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전선 넓히는 검찰의 양날

또 다른 의혹 띄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검찰이 야당 대표의 바닥까지 훑을 기세다. 불송치 처분된 사건을 ‘재수사’ 명목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야당은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중이다. 야당 내에서는 검찰이 대표의 삶 전체를 들쑤시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공격이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굵직한 사건 외에도 과거 경찰의 불송치 처분으로 종결됐던 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추가 조사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창과 방패

최근까지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면서 성남FC 구단주로 재직할 무렵 성남시 관내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주게 했다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있다. 지난달 10일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7~2018년 자유한국당, 장영하 변호사 고발 등으로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불송치-검찰의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과정을 거쳐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관계자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네이버, 차병원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힌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대장동 의혹은 개발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또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재계 인사에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미 대장동 5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민용·정영학)과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인사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이 처음 나올 무렵부터 ‘윗선’으로 지목받아왔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대장동 몸통’ 논란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대장동 의혹과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사 수임료를 쌍방울 그룹이 전환사채와 현금 등으로 대신 냈다는 내용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귀국한 뒤 구속된 데 이어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도 검찰 조사가 예정돼있다. 

대장동·성남FC·변호사비 대납
굵직한 논란들 외에 수사 확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른바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해당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북 송금’ 의혹이 나왔기 때문.

2019년 김 전 회장이 북한에 300만달러를 보냈는데 이 돈의 성격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었냐는 게 쟁점이다. 이 과정에서 구속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와 이 대표, 김 전 회장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이다. 

검찰이 3가지 굵직한 의혹에서 가지를 뻗어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코나아이 의혹’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코나아이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시절 지역화폐 운용사인 코나아이 측에 낙전수입 등 추가 수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낙전수입은 유효기간과 채권소멸 시효가 지났지만 이용자가 사용·환불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당시 경기도는 2018년 12월 코나아이를 운영대행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2021년 12월 국민의힘이 먼저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한 시민단체가 이 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낙전수입은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에 따라 선불금 충전일로부터 5년 이후에 발생한다. 코나아이의 운용 대행 기간은 3년. 협약일 기준으로 볼 때 낙전수입을 취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의혹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 측 이의신청은 없었지만 보완 내용이 있어 재수사 요청을 했다는 게 겸찰 입장이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 5개월 만에 검찰 요청에 따라 다시 수사를 하게 됐다.

민주당은 “검찰은 이 대표의 삶 전체를 수사할 생각이냐”고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어떻게든 혐의를 만들어서 이 대표를 얽어매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면서 “혐의가 되건, 안 되건 일단 수사를 재개해 이 대표를 망신 주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3번째 검찰 조사 마쳐
구속영장 청구할까?

그러면서 “대장동과 백현동, 변호사비 대납과 불법 송금, 성남FC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검찰의 끝없는 수사에도 증거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이야 말로 이 대표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7일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이날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백현동 의혹은 2015년 아시아디벨로퍼가 용도를 지역녹지에서 준주거로 한 번에 4단계 상향 변경하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 확대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포석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이고 당 대표인 만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검찰 수사를 두고 ‘무리했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고 역풍도 불 수 있기 때문. 검찰로선 확실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정치권은 엄청난 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회기 중 구속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구속 필요성 설명과 해당 국회의원의 해명이 동반된다. 한동훈 장관과 이 대표의 맞대결이 국회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구속영장 청구 주체도 관심사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성남지청에서 양분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위례·대장동 의혹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가 이미 여럿 구속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중앙? 성남?

일각에서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도 보인다.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불구속 기소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보다 수사 전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재판을 통해 이 대표의 유죄를 밝히겠다는 의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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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