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의 낭만

“‘도전을 응원한다’ 말이 마음에 남네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정우성은 낭만주의자로 통한다. 누군가는 쉽게 하지 못할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하거나, 기부하거나 굳이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한다. 잃을 것이 많은 그지만,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미담이 많다. 인간적이고 배려심이 많다고 한다. 섬세하게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미담만큼 직업도 많다. 배우가 직업이지만, 영화 제작자로도 연출가로도 꿈을 꾼다. 이번에는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나섰다. 한국에서 시도된 적 없는 SF 판타지 장르다. 낭만을 앞세운 도전자로 나선다.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처음 나섰다. 당시 그는 “제작자로 이끈 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철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온정에 이끌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걸 철이 없다고 표현한 셈이다. 

주인공 W
로망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이윤정 감독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스크립터였다. <놈놈놈>에서 인연을 맺은 이 감독은 <나를 잊지 말아요>의 시나리오를 정우성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뿐 아니라 이 감독의 모든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W’였다. 정우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 로망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나를 잊지 말아요>는 단편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감독은 단편을 보완해 장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정우성을 만나 자문했다.

이 감독을 만난 정우성은 그에게 “단편영화 시나리오는 왜 안 보여줬어?”라고 물어봤다. 이 감독은 “어떻게 보여줘요?”라고 반문했다. 정우성은 당연히 단편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대본을 보여주는 것이 결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시 정우성은 그 주저함이 싫었다고 한다. “로망은 꿈이라는 건데, 왜 시도조차 못 했을까요. 그 고정관념이 싫었다”고 했다.

정우성은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보완할 게 아니라 새로운 장편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그렇게 새 시나리오를 썼다. 정우성은 그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직접 배우로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직접 좋은 제작자를 알선하려 했으나,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때는 2015년, 영화계에서 멜로는 죽은 장르였다. 아무리 정우성이라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감독은 당시만 해도 연출력이 입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었다. 시나리오 수정 요구가 심했다. 정우성은 일부 제작사의 요구가 이 시나리오의 미덕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작자로 나섰다. 철이 없었기 때문에 멋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고, 철이 없었기 때문에 도전도 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정우성의 낭만’이라고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이어 두 번째 제작 작품
“처음 철이 없었고, 이번엔 너무 어려웠어요”

비록 영화는 <내부자들>과 <히말라야>의 맹공으로 인해 42만의 관객수를 동원하는 데 그친다. 약 10억원의 손해가 있었지만, 한국 영화계에 의미 있는 도전으로 기억된다. 

정우성은 다시 한 번 꿈을 꿨다. 우연히 본 단편영화 <고요의 바다>를 보고 제작자로 나서야겠다는 마음이 꿈틀댔다. 물의 보급량이 권력을 입증하는 디스토피아가 <고요의 바다>의 배경이다. 물이 넉넉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계급의 척도다.


무례한 사람은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어요?”라고 질문한다. 요즘으로 치면 “월급이 넉넉하겠어요?”를 대신하는 말이다.

그런 시기 물을 구하기 위해 달에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5년 전 달에 있는 물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발해기지라는 곳에서 연구했다. 아쉽게도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5년 만에 재시도되는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가 물이 없어서 달로 간다는 설정에 매료됐어요. 지구를 떠난 우주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생기는 긴장감을 구현해내면 충분히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첫 번째 제작은 관계에서 출발했고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몰랐으니까. 두 번째 제작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제작자로서 제삼자적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려고 했어요.”

한국에서 시도된 적 없는 SF 장르다. 엄청난 세트 비용과 막대한 CG 비용이 든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장르라고도 볼 수 없다. <나를 잊지 말아요>가 그랬던 것처럼, <고요의 바다>도 비슷한 장벽에 부딪혔다. 선뜻 영화에 투자하겠다는 배급사가 나오지 않았다.

SF 스릴러
높은 장벽

<고요의 바다>가 가진 고유성, 반짝반짝한 설정은 차치하고 상업적인 코드를 집어넣으려는 의견이 많았다. 한참 때를 기다리다 넷플릭스를 만났다. 

“SF 스릴러 미스터리가 국내에서는 첫 시도예요. 이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움직임은 보였는데,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는 동반되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상업적으로 안전한 코드를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이 작품이 가진 무모한 도전이 생명이고 개성이거든요. 이를 훼손하려고 했었어요. <고요의 바다>만의 세계관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죠. 해외 배급사는 좀 더 이해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던 차에 넷플릭스와 함께하게 됐어요. 그리고 에피소드를 8개로 늘렸습니다.”

<고요의 바다>가 가진 가장 독특한 설정은 월수다. 달에서 나온 물인데, 이 물은 증식을 한다는 것. 인간의 체내에 흡수되면 그 안에서 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물의 증식을 막지 못하는 인간은 몸에 있는 모든 물을 쏟아내고 죽음을 맞이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숙주를 죽이는 좀비 영화의 설정이 물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월수는 이 작품이 가진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에요. 원석을 가공해가는 작업을 촘촘히 했죠. 단편은 메시지가 강하다면, 장편은 비주얼이 필요하죠. 이 독특한 설정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절대적으로 반짝해야 할 이게 반짝했나’라는 우려가 있긴 해요.”

정우성의 직업은 배우다.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도 배우로서 나오되 제작자를 겸했다. <고요의 바다>는 철저하게 제작자로서만 역할을 맡았다. 주위에서 카메오 출연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말도 꺼내지 마라”면서 출연 자체를 거부했다. 후반부 목소리로만 등장했다.

정우성으로선 특별하게 새 옷만 입은 셈이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제작자를 하면서 많이 돌아본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 배우로서 정우성이 추구해야 하는 세계관은 무엇인지, 작품을 고를 때 세상에 추구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고민을 했어요. 이번에도 이 영화를 내놓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지에 고민도 많았고요. 이러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다른 걸 추구하는 건 위선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들었죠. 앞으로도 연출과 제작을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무슨 고민을 해야 할지도 되물어요.”

프로 의식
스타의 왕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상에서 <고요의 바다> 출연진은 “현장에 마트가 있었다”고 기뻐했다. 빵과 과자, 음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는 것이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쉬는 시간에 해당 다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제작자의 세심한 배려였다. 

“저한테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로 생각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예요. 식료품을 놓는 건데요. 그것만으로 스태프들이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면,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죠. 이러한 작업이 우리가 각자 프로로서 할 일을 하고 헤어지는 건데, 어찌 됐든 함께하는 거잖아요.”

“<고요의 바다>의 세계관을 온전히 세상에 내놓기 위해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는 과정이잖아요. 그러려면 결속력이 중요해요. 그런 결속력을 위한 작은 행위인데, 배우진이 마트라고 표현해줘서 감사해요. 촬영 현장은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즐거운데, 누군가는 즐겁지 않으면 제가 좋지 않더라고요. 누구든 즐거웠으면 했어요.”

대부분 배우는 프로의식을 갖고 일한다. 특히 이름값이 널리 알려진 스타일수록 그렇다. 자신의 잘못은 물론이고, 주위 스태프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책임까지 짊어지는 게 스타의 몫이다. 20대 초반부터 스타라는 왕관을 쓴 정우성의 프로의식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세밀할 가능성이 크다.


제작자 정우성도 마찬가지였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촬영 현장을 매일 같이 출근했다. 제작자가 매일 출근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세트 촬영이라서 상주했어요. 달에서 뛰는 신을 찍는데, 발자국이 찍혔어요.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스태프가 있었어요. 작업 순서를 명확히 정해주지 않으면 한 신 찍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어요. 동선도 세심하게 잡고, 다른 길목에서 스태프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어요.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제가 경험이 많은 편이라 현장에서 많은 걸 결정했죠.”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이야기, 독특한 설정 등 <고요의 바다>는 콘텐츠로서 도전의 성격이 강하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낸다. K-콘텐츠의 클리셰라 할만한 유머와 신파는 거세했다. 작품의 속도감도 더딘 편이다. 빠르게 상황이 흘러가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관에 완전히 매료됐죠”
“<오징어 게임>이 흥행의 기준? 너무 가혹해”

대중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 중에도 전 세계 3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재밌게 봤다는 말이 제일 좋았어요. 재밌게 봤다는 말이 사실 추상적이긴 해요. ‘뭐가 재밌다는 거지?’라는 질문까지는 안 하고 싶더라고요. 어떤 한 사람의 상상 안에서 각자 새롭게 구현해내는 게 더 좋더라고요. 또 하나 좋았던 건 ‘도전을 응원한다’는 문구였어요. 제작자로서 작품이 재미있고 없음을 떠나 의미를 알아주시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시청자들에게 의미를 강요할 수 없는데, 이름 모를 시청자분께서 그 도전의 가치를 이해해주셨을 때 기쁨을 느꼈습니다.”

영화 <비트>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 떠오른 후 벌써 25년째를 맞이한다. 영화를 촬영할 때 사용하는 카메라는 필름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넘어왔다. 대형 극장의 입김 아래 이뤄졌던 극장 시스템은 멀티플렉스라는 형태가 됐다. 대기업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됐고, 영화 산업의 부피는 상상할 수 없이 커졌다.

영화계는 또 다른 혁신 과정을 거치고 있다. OTT 플랫폼이다. 집에서도 전 세계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OTT 플랫폼의 혁신적인 성장에 한국의 창작자들이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규모 자본과 한국 창작계는 아름다운 공생을 이어가는 중이다. 영화계의 변화를 온몸으로 거친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코로나19가 OTT 플랫폼이 시청자의 피부로 흡수되는 데까지 시간을 앞당긴 것 맞는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없었어도 플랫폼의 다각화는 있었을 것 같아요.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은 있었을 것 같아요. 시간만 앞당겨졌을 뿐 갑작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도래했네요. 코로나19를 우리는 극복할 거예요. 그리고 극장 문화를 다시 즐길 거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어요. 그리고 OTT 플랫폼과 극장은 양립할 거라고 봐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 세계 영화팬들이 한국 작품을 본다는 건 벅찬 일이에요. 그에 따르는 큰 책임이 동반되는 것 같아요. 의식이 많이 되네요.”

<오징어 게임> 신드롬 이후 국내외에서 K-콘텐츠의 흥행 기준이 <오징어 게임>에 맞춰준 느낌도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 1위를 찍어야 하며, 대다수 해외 팬들이 K-콘텐츠를 보고 느끼고 환호하는 장면이 담긴 2차 콘텐츠도 무수히 쏟아져야 한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이 당연한 기준이 되고 있다. 

OTT·극장
양립 가능

“가혹한 일입니다. 저희는 그 기준을 빨리 떼야 해요. <오징어 게임>은 사회적 현상이고 돌풍이에요. 그런 현상을 겪은 할리우드 작품이 몇 개나 있나요. 다른 나라에서도 몇 작품 없어요.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우연적인 현상을 얻은 것이고요. 제작자나 감독이나 배우가 닿겠다고 노력해서 닿을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작품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떼야 합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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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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