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잡아먹는 넷플릭스의 두 얼굴

고맙지만 나쁘다…쏟아지는 두 가지 시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례없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작품의 인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나 ‘달고나’ 등의 식품도 각 나라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과 함께 넷플릭스가 국내 IP(지적 재산권) 시장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등 양면적인 반응이 나온다. 

넷플릭스 내에 있는 모든 콘텐츠의 순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릭스 패트롤’ 사이트를 보면 진기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가입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TV 인기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유럽에서는 덴마크, 동남아시아 몇 개국에서만 2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동시 1위

동남아시아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친 작품은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다. 덴마크만이 <카스타제만덴>이라는 작품이 1위다. 덴마크를 제외하면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 중인 것.

아이돌 그룹 BTS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 정도로 관심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가 뜨겁게 열광하는 건 놀라울 따름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데, 우리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내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 알려지려면, 배급사나 방송사가 각 나라의 유통망을 일일이 뚫어야 할 뿐 아니라 자막을 나라마다 제작해야 하고, 홍보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넷플릭스가 하고 있다. 90개국의 망 시스템을 구축한 넷플릭스는 비교적 손쉽게 홍보할 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제작사가 감당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를 넷플릭스가 대신해주는 셈이다. 

비교적 자본이 적은 제작사에서 이야기와 영상물로만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갖춘 시스템이 콘텐츠에서 강점을 발휘한 한국 제작자의 능력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

이를 파악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 관련 투자 비용을 매년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에 1년에만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본과 충분히 시간을 주는 제작 시스템은 국내 제작사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국내 4대 배급사라 불리는 영화 배급사를 비롯해 각 드라마 제작사는 대체로 비용은 최소화하되 그 안에서 최대치의 효율을 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수백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국뽕 차오른다’ 연이은 호재 반기는 여론
“세금·망 사용료도 안내?” 때리는 정치권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장면을 삭제하거나, 비교적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억지스러운 CG를 넣기도 했다.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PPL을 넣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불가피하게 사용했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요소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창작자에 있어서는 최고의 조건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지상파 드라마 한 회 제작비는 6억원에서 7억원인데, 넷플릭스의 회당 제작비는 20억원에서 30억원을 육박한다.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 

<킹덤>에서의 물밀 듯이 밀려오는 좀비 떼나 <오징어 게임> 내에 화려한 세트 역시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구현이 가능했다. 국내에서 제작됐다면, 화려한 미장센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촬영을 비롯해 편집 등 후반 작업까지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창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 늘 마감에 쫓기던 창작자들이 비교적 여유 있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중간광고가 삽입되지 않아 작품을 끊기지 않고 쭉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갑작스럽게 제품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식의 컷을 넣지 않아도 된다. 여러 방면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나 영화 배급사는 국내 시청자만 노리고 작품을 만들어야 해서, 신선한 소재보다는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원한다. 지역색이 강하거나 소수만 즐기는 장르는 피하는 현상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전 세계 수천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꼭 K-콘텐츠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좋으면 제작에 돌입한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역시 너무 설정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기피한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클리셰도 짙을 뿐 아니라 이른바 ‘K-신파’가 강하다며 공개 초반에는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신선한 면이 강하긴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장면도 많다는 얘기다. 비록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세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비 1/5
가성비 갑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킹덤> 시리즈나 <인간수업> <스위트홈> <D.P.>도 국내에서는 제작하기 힘든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대중성보다는 선명한 색감의 작품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

한국 시장의 또 다른 강점은 좋은 가성비에 있다. 할리우드는 드라마 한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에 육박한다. 할리우드에서 9화 분량의 <오징어 게임>을 만든다면 평균 900억원이 든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순제작비가 200억원이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대략 계산해도 약 700억원을 남긴다. 


무려 700억원을 남기는데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제작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을 비롯해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해 탄생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국가와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훌륭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한국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한국 콘텐츠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콘텐츠 제작 회사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은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펠런 쇼>에 출연하는 등 해외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유능한 연출가나 작가, 배우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용이해진 것.

특히 배우들의 경우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에이전트나 소속사와 계약을 맺는 등의 부가적인 작업이 필요한데, 작품의 성공만으로 비교적 쉽게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큰 자본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작품만 잘 만들면 해외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대감이 상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울러 웹툰 업체나, 게임 업체 등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IP 회사들도 영상물 제작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협업해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웹툰사와 게임사 등 IP 회사도 영상물 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영상물 제작을 하려고 한다”며 “능력 있는 제작자들은 이미 대기업과 손을 잡고 작품을 개발 중이다. 엔터 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넷플릭스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에 따른 수익 배분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제작사는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거둘 수 없다”며 “일정 부분 외주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하는 등 상생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넷플릭스와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 같은 주장은 현업에 종사하는 제작자들에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른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산업으로 도박성이 짙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친 요구라는 의견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리턴이 큰 예도 있지만, 대다수 작품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잘된 작품의 리턴으로 실패한 작품의 리스크를 메우는 격이다. 그런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수익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주장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계약을 어긴 것도 아니고,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드라마가 흥행했다고 수익을 더 내놓으라는 건 너무 무식한 소리”라며 “넷플릭스가 리스크를 감내할 때는 왜 아무 말 않다가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력에 엔터 업계는 기대감 ↑
독점에 대한 견제 필요 “미리 대비해야”

정치권은 이외에도 넷플릭스에 세금 회피 의혹을 제기하고, 망 사용료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77%)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해 넷플릭스가 부담한 법인세는 21억여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을 의도적으로 낮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또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소송 중이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SKB는 반소로 맞섰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법원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 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망 사용과 관련해서는 “트래픽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증명된 오픈커넥트(OCA)를 ISP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록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공동의 소비자들께 고품질의 콘텐츠를 원활히 제공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과 콘텐츠 산업에서 호의를,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독점권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각 나라마다 OTT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90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디즈니 플러스나 HBO 등은 미국 내에서 OTT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쿠팡플레이나 티빙, 왓챠,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처럼 세계적인 플랫폼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플랫폼 산업의 경우 한 업체가 경쟁사를 밀어낸 뒤 완전한 독점을 갖게 되면, 그 이후에는 대중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재 OTT업체 중 1위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전한 독점
철저한 대비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 세계에 망을 구축한 넷플릭스의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제작사들이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있어 힘의 논리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완전한 독점 기업이 됐을 땐 국내 IP 산업 전체가 넷플릭스에 끌려다닐 수 있다”며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 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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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