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2세 경영’의 민낯

‘뒤로 뒤로…’ 황태자의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푸르밀이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등을 도모하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공교롭게도 푸르밀의 부진한 행보는 오너 2세 체제 가동과 시기와 맞물린다.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황태자는 경영 능력 입증은 고사하고 헛발질의 연속이다.
 

▲ 신동환 푸르밀 대표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유제품 제조업체다. 푸르밀의 계열 분리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얄궂은 인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선 찾더니
최악을 선택

고 신 명예회장의 막내 남동생인 신 회장은 오랫동안 형과 함께하며 롯데건설·롯데제과 대표이사, 롯데햄·우유 부회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신 회장은 1990년대 중반 형제 간 분쟁을 거치며 그룹의 모든 직위서 해임됐고, 신 회장은 2007년 4월 롯데햄으로부터 롯데우유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했다. 2009년 1월 사명을 푸르밀로 바꾼 건 롯데그룹의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롯데라는 우산을 벗어 던진 푸르밀은 짧은 숨고르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2009년 남우식 대표이사를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가 신의 한 수였다. 남 대표 취임 첫해 거둔 매출 2000억원 돌파와 분사 이래 첫 흑자라는 결과물은, 푸르밀의 홀로서기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후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매출은 2012년 3000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흑자 행진은 2017년까지 쉼없이 이어졌다. 꾸준히 순이익을 발생시킨 덕분에 남 대표 취임 직전 129억800만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2012년부터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2017년에는 이익잉여금만 271억900만원이 쌓일 만큼 내실이 탄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푸르밀의 고공행진을 이끌던 남 대표 체제는 2017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유업계 경쟁 심화와 유류 소비 하락이라는 겹악재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적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남 대표의 마지막 임기였던 2017년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수준인 15억400만원으로 떨어졌고, 순이익은 10억원 밑으로 주저앉는 등 2008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던 만큼 눈앞에 닥친 수익성 악화를 이겨낼 만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변혁을 꾀하고자 꺼낸 카드는 놀랍게도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였다. 2017년 12월31일부로 사임한 남 대표의 후임 대표이사직은 같은 날 신 회장이 넘겨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흘 뒤에는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환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됐다. 표면상 두 명의 대표가 지휘하는 형태였지만, 사실상 오너 2세로 경영권이 승계쯤으로 비춰졌다.

신 대표는 취임과 함께 변화를 도모했다. 특히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1998년 롯데제과 기획실에 입사해 롯데우유 영남지역담당 이사, 푸르밀 부사장 등을 거친 신 대표는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며 신 대표 취임 첫 해에 신규 출시한 가공유 제품만 30개에 육박했다. 다른 유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머뭇거리는 모습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신 대표가 불러온 신선한 바람이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쯤으로 여겨졌다.

하는 건 많은데
결과물은 글쎄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물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신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는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반등은커녕 뒷걸음질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취임 첫해부터 고꾸라진 실적은 제품 개발에 쏟은 신 대표의 열정을 순식간에 퇴색시켰다.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된 최근 2년간 푸르밀의 주요 실적 지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취임 직전이던 2017년에 2574억85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이듬해 2301억2600만원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 2011억3800만원을 찍은 2009년 이래 최악의 결과물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더욱 처참했다. 신 대표 임기 첫 해였던 2018년에 영업손실만 15억200만원에 달하면서 10년 만에 적자전환됐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88억9600만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판관비(579억7200만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전년 대비 약 75억원 줄어든 매출총이익(490억7600만원)이 마이너스를 키웠다.

같은 시기에 순손실로 전환도 이뤄졌다. 2018년과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각각 4억3500만원, 71억2300만원이다. 거듭된 순손실의 여파로 인해 2017년 기준 271억900만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95억52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하면 올해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상반기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올렸을 거라고 예상되는 수순”이라며 “푸르밀 또한 비슷한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빚은 쌓이고…총체적 난국
회사 어려워도 경영권 굳건

좀처럼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푸르밀의 현 상황은 작지 않은 위험 요인을 내포한다. 일단 해를 넘길수록 커지는 부채 규모가 자칫 회사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경향은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되면서부터 부쩍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로 손꼽혔다. 이 같은 특징은 부채비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푸르밀의 2017년과 2018년 부채비율은 각각 87.1%, 77.7%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부채비율이 102.8%로 높아지는 등 매우 양호했던 재정건전성에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한 건 2016년 이래 3년 만이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회사의 실적 악화 와 부채 증가가 엇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신준호 푸르밀 회장

총자본의 지속적인 감소가 부채비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656억87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푸르밀의 총자본은 2018년 651억29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579억5900만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요동친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띠기 시작한 총부채 때문이다. 2018년 505억82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부채는 1년 사이 595억8200만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증대됐다.

시간 갈수록
기대치 하락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푸르밀의 재정건전성이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준이 됐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2017년 81.1%로 가뜩이나 기준치를 하회했던 푸르밀의 유동비율은 이듬해 78.8%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63.5%로 후퇴한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유동부채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556억4500만원을 나타냈는데, 유동부채의 급격한 오름세는 차입금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2017년 202억24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224억71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25억79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빚에 기대는 경향이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라는 건 차입금의존도를 통해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2017년 16.5%였던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19.4%에 이어 지난해 27.7%로 치솟았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수준으로 인식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위험요인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매년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차입금 항목서 두드러진 특징은 차입금 전액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환 부담으로 연결된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단기차입금이 244억1045만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으며, 장기차입금 중 만기도래를 앞둔 유동성장기차입금 62억원과 매출채권 양도액 중 만기 미도래분 18억8900만원까지 단기성 차입금으로 분류 가능하다. 연도별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3%서 지난해 27.7%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또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탓에 순이익 감소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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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농업중기자금대출 형식으로 농협은행으로부터 장기차입금으로 빌렸다가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변환된 62억원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연이자율이 0.53∼1.57%였던 반면, 산업은행으로부터 회전대출 및 운전자금 용도로 단기 차입했던 140억원의 경우 연이자율이 2.4∼2.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빌려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매년 5억∼6억원가량의 순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예년에 비해 높게 책정돼있음을 감안하면 올해는 차입금에 따른 이자부담이 예년보다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푸르밀이 오너 경영 체제를 천명한 이상 최근 드러난 부진한 성과는 신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능력과 연결될 소지를 남긴다. 물론 신 대표 체제서 드러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물이 당장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긴 힘들다. 푸르밀의 지분 구조와 승계 구도서 신 대표의 입지가 워낙 견고한 까닭이다.

롯데우유 계열 분리 과정서 지분 100%를 인수한 신 회장은 인수 직후 우리사주조합에 10%가량을 주고 나머지 90%를 보유해왔다. 신 회장은 2012년 7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운데 30%를 아들과 딸, 손자들에게 증여하며 지분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삽질 거듭해도
확고한 입지

현재 신 회장이 푸르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2대 주주는 딸 신경아 푸르밀 이사(12.6%)다. 신 대표는 지분 10%를 보유한 3대 주주지만, 두 아들인 재열·찬열군이 각각 보유한 4.8%와 2.6%를 더하면 사실상 2대 주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승계 1순위였던 동학씨는 2005년 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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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