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시즌 끝나지 않은 ‘개고기 논쟁’

“이제 그만” 동물자유연대 
“먹을 자유도” 대한육견협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은 김칫국이었다. 지난해 말 정부 주도로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공전만을 거듭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4월 유의미한 결론을 냈어야 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기간만 연장했다. 그 사이 ‘복날’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정말 우리 사회는 ‘개고기 논쟁’을 결판낼 준비가 된 걸까. <일요시사>는 각각 개 식용에 찬성·반대하는 두 단체에 개식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현주소를 물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모든 동물이 인도적 대우를 받고,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사이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다. 

피학대 동물·유기동물 등 위기상황에 처한 동물의 구조, 농장동물·전시동물·실험동물 복지 제고를 위한 대시민 캠페인, 입법 및 정책 활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 농장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개 농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평생을 뜬장이라 불리는 철망 위에서 살아간다. 관리의 품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바닥의 좁은 면적에 체중이 실리다 보니 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가해진다.

사육 과정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개들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농장에서 도살장으로 옮겨지는 개들은 한 마리가 제대로 서지도 못할 크기의 케이지에 구겨 넣어지고, 그 상태로 던져지기도 한다. 도살 과정에서는 대개 개에게 물을 끼얹고 전기로 감전을 시키는 데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다. 쉽게 이야기해 감전사를 시키는 거다.


차라리 여기서 바로 죽음에 이른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곧이어 불에 그을려 털을 제거당하기 때문이다. 혹시 이때까지도 죽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불에 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개 식용 찬성 측에서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7년 전국 12개 재래시장에서 판매 중인 개고기를 수집해 검사했다. 조사 결과, 93개 샘플 중 3분의 2에 이르는 61개 샘플에서 8종의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

보다 엄격한 시·도축산물시험검사기관 기준을 적용해도 42개다. 일반 축종 축산물 검출 비율인 0.47%의 무려 96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균 문제 또한 항생제만큼 심각했다. 함께 진행된 미생물 배양검사에서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균들이 검출됐다.

또 최근 인간을 넘어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 및 이용은 줄이고, 불가피하게 동물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그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 식용 종식은 굳이 개를 식량으로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현 시대서 나타나는 시대적 변화의 당연한 산물이다. 굳이 개를 죽이지 않아도 돼 막자는 것과 개 식용을 용인해달라고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생명 존중 사회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몸에 좋다고? 항생제·세균 가득”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개 농장 완전 폐지까지 필요한 기간은 얼마나 되나?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를 파는 행위 등은 이미 불법이다. 따라서 개 식용은 정부가 법에 따라 행정만 집행하면 당장이라도 사실상의 종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 식용 금지에 이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절차적으로 식용 목적의 개 사육을 금지하는 입법 과정과 법 시행까지의 기간, 집행 과정 등에 소요될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짧아도 몇 년은 더 걸릴 문제다.

-개 농장 폐지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개 식용 종식의 가장 이상적인 경로는 사회적 합의로 향하는 것이다. 개 식용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종식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는 개 도살 금지 혹은 개 식용 금지와 같은 입법적 장치 확충과 산업 종사자를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개 식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실질적인 개 식용 종식 절차에 들어설 때라는 의미다. 우선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적 장치를 만든 뒤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계도·철거명령·행정집행 등 행정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동시에 전·폐업을 원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행정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일각의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비판에 답한다면?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된다‘는 명제는 비판이라기보다 악의적 왜곡에 가깝다. 임종식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하다.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 중 누가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된다고 주장하나? 마치 개 식용 반대 측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비틀고, 이에 대한 비난을 가하는 것이다.

동물보호와 권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부분 개뿐 아니라 소·돼지·닭 등 다른 동물의 고기 소비량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만 하더라도 육식을 줄이고 대신 채식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다만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장 모든 육식을 금지하자고 주장을 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수긍할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 적극적 금지 규정 만들어야”
“종사자 생계 지원 방안도 필요해”

-식용 개 업계는 머지않아 자연 소멸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제도화를 통해 ‘개 식용 금지’를 못 박을 필요성이 있나?


▲개 식용은 그 자체가 윤리적·법적인 문제로 뒤범벅돼있다. 그럼에도 ‘사양길에 들어섰으니 기다리자’식의 논리는 사회적 문제를 방치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개 식용 산업은 정부의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정책 등에 기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전환과 개입 없이 시장에만 맡긴다면 생각보다 긴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개가 또 희생될 것이다. 동시에 제도화를 통해 개 식용 종식 및 금지에 도달한다면 오랜 세월 지속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오히려 제도화가 필요하다. 마땅한 대체 생계수단이 없어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위는 수용할 수 없지만,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개 식용 산업의 몰락을 방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그리고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이들의 삶의 붕괴를 방치하는 것과도 같다. 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 식용 종식과 금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개 식용 문제 관련한 활동 이력과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그동안 우리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개 식용의 법적·윤리적 문제를 밝히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편으로는 산업종사자들이 스스로 다른 생계를 찾도록 인내심을 갖고 정부와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설득을 이어왔다. 하지만 해마다 희생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완전한 종식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다면 대화에 응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용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고착된다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불법 개 농장 및 영업행위 등을 몰아내는 데 보다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먹을 사람만 먹으면 된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농장을 운영하는 사육 농가가 모여 만든 협의체다. 전국적으로 1300개 남짓의 농가가 가입됐다. 이들은 개 식용 논쟁이 재점화될 때마다 최전방에서 사육농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의도, 종로 등지에서 집회를 열고 개 식용 금지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이들에게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이유는?

▲우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수백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국민이 먹고 즐기고 있는 개고기를, 어느 순간 법령으로 다스려 먹을 자유를 박탈하려는 행보가 적절한가. 이보다는 사회적 흐름과 적절한 협의를 통해 어느 누구도 피해 보지 않도록 다 같이 노력하는 게 옳다.

우리나라는 식문화의 특성으로 볼 때 많은 잔반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가공해 동물에게 주고, 또다시 그 동물을 사람이 섭취하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인 순환이 있을 수 있겠는가. 현재 일부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반대파가 내세운 침소봉대한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봐온 영향도 있다고 본다.

제대로 제도화해서 관리하면 일부에서 자행된다는 그런 잔인한 일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개선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반대 단체들이 노력하는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 농장 완전 폐지까지 필요한 기간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법적으로 폐기하는 것보단, 흐름에 따라 자연도태되도록 지켜보는 것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폐지 기간을 논하자면 20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 농장 폐지를 위해선 종사자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전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폐업 시 생계 유지와 관련된 구직 활동 등의 기간을 고려한 보상이 필요하다. 생존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구제방안을 검토해달라.

-“다른 고기도 많은 시대에 굳이 개를 먹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건 자유고, 그 논리에 따라 개를 안 먹을 수도 있다. 뭘 먹고 안 먹고, 육식하고 채식하는 건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개인의 선택을 왜 사회가 강제하려 드는가? 물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먹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개가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은 아니지 않은가.

소·돼지·닭·오리처럼 개 식용은 다양성 문제다. 누가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뭐라고 할 게 아니다. 만약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다면, 이는 ‘먹어야 할 것’을 규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파시즘 아닌가.

-개 식용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먹는 사람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상당수가 개고기를 즐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한 동물단체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18.8%가 ‘개를 먹거나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표본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명 가운데 1000만명 정도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온다. 여론조사가 동물권 단체에서 의뢰한 것이니 문항 자체에 개 식용 반대 프레임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적 소망성 효과 때문에 개고기를 먹는다고 말하지 못한 응답자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개는 돼지·닭·소·오리에 이은 5대 축종이다. 오리가 연간 9만2000톤 정도 소비되는데, 개는 7만톤이 소비되고 있다.

“개인의 선택 문제…사회 강요는 파시즘”
“식용 폐지하려면 합당한 대안 제시돼야”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면 개 식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파는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는데?

▲식용견은 딱 보면 안다. 우리나라 개 사육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식용견은 30여년에 걸쳐 사육 농민들이 최고급 개고기 생산을 위해 개량한 품종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품종이다. 반려견보다 몇 배는 크다. 식용견은 체중이 최소 40㎏에서 90㎏까지 나간다.

육질이 좋고 껍질이 얇은 투견, 뚱뚱해서 고기 양이 많은 미견, 털이 긴 장모 등을 교접한 결과다. 반려견과 혼동할 수 없을 정도로 외견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식용견과 반려견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걸 구분해서 키우면 문제없다.

요즘 보면 반려동물이 다양해지면서 개 말고 돼지·닭(병아리)·오리 등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더라. 개를 먹지 말라는 논리대로라면 이것들도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개가(식용견과 반려견이) 외견상 구분이 더 쉽다.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사육해 도축하는 사례가 알려졌다

▲사실과 다르다. 개 식용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선 반려견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반려견 중에 소형견은 도축하면 2근 정도 나온다. 1근에 5000원쯤 하니까, 한 마리 잡으면 1만원 정도 나오는 셈이다. 반려견이 커지면 그만큼 육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 역시 돈이 되질 않는다.

개 한 마리 도축하는 비용이 5만~6만원 선이다. 여기에 유통비용은 별도다.

반려견 가져와서 도축해봤자 밑지는 장사인데, 업자들이 이걸 할 이유가 있겠나. 세간에 알려진 사례들은 대개 정식 개 농장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제대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한두 달에 한 번씩 개인적으로 개를 잡아먹는 것이다. 이걸 우리가 한 일로 둔갑시키니 난감하다.

시골에서 노인이 자식이 놓고 간 반려견을 키우다가 줄 음식도 없고 하니 잡아먹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역시 전문 개 농장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또 가끔 개 사육농장에 자기가 키우던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잔인한가.

이걸 농민들이 굶겨 죽일 수도 없으니까, 농장 한 쪽에 묶어두고 밥을 주기도 한다. 개 농장에 개가 먹을 건 많지 않겠나. 그럼 동물단체에서 이런 걸 사진 찍어서 개 사육농장에서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도축한다고 거짓 프레임을 퍼뜨린다.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 식용 문제는 선거철 표심잡기 공약으로 매번 등장한다. 초복만 되면 그 논란이 반복된다. 정치적으로 활용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 안전한 먹거리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식용견 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약자다.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방안을 검토해달라.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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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