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의혹’ 또 다른 뇌관

‘수사 무마 의혹’ 1년째 뭉개는 공수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고발-경찰 불송치-고발인 이의 제기-검찰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해당 사건에서 뻗어 나온 ‘수사 무마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벌써 1년 가까이 이 사건을 쥐고만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일어난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2018년 고발
5년 걸렸다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이들이 차례로 구속기소되면서 ‘윗선’으로 의심받던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고 TV 토론회 등에 끊임없이 언급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첫 고발 이후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이 대표의 첫 검찰 소환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본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인데

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시유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네이버에서 뇌물을 받았는데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놓고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정치권에 공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그러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서 파생된 또 다른 의혹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다.

바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하 수사 무마 의혹)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한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 의혹을 두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해 6월 장영하 변호사(당시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장)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를 특가법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이 성남FC에 160억5000만원을 후원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항의성 사직
제자리걸음

경기 분당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2018년에 고발된 사건은 2021년 9월에 이르러서야 ‘불송치’라는 첫 결과가 나왔다.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2021년 이 과정에서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수사팀의 재수사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지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할 무렵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 실무를 맡았다. 이후 2021년 7월 성남지청장으로 승진했다.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검찰 내 요직이다. 

수사 무마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지난해 1월 말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전 차장검사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두고 항의성 사의를 표한 것이다. 박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 

수사 무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을 친정부 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무마했다고 언급된 터라 파장이 컸다. 한 시민단체는 박 전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결국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불송치로 사건을 처리한 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 선의 수사는 지난해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마무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 두산건설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능력 없나
봐주기인가

그다음부터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두산건설에 이어 네이버와 차병원 등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의료용 부지 용도변경 허가, 네이버는 정자동 제2사옥 건축 허가, 차병원은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 특혜 등을 성남FC 후원금과 맞바꿨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 사건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궤도에 접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곁가지로 튄 불똥은 아직 수습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장영하 변호사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지청 수사과는 2021년 6~7월경 박하영 전 차장검사의 전결로 네이버가 40억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낸 과정을 수사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사를 의뢰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박 전 지청장과 통화하면서 FIU 금융자료 요청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은 “당시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달라고 했다”며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지적했고 성남지청도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시민단체 등 고발만 3건
“진행 중이고 검토 중” 답변만

해당 조치가 일선 청에 대한 검찰총장의 당연한 수사지휘권 행사이며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압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의 해명처럼 성남지청이 수사하는 사항 이외의 금융정보 제공 요청이 포함돼 부당하다면 대검서 FIU에 요청할 때 그 부당한 부분을 제외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 전 총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해 처벌해야 할 총 책임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범죄 수사를 방해했다”고 명시했다. 

박 전 지청장은 박하영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의 보완수사 혹은 직접수사 요구 건의를 사실상 거절해 정당한 수사요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할 정도로 극심하게 수사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장 변호사는 “김 전 총장과 박 전 지청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하거나 수사하도록 해야 하는 직무에 있으면서 오히려 직권을 남용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의 고발 건 외에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총장, 박 전 지청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공수처에서는 사건을 입건해 배당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진행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존재 이유
불거지나

박 전 지청장은 지난해 6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엔 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 지난 2일에는 박 전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퇴임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를)진행 중이고 검토 중이라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감찰 사건 공수처로

한변, 이성윤·박은정 고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들고 있는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 관련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3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 전 지청장(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각하→항고→재기수사→이첩

2020년 12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을 절차에 어긋나게 감찰했다면서 이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전 지청장(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인 조사 이후 2021년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한변이 항고하고 서울고검이 지난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박 전 지청장 등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감찰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윤 대통령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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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