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의혹’ 또 다른 뇌관

‘수사 무마 의혹’ 1년째 뭉개는 공수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고발-경찰 불송치-고발인 이의 제기-검찰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해당 사건에서 뻗어 나온 ‘수사 무마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벌써 1년 가까이 이 사건을 쥐고만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일어난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2018년 고발
5년 걸렸다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이들이 차례로 구속기소되면서 ‘윗선’으로 의심받던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고 TV 토론회 등에 끊임없이 언급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첫 고발 이후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이 대표의 첫 검찰 소환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본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인데

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시유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네이버에서 뇌물을 받았는데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놓고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정치권에 공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그러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서 파생된 또 다른 의혹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다.

바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하 수사 무마 의혹)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한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 의혹을 두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해 6월 장영하 변호사(당시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장)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를 특가법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이 성남FC에 160억5000만원을 후원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항의성 사직
제자리걸음

경기 분당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2018년에 고발된 사건은 2021년 9월에 이르러서야 ‘불송치’라는 첫 결과가 나왔다.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2021년 이 과정에서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수사팀의 재수사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지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할 무렵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 실무를 맡았다. 이후 2021년 7월 성남지청장으로 승진했다.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검찰 내 요직이다. 

수사 무마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지난해 1월 말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전 차장검사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두고 항의성 사의를 표한 것이다. 박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 

수사 무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을 친정부 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무마했다고 언급된 터라 파장이 컸다. 한 시민단체는 박 전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결국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불송치로 사건을 처리한 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 선의 수사는 지난해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마무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 두산건설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능력 없나
봐주기인가

그다음부터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두산건설에 이어 네이버와 차병원 등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의료용 부지 용도변경 허가, 네이버는 정자동 제2사옥 건축 허가, 차병원은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 특혜 등을 성남FC 후원금과 맞바꿨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 사건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궤도에 접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곁가지로 튄 불똥은 아직 수습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장영하 변호사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지청 수사과는 2021년 6~7월경 박하영 전 차장검사의 전결로 네이버가 40억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낸 과정을 수사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사를 의뢰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박 전 지청장과 통화하면서 FIU 금융자료 요청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은 “당시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달라고 했다”며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지적했고 성남지청도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시민단체 등 고발만 3건
“진행 중이고 검토 중” 답변만

해당 조치가 일선 청에 대한 검찰총장의 당연한 수사지휘권 행사이며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압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의 해명처럼 성남지청이 수사하는 사항 이외의 금융정보 제공 요청이 포함돼 부당하다면 대검서 FIU에 요청할 때 그 부당한 부분을 제외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 전 총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해 처벌해야 할 총 책임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범죄 수사를 방해했다”고 명시했다. 

박 전 지청장은 박하영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의 보완수사 혹은 직접수사 요구 건의를 사실상 거절해 정당한 수사요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할 정도로 극심하게 수사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장 변호사는 “김 전 총장과 박 전 지청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하거나 수사하도록 해야 하는 직무에 있으면서 오히려 직권을 남용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의 고발 건 외에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총장, 박 전 지청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공수처에서는 사건을 입건해 배당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진행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존재 이유
불거지나

박 전 지청장은 지난해 6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엔 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 지난 2일에는 박 전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퇴임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를)진행 중이고 검토 중이라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감찰 사건 공수처로

한변, 이성윤·박은정 고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들고 있는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 관련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3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 전 지청장(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각하→항고→재기수사→이첩

2020년 12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을 절차에 어긋나게 감찰했다면서 이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전 지청장(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인 조사 이후 2021년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한변이 항고하고 서울고검이 지난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박 전 지청장 등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감찰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윤 대통령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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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