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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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의 언론탄압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참여정부시절 방송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던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언론공정성 확보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20여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해 왔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그의 목표는 또다시 '언론정상화'가 됐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문제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최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속해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는 이번 19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올해 초 공영방송 3사가 언론탄압을 이유로 동시에 파업을 하는 유래 없는 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공영방송사 사장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하고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제작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에서 현직기자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2%는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력'을 지목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언론정상화' 문제는 무엇보다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반평생을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최 의원에게 국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 지난 1985년 월간<말>지 1호 기자로 언론계 활동을 시작했다. <말>지는 해직언론인들의 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구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이하 민언련)의 기관지였다. 이후 20여 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을 하며 정치권과 인연이 닿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문성근 상임고문과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했는데, 정치를 하려고 시작했다기보다 야권통합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속에 내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초대 최고위원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 재선이상 의원들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신기하게 여유가 있어 보여 부럽다. 나는 초선이다 보니 하루하루 빈틈없이 짜여진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늘 긴장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심신은 고달프지만 보람을 느낀다.

-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유는?

▲ 대학시절 학내시위 주동으로 잠깐 감옥에 갔다 온 뒤 민언련에 <말>지 1호 기자 겸 간사로 들어갔다. 민주민중운동 현장을 누비며 르포와 인터뷰 기사를 많이 썼다. <말>지 창간호 '어느 목동아줌마의 서울 행적'을 쓰기 위해 철거 중인 목동마을에 한 달 정도 살다시피 했다. 대우자동차 파업을 취재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주변을 돌다가 운 좋게 파업관련 사진을 입수한 일도 있다. 제도권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민중적 현실을 알리는 일이 좋았다. 이후 민언련 총무, 사무국장, 사무총장, 상임대표를 맡으며 20여년 동안 일했다. 언론민주화는 사회민주화의 밑거름이다. 언론이 정상화되어야 나라가 정상화된다.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민언련은 기품 있게 원칙을 지키며 언론운동을 하는 곳이었다. 해직선배들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 정치에 입문한 후 직접 느낀 언론의 문제점이 있다면?

▲ 정치인들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좋은 소통은 서로를 성숙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 '정파적 입장'에 매몰되어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언론이 좀 더 객관적으로 사실에 기초해 보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판은 사실에 기초해야 가치가 있다.

- 문방위 위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이 주요 쟁점인데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 이명박 정권은 보수언론의 비호아래 탄생했고 방송장악으로 유지되는 정권이라고 본다. 정권초기 방송장악을 위해 KBS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게 쫓아냈는데, 정 사장이 이후 관련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무척 부끄러운 일인데 이 정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도 공영방송의 불공정보도 실상을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MBC 김재철 사장의 경우 사생활관련 의혹, 법인카드 횡령 의혹 등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건재하다. 문방위가 열리면 우리당은 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이번 국감 때도 벼르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앞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그 당시에도 언론탄압 논란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와 비교한다면?

▲ 혹시 참여정부 말 취재선진화시스템 관련 논란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언론탄압이 아니다. 방송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보도나 방송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조요청' 한 일이 없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은 <PD수첩> 작가들까지 해고하는 지경인데, 민주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황우석 관련 보도, FTA관련 비판 보도도 공영방송을 통해 모두 국민에게 전달됐다. 해당 PD들이 불이익을 당한 일도 없다.
현 정권은 물타기에 능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지적되면 인정하고 고치려하기 보다 "이전 정권도 그랬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게 정치가 퇴행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언론개혁에 반평생 투신 "아직도 목표는 언론정상화"

- 종편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보완책은 생각해볼 수 없는가?

▲ 나는 모든 방송을 재허가 심사할 때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종편은 재편방송이라고 불린다. 편파불공정보도 시비도 자주 벌어진다. 외주제작사들에 대해 매우 불친절하다. 무조건 종편을 다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원칙에 따라 엄격히 심사해 살아남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다만 지금과 같은 행태라면 몇 개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최근 "MBC로부터 사주를 받았느냐"는 취지로 김을동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가 김 의원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발언의 근거는 무엇인가?

▲ 동료의원에게 '사주를 받았냐'는 표현이 거칠었다면 그건 인정하고 표현을 순화시키도록 애쓰겠다. 하지만 MBC가 심지어 타당 의원 발언에 반대하는 여당의원의 판넬 완성본까지 삽시간에 만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다. 그런데 여당의원에게 판넬을 만들어주고, 여당의원과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도 최근 공천헌금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데 본인이 직접 경험한 공천과정은 어땠나?

▲ 현재 라디오21 양경숙씨와 관련된 의혹은 결과가 없다. 돈을 낸 사람 모두 1차 비례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과정은 깨끗했다. 비례공천을 받는데 '금전'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우리당 비례의원들은 물질적으로 넉넉한 분들도 거의 없지만 능력이나 전문성이 출중해 어디 내놓아도 아까운 분들이라고 자부한다. 물론 공천과정에서 갈등은 있었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토론하는 것 아닌가? 조용한 공천이 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새누리당 공천뇌물 사건이 터진 것 아닐까?

민주당 공천과정은 깨끗 "검찰 명예훼손 중단해야"

-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미룰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 총선 당시 지역방송협의회가 최 의원의 비례대표 추천을 적극 반대했다. 당시 그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 내 주장은 단순하다. 코바코체제에서 바로 완전경쟁체제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방통위가 미디어렙과 방송사 간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SBS 민영렙으로 광고취약매체들이 귀속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신뢰할 만한 공영렙에 귀속되고 싶어 한다. 만일 1공 1민으로 가고 SBS렙이 아니라 1민영렙이 만들어 졌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거다. 어떤 분들이 내 뜻을 곡해하고 나를 음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올해 초 만들어진 미디어렙은 문제가 많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1공1민, 종편의 1민 귀속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국회 입성 후 다양한 법안 발의와 활발한 상임위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인가?

▲ 아직 자부심 느낄 단계는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 아직 후원계좌도 열지 않았다. 연말까지 열심히 해보고 과연 내 의정활동이 후원받을 만한 것인가 판단 해보려 한다. 문방위는 내겐 익숙한 상임위라 다행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다.

-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할 현안, 법안발의 등은 무엇인가?

▲ 올해에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 방통위 구조개혁, 방통심의위 개선, 미디어교육 지원 관련 법안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여론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늘 하던 일인데 법안으로 제도화하는 게 국회의원의 몫이 아닐까 싶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1984년 12월19일 민언협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에 들어갔을 때에도 목표는 같았다. 국회에 들어왔다고 그 목표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문화와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미디어환경에 맞는 법과 제도가 필요할 거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도 미디어의 존재이유는 '소통'과 '민주적 공론장'에 있다. 목표는 여전히 '언론정상화'다. 국회에 들어온 목표가 있으니까 목표를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민희 의원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학사

▲ 월간 <말>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제3기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 국민의 명령 대외협력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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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