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FC 후원’ 유니폼의 비밀

로고 하나에 39억원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때 왜 그랬지?’라는 의문에 하나둘 답이 나오는 모양새다. 당시 관계자의 말과 행동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족했던 퍼즐이 나타나면서 그림이 완성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조끼가 부서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해 배지를 달았다. 당 대표 선거에도 출마해 당선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방어막을 몇 겹으로 친 셈이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2018년 한 변호사의 고발로 시작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기업으로까지 번진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줄지어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의 측근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어떤 사건으로 스타트를 끊을 지를 두고 법조계, 언론 등에서 다양한 말이 오갔다. 그러던 중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검찰의 레이더에 걸린 것.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금을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내용으로 고발할 당시 후원금 액수는 161억원에 달했다.


연루된 기업이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두산건설), 제2사옥 건축허가(네이버), 분당경찰서·분당보건소 부지 용도변경(차병원) 등 이른바 혜택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6개 기업 중 주목도가 높은 건 네이버다. 다른 5개 기업과 달리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후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5월19일 성남시·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등과 ‘빚 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4자 간 협약을 맺었다.

FC바르셀로나 벤치마킹 주장
‘돈 주고 새겼다’ 전혀 달라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후원하면 희망살림이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4자 간 협약서는 네이버의 우회 지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 대표가 직접 SNS에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 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자 간 협약서 내용대로 진행된 게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4자 간 협약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에 걸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급일자와 방법은 네이버와 희망살림의 별도 합의에 의해 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두긴 했지만 네이버는 독특하게도 ‘법인회비’ 명목으로 돈을 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세제 혜택도 받지 않았다. 

희망살림은 19억5000만원씩 2년 동안 총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희망살림은 취약계층의 금융복지를 위한 사단법인이다. 모금 활동을 통해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인 뒤 이를 소각해 채무자의 빚을 없애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고유 목적사업은 ‘채무자의 빚 탕감’이다. 수많은 채무자의 빚을 없애줄 수 있는 돈을 성남FC에 광고료로 낸 셈이다. 

성남FC는 그 조건으로 희망살림의 ‘롤링 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했다. 선수 유니폼에 롤링 주빌리를 새겨 빚 탕감 프로젝트를 알리자는 것. 문제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성남FC 유니폼을 살펴보면 의아한 구석들이 많다. 

돈 내고
흔적 없어

4자 간 협약은 2015년 5월에 진행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이미 성남FC 유니폼에는 ‘Rolling Jubilee(롤링 주빌리)’가 새겨져 있었다. 성남FC는 2015년 2월16일 롤링 주빌리를 메인 유니폼 로고로 채택했다며 국내서 공익캠페인을 메인 유니폼 로고로 사용하는 것은 성남FC가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당시 성남FC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서도 이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어 아시아 전역에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희망살림 등에서 광고료를 지급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2015년 5월 4자 간 협약 이후 유니폼의 변화다. 성남FC의 2016년 유니폼을 보면 ‘Jubilee Bank(주빌리 뱅크)’가 새겨져 있다. 4자 간 협약서에 따르면 성남FC는 롤링 주빌리를 유니폼에 넣었어야 한다. 하지만 성남FC는 원래 로고로 쓰고 있던 롤링 주빌리 대신 주빌리 뱅크를 넣어 유니폼을 만들었다.

게다가 39억원의 광고료도 지급받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성남FC가 롤링 주빌리 로고를 유니폼에 새길 당시 ‘FC바르셀로나’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FC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오래 몸담은 곳으로 유명하다. 

성남FC는 2017년 네이버의 우회 지원 의혹이 불거지자 ‘성남FC-네이버-희망살림 후원 협약 관련 정치적 의혹 보도에 대한 성남FC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성남FC의 공익켐페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로셀로나가 유니세프를 유니폼에 노출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최초로 공익캠페인을 유니폼 메인 스폰서로 사용함으로써 구단 이미지와 사회공헌 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2015년 11월19일 FC바르셀로나 구단을 방문했다. 성남FC 구단주 자격으로 FC바로셀로나를 벤치마킹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이 대표는 “시민구단인 성남FC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구단이 바로 FC바르셀로나”라며 “조합원을 구성해 운영하는 민주적인 방식이 우리가 크게 배울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했나


2018년 1월12일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성남FC 관련 글을 쓰면서 FC바르셀로나를 언급했다. 제 전 의원은 4자 간 협약에서 희망살림을 대표해 협약서에 서명한 인물이다. 당시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따로 있었는데도 제 전 의원이 상임이사 자격으로 협약식에 참석해 서명을 하면서 대표성 논란이 불거졌다. 

제 전 의원은 “2006년 세계적인 축구 구단인 FC바르셀로나의 유니폼에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유명 기업의 로고 대신 ‘유니세프(UNICEF)’의 로고가 새겨진 것”이라며 “유명 구단의 경우 유니폼에 상업 로고(스폰서)를 달아 막대한 수익을 본다. 그러나 세계서 가장 유명한 구단 중 하나인 FC바르셀로나는 그런 상업적 수익 대신 오히려 공익 목적의 국제연합 아동기금, 유니세프를 홍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그런 일을 한 곳이 있다. 바로 성남FC”라며 “당시 성남시는 2014년부터 ‘빚 탕감 프로젝트(롤링 주빌리, Rolling Jubilee)’를 펼치고 있었고 이후 성남FC의 유니폼 메인 로고로 채택,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최초로 공익캠페인을 스폰서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익캠페인의 참여와 확대를 목적으로 성남시, 내가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희망살림, 성남의 대표 기업인 네이버, 그리고 FC바르셀로나처럼 시민구단이었던 성남FC가 뜻을 모아 공개 협약식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FC바르셀로나를 벤치마킹했다는 성남FC, 이 대표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협약서 내용과 다른 로고
이재명 정책 홍보용으로?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성남FC와 FC바르셀로나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FC바르셀로나는 1899년 창단 이후 무려 106년 동안 유니폼에 클럽 문장과 선수 이름 외에 어떤 표시도 붙이지 않았다. 그 전통을 깨고 유니폼에 새긴 로고가 바로 ‘유니세프(UNICEF)’다.

여기에 FC바르셀로나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150만유로(약 18억원)를 유니세프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협력협정을 맺었다. 

심지어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로고를 새기고 되레 돈을 냈다. 광고료를 지급받고 유니폼에 로고를 새긴 성남FC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여기에 성남FC는 협약서에 명시된 롤링 주빌리 대신 주빌리 뱅크를 새긴 점도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실제 돈을 준 네이버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말 그대로 돈만 낸 셈이다.

주빌리 뱅크, 이른바 주빌리 은행은 2015년 8월27일 설립됐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싸게 구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의 일부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과 공동 은행장을 맡았다.

2015년 2월 성남FC 유니폼에 새겨져 있던 롤링 주빌리는 1년 뒤인 2016년 2월 주빌리 뱅크로 바뀌었다. 2015년 5월 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가 4자 간 협약식을 맺었고 3개월 뒤 주빌리 은행이 출범했다. 성남FC 유니폼에 새긴 주빌리 뱅크라는 로고가 이 대표를 ‘띄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는 네이버의 39억원으로 ‘빚 탕감 프로젝트’라는 본인 정책을 홍보한 것”이라며 “희망살림, 주빌리 은행과 연관된 이헌욱 GH 사장, 제윤경 전 의원, 유종일 원장 등도 전부 출세가도를 달리지 않았나. 그들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민단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고발 이유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부각되고 있다.

성남시 시민단체인 성남공정포럼서 이 GIO를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고발한 것.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진철 사무국장은 지난달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GIO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죄로 조사해달라고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GIO는 2013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김 사무국장은 “네이버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상장기업 회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거액의 자금을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출하기 위해선 내부 결재 및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GIO가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 40억원 후원금 지출에 대해 최종 결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