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시즌 끝나지 않은 ‘개고기 논쟁’

“이제 그만” 동물자유연대 
“먹을 자유도” 대한육견협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은 김칫국이었다. 지난해 말 정부 주도로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공전만을 거듭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4월 유의미한 결론을 냈어야 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기간만 연장했다. 그 사이 ‘복날’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정말 우리 사회는 ‘개고기 논쟁’을 결판낼 준비가 된 걸까. <일요시사>는 각각 개 식용에 찬성·반대하는 두 단체에 개식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현주소를 물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모든 동물이 인도적 대우를 받고,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사이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다. 

피학대 동물·유기동물 등 위기상황에 처한 동물의 구조, 농장동물·전시동물·실험동물 복지 제고를 위한 대시민 캠페인, 입법 및 정책 활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 농장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개 농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평생을 뜬장이라 불리는 철망 위에서 살아간다. 관리의 품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바닥의 좁은 면적에 체중이 실리다 보니 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가해진다.

사육 과정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개들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농장에서 도살장으로 옮겨지는 개들은 한 마리가 제대로 서지도 못할 크기의 케이지에 구겨 넣어지고, 그 상태로 던져지기도 한다. 도살 과정에서는 대개 개에게 물을 끼얹고 전기로 감전을 시키는 데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다. 쉽게 이야기해 감전사를 시키는 거다.


차라리 여기서 바로 죽음에 이른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곧이어 불에 그을려 털을 제거당하기 때문이다. 혹시 이때까지도 죽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불에 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개 식용 찬성 측에서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7년 전국 12개 재래시장에서 판매 중인 개고기를 수집해 검사했다. 조사 결과, 93개 샘플 중 3분의 2에 이르는 61개 샘플에서 8종의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

보다 엄격한 시·도축산물시험검사기관 기준을 적용해도 42개다. 일반 축종 축산물 검출 비율인 0.47%의 무려 96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균 문제 또한 항생제만큼 심각했다. 함께 진행된 미생물 배양검사에서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균들이 검출됐다.

또 최근 인간을 넘어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 및 이용은 줄이고, 불가피하게 동물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그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 식용 종식은 굳이 개를 식량으로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현 시대서 나타나는 시대적 변화의 당연한 산물이다. 굳이 개를 죽이지 않아도 돼 막자는 것과 개 식용을 용인해달라고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생명 존중 사회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몸에 좋다고? 항생제·세균 가득”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개 농장 완전 폐지까지 필요한 기간은 얼마나 되나?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를 파는 행위 등은 이미 불법이다. 따라서 개 식용은 정부가 법에 따라 행정만 집행하면 당장이라도 사실상의 종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 식용 금지에 이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절차적으로 식용 목적의 개 사육을 금지하는 입법 과정과 법 시행까지의 기간, 집행 과정 등에 소요될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짧아도 몇 년은 더 걸릴 문제다.

-개 농장 폐지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개 식용 종식의 가장 이상적인 경로는 사회적 합의로 향하는 것이다. 개 식용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종식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는 개 도살 금지 혹은 개 식용 금지와 같은 입법적 장치 확충과 산업 종사자를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개 식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실질적인 개 식용 종식 절차에 들어설 때라는 의미다. 우선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적 장치를 만든 뒤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계도·철거명령·행정집행 등 행정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동시에 전·폐업을 원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행정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일각의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비판에 답한다면?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된다‘는 명제는 비판이라기보다 악의적 왜곡에 가깝다. 임종식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하다.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 중 누가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된다고 주장하나? 마치 개 식용 반대 측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비틀고, 이에 대한 비난을 가하는 것이다.

동물보호와 권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부분 개뿐 아니라 소·돼지·닭 등 다른 동물의 고기 소비량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만 하더라도 육식을 줄이고 대신 채식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다만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장 모든 육식을 금지하자고 주장을 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수긍할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 적극적 금지 규정 만들어야”
“종사자 생계 지원 방안도 필요해”

-식용 개 업계는 머지않아 자연 소멸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제도화를 통해 ‘개 식용 금지’를 못 박을 필요성이 있나?


▲개 식용은 그 자체가 윤리적·법적인 문제로 뒤범벅돼있다. 그럼에도 ‘사양길에 들어섰으니 기다리자’식의 논리는 사회적 문제를 방치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개 식용 산업은 정부의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정책 등에 기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전환과 개입 없이 시장에만 맡긴다면 생각보다 긴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개가 또 희생될 것이다. 동시에 제도화를 통해 개 식용 종식 및 금지에 도달한다면 오랜 세월 지속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오히려 제도화가 필요하다. 마땅한 대체 생계수단이 없어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위는 수용할 수 없지만,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개 식용 산업의 몰락을 방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그리고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이들의 삶의 붕괴를 방치하는 것과도 같다. 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 식용 종식과 금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개 식용 문제 관련한 활동 이력과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그동안 우리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개 식용의 법적·윤리적 문제를 밝히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편으로는 산업종사자들이 스스로 다른 생계를 찾도록 인내심을 갖고 정부와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설득을 이어왔다. 하지만 해마다 희생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완전한 종식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다면 대화에 응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용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고착된다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불법 개 농장 및 영업행위 등을 몰아내는 데 보다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먹을 사람만 먹으면 된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농장을 운영하는 사육 농가가 모여 만든 협의체다. 전국적으로 1300개 남짓의 농가가 가입됐다. 이들은 개 식용 논쟁이 재점화될 때마다 최전방에서 사육농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의도, 종로 등지에서 집회를 열고 개 식용 금지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이들에게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이유는?

▲우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수백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국민이 먹고 즐기고 있는 개고기를, 어느 순간 법령으로 다스려 먹을 자유를 박탈하려는 행보가 적절한가. 이보다는 사회적 흐름과 적절한 협의를 통해 어느 누구도 피해 보지 않도록 다 같이 노력하는 게 옳다.

우리나라는 식문화의 특성으로 볼 때 많은 잔반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가공해 동물에게 주고, 또다시 그 동물을 사람이 섭취하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인 순환이 있을 수 있겠는가. 현재 일부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반대파가 내세운 침소봉대한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봐온 영향도 있다고 본다.

제대로 제도화해서 관리하면 일부에서 자행된다는 그런 잔인한 일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개선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반대 단체들이 노력하는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 농장 완전 폐지까지 필요한 기간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법적으로 폐기하는 것보단, 흐름에 따라 자연도태되도록 지켜보는 것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폐지 기간을 논하자면 20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 농장 폐지를 위해선 종사자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전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폐업 시 생계 유지와 관련된 구직 활동 등의 기간을 고려한 보상이 필요하다. 생존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구제방안을 검토해달라.

-“다른 고기도 많은 시대에 굳이 개를 먹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건 자유고, 그 논리에 따라 개를 안 먹을 수도 있다. 뭘 먹고 안 먹고, 육식하고 채식하는 건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개인의 선택을 왜 사회가 강제하려 드는가? 물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먹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개가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은 아니지 않은가.

소·돼지·닭·오리처럼 개 식용은 다양성 문제다. 누가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뭐라고 할 게 아니다. 만약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다면, 이는 ‘먹어야 할 것’을 규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파시즘 아닌가.

-개 식용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먹는 사람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상당수가 개고기를 즐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한 동물단체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18.8%가 ‘개를 먹거나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표본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명 가운데 1000만명 정도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온다. 여론조사가 동물권 단체에서 의뢰한 것이니 문항 자체에 개 식용 반대 프레임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적 소망성 효과 때문에 개고기를 먹는다고 말하지 못한 응답자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개는 돼지·닭·소·오리에 이은 5대 축종이다. 오리가 연간 9만2000톤 정도 소비되는데, 개는 7만톤이 소비되고 있다.

“개인의 선택 문제…사회 강요는 파시즘”
“식용 폐지하려면 합당한 대안 제시돼야”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면 개 식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파는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는데?

▲식용견은 딱 보면 안다. 우리나라 개 사육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식용견은 30여년에 걸쳐 사육 농민들이 최고급 개고기 생산을 위해 개량한 품종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품종이다. 반려견보다 몇 배는 크다. 식용견은 체중이 최소 40㎏에서 90㎏까지 나간다.

육질이 좋고 껍질이 얇은 투견, 뚱뚱해서 고기 양이 많은 미견, 털이 긴 장모 등을 교접한 결과다. 반려견과 혼동할 수 없을 정도로 외견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식용견과 반려견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걸 구분해서 키우면 문제없다.

요즘 보면 반려동물이 다양해지면서 개 말고 돼지·닭(병아리)·오리 등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더라. 개를 먹지 말라는 논리대로라면 이것들도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개가(식용견과 반려견이) 외견상 구분이 더 쉽다.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사육해 도축하는 사례가 알려졌다

▲사실과 다르다. 개 식용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선 반려견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반려견 중에 소형견은 도축하면 2근 정도 나온다. 1근에 5000원쯤 하니까, 한 마리 잡으면 1만원 정도 나오는 셈이다. 반려견이 커지면 그만큼 육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 역시 돈이 되질 않는다.

개 한 마리 도축하는 비용이 5만~6만원 선이다. 여기에 유통비용은 별도다.

반려견 가져와서 도축해봤자 밑지는 장사인데, 업자들이 이걸 할 이유가 있겠나. 세간에 알려진 사례들은 대개 정식 개 농장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제대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한두 달에 한 번씩 개인적으로 개를 잡아먹는 것이다. 이걸 우리가 한 일로 둔갑시키니 난감하다.

시골에서 노인이 자식이 놓고 간 반려견을 키우다가 줄 음식도 없고 하니 잡아먹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역시 전문 개 농장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또 가끔 개 사육농장에 자기가 키우던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잔인한가.

이걸 농민들이 굶겨 죽일 수도 없으니까, 농장 한 쪽에 묶어두고 밥을 주기도 한다. 개 농장에 개가 먹을 건 많지 않겠나. 그럼 동물단체에서 이런 걸 사진 찍어서 개 사육농장에서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도축한다고 거짓 프레임을 퍼뜨린다.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 식용 문제는 선거철 표심잡기 공약으로 매번 등장한다. 초복만 되면 그 논란이 반복된다. 정치적으로 활용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 안전한 먹거리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식용견 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약자다.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방안을 검토해달라.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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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