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올해부터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50만명의 청소년 유권자들이 다가오는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게 됐다. 정치권이 최근 공들이고 있는 ‘청년 정치’와 맞물려 이들은 핵심 공략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1020 표심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선거 연령을 만 19세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선거 연령 만 18세 하향’을 내건 지 무려 23년 만이다. 50만명의 청소년 유권자가 새로 편입되면서 정치권의 셈법은 더 분주해질 전망이다.
세계적 추세?
올해 총선부터는 국내 학년제에 따라 고등학교 3학년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총선이 치러지는 오는 4월15일을 기준일로 만 18세가 넘어야 하기 때문에 2002년 4월16일 출생자에게만 해당된다. 청소년들의 선거 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도 허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만 17세 인구는 약 50만명이다. 올해 새로 편입되는 유권자 규모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만 18세 선거 연령 하향을 두고 ‘세계적 추세’라며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는 환영과 동시에 ‘교실 정치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거 연령 하향 조정 필요성을 주장해 온 더불어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의당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헌법정신을 비춰봤을 때 선거 연령 인하는 당연한 것”이라며 “국제적 흐름에도 선거 연령 인하는 부합한다”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이제 2020년 총선은 만 18세가 함께하는 헌정사상 첫 공직선거로 치러지게 된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8세가 투표할 수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드디어 씻게 됐다. 더 많은 국민이 참정권을 보장받게 된 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한층 성숙해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현재 선거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대표는 “만 18세를 넘어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고 피선거권도 20세 이하로 낮추는 캠페인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재영입과 관련해 ‘청년’을 테마로 정하고, 청년 맞춤형 공약을 만들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현역도 경선을 기본으로 하고 여성·청년·장애인 등 정치 신인에게 최대 25%까지 가점을 주기로 하는 종합 공천 룰을 확정한 바 있다. 또 민주당은 총선기획단에 프로게이머 출신인 유튜버 황희두씨를 섭외한 데 이어 ‘27살 희망 청년’인 원종건씨를 인재영입 2호로 선정했다.
원씨는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나이로 따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청년세, 청년신도시 등의 정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연령 낮아지면서 총선 새 변수로
어디에 유리할지 “뚜껑 열어봐야 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내에서는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목소리가 분분하다. ‘교실 정치화’를 우려하는 한국당 측은 교실이 선거운동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고, 학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학생들이 선거법을 어기는 등 위법을 저지르거나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칠 경우를 대비할 방법이 없는 상황인 점도 문제로 꼽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 좌편향교과서 긴급진단 정책간담회서 “역사와 현실을 왜곡하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면서,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선거 연령 하향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시대적 변화에 맞는 결정”이라며 “만 18세 청년들이 정치적 의사결정도 하지 못할 연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뚜렷한 소신과 주관으로 투표권을 잘 행사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갖춘 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 18세 청년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의 경우에는 선거 연령 인하에 대해 빠르게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새보수당 하태경 의원은 선거연령 인하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선거권마저 만 25세 이상에서 만 20세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새보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최대 50%까지 청년층으로 공천하겠다는 계획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만 18세는 여론조사서 제외됐기 때문에 내년 총선 정국서 이들의 표심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통상적으로 정치권에선 선거 연령 하향이 진보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 관측한다. 하지만 최근 ‘조국 정국’으로 인해 청년들의 실망이 높아진 만큼 표심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4050세대와 달리 민주화가 정립된 상태서 성장한 청년층은 보수와 진보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보다는 ‘피부에 와닿는’ 현실에 따라 표심이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020세대는 사안별로 객관적으로 판단을 하는 특성이 있어 선거 판세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이 특정 정당 유·불리로 직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교실의 정치화?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0대 초반 연령대 등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 야당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으며 해외서도 젊은 층의 투표가 급진 정당에 유리한 경향이 있다”면서도 “현재 만 18세가 어떤 경향이 있는지 유의미한 통계를 뽑아낼 수 없다. 선거연령 인하로 인해 단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