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울리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현주소

늑장 수사에 명단 공개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진상규명이 최악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별수사본부의 ‘늑장 수사’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유족들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이 무단 공개되는 사태가 터졌다. 서울시청·행정안전부 등 사건의 총체적 책임 주체들은 특수본 출범 후 보름이 지나고야 겨우 수사선상에 올랐다. 유족과 실무자가 각각 2차 가해와 저인망식 수사에 고통받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5일 행정안전부(행안부) 중앙재난안전실장과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시청과 행안부 압수수색도 단행했다. 지난 1일 특수본이 출범한 이후 보름 만에 책임 주체를 향한 수사가 첫발을 뗀 셈이다.

지지부진
시늉만?

이어 특수본은 지난 1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노조가 이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고발한 데 따른 절차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정부조직법 등 법령상 이상민 장관이 경찰 상황 조치에 지휘 감독 권한이 있는지와 재난안전법 등 재난 관련 법령에 따라 이태원 사고 관련해 구체적·직접적 책임이 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의 진상규명이 일명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특수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겉보기로는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특수본의 급속 행보가 ‘구색 맞추기’나 ‘시늉’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출범 이후로 꼬리 자르기에 앞장선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근본적 책임이 있는 윗선에 관한 수사는 검토하지도 않은 채, 말단 실무자들의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일명 ‘저인망식 수사’를 펼친 탓이다. 

이들은 지난 12~13일 주말, 용산구청·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미 특수본이 출범한 지 열흘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음에도 서울시청과 행안부 대상 수사는 전무했다. 특수본은 관련 시설 66곳을 압수수색하면서도 두 기관의 압수수색만은 뒤로 미뤘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그 일주일 뒤에도 수사 방향이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하자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특수본은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의견도 겸허히 청취하겠다. 하지만 기초 수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꼬리 자르기 의혹에 대해선 “법리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특수본은 진상규명의 핵심인 행안부와 서울시청 관계자 조사에 떠밀리듯 착수한 모양새다. 특수본은 향후 행보를 통해 스스로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별수사본부 부진한 조사 논란 가열
윗선 겨냥해도 ‘구색 맞추기’ 의심만 

일각에서는 “특수본이 ‘보여주기’식 행보를 보였을 뿐, 본격적인 수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16일 특수본 행보를 보면 행안부와 서울시청 수사를 본격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따져보면 특수본이 적극적으로 나선 건 없다는 주장이다.


특수본이 행안부와 서울시청의 고위 공직자들을 소환 조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청 관계자들의 피의자 전환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같은 시점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인 김모 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한 것과는 대비된다.

김 경정은 ‘핼러윈 기간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장관 역시 절차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됐을 뿐, 당장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장관을 수사선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이 장관의 직무유기 혐의는 공수처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 범죄’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지했다면 이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실제로 특수본은 관련 법에 따라 이 장관 고발 건을 공수처에 통보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또한 직무유기의 관련 범죄로 판단해 함께 넘겼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통보일로부터 60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답해야 한다. 공수처 결정에 따라 이 장관 수사가 어디서 진행될지 결정되는 구조다. 

이상민 장관
계속 놔두나

특수본은 경찰이 고발장을 받은 만큼, 공수처 결정과 관계없이 관련 절차를 일단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 결정에 앞서서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 내부에서도 특수본에 공정·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특수본에 전달했다. 

특수본의 진상규명 절차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사이, 유가족들은 각종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정부 불신에서 비롯된 음모론(1401호 ‘아니면 말고’ 위험한 이태원 음모론)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퍼진 낭설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야권에서는 “희생자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유가족 의사를 반영하지도 않은 채로, 신원 공개 주장에는 점점 힘이 붙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진영논리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이 가운데 친야 온라인 매체로 알려진 시민 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희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매체로 일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바 있다.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최근 출범한 매체다.


떡볶이 먹방
의도적 방송?

<더탐사>는 지난 9일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희생자 명단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으로 모두 넘겼다”며 “추모 미사에서 모두 공개할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들레>는 지난 14일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희생자 155명(현재 총희생자 수는 158명)의 실명이 적힌 포스터를 공개했다.

당시 <민들레> 측은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이들이 사전에 유족들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호경 <민들레> 에디터는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유가족에게 명단의 진위 확인과 공개 동의를 받은 적이 없음을 자인했다. 

그러면서 김 에디터는 비판 여론에 관해 “이번 참사가 공적이 사안이고, 일종의 사회적 죽음으로 판단해 보도하게 됐다”며 “대형 재난 발생했을 때 희생자 실명 공개는 오랜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고 책무”라고 답했다.


당초 155명의 이름이 담겼던 명단 속 인원은 지난 15일 오전을 기준으로 143명, 17일 오전을 기준으로 128명까지 줄었다. 명단 공개에 반발한 유가족이 항의하자 <민들레> 측이 해당 희생자의 이름을 지운 것이다. 일부 유족들은 항의에 그치지 않고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무단 노출 일부 유족 항의
혐오 표현 등 2차 가해 고통 호소

주한대사관을 통해 해외에서도 항의가 들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데 대해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중 1곳이 항의했다. 해당 매체에 항의와 시정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명단 공개를 항의한 대사관이 어디인지는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초기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의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8명의 유족은 국적 공개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단) 공개에 따라 일부 계속 유감을 표시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당국자는 ‘대사관 항의가 유족 의사를 반영한 것이냐’는 질의에 “반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더탐사>는 명단 공개 뒤 ‘떡볶이 광고’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더탐사> 방송 진행자 3명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약 10분가량 떡볶이를 먹으며 광고를 이어갔다. 제품을 홍보할 당시 배경화면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측이 희생자 명단을 호명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들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저희 보도를 인용해서 게시판에 글을 쓰신 분이 고발당했다. 그분도 도와드려야 한다”며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떡볶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 피해자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광고”라며 “여러분 정말 놓은 일 하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중간에는 “떡볶이만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떡볶이집 아들로서 맛을 보장한다“ “너무 맛있다”며 제품을 홍보했다. 

책임자들
처벌 촉구

진상규명은 더디고 명단은 무단으로 공개됐다. 그사이 아픔은 오롯이 유족의 몫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6일 오후 희생자 17명의 유족과 가진 간담회 내용을 공개했다. 민변에 따르면 유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혐오 표현 등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민변 측은 이와 관련한 법률 지원에 착수할 계획이다.

민변 관계자는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숨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처벌 가능성은?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는 유족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각계의 비판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형사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에게 명단을 유출한 자가 공무원이라면, 해당 직원은 처벌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

정계 및 법조계는 공적 자료인 명단 유출 과정에 공무원이 연루된 건 기정사실로 여기는 모양새다.

이 가정대로 공무원이 명단을 언론사에 전달했다면 개인정보 무단 유출,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관련법에 따라 적게는 징역 2년, 많게는 5년 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다.

반면 언론사들은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유력하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이 쉽지 않다.

해당 법상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에 국한되는데, 이미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정보는 해당법 적용이 어렵다는 논지다. 

일각에선 “사망자에 대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유족과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사가 관련 법 속 ‘개인정보 처리자’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처리하는 공공기관과 법인을 의미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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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