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선회? 이재명 “정부여당 유예…강행 맞나 의문”

금투세 ‘부자 감세’로 내년 도입해야
당내 찬반 엇갈려 지도부 교통정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불거진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해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우리는 야당이어서 나라 살림을 꾸리는 주체가 아니지 않느냐. 정부여당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가 강행하고자 고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은 ‘야당이 정부여당의 정책에 발맞출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자신이 지난 대선서 대통령으로 당선돼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더라면 유예하겠지만 야당이니 ‘어깃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주식양도세와 함께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2년 늦춘 2025년으로 유예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시행 5개월을 남긴 시점에서 ‘금융시장 리스크’를 우려해 연기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해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정부의 ‘부자 감세’라며 내년 도입 강행을 주장해왔다.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날 최고위 발언은 기존 민주당의 유예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당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금투세를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강행에 찬성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서 “현재 증권거래세가 0.23%인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0.15% 낮출 수 있어 일반적인 개미투자자들에게는 더 이익이 되는 제도로 설계돼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개미투자자 이익’ 발언은 그간의 금투세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김 정책위의장 외에도 같은 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이 예정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정책위의장은 이튿날(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비공개로 기획재정위,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날 논의는 1시간30분가량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회의 직후 그는 취재진과 만나 “제도를 예정대로 도입하자는 의견과, 그래도 여전히 실물시장 등이 불안정하니 유예하는 게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오늘 결론은 안 냈고 상임위 차원의 결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이른 시일 내에 당 방침을 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유예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하셨고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하진 않았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을 열어놨다. 어떤 방침을 정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날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김병욱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소재의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금투세 유예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른바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부정 여론이 확산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 및 리더십에도 상처가 불가피한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최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 및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높게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회 예산 처리일(12월2일) 등 물리적인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이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반드시 유예해줄 것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 전시환씨는 “지금 한국증시에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권은 지난 대선서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해 당선됐고 우선적으로 금투세 2년 유예를 방침으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증시 활성화, 개인투자자 보호, 1% 미만의 부자들만 해당된다는 논리로 금투세 도입과 거래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투세 도입과 거래세 폐지가 과연 개인투자자를 위한 법안이겠느냐”며 “금투세는 외국계과 기관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투자자의 독박 과세며 거래세 폐지의 수혜자는 중개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단기매매비중이 높은 기관, 외국계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 이내의 부자들만 해당된다는 야당의 주장과는 다르게, 같은 세금이면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비율이 더 늘어날 텐데 어떻게 한국 증시가 더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 나머지 99%의 주식을 사줄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혹시 금투세 도입은 한국주식 활성화가 아니라 미국주식 활성화 법안이냐?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불확실성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 세계서 가장 큰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쟁 중인 러시아 증시와 비슷한 수준의 폭락으로 지금 한국시장이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한국 주식은 중증환자라고 볼 수 있으며, 개인투자자는 지금 숨넘어가게 생겼다. 인근 나라들에선 증시 방어를 위한 조치들이 나오는 반면, 한국 국회와 야당은 이런 중증환자한테 금투세라는 임상실험까지 해야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청원인은 “여야의 정치적인 논쟁서 금투세는 제외해달라. 금투세는 1000만 개인투자자의 재산이 걸린 민생문제”라며 “정치적인 논쟁으로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무작정 금투세 도입을 위해 유예를 반대한다면 1000만 개인투자자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잘못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전 세계 최악의 거버넌스, 전 세계서 가장 저평가라는 주식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의 소중한 재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자산시장을 정상화하고 회복시킨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 그게 정의고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시점서 금투세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며, 정부정책에 따라 2년 유예에 국회가 적극 협조할 것을 청원한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6일, 동의자 수 5만명을 넘기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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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