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사라진 권순일 전 대법관 나비효과

쏙 들어간 ‘재판거래’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정치권은 물론 수사기관, 사법부 전부 발칵 뒤집혔다. 이미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들 몇 명은 구속됐고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비효과’의 첫 바람을 일으킨 인물은 조용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이야기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재점화됐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해당 판결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돈의 성격
뇌물 쟁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8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는 무죄,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욱 변호사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첫 판결이 나온 터라 관심이 높았다. 

쟁점이 된 부분은 ‘50억원’의 성격이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서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의 50억원 수수 의혹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여론이 들썩였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느냐. 저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항소심서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곽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다른 사람도 영향 가나?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이 소위 ‘50억 클럽’ 멤버로 알려진 인물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 50억 클럽 멤버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두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은 곽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대통령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 사장 등 6명으로 홍 전 회장을 제외한 5명이 법조계 인사다. 이 가운데 재판까지 간 건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화천대유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보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중하게 본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JTBC는 2020년 3월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정영학 회계사가 만나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내용의 대화였다. 이 대표는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때였다.   

6명 가운데
1명만 수사

김씨는 이날 대화에서 이 대표의 재판 정보를 줄줄 꿰고 있는 듯한 말을 한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시장은 선거 지나고 한 6, 7월에 선고 나죠?”라고 묻자 김씨는 “선거 끝나야 돼”라고 답했다. 또 “전원합의체 안 가고 소부서 아직 1차 보고서도 안 갔고 인제 형사조 공동연구관이 이번에 바뀌어서. 어쨌든 바뀌면 기록을 보는데”라고 재판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김씨가 언급한 재판 관련 내용은 법원 내부서도 알기 힘든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모두 비공개다. 그럼에도 김씨는 보고서의 보고 여부, 대법원 연구관 교체 등에 대해 말한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씨가 이 같은 말을 하기 전 권 전 대법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대법관 7대5로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취지’의 선고가 나왔을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 지긴 했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이 대표가 ‘링’에는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셈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16일부터 지난해 8월21일까지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 전후다. 

고비마다
방문했다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6월15일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 같은 해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다음 날도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마지막 방문 시점은 2020년 8월21일. 이후 같은 해 9월8일 권 전 대법관은 퇴임했다. 권 전 대법관은 두 달 뒤인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임했다. 고문료를 받으면서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문제를 제기한 전 의원은 “김씨의 방문일자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며 “이 대표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 측은 “2019년 2월께 법조팀장에서 부국장 겸 법조 선임기자로 발령나면서 10여년간 출입했던 대법원 기자실을 떠나게 됐는데 그 이후에도 10여차례 대법원 청사를 방문한 적은 있다”며 “방문 목적은 대부분 청사 내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과 동향이라 가끔 전화하거나 방문해 만난 적은 있어도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1500만원
이재명 재판 때 김만배 방문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7년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선관위원장 취임에 대해서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도 선관위원장직을 유지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 뒤로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하다 대장동 사건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 상태로 보인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김씨의 육성이 나오면서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검찰의 칼끝이 아직 권 전 대법관을 향하고 있지 않지만 수사가 본격화되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50억 클럽 사건을 두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을 함께 진행하자는 입장을 내세우는 중이다.

곽 전 의원 판결을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일단 정의당이 먼저 물꼬를 텄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50억 클럽은 전·현직 정권과 유착된 거대 양당의 정치인이 법조계, 언론계와 얽히고설켜 화천대유의 첫 활동자금을 만들었음에도 수사 선상에 오른 건 아들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진 곽상도 전 의원뿐”이라며 “이제 검찰, 사법부의 무능과 제 식구 감싸기로 진실을 감춘 화천대유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가나
장관 반대

한 장관은 특검 도입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곽 전 의원에 대해 새로운 범죄사실을 찾는 것이라면 특검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 사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해 특검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수사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 도입하는 제도”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수사팀이 수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순일 방지법’ 나올까

변호사 등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 ‘권순일 방지법’을 제안했다. 

앞서 등록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 등록 여부를 심의한 후 등록 거부 안건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등록심사위는 변호사법 10조에 따라 판사·검사·교수·언론인·변호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다.

변협,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돼 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을 심사·의결한다.

변협은 “권 전 대법관은 두 차례에 걸친 변호사 등록신청 자진철회 요구에도 소명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협회는 부득이하게 등록심사위에 안건을 회부했다”며 “등록심사위의 심사 규정이 제한적이고 법원도 협소한 해석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