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최근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이 14일, 김은혜 홍보수석과 김대기 비서실장에 대해 ‘직권남용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MBC 전용기 탑승 배제 직후 요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및 책임자 파면, 취재제한의 해제, 대통령 전용기 제한 해제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이유로 두 인사가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실의 MBC에 대한 취재제한 방침 공지 이후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 즉각적인 취재제한 해제를 요구해왔고, 순방길에 오른 후라도 잘못을 바로잡아 캄보디아에서 인도네시아로 이동하는 여정, 인도네시아에서 서울로 귀국하는 여정에 모든 언론사 기자들을 탑승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하지만 대통령실은 전대미문의 취재제한을 철회하라는 언론인과 국민의 목소리를 가차 없이 짓밟았다”며 “이에 대통령실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핵심 책임자인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협 회장은 “과거 김대중정부 때 북한에 간 일이 있었는데, 북한 측에서 <조선일보>와 KBS 기자들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김대중정부는 전용기에 모든 기자들을 탑승시켰다. 탑승을 제지하는 일은 전대미문의 일이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정상적인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MBC에 대한 언론탄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이 또 나온다면 어떤 형태로 취재제한 조치가 잇따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로 어제도 한미, 한일 정상회담 때 우리 한국 기자는 아무도 못 들어갔다. 회담이 끝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기자들에 17분이나 브리핑했지만 우리는 깜깜이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수·진보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과 해외 언론에서도 윤석열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조금 전 국제기자연맹(IFJ)에서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는지 연락이 왔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전대미문의 이번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언론단체들은 언론자유를 파괴하고 유린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위원장도 “처음 이 사태가 불거지고 긴급성명을 내자 현업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언론인들이 윤석열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하고 그 다음날, 사용자 단체들까지 말도 안 되는 취재제한 조치를 철회하라는 규탄 성명을 낸 바 있다”며 “그러나 마이동풍이다. 윤석열정부는 끝까지 부당한 취재제한 조치를 대통령실의 정당한 권력 행사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당연히 대통령실의 핵심 책임자들은 직권남용죄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번 수사 과정에서 혐의들이 명백하게 수사되고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부당한 취재제한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MBC 취재진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저희는 오늘 MBC를 대변하기 위해 이 고발장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물러선다면 오늘 MBC를 겨눈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칼날이 이후 다른 언론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가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법적 조치를 통해 우리 언론인들의 민주적 기본권, 나아가 시민들의 민주적 기본권이 확립되고 확인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