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은 끝났다…포위당한 윤핵관 플랜B

대통령과 손절?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들이 침묵 중이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을 인식한 모양새다. 믿을 사람은 의리를 강조하는 대통령뿐이다. 최근 일각에선 윤 대통령조차 윤핵관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마저 손을 놓아버리면 달콤했던 실세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여당을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고, 대권주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면으로 떠오른 순간 책임은 해당 인물에게 돌아갔고, 정치 생명이 끝이 나거나 위기에 몰려 입지가 순식간에 쪼그라들기도 했다. 

대선 이후 
완벽 실세

최근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더불어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의 입지가 다소 불안하다. 직전까지만 해도 분명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7월, 제3지대로 행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해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을 당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윤 대통령의 측근,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는 말은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대변하는 수식어가 됐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머쥔 뒤 윤 대통령에게 신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인물은 대선 기간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대립각을 펼친 탓에 여론 악화를 겪었던 순간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내려놓은 뒤 대선주자로 언급되자,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오른편에 위치하면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경선에 승리하고 나서는 예산과 선거사무를 총괄해 대선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세가 된 권 원내대표는 연일 광폭 행보를 보였다. 

대선이 끝난 뒤, 당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 대표까지 노렸다.

권 원내대표의 당시 위상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 때도 알 수 있었다. 악수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권 원내대표가 자신 쪽으로 이끌었다.

지난 총선에서 2500여표 차이로 간신히 4선에 성공했던 그의 입지는 탄탄한 편이 아니었다. 원내대표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1차 투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대선 직후에는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늘 파장이 컸다. 여지없는 실세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장 의원 역시 권 원내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장 의원이 본격 부활한 시점은 대선이 끝난 직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직 역할을 맡으며 윤 대통령의 신임을 가득 받았다. 그는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며 인수위에서도 조직 구성과 인선 등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지목한 인물도 장 의원이다. 그가 0선 정치인의 대통령 탄생에 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연일 타격 ‘전면전’
경찰 수사 개입 정황도 나와

대선 캠프 구성 초기 종합상황실장직을 맡으며 인선 대부분을 장 의원이 맡아서 했을 정도다. 대선 기간에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하며 발로 뛴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호흡으로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윤 대통령이 ‘체리 따봉’을 권 원내대표에게 보냈고,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때부터 권 원내대표 직무 대행 체제가 흔들렸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권 원내대표의 지인 아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 원내대표를 향한 불신이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내 혼란을 일으킨 책임 역시 윤핵관이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역시 윤핵관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향한 불신이 가득한 탓이다.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합류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화범이 소방수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더욱 점입가경인 상황이다.

타이밍을 보던 이 전 대표가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권 원내대표의 입지가 최근 들어 더욱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적극적인 여론 플레이가 먹혀든 셈이다. 그는 연일 권 원내대표, 장 의원을 비롯해 이른바 윤핵관 호소인들까지 저격하고 있다.

사방이 적
전방위 압박

그는 지난 13일 윤석열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려면 윤핵관이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 은퇴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 전 대표는 경찰 수사에서 윤핵관의 압박이 있었다며 타격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서 이 전 대표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핵관과 경찰 고위급 인사가 만났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두 인물이 만난 시점을 전후해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속도를 낼 것이라는 지시도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탄원서에서 언급한 절대자는 윤 대통령, 가까운 사람이 윤핵관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올 경우 윤핵관은 바로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일부 인용됐다. 비대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 셈이다. 내용상으로 완벽한 이 전 대표의 승리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 게 유력해졌으나 그를 향한 당내 불신이 가득하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을 향해 몇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젠 윤핵관의 은퇴까지 거론하며 극심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도 속았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이유는 윤핵관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다. 

연속적으로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를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두 인물을 저격하면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까닭이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윤핵관과 거리두기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첫 인적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쇄신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 새로 만들어진 정책기획수석에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홍보수석에는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수석을 임명했다. 쇄신을 통해 국면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인물 중 여러 인물이 사적 채용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행정관 등 중에는 윤핵관을 보좌했던 인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수가
방화범으로?

현재 비서관 산하 행정관급에서 윤핵관 라인으로 분류되던 교육비서관실, 인사기획관실의 행정관 등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본격적인 감찰에 돌입했고, 쇄신 의지가 상당하다. 이와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를 감찰 중이다. 

해당 인물은 대선 캠프 시절부터 일해왔다. 그러나 인사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감찰 대상이 된 상태다. 

감찰 대상은 해당 참모뿐이 아니다. 해당 비서관 역시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일하고 있었고, 부하 직원이 대통령실의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행정요원은 대통령실 채용 전 윤핵관을 보좌한 인물로 현재 사표를 제출했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행정관을 대통령실에 넣은 게 윤핵관이며 실제 인사 실무를 윤핵관 라인인 행정관이 다 주무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를 통해 최대 20명까지 물갈이를 하겠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 때 공을 세운 인물과 새로 합류한 참모진 사이 권력다툼의 시작이라고 해석한다. 해당 감찰과 인사개편 등이 윤핵관 라인을 걸러내자는 작업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현재 내부 감찰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통상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개편 등에 대해 “늘 인사가 이뤄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국정 어젠다를 국민 시각에서 재편하고 조정해 업무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했기 때문에 인적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감찰과 인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인적개편에서 사퇴설에 휩싸였던 김대기 비서실장도 기강 잡기에 나섰다. “비서는 원래 말이 없다”며 조용히 윤 대통령을 보좌해왔던 김 실장이지만, 최근에는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빈도가 늘었다. 

지난 18일에는 윤정부의 개편 방향을 발표했고, 지난 21일에는 직접 인선 발표를 했다. 내부 감찰과 함께 기강을 다지려는 흐름도 김대기 역할론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민생 위주 행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메시지 관리 기조도 비친다. 

대통령실도 쇄신, 감찰로 정리
과거 혁신위 사조직 반발 발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뜻을 파악하려면 대통령실보다 국회가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었다. 국정운영 등에 있어 윤 대통령의 뜻을 윤핵관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소리다. 직접 마주하고 논의하는 참모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윤핵관을 압박하고 있는 카드는 비단 대통령실의 개편뿐만은 아니다. 혁신위의 활동 역시 윤핵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대선 직후 혁신위가 출범하자 친윤 세력과 윤핵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윤핵관은 혁신위가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며 열을 올렸다. 당시에는 이 전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서 혁신위도 존폐기로에 섰다. 

그러나 비대위가 출범하고 주호영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최근 되살아났다. 주 위원장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발표한 1호 혁신안은 국민의힘 내부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게 핵심이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1호 혁신안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 부적격 심사 권한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 이관토록 한다고 발표했다. 존폐론을 딛고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주 위원장 역시 혁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차 힘을 실어줬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당 대표의 권한인 공천권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가장 불편한 이는 역시 윤핵관 세력이다.

반발이 심했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혁신위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 같은 우려에 최 의원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객관화 가능한 평가자료를 축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윤핵관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현재 윤핵관을 향한 여론은 최악으로 평가 내려진다. 강성 지지층 역시 윤핵관에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응답이 70%가 넘는다. 여러 곳에서 윤핵관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만큼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거리두기
고립 직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핵관이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라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전면전을 치르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면 윤핵관의 정치 미래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신 못 차린 권성동?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당 연찬회 이후 별도로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김동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권 원내대표가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28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관계자로 보이는 여러 인물과 함께 회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인물들은 카메라를 꺼내 권 원내대표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환호성까지 들린다.

영상 속 권 원내대표는 연찬회 때 입었던 국민의힘의 당명이 새겨진 흰색 반팔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연찬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군 훈련인 을지연습을 대비해 음주가 없는 연찬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 “술은 못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를 풀자”고 언급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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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