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이태원 국조’ 예산 처리부터” 역제안 속내

국민의힘 내부 교통정리 안 돼…야3당은 24일 처리 고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경찰 수사가 우선이다.” VS “오는 24일 처리하겠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공이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이태원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며 역제안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기국회 기간이 국정조사와 섞이는 것은 맞지 않고 예산안 처리 후 합의해서 국정조사할 길을 찾아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정조사를 합의한 적 없고, 합의에 의해 국조를 하자는(입장)”이라며 “12월2일까지 예산안 처리 시한이고, 12월9일까지는 정기국회 중이기 때문에 이 기간 중 국조와 섞이는 건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개인 입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서 따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될 경우 경찰이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김 의장이 국민의힘에 특조위 위원 구성을 위한 명단을 요구한 상태지만 언제쯤 전달될 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 명단이 넘어갔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예산안 처리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주 원내대표가 어떻게든 민주당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안으로는 친윤계의 수용 절대 거부 입장을 조율해야 하고, 밖으로는 민주당과 수용을 전제로 시기를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예산심의인 만큼 우선 예산심사를 통과하고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가급적 협의해서 (국정조사를)하자는 입장”이라며 “여당으로서 내년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제 날짜에 못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예산안 처리시한(12월2일)을 지켰던 적은 2015년과 2021년의 단 두 번 뿐이었다. 이 외에는 1일~30일까지 법정처리기한을 넘겨 처리해왔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가 실시됐던 적은 없다. 그는 “(민주당도)거기에 부담이 있으니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역지사지해서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았으면 제일 좋겠다”며 “저도 민주당 측 입장 듣고 우리 당에 가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국회서 의원총회를 열어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윤석열정부의 예산 삭감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 국민 모두는 과학수사와 강제수사에 기반한 수사기관의 신속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며 국정조사에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장동혁 원내 대변인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당내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 입장은 회동 자리서 (주호영 원내대표가)말씀하신 것이고 당에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본회의 처리를 ‘24일’로 못 박아둔 상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시간끌기용 아니라면 내부 의견을 검토하겠다”면서도 “24일 본회의서 반드시 국정조사 계획서가 확정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줄 것을 의장에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내일까지 명단이나 의견을 제출해야 특위가 모레 회의를 열고 위원장, 간사 선출과 함께 계획서에 대한 안을 마련하고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내일이라도 동참한다면 함께 국정조사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안 처리 일자와 시점이 확정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비쳐지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 원내대표가 던진 공을 받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 같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내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국민의힘 요청대로 예산안 처리를 끝낸 이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야3당에서는 오는 24일 본회의 처리를 고수하고 있는 입장인 만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다만, 야당 단독 강행 시 정부가 자료 제출이나 증인 출석에 협조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나아가 자칫 국정조사가 책임소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서 ‘국조 무용론’에 빠지게 될 경우 단독 처리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찰발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태원 국정조사’로 국민의힘과 윤정부에 대한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은 서울 국회 의안과를 찾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5일에는 김 의장을 찾아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참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김 의장이 결단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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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