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연상호의 야심작 ‘지옥’

거부하고 싶은 진실, 믿고 싶은 거짓부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상호 감독은 국내 최고의 ‘스토리 마스터’로 불린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화 영화, 웹툰, 드라마 집필까지, 이야기와 관련된 플랫폼에는 곡 그의 작품이 있다. 이번에는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연출했다.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혼란에 빠진 세상과 진실을 고하려는 자, 진실을 감추려는 집단과의 대치를 그린다. 그 어떤 재난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을 능가할만한 걸작이라는 평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시작은 웹툰이다.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맥주 한 잔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두 사람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가 같이 작업을 하면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협업을 시작한다. 최규석 작가는 웹툰 ‘송곳’으로 웹툰 팬들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작가다.

맥주 한 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웹툰 <지옥>의 세계관은 연 감독의 데뷔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헬>과 <지옥:두 개의 삶>을 기초로 한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한 존재가 인간 앞에 나타나 죽을 날을 고지하고, 당일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나타나 인간을 죽인다는 게 골자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인간은 도망치거나,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을 못 이겨 상식 밖에 행동으로 삶을 파멸로 이끈다.

<지옥:헬>은 개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옥:두 개의 삶>은 혼란에 빠진 인간을 조명한다. 웹툰 <지옥>은 두 가지를 결합한 작품으로 현재 2부까지 나왔다. 웹툰 1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2부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온 나라에 알려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에 초점을 둔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도 웹툰과 궤를 같이 한다. 1~3부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이것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과정에 이어 초자연적인 현상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정진수(유아인 분) 새 진리회 의장이 거짓말을 남기면서 마무리된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고, 선행을 베풀고 정의롭게 살아야만 한다고 강조한 그는 고지를 받은 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신이 무자비하게 던진 공포만이 인간들을 더 선하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신념이다.

4~6부는 시간이 지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정 의장의 거짓말로 힘을 얻은 새 진리회는 막강한 경제적인 후원을 받고, 언론과 방송을 좌지우지한다. 

공포에 빠진 인간들은 죽음의 고지를 받은 자들과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죄를 고하라’면서,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한다.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연좌제를 부과해 가족까지 지속해서 괴롭힌다. 그들이 죄를 고해야만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강조하면서 악을 행하는 모습이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새 진리회와 화살촉 집단은 신에게 대항한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의 늙은 어머니를 찾아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고지를 받은 아버지를 둔 딸에게 대신 “아버지는 야한 동영상을 봤고, 회삿돈을 횡령했습니다”라고 직접 말하게 한다. 

연상호 신작 <지옥> 전대미문의 걸작
초자연적인 재난과 인간이 만든 혼돈


그런 가운데 죽음의 고지는 일종의 재난에 불과하며, 죽음을 개인의 뜻대로 평온하게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오랫동안 새 진리회를 추적해온 민혜진 변호사 세력이다.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며 새 진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 인물이다.

새 진리회의 세력이 커지면서 민혜진은 숨어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새 진리회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살인조차 쉽게 저지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 배영재(박정민 분) 방송국 PD와 송소현(원진아 분) 사이에서 태어난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가 죽음의 고지를 받는다.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의 죄는 무엇일까. <지옥>은 혼란에 빠진 세상 속 진실과 거짓 사이에 놓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최초로 좀비물을 흥행으로 이끈 연 감독은 줄곧 초자연적인 재난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부산행>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위기로 몰아넣는 인간을 그려냈고, <서울역>에서는 좀비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여성을 진짜로 무섭게 한 건 사창가 포주였다. <반도>에서도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는 서열이 낮은 인간을 오락용으로 활용하는 군인들이었다. 

<지옥>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인간들이 넘쳐난다. 그 이유가 마치 신의 뜻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이 소속한 세력의 성장 외에는 공익적 목적은 없다. 현실 속 각종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 집단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자신이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이라며 신을 팔아 위력을 사용한다.

나약한 인간들은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고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에게 유익함을 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거짓말을 믿고 싶어한다. 증거 없는 누군가의 거짓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실 속 대중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번 작품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도통 뜻을 알 수 없는 신의 섭리와 신의 뜻 앞에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 삶과 죽음 사이에서 최선을 고민하는 인간의 선택, 진실과 거짓 앞에서 혼돈에 빠진 사람들, 예수님과 비슷한 형태의 희생,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를 통한 노력 등 단순하고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철학적이다 못해 아직도 인간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종교적인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의 강렬함을 준다. 종교와 거리감이 있는 관객은 호평을 남길 테고, 종교가 삶의 중요한 일부인 사람에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수준급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는 존재 없이 작품에 녹아든 연기를 한다. 좋은 연출자와 배우 간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삶과 죽음


연 감독은 “<지옥>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기보다는,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의 다양한 해석을 기대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많은 분이 재밌게 보시고 작품을 계속 곱씹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옥>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으며, 대중 사이에서는 이 작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거대 담론을 함축적으로 써내고, 어떤 해석이든 가능하게 열려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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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