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빠진 국민의힘 당권싸움의 이면

호랑이 없으니 토끼가 왕 노릇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이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단 상대 당을 때리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애 작전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반윤(반 윤석열) 연대는 윤 대통령을 향해 맹폭을 가한다. 또 혼란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실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이 가진 무게감이 가벼워졌다.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내 스피커를 담당하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 두 인물은 5선 중진 의원으로 당 안정화에 힘쓰고 있지만 정 위원장의 운명은 법원 손에 달렸고, 주 원내대표는 당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참전

이에 따라 차기 당권주자들이 원내 상황에 훈수를 두며 참전하는 모양새다. 이들이 전장으로 뛰어든 이유는 일찌감치 모두 차기 전당대회를 의식하고 당내 표심을 다지기 위함이다. 문제는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재차 당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차기 당권주자들은 현안과 관련해 즉각 반응을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당이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들린다. 당권주자들 역시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만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 당은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임시 비상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법정 다툼이 길어지면 국민의힘에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되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전당대회의 이른 개최가 필요하다는 게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인사들의 논리다. 


현재 차기 당권주자들은 표심 다지기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당 대표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10명에 이른다. 원내에서는 김기현·안철수·조경태 의원, 정 비대위원장, 주 원내대표 등이 언급된다. 원외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차기 당 대표가 가진 권력은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통해 총선에서 자기 세력을 다질 절호의 찬스다. 

최근 당권 도전을 위해 친윤을 표방하는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반면, 반윤(반 윤석열) 세력인 인물들은 강한 어조로 윤정부를 타격한다. 이런 탓에 친윤과 비윤의 극심한 대립구도가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TK 찍고 당내 표밭 다지기
친윤-반윤 대치 전선 격화

이미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윤 그룹과 비윤 그룹의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친윤으로 불리는 주 원내대표는 직전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기지 못했다. 이런 탓에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면 각종 잡음과 내홍이 터져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원내대표 선거가 당내 또 다른 혼란의 예고편 격인 셈이다. 

이를 신경쓰지 않고 차기 당권주자들은 자신의 세력 불리기를 위해 열심히 몸을 풀고 있다. 대부분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내부 표밭을 다지기에 몰두 중이다.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김기현 의원은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후로 연일 친윤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SNS에 “우리 당 몇몇 지도자급 인사는 당의 위기 상황을 마치 남의 일인양 방관한다.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비판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국힘의힘의 공식 의견과 궤를 함께한다. 이 전 대표를 향한 윤리위 추가 징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음에도 당의 뜻이라며 당내를 의식한 행보도 서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전대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도 중도 보수 키워드를 꺼내 들고 목소리를 높인다. SNS에 의견을 표출하고, 잦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시지를 내놓는 경우도 늘었다.

또 윤정부와 밀착하며 TK 지역은 물론 수도권 세력을 확장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잠잠한 행보를 보이며 한동안 존재감이 실종됐던 과거와 대비된다. 안 의원은 아예 윤정부의 시대정신과 국정과제를 주제로 선정해 윤심을 자극할만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게 자신의 덕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혼란 가중…의견 내봤자 갈등만 커져
실세 없자 제 목소리 내는 2선 주자들

이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타격하며 보수 표심을 다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부산을 찾은 날에는 자신이 총선을 지휘할 적임자임을 자부하기도 했다. 

원외 인물 중 대표적인 당권주자로 불리는 나 전 원내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며 원내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방송 출연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 중이다. 그는 한때 복지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고사하고 당권 도전에 힘쓰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나 전 원내대표가 본격 행보를 시작한 시점은 국민의힘이 태풍 피해 지역에서 봉사활동에 나섰을 때다.

새 비대위가 출범할 때도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나 전 원내대표는 ‘플랜B’로 자주 언급되던 만큼 보수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인물로 통한다. 다만 당 대표 선호도는 초반 높은 편에 속했으나 최근 지지율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우며 원내외로 반윤 세력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그는 비윤을 넘어선 완벽한 반윤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다른 당 대표 후보군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선호도는 계속해서 1위를 수성 중이며 TK 지역에서조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전 대표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반윤 그룹의 세력화를 꾀한다. 원내의 당권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는 공식적으로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플랜B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가 여전히 어지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주자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면 오히려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단 당 문제가 해결되고 목소리를 내도 늦지 않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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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