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없는' 민주당 자천타천 당 대표 하마평

진짜 걱정은 6월보다 8월?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하마평이 솔솔 나오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대통령선거의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던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 10주 남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차기 당 대표 하마평이 나오는 이유는 곧 있을 지방선거의 성패에 민주당 계파들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거대 세력으로 위엄을 떨치던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부터 계파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부터 ‘비문(비 문재인)계’ 의원들의 영향력이 슬슬 약진하더니 급기야 5월에 ‘비문’인 송영길 전 대표가 배출됐고, 11월에는 문 대통령과 깊게 대립했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권후보로 배출됐다.

헤게모니

최근 있었던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이(친 이재명)계’로 불리우는 3선의 박홍근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은 점차 ‘친문’에서 ‘비문’으로 당내 권력이 넘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계는 당내 친문파가 대다수인 민주당이 잇따라 비문계 인사들에게 중책을 맡기는 것을 보면서 친문의 시대가 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기도 했고, 친문에서 대표 격으로 내세운 이낙연 전 대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탓이다. 

정치에서 항상 그래왔듯 권력의 이동은 전쟁을 야기하곤 했다.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신세력과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구세력의 싸움은 두 세력의 힘이 엇비슷할 때쯤 일어났고, 이는 곧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구세력의 친문계와 신세력 친이계의 싸움이 지금 이 양상을 띠고 있다.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쪽은 친이계다. 이대로 분위기가 굳혀지면 오는 8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는 이 상임고문에게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 상임고문이 당선되면 다가오는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본인 입맛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눈밖에 난 몇몇 친문 의원들과 이 상임고문과 친이계 세력에게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는 특정 ‘친정세균계’ 의원, 그리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민평련계’ 의원들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

이번 당 대표 선거로 한번으로 민주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비주류’의 길을 걷던 이 상임고문이 민주당의 당 대표까지 올라설 가능성을 거머쥔 배경에는 개인의 능력과 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선 경선 통과 과정에서 ‘친문파’는 계파 대표로 이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운 바 있다. 경선 중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며 이 상임고문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개인 기량으로 이를 극복해낸 뒤 결선투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압승했다.

이후 벌어진 대선 본선에서는 운이 작용했다. 상대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로 국민의힘 측에서 윤 전 총장을 내세운 것은 행운이었다.

다른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리가 많던 윤 대통령 후보는 본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실수를 연발했다. 국민들 감정을 건드리는 여러 말실수를 여러 번 하기도 했고, 그의 배우자와 장모 리스크는 대장동 이슈만큼이나 화제가 돼 대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대로 무난하게 이재명으로?
지선 참패 시 ‘춘추전국시대’

그 덕분에 이 상임고문은 대선에서 큰 표 차이로 지는 수모를 피할 수 있었다. 최종 득표 차는 1%p 미만으로 이 상임고문은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 상임고문에게는 ‘재등판설’이 따라다녔다.

정치인으로서 대선후보까지 성장한 이 상임고문은 민주당의 큰 자산이 됐고, 비대위는 그 자산을 빨리 사용하길 바랐다.

지난달에는 서울시장 차출설 루머가 돌았고, 이번 달에는 이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결정됐다. 그러나 그의 앞에 ‘당 대표’나 ‘여의도 데뷔’ 같은 꽃길만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입지가 줄어들어 당 대표 선거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은 지방선거 주자들은 대부분 친이계로 채워져 있다. 이미 몇몇 의원은 공천에서 친이계의 횡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불만을 성토하는 중이다. 그런 선거를 패배한다면 대선 패배에 이어 지선 패배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 상임고문은 더 이상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와 대립하고 있는 계파들이 호시탐탐 당권을 노리고 있다. 6·1 지방선거가 사실상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승리 시엔 이 상임고문이, 패배 시엔 이 상임고문의 반대 세력의 누군가가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8월에 있을 당대표 하마평이 지금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패배했을 때는 누가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나오게 될까.

우선 최대 계파 친문의 동향이 중요하다. 거물이 마땅히 없다고 평가받는 친문계에서 내부 인물을 내세울 수도, 혹은 비이(비 이재명)계의 후보를 단체로 지지할 수도 있다. 친문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5선의 설훈 의원과 4선의 홍영표 의원 등이다. 두 인물은 과거에 이 상임고문의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해 그의 당선을 도운 바 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지향해온 친문이 극단적인 후보를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그의 적임자로 설 의원과 홍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친이계 또한 당 대표 입후보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선에서 참패하더라도 이 상임고문이 당 대표에 직접 나오지 않을 뿐, 당 대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친이계의 다른 당 대표 주자로는 4선의 우상호 의원과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거론된다.

박 의원은 재선답지 않은 당내 장악력을 인정받아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미 당 대표설이 돌았던 인물이고, 우 의원은 송 전 대표와 오래된 인연을 자랑하며 당내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지선과 공천


6월 지방선거는 여러 모로 많은 결과를 낳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웃게 되는 당이 누가 될지를 넘어 민주당 내에서는 어떤 계파가 웃게 될지도 중요해졌다. 유권자에게는 본인의 대표를 결정하는 단순한 선거지만,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다음 공천권까지 걸린 복잡한 선거가 됐다. 정치생명이 걸려있을지도 모르는 이번 선거에 민주당 인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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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