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잡아먹는 넷플릭스의 두 얼굴

고맙지만 나쁘다…쏟아지는 두 가지 시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례없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작품의 인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나 ‘달고나’ 등의 식품도 각 나라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과 함께 넷플릭스가 국내 IP(지적 재산권) 시장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등 양면적인 반응이 나온다. 

넷플릭스 내에 있는 모든 콘텐츠의 순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릭스 패트롤’ 사이트를 보면 진기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가입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TV 인기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유럽에서는 덴마크, 동남아시아 몇 개국에서만 2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동시 1위

동남아시아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친 작품은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다. 덴마크만이 <카스타제만덴>이라는 작품이 1위다. 덴마크를 제외하면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 중인 것.

아이돌 그룹 BTS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 정도로 관심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가 뜨겁게 열광하는 건 놀라울 따름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데, 우리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내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 알려지려면, 배급사나 방송사가 각 나라의 유통망을 일일이 뚫어야 할 뿐 아니라 자막을 나라마다 제작해야 하고, 홍보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넷플릭스가 하고 있다. 90개국의 망 시스템을 구축한 넷플릭스는 비교적 손쉽게 홍보할 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제작사가 감당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를 넷플릭스가 대신해주는 셈이다. 

비교적 자본이 적은 제작사에서 이야기와 영상물로만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갖춘 시스템이 콘텐츠에서 강점을 발휘한 한국 제작자의 능력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

이를 파악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 관련 투자 비용을 매년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에 1년에만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본과 충분히 시간을 주는 제작 시스템은 국내 제작사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국내 4대 배급사라 불리는 영화 배급사를 비롯해 각 드라마 제작사는 대체로 비용은 최소화하되 그 안에서 최대치의 효율을 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수백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국뽕 차오른다’ 연이은 호재 반기는 여론
“세금·망 사용료도 안내?” 때리는 정치권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장면을 삭제하거나, 비교적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억지스러운 CG를 넣기도 했다.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PPL을 넣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불가피하게 사용했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요소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창작자에 있어서는 최고의 조건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지상파 드라마 한 회 제작비는 6억원에서 7억원인데, 넷플릭스의 회당 제작비는 20억원에서 30억원을 육박한다.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 

<킹덤>에서의 물밀 듯이 밀려오는 좀비 떼나 <오징어 게임> 내에 화려한 세트 역시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구현이 가능했다. 국내에서 제작됐다면, 화려한 미장센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촬영을 비롯해 편집 등 후반 작업까지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창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 늘 마감에 쫓기던 창작자들이 비교적 여유 있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중간광고가 삽입되지 않아 작품을 끊기지 않고 쭉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갑작스럽게 제품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식의 컷을 넣지 않아도 된다. 여러 방면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나 영화 배급사는 국내 시청자만 노리고 작품을 만들어야 해서, 신선한 소재보다는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원한다. 지역색이 강하거나 소수만 즐기는 장르는 피하는 현상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전 세계 수천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꼭 K-콘텐츠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좋으면 제작에 돌입한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역시 너무 설정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기피한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클리셰도 짙을 뿐 아니라 이른바 ‘K-신파’가 강하다며 공개 초반에는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신선한 면이 강하긴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장면도 많다는 얘기다. 비록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세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비 1/5
가성비 갑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킹덤> 시리즈나 <인간수업> <스위트홈> <D.P.>도 국내에서는 제작하기 힘든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대중성보다는 선명한 색감의 작품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

한국 시장의 또 다른 강점은 좋은 가성비에 있다. 할리우드는 드라마 한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에 육박한다. 할리우드에서 9화 분량의 <오징어 게임>을 만든다면 평균 900억원이 든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순제작비가 200억원이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대략 계산해도 약 700억원을 남긴다. 


무려 700억원을 남기는데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제작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을 비롯해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해 탄생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국가와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훌륭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한국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한국 콘텐츠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콘텐츠 제작 회사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은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펠런 쇼>에 출연하는 등 해외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유능한 연출가나 작가, 배우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용이해진 것.

특히 배우들의 경우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에이전트나 소속사와 계약을 맺는 등의 부가적인 작업이 필요한데, 작품의 성공만으로 비교적 쉽게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큰 자본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작품만 잘 만들면 해외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대감이 상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울러 웹툰 업체나, 게임 업체 등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IP 회사들도 영상물 제작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협업해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웹툰사와 게임사 등 IP 회사도 영상물 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영상물 제작을 하려고 한다”며 “능력 있는 제작자들은 이미 대기업과 손을 잡고 작품을 개발 중이다. 엔터 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넷플릭스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에 따른 수익 배분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제작사는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거둘 수 없다”며 “일정 부분 외주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하는 등 상생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넷플릭스와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 같은 주장은 현업에 종사하는 제작자들에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른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산업으로 도박성이 짙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친 요구라는 의견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리턴이 큰 예도 있지만, 대다수 작품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잘된 작품의 리턴으로 실패한 작품의 리스크를 메우는 격이다. 그런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수익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주장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계약을 어긴 것도 아니고,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드라마가 흥행했다고 수익을 더 내놓으라는 건 너무 무식한 소리”라며 “넷플릭스가 리스크를 감내할 때는 왜 아무 말 않다가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력에 엔터 업계는 기대감 ↑
독점에 대한 견제 필요 “미리 대비해야”

정치권은 이외에도 넷플릭스에 세금 회피 의혹을 제기하고, 망 사용료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77%)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해 넷플릭스가 부담한 법인세는 21억여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을 의도적으로 낮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또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소송 중이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SKB는 반소로 맞섰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법원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 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망 사용과 관련해서는 “트래픽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증명된 오픈커넥트(OCA)를 ISP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록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공동의 소비자들께 고품질의 콘텐츠를 원활히 제공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과 콘텐츠 산업에서 호의를,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독점권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각 나라마다 OTT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90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디즈니 플러스나 HBO 등은 미국 내에서 OTT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쿠팡플레이나 티빙, 왓챠,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처럼 세계적인 플랫폼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플랫폼 산업의 경우 한 업체가 경쟁사를 밀어낸 뒤 완전한 독점을 갖게 되면, 그 이후에는 대중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재 OTT업체 중 1위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전한 독점
철저한 대비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 세계에 망을 구축한 넷플릭스의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제작사들이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있어 힘의 논리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완전한 독점 기업이 됐을 땐 국내 IP 산업 전체가 넷플릭스에 끌려다닐 수 있다”며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 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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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