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 못 놓는 김두천 코진연 상임회장

“정부가 유가족 눈물 닦아줘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2년8개월이 흘렀다.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와의 공존,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여전히 코로나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있다. 파헤치고 뜯어봐야 할 진상규명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 선봉에 선 김두천 코로나 진상규명 시민연대 상임회장을 만났다.

경마 경기처럼 전해지던 코로나19 확진자 수, 사망자 수 보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 변화에 따라 널을 뛰던 정부 정책도 잠잠해졌다. 2020년 1월 코로나 창궐 이후 국가 전체가 들썩였던 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확진자, 사망자, 백신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2020년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이 쏟아졌다. 정부 정책은 국민 통제를 통한 확진자 수 억제를 목표로 시행됐다. 하지만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힘을 잃었고 국민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결국 정부는 코로나와의 공존을 택했다. 현재 우리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이유다. 

김두천 코로나 진상규명 시민연대(이하 코진연) 상임회장은 “국민이 품고 있는 코로나에 대한 숱한 의문점을 국가가 나서서 해소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21일부터 정부가 시행한 ▲마스크 보급·판매 ▲사망자 장례 ▲백신 접종 ▲백신패스 등 절차마다 불거진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는 것.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 자리한 코로나 희생자 및 백신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합동분향소는 아직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한 희생자의 영정사진과 여러 단체에서 보내온 조화로 가득했다. 합동분향소 중앙에 놓인 코로나 10대 사망자의 유골함도 눈에 띄었다.


“우리 단체(코진연)가 탄생한 게 2020년 4월2일입니다. 대구에서 코로나로 난리 났던 그해 3월에 친지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서 병원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죽었는지, 화장을 했는지 소식을 전혀 못 듣고 있다. 가족은 격리돼서 식료품도 공급을 못 받고 감금된 상태인데 이게 인권이 있는 나라냐’는 한탄이 전해졌습니다.”  

김 회장은 1.5톤 트럭을 이동분향소로 개조해 대구에 내려갔다. 당시 한 장에 1500원에 달하던 마스크와 식료품을 구입해 고립된 이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주일 정도 봉사할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2년5개월이 흘렀다.

창궐 3개월 2020년 4월 설립
1주일 생각했는데 2년5개월째

‘우리를 인간 취급해준 사람이 당신뿐이다. 당신이 가면 누굴 의지하느냐’는 유가족의 눈물 어린 말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동분향소 내부는 탁자와 의자를 놔서 손님을 맞을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제법 구색을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를 돌려 사용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 분향소를 철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코로나 유가족 입장에서는 몇 안 되는 희생자 추모 장소인 것이다. 

“18세 고등학생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1주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역도선수였고 엄청나게 건강한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단 말입니다. 그 부모님이 ‘건강했던 애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 있느냐. 원인을 규명하고 싶다’고 해서 광주에 내려갔죠. 부검을 권했고 진행했는데 아직도 결과가 안 나왔습니다. 올해 1월에 있던 일입니다.”

합동분향소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유골함의 주인 이야기다. 송모군의 부모는 합동분향소를 찾을 때마다 오열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그럴 때마다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곁에서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유가족의 한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코로나 사망자와 백신 피해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게 시급합니다. 그 이후에는 코로나에 대한 진상규명을 진행해야 돼요. ‘왜 우리 가족이 죽었는지’ ‘장례 과정에서 가족이 입회를 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유가족이 받은 유골함이 정말 내 친지의 것이 맞는지’ 같은 의문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김 회장은 합동분향소 운영을 민간단체에서 하는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합동분향소는 몇몇 사람의 사재로 운영되고 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전부 턴 것은 물론 빚까지 졌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코로나 피해 제보를 받는 콜센터도 운영 중이다. 그는 합동분향소와 서울시경 앞에 위치한 콜센터를 매일 오가고 있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진상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한 부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자택서 대기 중 사망한 희생자 등을 언급했다. 특히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백신 접종과 후유증 문제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신이 개발되는 데 12년가량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의 경우 개발부터 접종까지 1년밖에 안 걸렸어요. 문재인정부는 안전성이 확보됐다면서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또 백신패스를 활성화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은 47만명, 백신으로 사망한 국민은 2400여명에 달합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품을 만한 수치 아닙니까?”

과학적 관점서 의문 풀어야
다음달 대규모 추모식 예정

김 회장은 최근에 나온 백신 관련 피해보상 청구소송 판결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0대 남성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백신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인정한 것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다음 날부터 발열, 다리 저림, 감각 이상,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겪었다. 같은 날 찾은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단발 신경병증 등을 진단받았다. 병원 측은 A씨 내원 직후 보건당국에 이상반응 발생을 신고했다.

A씨 가족은 질병청에 진료비 337만원, 간병비 25만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은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질병청은 즉시 항소한 상태다. 

“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인과성을 인정한 것인데 질병청에서 항소했단 말입니다. 우리로서는 납득이 안 가는 얘기예요. 그리고 판결도 병원비를 보상하라고 돼있는데 이건 근본적인 보상이 아닙니다. ‘코로나 재난 피해 특별보상법’을 만들어서 피해자를 아우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코로나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추모제 진행 등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60만평의 부지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이 있어 그곳에 이른바 ‘메모리얼 파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와 함께 다음달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코로나 희생자 및 백신 피해자 합동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운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평생 자기 친지나 동료의 길흉사에 다녔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자기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애도도 받지 못했어요. 사람 대우를 못 받고 돌아가셨단 말입니다. 완전히 죄인 취급을 받고 사망한 셈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게 국민의 잘못입니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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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