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갔다” 막 오른 ‘검수완박’ 2라운드

민주 VS 한동훈의 강대강 단두대 대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올해 정치권을 뒤흔든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쟁. 일명 ‘검수완박’ 갈등이 여전하다. 검수완박 1차전은 문재인정부 말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시행령 개정과 권한쟁의 심판 등 국회 밖 ‘장외’에서 2차전이 발발했다. 민주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힘겨루기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경찰의 공개 입장 표명으로 ‘입법부 대 행정부’ 대결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수완박법’의 골자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 및 경제범죄(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검수완박법을 발의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입법 절차를 매듭지었다.

엎치락
뒤치락

검수완박법은 지난 5월9일 정부 전자관보 게재를 통해 정식으로 공포됐다. 이날은 문재인정부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법안은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자 정부 입장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법무부는 지난 6월 “검수완박법이 내용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끼리 권한의 존재 여부·범위 등을 다툴 때, 이를 헌재가 헌법 해석을 통해 심판하는 제도다.

우리 헌법에서 ‘검사’는 두 번 등장한다.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라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법무부는 “헌법 조문에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영장 신청을 위해선 수사가 필수 불가결하므로 수사권이 전제돼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국회가 만든 검수완박법이 수사권을 침해했고, 이는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법무부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검찰 수사권 축소를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 한 장관은 법안 자구 중 ‘등’에 주목했다. 여러 가지 명분을 대며 관련 대통령령에 들어가는 ‘중요 범죄’를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종전에 삭제된 공직자·선거범죄 수사가 사실상 가능해졌고, 부패·경제 범죄 해석 범위도 더욱 넓어졌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이었다.

검수완박법 입법을 강행했던 민주당은 크게 반발했다.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계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강경대응으로 ‘검수완박 2라운드’ 서막이 올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설전을 이어오던 민주당과 한 장관은 헌재로 전장을 옮겼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에서 검수완박법 관련 공개변론이 열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안 처리는 국회법상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회 등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을 때도 헌재는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시행령 개정, 권한쟁의 심판…장외 2차전
‘입법 VS 행정’ 민주당-한동훈 힘겨루기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 사건은 ‘꼼수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에 초점을 맞췄고, 이번 사건은 법 내용과 입법 목적의 위헌성까지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는 법무부 측 대리인으로 한 장관과 검사들을 비롯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출석했다. 국회 측에선 이광재 국회사무총장과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피청구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리인으로는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 장주영 변호사가 출석했다.

양측은 변론 전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각각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된 논거를 재반박하면서 명분 쌓기에 열중했다.

한 장관은 변론 전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위헌 소지가 해소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이 법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며 “시행령으로 위헌성과 국민 피해 가능성이 해소된 게 아닌 만큼 헌법재판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개정법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부인했다. 장 변호사는 “개정 법률에는 시정 조치나 재수사, 보완수사 요구 등 검사의 권한이 다양하게 규정돼있다”며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면 국민 피해 발생 우려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개변론은 5시간가량 이어졌다. 한 장관은 대심판정에 서서 “정권교체를 불과 24일 남긴 4월15일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실제로 당론으로 발의했다. 새로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전례 없이 시간까지 바꿔가면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권 출범 딱 하루 전에 공포했다”며 “일부 정치인을 지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추진한 입법이 정권교체 직전에 마치 ‘청야전술’하듯 결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수사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담당해온 다양한 국민 보호 기능에 어떤 구멍이 생길지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고, 이미 디지털 성범죄 수사, 스토킹 수사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국민 보호의 구멍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보탰다.

역공
맞불

반면 국회 측은 법무부가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이 애초에 부적법하기 때문에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검찰사무를 관장하고 감독하는 법무 장관은 수사·소추권이 없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률개정행위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가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들을 근거로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조항들은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헌정사를 반성해 무분별한 영장 남발을 막으려는 ‘국민의 권리장전’에 속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국회 측은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당시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유보됐다”며 “권한 집중으로 인한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수완박법의 제안·심사·상정 및 의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헌법의 다수결 원칙과 국회법 규정이 모두 준수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이종석 재판관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 논란에 관해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가장행위는 효력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게 법의 원칙”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중요 원리인 다수결 원칙을 위배한 게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국회 측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선택을 내심의 의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치인의)이합집산을 고도의 정치적 형성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사법관계로 평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검수완박법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공백이 발생했는지를 살폈다.

윤정부 출범 
알아서 기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무고·마약·조폭·보이스피싱 처벌이 감소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는 “도둑을 못 잡으면 도둑이 없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생긴다”고 표현했다. 범죄가 줄어든 게 아니라, 적발 및 처벌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으로 변론 절차를 마친 뒤 심리를 거쳐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헌재는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찬성할 때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린다. 

양측이 ‘총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한 것은 경찰이다. 경찰은 검수완박의 주요 당사자이면서도 윤정부 출범 이후 공식 발언을 삼가해왔다. 하지만 경찰이 이번 헌재 심판에서 법무부와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경찰에 법무부·검찰이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참고자료 형태로 작성해 기 의원에게 건넸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300페이지 분량의 정식 의견서를 작성, 헌재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의견서에서 법무부·검찰의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논박했다.

이를테면 경찰은 의견서에서 “검찰 수사권이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라는 법무부와 검찰 주장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에 수사권 축소를 거부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요지다.

검수완박법 내용 가운데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수사개시 검사의 공소유지 금지조항 신설 ▲별건수사 금지조항 신설 등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에도 일일이 반론을 달았다.

침묵하던 경, 이번엔 의견 표명 검토
검 수사권 헌법이 보장? 헌재 판단은?

또한 기 의원은 “법무부와 헌재가 경찰에 권한쟁의심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아 경찰이 세 달 가까이 의견을 낼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아 경찰이 의견서를 낼 수 없었고, 이에 기 의원이 법무부·검찰의 청구서를 경찰에 전해주고 나서야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침묵하던 경찰이 반기를 든 것은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대립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행정부 소속인 경찰이 ‘단일대오’에서 이탈하면서, 그간 법무부와 검찰이 짜던 ‘입법부 대 행정부’ 대치구도가 붕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대강 대치 속 새로운 변수가 떠오른 상황.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어느 쪽이 승기를 거머쥘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법무부와 검찰 측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승리 가능성이 미지수인 데다, 설령 승리해도 가져갈 실익은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헌재 결정을 예측했다.

박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법, 그리고 그 추진 과정에 대해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권 법률의 형성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헌재 입장을 보면 위헌 판결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앞서 헌재가 입법 절차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법률 자체의 효력은 인정한 판례가 있다는 점이 회의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아쉬운 대로
명분 쌓기?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는 권한쟁의 심판에서 다룰 수 없고,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정당성 획득의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소득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만약 법무부와 검찰이 승리한다면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한 반발을 원천 차단할 명분을 쥔다는 의견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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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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