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메이드 살리기 장현국 대표

‘성공과 위기’ 극적인 반전 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성공과 위기 모두 가장 극적이다. 게임사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가 불과 1년 사이 정반대의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신작 게임과 자체 개발 암호화폐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장 대표 역시 밝게 웃으며 더 큰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자체 암호화폐가 국내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사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7일 위믹스 유한책임회사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기각
거래소 퇴출

재판부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의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암호화폐다. 위메이드는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도록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닥사 소속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이 지난 8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의했다.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이 크게 차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통량은 주요 투자 기준 중 하나다. 


닥사 소속 거래소들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5곳 중 4곳이 위믹스 상장폐지를 선언한 것은 위믹스에게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시장 퇴출 선고가 내려진 것과 같다. 남은 한 곳인 고팍스는 애초에 위믹스를 상장하지 않았다.

위믹스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개념인 가상자산 유통량을 문제 삼아 상장폐지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위믹스 측은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점도 거듭 호소했다.

반면 거래소들은 “위믹스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결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거래소들은 가처분이 인용돼 위믹스가 계속 거래되면, 가상자산 거래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법원은 거래소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작년 이맘때 위메이드와 위믹스는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이를 이끈 것이 바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다. 

1974년생인 장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6년 넥슨에서 첫 게임업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 네오위즈게임즈에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08년 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쳐 2011년 네오위즈 모바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장 대표는 2013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장 대표와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에 집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위믹스를 만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위메이드는 3년 동안 게임 재화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위메이드 코인’ 위믹스, 결국 상장폐지
24달러에서 200원까지 수직하락 ‘수모’

지난해 글로벌 출시된 게임 ‘미르4’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쏟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미르4는 공개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렸다. 출시 나흘 만에 서버를 3배 증설했고, 동시 접속자 수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미르4는 동양 무협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전작인 ‘미르의전설2’는 과거 중국에서 5억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바 있는 인기 지식재산권(IP)이다. 소재와 IP가 동양 친화적인 만큼, 미르4의 아시아권 흥행은 상수로 여겨졌다.

실제 위메이드는 출시 직후 아시아 서버를 당초 8개에서 18개까지 늘렸다.

그런데 미르4는 서구권에서도 예상 밖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당일 3개로 시작한 유럽·북미 서버는 이날 16개까지 증설됐다. 특히 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두드러졌다. 업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이 미르4의 소재나 IP에 생경함을 느끼면서도 게임 내 블록체인 기술에 이끌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미르4에는 그동안 위메이드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이 집약돼있다. 유틸리티 코인 ‘드레이코’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도입됐다. 드레이코는 게임 내 주요 재화인 ‘흑철’을 토큰화한 것으로, 드레이코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로 거래할 수 있다. 

또 유저들은 캐릭터를 NFT화해 위믹스 월렛 내 NFT 마켓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에서 코인을 채굴하고, 캐릭터를 NFT화해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같은 체계는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익숙하다. 각종 제도적 한계가 산적한 동양권과 다르게, 서구권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화된 지 오래다.

미르4가 흥행하면서 위메이드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2만원 남짓이었던 주가는 출시 이후 23만7000원(종가 기준)까지 급등했다. 

실적 잔치도 이어졌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미르4의 성과와 위믹스 유동화 매출 반영 등을 앞세워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약 5610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4%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약 326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미르4가 공개된 4분기에 집중됐다. 위메이드의 지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24억원과 약 2540억원으로 집계됐다.

뒤바뀐 상황
빛바랜 영광


미르4는 지난해 한국 게임대상에서 게임비즈니스혁신상을 수상했다. 미르4에서 활용하는 위믹스 토큰은 거래소 상장 5개월 만에 1만%가 급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때 위믹스는 개당 24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만8000원)에 거래됐다. 

위메이드는 올해도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들을 연달아 추가 공개했다. 라이트컨에서 개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와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장 대표가 지스타(국제 게임 전시회) 현장에서 “위믹스에 기반을 둔 게임을 100개 이상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위메이드는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독자 메인넷인 위믹스3.0을 출시했다.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와 탈중앙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등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보강한 위메이드는 지난달 NFT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을 결합한 경제 플랫폼 ‘나일(NILE)’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660억원(약 4천6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약진을 거듭하던 위메이드가 순식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다. 위믹스는 지난 10월 말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 유의 종목은 상장폐지에 앞선 예비조치다. 실제 유통량이 계획보다 29.4% 초과됐다는 게 이유였다.


위믹스는 약 4주간 투자 유의 종목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결국 거래소들은 지난달 24일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이 기간 재발방지와 소통 강화를 약속했던 위메이드는 상장폐지 예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이자 사회악적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두나무 임원이 상장폐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듯 올렸다”고도 지적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달 24일 온라인 공간에 ‘사필귀정’이라는 글귀와 함께 위믹스 상장 폐지 관련 보도 내용을 게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양측의 갈등이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이었다.

“갑질이다” 
“적반하장”

이에 두나무도 성명문을 냈다. 두나무는 장 대표 지적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논란을 일으킨 점 사죄드린다”면서도 “아는 이들과 속보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을 뿐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위메이드가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 전까지 이뤄진 소명 과정에서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두나무 측 주장에 따르면 위믹스가 상장폐지된 이유는 ▲위믹스 초과 유통 사유에 대한 해명의 부적절성 ▲소명 자료 내 위믹스 유통량의 지속적인 변동 ▲임직원 비위 의혹 등에 있다. 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를 취했는데, 위메이드가 이를 ‘갑질’이라고 비방했다는 것이다.

두나무는 위믹스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 며칠 전인 지난 10월22일과 25일 위메이드로부터 받은 메일 일부를 공개했다.

위메이드는 두나무에 유통량 초과 유통 사유를 ‘유통량 변경 시마다 공시가 필요한지 몰랐던 것’ ‘담당자의 무지’ 등을 제시했다. 두나무는 성명문에서 이를 언급하며 “직원 실수라곤 해도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위메이드가 16회에 걸쳐 소명을 진행하는 동안 위믹스 유통량이 각기 다르게 기재된 자료를 수차례 제출한 사실도 알려졌다. 심지어 최종 소명 자료 제출 후에도 계속해서 소명 내용을 수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임직원들이 위믹스에 관련해 범한 ‘복수의 중대한 문제’를 확인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두나무는 “위메이드 계열사 간 자금 동원에 위믹스 이용, 정기 보고서상 투자내역 허위 기재 등을 확인했다”며 “최종 검토가 마무리되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력 쏟은 장 대표…모회사도 덩달아 휘청 
신작 ‘미르M 글로벌’ 흥행에 사활 걸 듯

기각 소식이 알려진 후 위믹스 가격은 급전직하했다. 가처분 신청 이후 10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위믹스는 초단타 매매의 영향으로 1500원때까지 반짝 상승했지만, 발표 직후 순식간에 5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거래 중단 직전인 지난 8일 오후에는 210원대까지 하락했다.

기각 직후 위메이드는 즉각 본안 소송과 공정거래위 제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을 받았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닥사가 내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가처분 기각으로 당분간 국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위메이드는 적어도 결과를 뒤집을 때까지는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다만 그간 위믹스 거래 물량의 90% 이상이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믹스의 입지와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업계는 위메이드가 향후 해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위믹스 유통망을 개척하고, 해외 파트너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 대표는 상장폐지 예고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상장을 논의 중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믹스 측도 “이번에 거래 지원을 종료하는 국내 4개 거래소 이외의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새로운 해외 거래소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거래소에서 위믹스의 거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이번 일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위메이드와 우리 생태계 위믹스는 건재하니, 여러분들도 너무 깊이 심려하지 말고 맡은 바 일을 그대로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없었어야 하는 일이지만 벌어진 일이니 현명하게 극복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최후의 보루
모두 걸었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위메이드의 신작으로 쏠린다. 글로벌 론칭을 앞둔 ‘미르M’ 프로젝트의 중압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르M 글로벌은 올해 국내 출시된 미르M에 블록체인 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지난해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을 맛본 위메이드는 미르M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휘청이는 위메이드에게, 미르M 글로벌의 흥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삿돈으로 ‘시그니엘’ 산다? 장현국 120억 전셋집 논란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회삿돈으로 120억원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JT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장 대표는 현재 서울 잠실에 위치한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에 전세권을 설정한 주체가 장 대표가 아니라 ‘전기아이피’인 것이다.

전기아이피는 위메이드의 지식재산권(IP)를 관리하는 자회사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뿐만 아니라 전기아이피에서도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전기아이피는 지난해 1187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10%가 넘는 자금이 대표의 전셋집 마련에 들어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배임과 법인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 측은 “임원 복리후생 규정에 따라 사택이 제공됐다”며 “납부할 세금이 있다면 자문을 통해 기한 내 납부하겠다”고 해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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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