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③교수님의 수감담

“교도소가 재소자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교도소는 작은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밥 한 숟가락,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불씨가 폭력과 결합돼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7사는 이 과정서 불을 더 크게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교도소서 시작된 불은 이제 사회로 향하고 있다.
 

▲ 이병진 동명대 교수 ⓒ고성준 기자

“한 나라의 대통령님께서도 (재소자가)죄인들이니까 나쁜 놈들이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재범이 일어나고 부패를 배워나간다. 청렴하게 이끌어주실 공무원들이 인격 이하의 짓을 하는데 어찌 저희 죄인들이 무엇으로 존경하고 따르며 지낼 수 있겠는가.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 길들이려 억압하고 탄압하면 그 순간뿐이다.”

4명 중 1명
다시 교도소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표두형이 지난해 대검찰청에 보낸 편지의 일부다. 지난 3월 전주교도소서 출소한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표두형은 술에 취한 채 쇠파이프를 들고 전주교도소로 들어가려 했다. 다시 구속된 그는 “교도관들이 자기를 칼로 찌르는 꿈을 계속 꾼다”며 울먹였다. 

출소 이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표두형은 사회에 나와서도 ‘전주교도소 트라우마’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의 일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교도관에 대한 불만은 분노로 변해 타인을 향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법무부, 교정본부,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그의 화병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박성철은 현재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아들의 편지 글씨체가 전주에 있을 때하고 확연히 달라졌다”고 편지를 내보였다. 서씨에 따르면 박성철은 전주 때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로 수감생활 중이다. 

서씨는 “아들이 전주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을까 늘 전전긍긍했다”며 “접견실서 만나면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서서 ‘(CRPT들을)죽여버릴 거다’ ‘치 떨리는 놈들’ 같은 말을 하곤 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매년 출소자 재복역률을 조사하고 있다. 출소자 재복역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사람이 출소 이후 재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출소 3년 이내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26.6%였다. 출소자 4명 중 1명은 3년 이내에 교도소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상할 수 없는 폭력 일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움 지켜줘야”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2년 출소자를 대상으로 재복역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법무부 교정본부서 시행하고 있는 교정교화 교육이 출소자의 재사회화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평가는 실제 교도소 재소자나 출소자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었다. 

이병진 동명대 교수는 “재소자에게 ‘너는 개야, 쓰레기야. 사회서 지워져야 해’ 같은 폭력을 5년, 10년 가하다 보면 재소자 스스로도 자신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짐승이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려 멈추는 일은 없지 않나.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재소자의 폭력성이 강해질수록 그 피해는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주교도소의 알몸 검신, 서신검열에 문제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일요시사> 회의실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전주교도소 7사를 비롯해 교도소 내부 상황을 구조적인 측면서 진단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밀폐돼있어 문을 닫으면 재소자에게 굉장한 공포감을 주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교도소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약처방이다. 7사에 갔다 왔는데도 통제되지 않는 재소자가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버려둔다. 교도관들도 7사까지 갔으면 갈 데까지 간 놈이라고 여긴다.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 일어나는 곳이다. 

-전주교도소서 7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교도소는 특수권력관계 조직이다. 위계적인 힘에 의해 작동한다. 행위자는 교도관 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교도소 즉 조직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조직적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 평가
실제와 괴리

-재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교도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처음에는 회유하려 들다가 안 되면 협박한다. 출력(교도소서 일하는 것)을 자르거나 처우를 차단해 고립시킨다. 그 다음에는 자극을 가한다. 검방(재소자들의 방을 불시에 검사하는 것)으로 약점을 잡아 징벌방에 보내는 식이다. 여기서 재소자가 타협하면 유야무야 되는 것이고, 저항하면 7사 같은 곳에 끌려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재소자가 교도소와의 싸움서 이길 수 있나.

▲힘의 관계서 재소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재소자는 녹취나 사진, 영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재소자가 증언을 약속해도 교도관 입장서 (증언을)포기시킬 방법은 무수히 많다. 영치금, 출력 같은 재소자들의 아쉬운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 되면 이송시키는 방법도 있다. 기법은 수천, 수만 가지다.
 

-교도소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교도소 자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살얼음판, 전쟁터다. 재소자들은 음식과 의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적은 양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다 보니 재소자들은 늘 제 몫을 챙겨야 한다는 긴장상태에 있다. 밥 한 숟가락, 약 한 알 같은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나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된다. 우발적인 싸움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제압하는 과정서 가혹행위로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은 일순간에 재소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7사 같은 가혹한 상황으로 재소자를 밀어넣으면 끝이다. 재소자들의 인권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방식이다. 교도관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그 방식에 중독된다. 교도관의 폭력에 노출된 재소자들은 더 강렬하게 저항하고 진화해 업그레이드된 폭력성을 내재한 채로 사회에 나가게 된다. 

사소한 다툼
제압의 폭력

-최근 조두순 사건도 그렇고, 재소자의 인권 문제는 늘 논란이었다.

▲재소자의 인권은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한다. 국민 정서 상으로는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지만 법적 판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서 생기는 괴리감이다. 재소자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해줘선 안 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법 감정서 비롯된 것이다. 인권을 복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 자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다.

다만 특수한 조건이나 환경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도소에 수감하는 경우도 한 사례다. 재소자들은 이미 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너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왔으니 인간이 아니야, 개, 돼지야’ 취급하는 건 재소자들의 폭력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교도소가 재소자들을 더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인가.


▲일반인을 7사서처럼 손과 발을 묶은 채 밥도 개처럼 먹으라고 한다면 채 3일도 못 돼 정신이 붕괴될 것이다. 최소한의 경계조차 넘어선 조치다. 이 경우 재소자들은 ‘어차피 갈 데까지 갔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든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일반 시민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인지.

▲개가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리네, 물지 말아야지’ 하는 경우는 없다.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폭력에 노출됐던 재소자는 출소 후에도 그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킨다. 그런 상태의 출소자를 우리 사회는 감당할 수 있는지, 2차적인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재소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도소의 가혹행위 강해질수록
일반 시민이 받을 피해 커진다”

-재소자의 폭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소한의 인간다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사람이라는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선은 필요하다. 재소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은폐할 게 아니라 공론화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제약을 하고 제재를 가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적은 많았지만 교도소의 변화는 더딘 편인데.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이 들어왔다. 당시 형무소는 그저 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재소자의 인권이나 2차 범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식민지 잔재는 그대로 이어졌고 심지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교도소를 악용했다. 형의 집행에 대한 부분만 계속 강제한 채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또 예산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결정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교정본부’에 머물러 있다. 교정본부는 법무부 전체 공무원과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교정시설에 지원을 늘리라고 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을까.

▲박근혜정부 때 경찰 공무원을 크게 늘렸다. 경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범죄율도 늘어난다. 그 말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원도 증가한다는 뜻이다. 예산이나 인력은 하나도 늘리지 않은 채 재소자만 늘어나면 과밀수용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도관들은 효율성을 위해 더 폭력적으로 변할 거고, 그럼 7사가 아니라 제2의 7사, 제3의 7사가 나와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임시방편뿐
더 나빠진다

“현재 교도행정은 해열제를 써서 열만 확 낮추고 그걸 정상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미 장기는 다 썩어가고 있는데 임시방편으로 눈가림만 하고 있다. 문제는 해열제의 남용으로 내성이 생기고 그 사이 장기는 다 녹아내려 손쓸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서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재소자의 인권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안전 차원서 생각해봐야 한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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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