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4·15 무소속 돌풍 추적

‘바람몰이’ 판 커지는 패자부활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의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엔 ‘무소속 바람’이 불고 있다. 무소속 연대의 가능성도 함께 점쳐진다. 실제로 2008년 18대 총선서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친박 무소속 연대’ 중 11명이 당선되는 파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무소속 바람이 돌풍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공천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나같이 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역구민들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공천 후폭풍
정치 낭인들

38.7%.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이다. 범보수 진영의 통합을 이루고자 새로 출범한 통합당은 예상대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다. 현역의원 119명 중 총 46명이 공천서 탈락했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서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칼날은 더 매서웠다. TK 현역 의원 20명 중 11명이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물갈이 비율은 55%에 달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 출범부터 공언했던 대로다. PK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현역 의원 23명 중 3명이 컷오프, 10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교체율은 무려 57%에 육박한다. 당 안팎에선 비박(비 박근혜)과 친박(친 박근혜)을 모두 쳐낸 과감한 개혁공천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공관위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의원들과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는 등 당 내부에서는 그만큼 거센 논란에 직면해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치명적으로 보인다.

결집해도 모자랄 판인데 표가 분열되면서 상대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2일, 양산을 출마를 포기하고 통합당 현역이 없는 대구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협잡에 의한 공천 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결코 승복할 수 없어,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깊이 검토했다”며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어 대구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탈당 및 복당에 대해서는 “후보 등록 전 탈당해야겠으나 300만명 당원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줄 때 나가겠다”며 “이 못된 협잡 공천에 관여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으며 복당한 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잇단 나홀로 출마행
현역 프리미엄으로 정당 담장 넘을까

통합당 공관위는 홍 전 대표의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려는 그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잡음 끝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출마하는 것으로 타협안이 만들어지면서 양산행을 확정지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과의 빅매치가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대진표는 얼마 안 가 바뀌고 말았다. 통합당이 양산을서 지역구 후보자를 추가로 모집했고, 나동연 전 양산시장이 이에 나선 것. 통상적으로 현역 혹은 거물급 주자가 있는 지역구서 추가 후보자를 모집할 경우 기존 인물의 컷오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결국 홍 전 대표는 나 전 시장과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공천서 탈락했다.


갑작스럽게 ‘정치 낭인’으로 전락해버린 홍 전 대표는 “내 길을 가겠다”며 무소속 출마 카드를 꺼냈다. 홍 전 대표는 현재 양산을 떠나 대구 수성을 출마를 발표한 상태다. 이곳은 통합당 주호영 의원이 4선을 한 곳이지만, 주 의원이 수성갑으로 옮기면서 경선 지역이 됐다.
 

▲ 홍준표 전 미래통합당 대표

수성을에서는 통합당 이인선·정상환 예비후보의 경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 후보는 4년 전 당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고, 정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민주당에선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그 역시도 정치 초년생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의 수성을 출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홍준표 전 대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대구서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종로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패배할 때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가 종로서 패배하고, 홍 전 대표가 대구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홍 전 대표에게 당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무소속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전 대표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은 만큼 총선서 크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전 대표 역시 “대구는 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는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양산 못지않는 험지”라고 답했다.

대대적 물갈이
어부지리 미풍

만약 홍 전 대표가 대구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의 ‘몸값’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자신이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전 공관위원장과 합작해 자신을 컷오프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성을은 대표적인 보수야당의 아성과 같은 곳이다. 사실상 험지로 꼽히는 종로에 출마하는 황 대표와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황 대표의 ‘이유 있는 희생’은 회복 가능하지만, 홍 전 대표의 패배는 추후 정치인으로 재기하기엔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 대표의 대구행이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대구지역의 보수 표심이 자연스레 분열되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대구는 무소속 출마해도 수성갑 이외에는 민주당이 될 리가 없다”고 당에 피해가 가지 않음을 확신했다. 보수 표심이 갈라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는 공관위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의 무소속행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통합당 주호영 의원 역시 홍 전 대표 출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소속이 많아지면 당이 선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연대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또 다른 거물급 주자인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도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5일, 공관위로부터 공천이 배제된 이후 “당을 잠시 떠난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공천서 배제된 PK와 TK 중진들이 뭉치는 영남권 무소속 벨트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통합당이 다시 분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총선서 형성된 ‘친박벨트’와 같은 무소속 연대가 이뤄진다면 이들은 영남권을 둘러싼 보수진영 내 각축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서 탈락한 의원들이 ‘친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면서 11명이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던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영남권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던 당시와 상황이 달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찻잔 속 태풍?
기사회생 기회?

미풍에 그친다면 오히려 당의 승리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전 지사가 출마하는 지역은 TK만큼은 아니지만 ‘통합당 공천 = 당선’ 공식이 성립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도 꾸준히 나오는 편이기에, 야권이 분열되면 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인천 미추홀을 둘러싼 잡음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이 공천 탈락 후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을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선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그는 컷오프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지역구 기반을 워낙 탄탄하게 했던 덕분에 48.1%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 통합당 공관위는 인천 미추홀에 인천시장 출신인 현역 안상수 의원(3선)을 전략공천했다. 만약 이들의 내전이 격화된다면 여당 후보가 반사 이익을 받아 승리할 공산이 커진다.

현재 통합당 현역 의원 중 컷오프된 의원은 모두 20여명에 달한다. 이 중 ▲김재경(경남 진주을) ▲이은재(서울 강남병) ▲백승주(초선·경북 구미갑) ▲정태옥(대구 북갑) ▲김석기(경북 경주) ▲이주영(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등은 컷오프된 후 재심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고위가 재심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공관위에 공천 탈락자에 대한 재의 요청을 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공관위는 회의를 열고 해당 공천을 재논의하게 된다. 이 경우 공관위원 9인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공천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

현재까지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당 공천서 최고위가 재심를 요구하고 이를 공관위가 받아들임으로써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재심 청구 수용 사례는 사실상 거의 없었던 만큼 향후 무소속행 대열에 합류할 의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야권 표심을 분열 시키면서 당의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당 내부에서는 이들이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대 ‘친박’ 11명 당선 기염
이번엔 구심점 없어 미지수

김 전 공관위원장은 홍 전 대표 등을 향해 “앞으로 정당정치를 하는 데 있어 용납되기 어렵다”며 “특히 지금처럼 문재인정권에 심판을 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도 힘겨운 이런 상태서 무소속으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길인가. 문정권을 위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들 사이서도 무소속 출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청·함양·거창·합천의 신성범 통합당 예비후보는 김태호 전 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두고 “명분과 논리야 어떻든 결국 야권분열로 이어지고 문재인정권을 돕는 결과로 가져올 것”이라며 “여야 일대일 구도여야만 문정권을 심판할 수 있고 정권교체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역 프리미엄보다 정당 프리미엄이 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익명의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무소속 출마는 홍 전 대표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체제의 대결로 넘어가기 때문에 선거서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현역이래도 기존 정당의 브랜드와 조직력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무소속 출마를 유리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서 중요한 정서가 ‘언더독’ 정서다. 불쌍한 후보한테 표가 가는 것인데 홍 전 대표나 김태호 전 도지사 같은 공천 탈락자의 아픔도 해당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천이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총선은 지역구 인연이 작용한다. 다소 억울하게 컷오프된 느낌을 주는 의원들도 있고 지역 언론 반응도 안 좋다. 무소속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할까
불리할까

당내 일각에선 “무소속 출마 후 복당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탈당 인사, 무소속 후보 등으로 선거에 출마한 인사에 대해 입당을 불허해왔지만, 보수대통합의 일환으로 지난 1월 복당을 전면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공관위원장은 “앞으로 무소속 으로 나온 인물은 당락을 떠나 당에서 다시 받아들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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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