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연상호의 야심작 ‘지옥’

거부하고 싶은 진실, 믿고 싶은 거짓부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상호 감독은 국내 최고의 ‘스토리 마스터’로 불린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화 영화, 웹툰, 드라마 집필까지, 이야기와 관련된 플랫폼에는 곡 그의 작품이 있다. 이번에는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연출했다.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혼란에 빠진 세상과 진실을 고하려는 자, 진실을 감추려는 집단과의 대치를 그린다. 그 어떤 재난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을 능가할만한 걸작이라는 평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시작은 웹툰이다.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맥주 한 잔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두 사람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가 같이 작업을 하면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협업을 시작한다. 최규석 작가는 웹툰 ‘송곳’으로 웹툰 팬들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작가다.

맥주 한 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웹툰 <지옥>의 세계관은 연 감독의 데뷔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헬>과 <지옥:두 개의 삶>을 기초로 한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한 존재가 인간 앞에 나타나 죽을 날을 고지하고, 당일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나타나 인간을 죽인다는 게 골자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인간은 도망치거나,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을 못 이겨 상식 밖에 행동으로 삶을 파멸로 이끈다.

<지옥:헬>은 개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옥:두 개의 삶>은 혼란에 빠진 인간을 조명한다. 웹툰 <지옥>은 두 가지를 결합한 작품으로 현재 2부까지 나왔다. 웹툰 1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2부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온 나라에 알려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에 초점을 둔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도 웹툰과 궤를 같이 한다. 1~3부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이것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과정에 이어 초자연적인 현상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정진수(유아인 분) 새 진리회 의장이 거짓말을 남기면서 마무리된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고, 선행을 베풀고 정의롭게 살아야만 한다고 강조한 그는 고지를 받은 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신이 무자비하게 던진 공포만이 인간들을 더 선하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신념이다.

4~6부는 시간이 지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정 의장의 거짓말로 힘을 얻은 새 진리회는 막강한 경제적인 후원을 받고, 언론과 방송을 좌지우지한다. 

공포에 빠진 인간들은 죽음의 고지를 받은 자들과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죄를 고하라’면서,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한다.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연좌제를 부과해 가족까지 지속해서 괴롭힌다. 그들이 죄를 고해야만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강조하면서 악을 행하는 모습이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새 진리회와 화살촉 집단은 신에게 대항한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의 늙은 어머니를 찾아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고지를 받은 아버지를 둔 딸에게 대신 “아버지는 야한 동영상을 봤고, 회삿돈을 횡령했습니다”라고 직접 말하게 한다. 

연상호 신작 <지옥> 전대미문의 걸작
초자연적인 재난과 인간이 만든 혼돈


그런 가운데 죽음의 고지는 일종의 재난에 불과하며, 죽음을 개인의 뜻대로 평온하게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오랫동안 새 진리회를 추적해온 민혜진 변호사 세력이다.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며 새 진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 인물이다.

새 진리회의 세력이 커지면서 민혜진은 숨어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새 진리회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살인조차 쉽게 저지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 배영재(박정민 분) 방송국 PD와 송소현(원진아 분) 사이에서 태어난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가 죽음의 고지를 받는다.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의 죄는 무엇일까. <지옥>은 혼란에 빠진 세상 속 진실과 거짓 사이에 놓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최초로 좀비물을 흥행으로 이끈 연 감독은 줄곧 초자연적인 재난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부산행>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위기로 몰아넣는 인간을 그려냈고, <서울역>에서는 좀비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여성을 진짜로 무섭게 한 건 사창가 포주였다. <반도>에서도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는 서열이 낮은 인간을 오락용으로 활용하는 군인들이었다. 

<지옥>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인간들이 넘쳐난다. 그 이유가 마치 신의 뜻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이 소속한 세력의 성장 외에는 공익적 목적은 없다. 현실 속 각종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 집단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자신이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이라며 신을 팔아 위력을 사용한다.

나약한 인간들은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고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에게 유익함을 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거짓말을 믿고 싶어한다. 증거 없는 누군가의 거짓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실 속 대중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번 작품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도통 뜻을 알 수 없는 신의 섭리와 신의 뜻 앞에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 삶과 죽음 사이에서 최선을 고민하는 인간의 선택, 진실과 거짓 앞에서 혼돈에 빠진 사람들, 예수님과 비슷한 형태의 희생,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를 통한 노력 등 단순하고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철학적이다 못해 아직도 인간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종교적인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의 강렬함을 준다. 종교와 거리감이 있는 관객은 호평을 남길 테고, 종교가 삶의 중요한 일부인 사람에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수준급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는 존재 없이 작품에 녹아든 연기를 한다. 좋은 연출자와 배우 간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삶과 죽음


연 감독은 “<지옥>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기보다는,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의 다양한 해석을 기대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많은 분이 재밌게 보시고 작품을 계속 곱씹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옥>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으며, 대중 사이에서는 이 작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거대 담론을 함축적으로 써내고, 어떤 해석이든 가능하게 열려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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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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