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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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의 언론탄압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참여정부시절 방송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던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언론공정성 확보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20여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해 왔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그의 목표는 또다시 '언론정상화'가 됐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문제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최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속해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는 이번 19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올해 초 공영방송 3사가 언론탄압을 이유로 동시에 파업을 하는 유래 없는 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공영방송사 사장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하고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제작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에서 현직기자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2%는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력'을 지목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언론정상화' 문제는 무엇보다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반평생을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최 의원에게 국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 지난 1985년 월간<말>지 1호 기자로 언론계 활동을 시작했다. <말>지는 해직언론인들의 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구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이하 민언련)의 기관지였다. 이후 20여 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을 하며 정치권과 인연이 닿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문성근 상임고문과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했는데, 정치를 하려고 시작했다기보다 야권통합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속에 내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초대 최고위원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 재선이상 의원들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신기하게 여유가 있어 보여 부럽다. 나는 초선이다 보니 하루하루 빈틈없이 짜여진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늘 긴장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심신은 고달프지만 보람을 느낀다.

-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유는?

▲ 대학시절 학내시위 주동으로 잠깐 감옥에 갔다 온 뒤 민언련에 <말>지 1호 기자 겸 간사로 들어갔다. 민주민중운동 현장을 누비며 르포와 인터뷰 기사를 많이 썼다. <말>지 창간호 '어느 목동아줌마의 서울 행적'을 쓰기 위해 철거 중인 목동마을에 한 달 정도 살다시피 했다. 대우자동차 파업을 취재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주변을 돌다가 운 좋게 파업관련 사진을 입수한 일도 있다. 제도권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민중적 현실을 알리는 일이 좋았다. 이후 민언련 총무, 사무국장, 사무총장, 상임대표를 맡으며 20여년 동안 일했다. 언론민주화는 사회민주화의 밑거름이다. 언론이 정상화되어야 나라가 정상화된다.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민언련은 기품 있게 원칙을 지키며 언론운동을 하는 곳이었다. 해직선배들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 정치에 입문한 후 직접 느낀 언론의 문제점이 있다면?

▲ 정치인들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좋은 소통은 서로를 성숙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 '정파적 입장'에 매몰되어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언론이 좀 더 객관적으로 사실에 기초해 보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판은 사실에 기초해야 가치가 있다.

- 문방위 위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이 주요 쟁점인데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 이명박 정권은 보수언론의 비호아래 탄생했고 방송장악으로 유지되는 정권이라고 본다. 정권초기 방송장악을 위해 KBS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게 쫓아냈는데, 정 사장이 이후 관련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무척 부끄러운 일인데 이 정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도 공영방송의 불공정보도 실상을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MBC 김재철 사장의 경우 사생활관련 의혹, 법인카드 횡령 의혹 등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건재하다. 문방위가 열리면 우리당은 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이번 국감 때도 벼르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앞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그 당시에도 언론탄압 논란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와 비교한다면?

▲ 혹시 참여정부 말 취재선진화시스템 관련 논란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언론탄압이 아니다. 방송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보도나 방송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조요청' 한 일이 없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은 <PD수첩> 작가들까지 해고하는 지경인데, 민주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황우석 관련 보도, FTA관련 비판 보도도 공영방송을 통해 모두 국민에게 전달됐다. 해당 PD들이 불이익을 당한 일도 없다.
현 정권은 물타기에 능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지적되면 인정하고 고치려하기 보다 "이전 정권도 그랬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게 정치가 퇴행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언론개혁에 반평생 투신 "아직도 목표는 언론정상화"

- 종편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보완책은 생각해볼 수 없는가?

▲ 나는 모든 방송을 재허가 심사할 때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종편은 재편방송이라고 불린다. 편파불공정보도 시비도 자주 벌어진다. 외주제작사들에 대해 매우 불친절하다. 무조건 종편을 다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원칙에 따라 엄격히 심사해 살아남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다만 지금과 같은 행태라면 몇 개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최근 "MBC로부터 사주를 받았느냐"는 취지로 김을동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가 김 의원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발언의 근거는 무엇인가?

▲ 동료의원에게 '사주를 받았냐'는 표현이 거칠었다면 그건 인정하고 표현을 순화시키도록 애쓰겠다. 하지만 MBC가 심지어 타당 의원 발언에 반대하는 여당의원의 판넬 완성본까지 삽시간에 만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다. 그런데 여당의원에게 판넬을 만들어주고, 여당의원과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도 최근 공천헌금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데 본인이 직접 경험한 공천과정은 어땠나?

▲ 현재 라디오21 양경숙씨와 관련된 의혹은 결과가 없다. 돈을 낸 사람 모두 1차 비례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과정은 깨끗했다. 비례공천을 받는데 '금전'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우리당 비례의원들은 물질적으로 넉넉한 분들도 거의 없지만 능력이나 전문성이 출중해 어디 내놓아도 아까운 분들이라고 자부한다. 물론 공천과정에서 갈등은 있었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토론하는 것 아닌가? 조용한 공천이 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새누리당 공천뇌물 사건이 터진 것 아닐까?

민주당 공천과정은 깨끗 "검찰 명예훼손 중단해야"

-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미룰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 총선 당시 지역방송협의회가 최 의원의 비례대표 추천을 적극 반대했다. 당시 그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 내 주장은 단순하다. 코바코체제에서 바로 완전경쟁체제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방통위가 미디어렙과 방송사 간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SBS 민영렙으로 광고취약매체들이 귀속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신뢰할 만한 공영렙에 귀속되고 싶어 한다. 만일 1공 1민으로 가고 SBS렙이 아니라 1민영렙이 만들어 졌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거다. 어떤 분들이 내 뜻을 곡해하고 나를 음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올해 초 만들어진 미디어렙은 문제가 많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1공1민, 종편의 1민 귀속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국회 입성 후 다양한 법안 발의와 활발한 상임위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인가?

▲ 아직 자부심 느낄 단계는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 아직 후원계좌도 열지 않았다. 연말까지 열심히 해보고 과연 내 의정활동이 후원받을 만한 것인가 판단 해보려 한다. 문방위는 내겐 익숙한 상임위라 다행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다.

-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할 현안, 법안발의 등은 무엇인가?

▲ 올해에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 방통위 구조개혁, 방통심의위 개선, 미디어교육 지원 관련 법안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여론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늘 하던 일인데 법안으로 제도화하는 게 국회의원의 몫이 아닐까 싶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1984년 12월19일 민언협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에 들어갔을 때에도 목표는 같았다. 국회에 들어왔다고 그 목표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문화와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미디어환경에 맞는 법과 제도가 필요할 거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도 미디어의 존재이유는 '소통'과 '민주적 공론장'에 있다. 목표는 여전히 '언론정상화'다. 국회에 들어온 목표가 있으니까 목표를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민희 의원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학사

▲ 월간 <말>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제3기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 국민의 명령 대외협력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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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