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메이드 살리기 장현국 대표

‘성공과 위기’ 극적인 반전 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성공과 위기 모두 가장 극적이다. 게임사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가 불과 1년 사이 정반대의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신작 게임과 자체 개발 암호화폐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장 대표 역시 밝게 웃으며 더 큰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자체 암호화폐가 국내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사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7일 위믹스 유한책임회사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기각
거래소 퇴출

재판부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의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암호화폐다. 위메이드는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도록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이 지난 8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의했다.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이 크게 차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통량은 주요 투자 기준 중 하나다. 


닥사 소속 거래소들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5곳 중 4곳이 위믹스 상장폐지를 선언한 것은 위믹스에게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시장 퇴출 선고가 내려진 것과 같다. 남은 한 곳인 고팍스는 애초에 위믹스를 상장하지 않았다.

위믹스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개념인 가상자산 유통량을 문제 삼아 상장폐지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위믹스 측은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점도 거듭 호소했다.

반면 거래소들은 “위믹스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결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거래소들은 가처분이 인용돼 위믹스가 계속 거래되면, 가상자산 거래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법원은 거래소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작년 이맘때 위메이드와 위믹스는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이를 이끈 것이 바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다. 

1974년생인 장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6년 넥슨에서 첫 게임업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 네오위즈게임즈에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08년 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쳐 2011년 네오위즈 모바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장 대표는 2013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장 대표와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에 집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위믹스를 만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위메이드는 3년 동안 게임 재화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위메이드 코인’ 위믹스, 결국 상장폐지
24달러에서 200원까지 수직하락 ‘수모’

지난해 글로벌 출시된 게임 ‘미르4’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쏟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미르4는 공개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렸다. 출시 나흘 만에 서버를 3배 증설했고, 동시 접속자 수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미르4는 동양 무협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전작인 ‘미르의전설2’는 과거 중국에서 5억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바 있는 인기 지식재산권(IP)이다. 소재와 IP가 동양 친화적인 만큼, 미르4의 아시아권 흥행은 상수로 여겨졌다.

실제 위메이드는 출시 직후 아시아 서버를 당초 8개에서 18개까지 늘렸다.

그런데 미르4는 서구권에서도 예상 밖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당일 3개로 시작한 유럽·북미 서버는 이날 16개까지 증설됐다. 특히 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두드러졌다. 업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이 미르4의 소재나 IP에 생경함을 느끼면서도 게임 내 블록체인 기술에 이끌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미르4에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이 집약돼있다. 유틸리티 코인 ‘드레이코’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도입됐다. 드레이코는 게임 내 주요 재화인 ‘흑철’을 토큰화한 것으로, 드레이코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로 거래할 수 있다. 

또 유저들은 캐릭터를 NFT화해 위믹스 월렛 내 NFT 마켓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에서 코인을 채굴하고, 캐릭터를 NFT화해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같은 체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익숙하다. 각종 제도적 한계가 산적한 동양권과 다르게, 서구권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화된 지 오래다.

미르4가 흥행하면서 위메이드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2만원 남짓이었던 주가는 출시 이후 23만7000원(종가 기준)까지 급등했다. 

실적 잔치도 이어졌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미르4의 성과와 위믹스 유동화 매출 반영 등을 앞세워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약 5610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4%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약 326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미르4가 공개된 4분기에 집중됐다. 위메이드의 지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24억원과 약 2540억원으로 집계됐다.

뒤바뀐 상황
빛바랜 영광


미르4는 지난해 한국 게임대상에서 게임비즈니스혁신상을 수상했다. 미르4에서 활용하는 위믹스 토큰은 거래소 상장 5개월 만에 1만%가 급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때 위믹스는 개당 24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만8000원)에 거래됐다. 

위메이드는 올해도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들을 연달아 추가 공개했다. 라이트컨에서 개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와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장 대표가 지스타(국제 게임 전시회) 현장에서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을 100개 이상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위메이드는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독자 메인넷인 위믹스3.0을 출시했다.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와 탈중앙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등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보강한 위메이드는 지난달 NFT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을 결합한 경제 플랫폼 ‘나일(NILE)’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660억원(약 4천6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약진을 거듭하던 위메이드가 순식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다. 위믹스는 지난 10월 말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 유의 종목은 상장폐지에 앞선 예비조치다. 실제 유통량이 계획보다 29.4% 초과됐다는 게 이유였다.


위믹스는 약 4주간 투자 유의 종목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결국 거래소들은 지난달 24일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이 기간 재발방지와 소통 강화를 약속했던 위메이드는 상장폐지 예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이자 사회악적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두나무 임원이 상장폐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듯 올렸다”고도 지적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달 24일 온라인 공간에 ‘사필귀정’이라는 글귀와 함께 위믹스 상장 폐지 관련 보도 내용을 게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양측의 갈등이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이었다.

“갑질이다” 
“적반하장”

이에 두나무도 성명문을 냈다. 두나무는 장 대표 지적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논란을 일으킨 점 사죄드린다”면서도 “아는 이들과 속보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을 뿐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위메이드가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 전까지 이뤄진 소명 과정에서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두나무 측 주장에 따르면 위믹스가 상장폐지된 이유는 ▲위믹스 초과 유통 사유에 대한 해명의 부적절성 ▲소명 자료 내 위믹스 유통량의 지속적인 변동 ▲임직원 비위 의혹 등에 있다. 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를 취했는데, 위메이드가 이를 ‘갑질’이라고 비방했다는 것이다.

두나무는 위믹스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 며칠 전인 지난 10월22일과 25일 위메이드로부터 받은 메일 일부를 공개했다.

위메이드는 두나무에 유통량 초과 유통 사유를 ‘유통량 변경 시마다 공시가 필요한지 몰랐던 것’ ‘담당자의 무지’ 등을 제시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이를 언급하며 “직원 실수라곤 해도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위메이드가 16회에 걸쳐 소명을 진행하는 동안 위믹스 유통량이 각기 다르게 기재된 자료를 수차례 제출한 사실도 알려졌다. 심지어 최종 소명 자료 제출 후에도 계속해서 소명 내용을 수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임직원들이 위믹스에 관련해 범한 ‘복수의 중대한 문제’를 확인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계열사 간 자금 동원에 위믹스 이용, 정기 보고서상 투자내역 허위 기재 등을 확인했다”며 “최종 검토가 마무리되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력 쏟은 장 대표…모회사도 덩달아 휘청 
신작 ‘미르M 글로벌’ 흥행에 사활 걸 듯

기각 소식이 알려진 후 위믹스 가격은 급전직하했다. 가처분 신청 이후 10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위믹스는 초단타 매매의 영향으로 1500원때까지 반짝 상승했지만, 발표 직후 순식간에 5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거래 중단 직전인 지난 8일 오후에는 210원대까지 하락했다.

기각 직후 위메이드는 즉각 본안 소송과 공정거래위 제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을 받았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닥사가 내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가처분 기각으로 당분간 국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위메이드는 적어도 결과를 뒤집을 때까지는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다만 그간 위믹스 거래 물량의 90% 이상이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믹스의 입지와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업계는 위메이드가 향후 해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위믹스 유통망을 개척하고, 해외 파트너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 대표는 상장폐지 예고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상장을 논의 중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믹스 측도 “이번에 거래 지원을 종료하는 국내 4개 거래소 이외의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새로운 해외 거래소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거래소에서 위믹스의 거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이번 일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위메이드와 우리 생태계 위믹스는 건재하니, 여러분들도 너무 깊이 심려하지 말고 맡은 바 일을 그대로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없었어야 하는 일이지만 벌어진 일이니 현명하게 극복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최후의 보루
모두 걸었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위메이드의 신작으로 쏠린다. 글로벌 론칭을 앞둔 ‘미르M’ 프로젝트의 중압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르M 글로벌은 올해 국내 출시된 미르M에 블록체인 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지난해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을 맛본 위메이드는 미르M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휘청이는 위메이드에게, 미르M 글로벌의 흥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삿돈으로 ‘시그니엘’ 산다? 장현국 120억 전셋집 논란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회삿돈으로 120억원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JT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장 대표는 현재 서울 잠실에 위치한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에 전세권을 설정한 주체가 장 대표가 아니라 ‘전기아이피’인 것이다.

전기아이피는 위메이드의 지식재산권(IP)를 관리하는 자회사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뿐만 아니라 전기아이피에서도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전기아이피는 지난해 1187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10%가 넘는 자금이 대표의 전셋집 마련에 들어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배임과 법인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 측은 “임원 복리후생 규정에 따라 사택이 제공됐다”며 “납부할 세금이 있다면 자문을 통해 기한 내 납부하겠다”고 해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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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