 겪었던 인사들 결과 안다?
몇 명 나간다고 민심 바뀌지 않는다?

추 장관 역시 “출마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TK 역시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일정 부분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오간다. 

이들이 여의도로 복귀하면 곧바로 국민의힘도 총선 모드로 전환된다. 윤 대통령도 차기 총선서 스타 장관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총선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총선 결과는 공천과 맞물린다. 현역 장관들이 어떻게 총선을 이끄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거론되는 장관들이 아무래도 정치를 오래 하던 인물들이다. 박근혜정권 때부터 공천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냈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국민의힘도 공천 과정서 보다 더 섬세하고 세련되도록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이 여의도로 컴백한다고 하더라도 당내 분란을 의식해 당장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당내서 신구 윤핵관의 불안한 기류도 흐르는 만큼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당내 구도가 변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총선은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만큼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려고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은 데다, 수도권임에도 강남 등 전통적으로 보수당에게 유리한 지역구에 출마할 수도 있는 탓이다. 

반면 이들이 나선다고 해도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몇 명 출마한다고 수도권 민심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솔직히 본인들이 다른 지역구 하나를 빨리 잡아서 지금부터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구 윤핵관
불안한 기류도

이들은 윤정부서 일했던 윤 대통령의 사람들로 원하는 지역에 공천할 경우, 오히려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관까지 지냈던 인물들에게 좋은 지역구를 줄 리가 없다”며 “대통령실 혹은 측근들을 심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장관들이 힘을 발휘하기에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 달 만에 총선 행보?

최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된 가운데, 당사자인 박 장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뜻에 따르는 게 운명”이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보훈부 수장으로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후의 발언이었던 만큼 총선 출마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박 장관은 “내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니즈라는 게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경우, 6개월짜리 단명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킨 뒤 박 전 의원을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던 바 있다.

정치권에선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생활 논란으로 탈당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지역구로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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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