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동서양 엑소시즘과 장르의 믹스 ‘클로젯’

▲ ⓒCJ엔터테인먼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대표적인 두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이 신작 <클로젯>서 처음으로 뭉쳤다. 장르는 공포다. 두 배우 모두 공포 장르에서는 첫선을 보인다. 블록버스터급 텐트폴 영화서 주로 얼굴을 비춰온 하정우는 오랜만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작품에 출연했다. 외연적으로 다소간의 신선함이 장착됐다. 

동서양에는 비슷하고 다른 형태로 퇴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양서 공포의 용도로 옷장이 자주 활용되면서 민간 설화에 등장하는 어둑시니가 나온다. 동서양이 적절히 섞였다. <클로젯>은 악귀를 쫓아 퇴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반적으로 다소 거부감이 있는 장르다. 엑소시즘이 가진 빈틈을 보편적인 사람의 이야기로 메우려고 한다. 공포와 드라마도 적절히 믹스됐다.

▲스토리 : 딸이 사라졌다

건축가이자 기러기 아빠 상원(하정우 분)과 딸 이나(허율 분)은 교회의 큰 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교통사고로 아내(신현빈 분)를 잃은 충격이 벗어나기도 전이다. 가정을 도맡았던 아내가 죽자 상원은 허둥지둥 댄다. 이나는 말이 없어지고 어둡기만 하다. 상원도 갑작스럽게 호흡기 곤란 증세를 보인다. 

어떻게든 새 집에서 적응해보려는 때 이나가 변한다. 말수도 많아지고 웃음기도 제법 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신병적 증세가 희미하게 나타난다. 때가 많이 탄 인형을 들고다니는가 하면 기괴한 그림도 그린다. 아빠한테 말 버릇도 사납고 소리도 지른다.  

이나가 큰 프로젝트에 방해가 된다고 느낀 상원은 이나를 어린이 캠프에 보내려고 한다. 그러던 중 이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실종신고를 하고 찾아다니는데, 한 남자가 나타난다. 퇴마사 허 실장(김남길 분)이다. 그는 사라진 이나를 찾아낼 거라고 호언장담한다. 왠지 못 미더운 허 실장. 상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허 실장을 따른다. 
 

▲ ⓒCJ엔터테인먼트

▲주제 의식 : 아픔이 낳은 아픔

미스터리 공포와 함께 동서양의 오컬트가 적절히 믹스된 작품이지만,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드마라의 성격이 강해진다. 귀신이 찾은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학대나 방치를 통해 외로움을 강하게 느꼈다. 아픔이 또 다른 아픔을 낳듯, 한 많은 귀신은 외롭고 힘든 아이들을 유괴한다. 

주인공 상원도 마찬가지다. 바깥으로만 돌다 보니 아이와 친해지는 법을 모른다. 부녀 사이에 남보다 못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상원은 결국 남에게 아이를 맡기려 한다. 그 마음을 눈치채자 아이는 아예 아빠로부터 완전히 모습을 감춘다. 뒤늦게 반성한 아버지는 아이를 찾아내기 위해 온 몸을 바친다. 

오컬트를 통한 공포가 가진 판타지를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드라마로 메운 형식이다. 덕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귀신의 인간 유괴 현장이 현실감 있게 전달된다. 아픔이 있는 아이들에게 귀신이 찾아간다는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각심을 준다. 또 초반부 성격을 가늠하기 힘든 무당의 영상과 기괴한 소품들, 갑작스럽게 180도 다른 얼굴을 보이는 이나의 모습, 무서운 형체의 귀신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잘못된 신념이라는 메시지 역시 이 영화의 미덕으로 보인다.  

▲연출: 기발한 아이디어

이 영화의 매력은 설정이다. 인간이 사는 육계와 귀신이 사는 이계의 주파수가 맞으면 양쪽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구성이다. 공포 영화의 커다란 레퍼런스인 벽장이 양쪽 공간을 오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아울러 촛불이나 밀짚 인형 등 예전 도구와 함께 귀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형 장비가 등장한다. 무당과 어둑시니, 벽장이라는 동서양의 공포 소재를 섞은 것처럼, 옛 것과 새 것을 자연스럽게 녹인 점도 영리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무언가가 툭툭 튀어나올 때 놀라움이 강렬해 공포를 좋아하는 영화 팬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지는 후반부에는 눈물이 나올 수도 있다.

후반부 어른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가엾게 목숨을 잃은 어둑시니의 마음을 엄마의 선한 마음으로 해결된다는 점은, 다소 진부하지만 자연스럽다. 미스터리 영화치고는 친절한 편인 만큼 감상하는 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 ⓒCJ엔터테인먼트

▲연기: 하정우‧김남길만큼 눈에 띈 허율

<클로젯>의 중심 줄기는 하정우와 허율, 김남길이 이끌어간다. 상원은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로 시키는대로 행동에 임하는 인물이다. 강렬한 색감의 인물을 주로 묘사해온 하정우는 상원을 통해 다소 무미건조한 색을 적절히 표현한다. 하정우는 강하지 않은 캐릭터도 수준 높게 표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퇴마사로서 매사에 적극성을 띠는 허 실장 역의 김남길은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철이 덜든 말썽꾸러기 같은 눈빛이 인품의 베이스다. 중간중간 노잼 개그도 잘 던지며 대체적으로 행동이 가볍다. 하지만 귀신이 나타났을 때는 한껏 무거운 표정을 드러내는데 장면마다 힘이 전달된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엄마를 잃고 실의에 빠진 모습과 귀신에 홀려 높은 텐션을 보여주는 이나를 표현한 허율의 퍼포먼스는 경이로울 정도다.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두 캐릭터를 연기함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500:1을 뚫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력이다.

총평

오컬트 마니아로 알려진 김광빈 감독의 입봉작 <클로젯>은 상업 영화로서 생명력을 가진 공포영화로 불리기에 적합하다. 무서운 소재를 베이스로 보편적인 드라마적 요소와 배우들의 힘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변신> <0.0MHz> 등 지난해 개봉한 공포영화들이 최악의 평을 받은 가운데, 이 분야서 돋보이는 재능이 나온 것은 공포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개봉: 2020.2.5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8분
제작사: 퍼펙트 스톰, 월광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한줄평: 부드러운 공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