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①살 떨리는 증언들

손발 묶고…때리고…밥도 개처럼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누군가에겐 공포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겐 치가 떨리는 기억의 현장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괴물 양산소’라 했다. 20여년 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그럼에도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 그들은 그곳을 ‘7사’라 부른다.
 

▲ 전주교도소 ⓒ고성준 기자

교도소의 존재 이유는 ‘단절’과 ‘교화’다.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재사회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국내 교도소의 기능은 교화보다 단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높은 담으로 인한 물리적 단절과 재소자에 대한 혐오로 생긴 심리적 거리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교도소를 성역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공포의 방

요새화된 교도소는 외부의 감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됐다. 재소자들의 목소리는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했다. ‘재소자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은 교도소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눈감아줬다. 그 결과 교도소는 재소자를 더 악랄한 범죄자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재소자를 악에 받치게 만든다’는 7사는 전주교도소 내 또 다른 사각지대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있는 전주교도소는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정시설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와 미결수를 동시에 수용 관리하고 있다. 

미결수와 기결수는 1∼6사동에 나눠 수감된다. 전주는 여전히 폭력 조직의 위세가 상당하고 그로 인한 조직범죄가 많아, 전주교도소에서는 조직에 따라 사동을 나눠 재소자를 수감하기도 한다. 별칭으로 월드컵 사동과 나이트 사동으로 불린다. 이 외에 아픈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병사동이 있다. 


7사는 일반사동에 속하지 않는 특별사동으로 보호실, 진정실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재소자가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진정과 보호를 목적으로 잠시 수감하는 곳이다. 일반사동과 달리 재소자들이 항시 기거하진 않는다. 취사장 앞에 자리하며 기결수 사동과 가깝다. 

지난해 말 자신을 전주교도소 재소자라고 밝힌 표두형이 <일요시사>로 편지를 보냈다. 올해 3월까지 5개월여에 걸쳐 날아든 편지서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아내를 통해 언론사, 교정본부, 법무부, 대검찰청,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전주교도소서 겪은 일과 7사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편지를 수십통 보냈다.

“7사라는 데 들어가면 죽어서 나와” “여기 7사라는 곳이 있어. 거기 들어가면 고문당하는 거야” “CRPT(기동순찰팀)가 날 건들고 꼬틀이(꼬투리) 잡고 7사에 집어넣으려고 해” “7사라는 곳 가보지는 않았지만 날 묶어 보내려 한다. 서대문 형무소 같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시설에 수감(수갑) 채워 던져 놓는다” “전주교도소 7사 폐쇄하라고 하세요. 7사는 인간이 갇혀서도 짐승이 갇혀서도 안 되는 공간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폭력 들리지 않는 비명
보호실 뒤에 숨은 진짜 모습 공개

전주교도소서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7사에 대한 소문에 빠삭했다. 전주의 스터디카페, 빨래방, 부산의 구치소, 인천의 다방, 영월의 당구장 등에서 만난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으면서 마치 ‘입을 맞춘 듯’ 7사의 악명에 대해 설명했다. 

#. 교도소에 들어가자마자 7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형님들이 거기 끌려가면 안 된다고 겁을 줬다. 어느 날 방에 누워 있는데 “살려주세요” “교도관” “주임님”하면서 악쓰는 목소리가 들려 ‘저게 7사서 나는 소리구나’ 생각했다. 운동 시간에 7사에 갔다 왔다는 놈이 바지를 벗었는데, 다리가 피멍으로 새카맸다. 손하고 발을 묶어서 어두운 곳에 던져놓는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관구실에 불려갔다가 CCTV 화면에 잡힌 무슨 덩어리를 봤다. 좁은 방에 사람이 묶인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교도관에게 물었더니 이불 같은 걸로 가리더라. 수갑을 뒤로 채워놓고 밥 먹을 때도 풀어주질 않아 개처럼 먹는단다. CRPT들이 내게도 ‘7사에 못 보내서 한’ ‘너를 못 묶어서 한’이라고 말하곤 했다.(표두형, 전주 스터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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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누워있다 보면 가끔 벽 너머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지(사동도우미)로 일하는 동안 3명이 7사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1명은 원래는 점잖은 분이셨는데 민원실서 깽판을 쳤다. 그분은 끌려갔다가 금방 나왔다. 교도관들에게 빌었다고 하더라. 1명은 CRPT하고 갈등이 생겼는데 순식간에 4명이 달라붙어서 넘어뜨렸다.

또 1명은 오우창이라고 좀 바보다. 좀 모자랐다. 얘는 조금만 떠들어도 CRPT들이 ‘7사에 보내버린다’고 윽박질렀다. 7사에 끌려갈 때는 뭘 모르니까 그냥 얌전히 걸어갔다. 갔다 오고 나면 ‘7사 안 가고 싶다’ ‘못가겠다’며 부들부들 떨었다. 우창이 부모님이 전주 남부시장서 장사를 한다. ‘내 아들이지만 전화 못하게 해주시고 잘 관리 부탁드립니다’ 하고는 영치금만 넣어주고 한 번도 찾아오질 않았다. 

어느 날에는 한 지적장애인이 다른 사람하고 싸움이 붙었다. 진짜 치고 박고 싸운 건데, 둘 중 좀 모자란 사람만 7사에 끌려갔다. 나머지 사람은 매주 찾아오는 접견인도 있었고, 영치금도 빵빵했다. 끌려간 애는 뭐 아무것도 없었고.(송재환, 전주 빨래방)

재소자들은
다 아는 곳

#. 밤에 고함소리가 들려 뭐냐고 물으면 형님들이 7사로부터 나는 소리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멀쩡한 사람이 7사에 갔다 오면 반병신이 되거나 이상해져서 나온다고들 하더라. 어릴 때 소년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문제를 일으키는 애들에게 구속복을 입혔다. 아마 그 구속복이 전국 교도소에 보급된 걸로 안다. 

그런데 7사에선 구속복을 안 입히고 뒷수갑을 채워 포승으로 묶는다고 했다. 독방도 사고를 치거나 규율을 어기면 가는 곳이라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지만 하는 짓거리를 보면 7사는 좀 심하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일을 CRPT들이 크게 만드는 식? 

그래도 7사 이야기가 바깥으로 알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교도소는 접견인이 민원을 넣는 것에 굉장히 신경 쓴다. 그런데 연고지도 없고 면회도 안 오고 영치금도 별로 없다? (무슨 짓을 해도) 소문이 안나니 얼마나 좋겠나.(신두호, 전주 빨래방)

#. 7사에 끌려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족이 저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남편일 텐데 그런 취급을 받고 있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슬로 손을 뒤로 묶고, 발을 묶은 뒤 다시 둘을 연결해 사람 몸을 활처럼 만든다고 했다. 그 상태로 있다 보면 사람이 말 그대로 미쳐버린다. 소리를 안지를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전철환, 인천 다방)

#. 2000년, 2003년에 전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취사장 앞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7사가 있었다. 우리끼리는 ‘먹방’이라고도 불렀다. 빛이 잘 들지 않고 어두워서, 또 그 안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해서. 벽은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스티로폼 같은 푹신한 재질로 덧대놨다. 그런 방에 갇히면 손에는 수갑을, 발에는 족쇄를, 머리에는 헤드기어 같은 걸 채우고 씌운다. 3종 세트라는 말을 쓸 거다, 요즘엔.(강기동, 영월 당구장)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7사에 대해 ▲자해를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재소자를 끌고 간다 ▲빛이 없는 좁은 방에 가둔다 ▲수갑을 뒤로 채운다 ▲3종 세트(수갑, 족쇄, 헤드기어)를 착용시킨다 ▲곡소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적능력이 떨어지거나 접견인이 없는 재소자가 일반 재소자에 비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사 시간이나 용변이 급해도 풀어주지 않는다 등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고함 소리
3종 세트

소문의 실체는 2017년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전주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와 그의 어머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재소자 박성철은 CRPT가 “니 어미를 생각하라”는 등 어머니를 언급한 말에 화가 나 창틀 사이로 그의 눈을 찔렀고, 그러자 CRPT 4명이 방으로 한꺼번에 들이닥쳐 머리를 바닥에 찧고 발로 옆구리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박성철은 2017년 11월 전주교도소 CRPT들을 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고소 이후에도 CRPT들이 자신을 주먹과 무릎으로 때리고 2주 넘게 수갑을 세게 조이는 등 보복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CRPT들은 오히려 박성철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진술 조서 등에 따르면 박성철은 CRPT들과 충돌한 이후 7사에 수감됐다. 그는 “교도관 폭행에 대해 접견 금지와 일반사동 대신 7사동(보호실)서 지내도록 금치 45일의 징벌 처분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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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소 10일 이상 7사에 수감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동안 자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른바 3종 세트를 착용한 채 생활했고 3차례에 걸쳐 CCTV가 없는 복도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의견서 등에 따르면 박성철이 수갑 등 3종 세트를 차고 있던 기간은 17일에 이른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접견이 막혀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너무 걱정돼서 변호사에게 접견을 가달라고 부탁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성철에 대한 접견은 한 달 이상 제한된 상황으로 가족조차 그의 상태를 살필 수가 없었다.

변호사가 만난 박성철의 상태는 처참했다. 변호사가 접견을 가기까지 10일가량 교도소서 수도를 막아놓아 그 사이 그는 전혀 씻지 못한 상태였다. 변기에도 용변이 둥둥 떠다닐 지경이었다. 3~4일간 헤드기어를 쓰고 있어서 양코 주변으로 하얀 곰팡이가 가득했다. 

손목에 수갑, 다리에 족쇄를 착용한 상태로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마룻바닥에 방치돼있었다. 아침마다 수갑을 꽉 조이는 바람에 손목에는 고름이 낭자했다. 자료에는 전주교도소 의무과 주임이 ‘(박성철의) 손이 다 썩는다’며 수갑을 풀게 했다는 부분도 있다.


출소자들 증언 대부분 같아
2017년 소송 과정에서 확인

박성철은 CRPT들이 자신을 제압하는 과정서 사망한 재소자를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CRPT들이 발목에 무언가를 찔러 넣으면서 ‘안태윤이 후유증으로 죽었다’며 항복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진술은 박성철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서도 나온다. 

당시 진술조서에 따르면 “한두원 교위가 ‘죽은 안태윤이도 나한테 많이 당했다. 너도 당해봐라’라고 말하면서 아킬레스건 쪽에 스테이플러 같은 것을 찔러 넣었다”는 부분이 있다. 또 “많은 재소자들이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 사실 접견을 오지 않는 재소자들이 더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2018년 1월에도 박성철은 7사에 수감됐다. 7사에 수감된 재소자는 박성철뿐이었다. 당시 7사 근무일지에 따르면 박성철은 “몸이 언 것 같다. 너무 추워 한숨도 못 잤다. 몸 왼쪽이 마비되는 느낌이 온다. 얼굴 한쪽에 경련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또 저녁 시간 내내 수갑을 뒤로 차고 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7사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최상익도 “7사는 문제수를 수용한다는 미명 하에 별도로 만든 방이다. 모든 공간이 폐쇄돼있고 하나 있는 창문도 벽을 향해 나 있어 밀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며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RPT들이 반말과 욕설 등으로 재소자들을 자극하고, 재소자들이 화를 내면 보디캠을 켜서 그 부분만 촬영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수갑과 족쇄 때문에 손목과 발목에 고름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씨는 “7사에 갔다 온 재소자들은 손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수갑을 어찌나 조여 놓는지 손목에 상처가 났다가 아물기를 반복해 나중에는 흉이 남는다. 7사의 표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성철을 부산구치소 화상접견을 통해 마주했다. 그는 3년이 지났음에도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던 변기” “구둣발로 밟혔다” “모포도 없이 냉골의 바닥서” “수갑을 꽉 조여서” 등의 말을 했다. 이어 “나는 죄를 지어 교도소에 들어왔다. 내가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처럼 짓밟는 건 너무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같이 때려도
한쪽만 처벌?

당시 전주교도소는 박성철의 주장에 “집단폭행과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문제의 독방에는 CCTV가 없어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박성철과 전주교도소 측의 맞고소는 박성철이 교도관 폭행 혐의 등에 대해 형을 추가로 받는 것으로 끝났다. 박성철이 고소한 CRPT들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됐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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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