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

“고아는 국가가 입양한 자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여름 18‧19세 보호종료아동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내는 기자에게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님. 저는요, 이런 일을 너무나 많이 보고 듣고 겪어서요. 하나도 놀랍지 않습니다.” 

어느 날 자정이 다 된 시각,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보호종료아동의 장례식에 가고 있다고 했다. 차를 몰고 가는 건지 통화 음질은 좋지 않았다. 조 대표는 얼른 장례식장으로 오라고 기자를 채근했다. 언론이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빨리 와달라고. 

버려진 아이

매번 보고 듣고 겪어서 놀랍지 않다고 해도 슬픔까지 없으랴. 조 대표는 오랜 시간 속울음을 삼켜왔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는 조 대표의 모습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보육원에서 학대 피해를 입고 사회로 나와서 적응하지 못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많은 보호종료아동에게 건네는 애도. 

지난해 9월29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아권익연대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따로 생업이 있는 조 대표는 이날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뺀 상황이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 조 대표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자신도 보육원 출신으로 고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의 울분이었다. 

조 대표는 6세 이후 16년을 고아원에서 살다가 2001년 퇴소했다. 그는 스스로를 ‘보호종료 22년 차 고아’라고 소개했다. 고아원에 살던 어린 시절부터 당사자 단체의 대표가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변은 ‘죽음’으로 가득했다. 옆에서 잠을 자던 친구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폐쇄된 고아원에서 살던 고아 선배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고아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소재가 불분명해도 실종신고가 이뤄지질 않습니다. 그러니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요. 사건에 휘말려도 경찰 입장에서는 ‘종결’ 처리가 쉽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부모형제가 없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실종신고도 사망신고도 안 된 채 죽었지만 살아있는 존재가 되는 거죠.”

한 달에 한 번 만나 밥을 사주고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와 연락이 안 돼 수소문 끝에 사망 사실을 접한 일도 있었다. 그나마도 고아권익연대에 후원하던 회원이 먼저 소식을 듣고 귀띔해줘서 알게 됐다.

잇따라 사망한 보호종료아동
대책 마련 외치지만 그때뿐 

조 대표는 “고아원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한 고아가 집창촌을 전전하다가 숨진 사건도 있다. 아직도 나는 그 아이가 어디에 묻혔는지 사인이 뭔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아의 죽음에 공권력이 닿지 않는 현실도 개탄했다.

조 대표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사망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됐다는 흔적이 발견되면 경찰이 개입해 사건을 살핀다. 하지만 고아는 그런 절차가 많이 생략된다. 말 그대로 그 절차를 위해 애써줄 사람이 없다. 몇몇 고아의 사망 이후 철저한 수사를 통해 투명하게 사인을 밝혀줬으면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 철학이 유독 고아에게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사망한 고아를 향하는 애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실제 배웅하는 사람 하나 없이 쓸쓸하고 외롭게 떠나는 고아가 대부분이다.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한 줌의 재로 변해 어딘지 모를 곳에 산골 되는 마지막을 맞는 경우가 많다. 

조 대표는 사회가 고아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아라는 호칭 대신 ‘보호대상아동’이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무연고자라는 포괄적인 표현 안에 고아의 존재를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이 고아라는 단어를 쓰기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그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아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자연적으로 세상의 관심은 제도와 법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겐 고아가 ‘사업 아이템’이거든요. 그런데 고아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면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결국 근본으로 가게 돼있어요. 그럼 잘못이 드러나거든요. 고아의 죽음은 우리나라 아동복지 체제의 참사입니다. 그게 드러나면 안 되는 거죠.”

고아 주제로 첫 콘퍼런스
현장의 목소리 듣는 시간

지난해 8월 광주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8월18일 광주 광산구 한 대학교 건물 주변에서 유모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보육원 출신 새내기였다. 경찰은 그가 스스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엿새 뒤인 24일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임모양이 발견됐다. 임양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아버지가 사는 임대아파트로 옮긴 상태였다. 

6일 간격으로 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그때뿐, 두 보호종료아동의 죽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보호종료아동의 절반가량이 ‘자살 생각’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호종료 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임양과 유군의 죽음 전에 또 다른 죽음이 있었고 이후에 또 다른 죽음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29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고아 콘퍼런스’가 열렸다. ‘시설아동의 삶과 역사 그리고 정책의 변천사’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김미애·최재형 의원의 주최로 진행됐다. 신인성 고아권익연대 자립지원국장은 “4년 전부터 준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고아권익연대는 “아직도 곳곳에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가 많다. 그들의 삶을 들어보고 제도를 살펴보고 좀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현장을 중심으로 현실을 더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제도로 아이들이 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사라지는 아이

“고아는 국가가 입양한 자식입니다. 국가가 유일한 가족인 셈입니다. 고아는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됩니다. 국가는 ‘보호종료’라는 말로 고아를 파양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살펴 줬으면 합니다. 특히 고아가 외로운 죽음을 맞지 않도록 국가가 함께 애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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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