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초선·대표라지만…” 이재명, 의정활동 소홀 논란

대표 발의 3건, 공동발의 16건, 상임위 출석 42%
선거 전 지역구 ‘문지방 닳듯’ 이후론 왕래 뜸해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법안 대표 발의 3건, 공동발의 16건,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19차례 중 출석 8회, 결석 6회, 청가 5회(출석률 42.11%).

해당 지표는 국회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main.do)을 통해 확인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의 의정활동 성적표다(28일 오후 3시 기준). 

흔히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 수, 본회의 및 상임위 전체회의 참석률 등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의정활동을 평가받는다. 그만큼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가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사회 전반에 관련된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에 시행 중인 기존 법안들의 개정안 발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을 ‘걸어다니는 입법기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패했던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금배지를 단 후 그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난해 6월28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난해 7월27일)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같은 해 7월27일) 3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 ▲초선 의원이라는 점 ▲일반 평의원이 아닌 제1야당의 대표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왕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정진석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 발의 수가 29건, 공동 발의는 615건으로 확인됐다. 정 비대위원장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희생자 추모 및 복구지원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지난 13일)했으며, 지난 27일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물론 당 대표라거나 재선(2선)이나 중진(3선 이상) 등 선수가 높다고 해서 단순하게 법안 발의 수나 본회의 참석률 등 의정활동이 활발하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의정활동 기간이 짧아서 의정활동 지표 수치가 낮다는 지적은 설득력은 낮아 보인다. 단순히 지난해 보궐선거서 금배지를 달았던 여야 초선 의원들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차이가 큰 탓이다.

국민의힘에선 대구 수성을 이인선 의원 9건, 충남 보령‧서천 장동혁 의원 11건, 강원 원주시갑의 박정하·경남 창원의창의 김영선 의원 6건이었고, 민주당에선 제주 제주을 김한규 의원이 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안철수 의원(재선)은 5건으로 비교적 저조했으나 3건 발의에 그쳤던 이 대표보다는 2건 많았다.

국회법 제79조에 따르면 ‘의원은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본인이 법안을 내고 싶다고 해서 발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 외에 9명의 동료 의원들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항 때문에 대표 발의 의원실에선 공동발의 의원을 물색하기 위해 전체 의원실에 팩스를 돌리거나 도장과 서명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대표는 공동발의 건수도 적었다. 통상 공동발의는 대표 발의한 의원 요청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형식인데도 11건으로 지난해 보궐선거서 당선됐던 위의 초선 의원들과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0배가 넘게 차이가 났다.

공동발의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지원 특별법안(지난해 7월1일) 외 15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 102건, 이인선 의원 117건, 장동혁 의원 121건, 박정하 의원 148건의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도 97건의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상임위 출석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8월1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19차례의 전체회의 중 결석 7차례와 청가 5차례로 11차례만 출석했다. 윤후덕‧김영배‧설훈(민주당), 한기호‧김기현(국민의힘) 등 여야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72.22%서 100% 참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처참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시달려왔다. 지난달 10일, 검찰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그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동료 의원들에게 검찰의 구속 수사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2월로 접어들어선 둘째 주부터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자신의 혐의에 대해 결백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비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앞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론 채택을 두고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의총 결과 ‘부결’ 대신 ‘자율투표’하기로 당론이 정했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개인 비리 문제로 인해 당무 일정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열어 윤석열정부에 대해 ‘검사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재명 힘내라’ ‘김건희 수사 언제 하나’ 등의 손 피켓을 들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반발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대변인들의 브리핑, 이 대표 기자간담회 및 서울 숭례문(지난 4일)‧광화문 장외투쟁 등 다수의 채널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주로 ‘김건희 주가조작’이나 ‘검찰 독재정권’ 등 윤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할애됐다.

“검찰 조사 받겠다는데 무엇을 방탄하느냐”(지난달 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특권을 바란 바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지난달 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원 출석 당시) “정치검찰에 맞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고 왔다.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둔갑시키려는 검찰정권의 폭력적 왜곡 및 조작 시도에 앞으로도 굴하지 않겠다”(지난달 11일,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 “윤정부, 이재명 대표 악마화에 여념 없다”(지난달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박홍근 원내대표 발언) 등이었다.

이 대표 기자회견(지난달 30일) 및 ‘김건희 특검 수용’ ‘윤석열 검사 독재 규탄’ 의원총회, 체포동의안 당론 채택 의원총회 등 민주당 당무는 이 대표 사안으로 점철됐다. 지난달 31일,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렸던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토론회서 먼저 축사를 제안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는 데 힘을 썼다.  

특히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지난 8일)하고 본격적인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빈도와 강도는 눈에 띄게 늘었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고 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이재명 방탄’이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당 차원의 단일대오 덕분이었을까? 앞서 지난 27일,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까스로 부결 처리되면서 구속 수사를 피했다. 

지난해 12월, 비명계 인사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혐의가 입증된 게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나가시길 원한다”고도 했다.

‘당 차원에서 이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일부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 및 지도부를 통해 나오는 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의 공식 SNS 채널에 공개된 공식 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 당선 이후인 8월28일 이후 인천을 찾은 것은 11월15일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착공식 방문이 유일했다.


올해 들어서는 검찰의 1차 소환조사 다음 날이었던 지난달 11일과 19일, 단 두 번 뿐이었다. 심지어 11일은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구도 아닌 인천시 남동구의 모래내시장이었으며 민심 청취가 목적이 아닌 현장 최고위원회의 참석이었다.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시작을 천명했지만 한 달이 넘어가도록 이렇다 할 ‘지역구 행보’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는 8일 만인 지난 19일에 인천 계양구 전통시장을 찾았다. 그나마 이날 전통시장 방문 일정도 주차환경개선사업 및 중소벤처기업부 및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육성사업 선정에 따른 상인 및 상인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 위한 자리였다. 

반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및 8·28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하루가 멀다 하고’ 인천지역을 자주 왕래했다.

지난해 5월16일 인천시 통합선대위 출범식을 시작으로 사흘 뒤인 19일 계양역 선거유세 ▲22일 계양산 방문 ▲27일 부평역 선거유세 ▲28일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정책협약식 및 경인아라뱃길 방문 ▲29일, 계양구 상야동 개화역 차량기지 인근 서울지하철 9호선 계양TV 연장 공약 발표 ▲31일 계양구청 일대를 방문했다.

당선 후인 6월30일엔 인천시당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후로 발길이 뜸했던 이 대표는 8·28 전대 즈음인 ▲ 7월1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022 인천평화복지연대 후원콘서트 ▲8월1일 부평구청 토크콘서트 ▲6일·7일 인천 합동연설회 참석 등 선거유세를 위해 방문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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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