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초가’ 문재인 옥죄는 네 가지 검날

검찰 칼춤 추는데 문빠는 조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면초가,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주변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을 뜻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노래’에 시달리고 있을 듯하다. 재임 시기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들춰지면서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모양새다. 여기에 공고했던 지지층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저는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 일체 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대통령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잊히고 싶다
SNS 등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이후엔 ‘자연인 문재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물면서 자연과 벗 삼아 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지난 5월9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얼마 되지 않아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에 나섰다. 

책을 추천하거나 자신과 반려동물을 근황을 알리는 등 꾸준한 SNS 활동을 이어갔다. 언론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왔다. 구심점이 사라진 ‘친문(친 문재인)’과 지지세력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의견과 자연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어떤 해석이 맞든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이 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그 존재감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일어난 사건이 재부각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중이다.

지난 14일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실종됐다가 숨진 사건이다. 이씨는 실종 지점에서 38㎞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건이 화두로 떠오른 건 문정부 조사와 윤석열정부의 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 문정부는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윤정부 해경과 국방부는 지난 6월 결과를 번복했다. 결과가 180도 달라지면서 당시 사건 관련자가 줄줄이 언급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턱밑까지
서훈 구속·박지원 조사·유족 고소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삭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출석했다. 그는 검찰 조사 전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실장으로부터 어떤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으며 국정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국정원 첩보 보고서 46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회의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보안 유지를 명목으로 관계기관에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 전 실장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서 전 실장의 구속, 박 전 원장의 소환 조사가 이어지면서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5일 검찰 조사 후 출연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조사가)문 전 대통령까지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혐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저한테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고했느냐’를 물었을 것인데 전혀 말이 없었다”며 “제가 받은 감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니고 아마 제 선에서 끝나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검찰 수사가 더 윗선으로는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씨의 유족 측은 박 전 원장의 검찰 조사 날인 지난 15일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뒤바뀐 결과
확대된 수사

법조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이씨 사망 전 서면보고를 받았음에도 즉시 북한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발표한 점 등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최종 승인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변부를 향한 검찰의 칼날도 매섭다. 지난 8일 검찰은 타이이스타젯 배임 사건과 관련해 시한부 기소중지 조치를 해제하고 이스타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월 기소중지 처분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을 실소유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취업해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던 회사다. 이 전 의원이 차명으로 운영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청년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미래를 훔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는 그야말로 공정이라는 가식의 탈을 쓴 민주당정권 비호 아래 자행된 ‘청년 기만극’”이라면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스타항공을 국정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위·아내
현재진행형

서씨는 증권·게임업계 출신으로 항공업 경력이 사실상 없다. 그는 이 전 의원이 2017년 2월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하고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전무이사로 근무했다. 서씨 가족도 태국으로 이주했는데 당시부터 별다른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아 ‘유령회사’란 의혹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20년 4월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북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의원의 인사 및 공천과 서씨의 채용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2020년 9월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뇌물죄로 고발당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도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2019년 3월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의상, 구두, 액세서리 비용 등을 공개해달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문정부 청와대는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윤정부가 항소를 취하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윤정부는 항소를 유지하기로 한 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의전비용 관련 정부 예산편성 금액과 일자별 지출 실적에 대해 “각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주변부에 대한 사법 리스크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을 신경쓰이게 하는 요소가 또 있다. 문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윤정부 들어 하나씩 뒤집어지고 있는 것.

탈원전·문재인케어 폐기 수순
개딸에 밀려 지지세력 줄었나?

최근에는 ‘문재인케어’가 표적이 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케어를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의 건강보험개혁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건보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있다”며 “건보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보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더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탈원전 정책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올해를 ‘원전 사업 재도약 원년’으로 규정했다.

이는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 1호기 준공 기념행사 축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전 사업을 우리 수출을 이끌어가는 버팀목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원전 강국으로 위상을 다시금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정부의 연이은 ‘문 뒤집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임 정부 정책이라고 해서 색깔 딱지를 붙여서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그에 따른 고통은 우리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윤정부의 문재인케어 폐기를 두고 “한 마디로 얼빠진 일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라진 방패
속수무책?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예전만큼 화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자를 가리키는 ‘문빠’의 활동력이 많이 뜸해졌다는 의견이 있는 것. 일각에서는 민주당 이 대표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세력이 커지면서 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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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