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남자 골퍼들이 2021 시즌 개막과 함께 맹타를 휘둘렀다. 김시우와 케빈 나는 오랜만에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고, 챔피언스 투어 2년 차에 접어든 최경주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김시우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1시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시우는 지난달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113만4000달러(한화 12억원).
울려 퍼진 승전보
2016년 윈덤 챔피언십,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승리를 따냈던 김시우는 이 대회 우승으로 3년 8개월 만에 개인 통산 3승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 중 PGA 투어에서 3승 이상을 올린 건 최경주(8승)에 이어 김시우가 두 번째다. 또한 김시우는 2023년까지 투어 카드를 보장받았고, 오는 4월 마스터스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김시우의 우승은 극적이었다. 15번 홀까지 1타 차 2위로 선두를 추격하는 상황에서 김시우는 16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온 그린 시킨 후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진 17번 홀(파3)에서 홀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1타 차 단독선두로 나섰다. 그러고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6m 거리에 붙인 후 파를 지켜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시우는 이번 우승 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7개 대회에 출전해 컷오프를 두 번 당했고,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오른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김시우, 3년8개월 만 3승
케빈 나, 통산 5승 달성
우승을 확정한 뒤 김시우는 “우선 이 골프장에는 좋은 기억이 있는데, 처음으로 PGA 투어 기회를 이 코스에서 얻었고, 내가 17살에 이 코스에 오면서 투어 Q-스쿨을 통과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여기에 오면 자신감 있게 플레이 했었는데, 이번 주에도 그때 기억을 살려서 조금 더 편안하게 플레이 했던 것 같고, 이런 좋은 기억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병훈은 3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9위, 임성재도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1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이경훈은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8타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는 PGA 투어 소니 오픈(총상금 660만달러)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케빈 나는 지난달 1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를 기록해 한타 차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 상금은 118만8000달러(한화 약 13억원).
이날 케빈 나는 브렌던 스틸(미국)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전반까지는 스틸의 선두 수성 분위기였다. 13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케빈 나는 14번 홀(파4)에서 스틸이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를 적어낸 사이 또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4명의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이어 15번 홀(파5)에서도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우승 발판을 마련한 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케빈 나는 2019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이후 1년3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2011년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어스 아동병원에서 첫 우승을 한 케빈 나는 2017-2018시즌인 2018년 7월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우승하며 네 시즌 연속 1승씩을 달성했다.
최경주, 개막전 공동 11위
일제히 부진 탈출 신호탄
최경주는 PGA 챔피언스 투어 개막전 미쓰비시 일렉트릭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 공동 11위에 올랐다. 최경주는 지난달 2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폴레이 코나 후알랄라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2개로 막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우승을 차지한 대런 클라크(21언더파 195타)에 11타 뒤진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는 지난해 5월 만 50세를 넘기면서 PGA와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앨리 챌린지에서 챔피언스 투어 데뷔전을 치러 6개 대회에 참가한 최경주는 찰스 슈워브 시리즈 앳 오자크스 내셔널 공동 7위와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 클래식 공동 6위로 두 차례 톱10에 들며 첫 시즌을 마쳤다.
경쟁력 재확인
이번 대회 첫날 공동 5위로 출발해 데뷔 첫 승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둘째 날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 15위로 밀려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마지막 날 경기 전반 9개 홀에선 1타밖에 줄이지 못해 순위가 뒤로 밀렸으나 후반에만 3타를 줄여 공동 11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대런 클라크는 지난해 10월 열린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스 투어 데뷔 첫 승을 올린 이후 약 3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31만달러(약 3억4000만원)다. 리티프 구슨(남아공)이 19언더파 197타를 쳐 2위, 제리 켈리(미국)는 3위(17언더파 199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