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특수’ 여론조사의 민낯

‘떴다방’에 결과까지 ‘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1대 총선이 어느 덧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예비후보들은 이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총 300석의 의석을 두고 수천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여론조사 업체도 함께 대목을 맞았다.
 

▲ 19대 대선

바야흐로 여론조사 시대다. 중요한 결정이 필요하거나 여론의 향방을 살필 때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론조사를 통해 수치화된 결과는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사용된다.

전성시대

특히 정치권은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하다. 정부나 각 정당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나 리얼미터’를 통해 매주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정당지지도 결과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국정 관련 이슈는 물론 대통령이 지목한 장관 후보자 적합도 등 여론조사는 민심의 향방을 살피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손꼽힌다.

문제는 수치라는 객관적 지표, 대중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상징성이 여론조사를 의사 결정 과정서의 전가의 보도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각 정당은 당내 선거나 총선, 지방선거 후보 결정 과정서 경선 규칙의 일부로 여론조사를 포함하고 있다.

대선서도 후보단일화와 같은 상황서 여론조사는 중요 지표로 활용돼왔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뤘다. 19대 대선서도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방법을 두고 여론조사를 거론했다.


예비후보 경선·후보 대결
21대 총선 100일도 안 남아

선거철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하루에도 몇 건씩 난립한다. 언론사에서 후보 적합도, 후보 지지도 등을 조사해 보도하면 정치평론가들이 이를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늘어난다. 각 정당서도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선거운동 전략을 짠다.

예비후보 경선, 후보 등록 이후 지지도 대결 등 선거서 여론조사는 필수항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 업체는 선거철 특수를 맞는다. 총선이 있는 해의 선거일 전 3개월가량은 여론조사 업체로선 놓쳐선 안 될 대목이다. 선거 때만 되면 떴다방식 여론조사 업체가 난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서 총 186개 여론조사 업체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6대 지방선거(83)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82.8%에 달하는 154개는 한국조사협회와 한국정치조사협회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 업체서 20대 총선 전체 여론조사의 64.4%(1873)가 이뤄졌다.

6대 지방선거부터 20대 총선까지 공표를 위해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한 기관은 213개다. 이중 126개사는 공표용 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고, 선거일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새로 등장한 기관은 96개에 이르렀다. 선거특수를 노리고 일시적으로 생긴 여론조사 업체가 100개에 육박했다는 뜻이다.

중앙선관위는 여론조사 업체를 설립할 때 사업자등록 외에 별다른 절차가 없기 때문에 전문성 없는 조사기관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렴한 조사 비용을 활용해 전문 인력이나 조사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가 전화기 1대만 놓고 단순 영업을 수행한 후 실사와 분석을 저가 부실 외주업체에 하청, 재하청을 주는 사례가 발견되는 등 업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언제든지 여론조사 업체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인이 여러 개의 조사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불공정한 선거 여론조사를 수행해 사법 또는 행정조치를 받은 업체가 이름만 바꿔 영업을 지속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행정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실한 업체 관리와 제대로 된 행정조치의 부재는 여론조사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냈다. 20대 총선서 여론조사는 무용론이 제기될 만큼 뭇매를 맞았다. 유권자들이 선거 공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조사가 이뤄졌지만 정확도에선 크게 빗나갔다.

20대 총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 대부분의 여론조사 업체들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과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언저리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체 판세는 완전히 반대로 나왔다.

‘제각각’ 조사기관 난립
판세·지역구 다 틀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보다 적은 의석수를 얻었다.(더불어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 지역구서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완전히 뒤바뀐 사례가 서울 종로와 은평구을, 전남 순천 등에서 속출했다.

서울 종로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맞붙었다. 여론조사로는 줄곧 오 후보가 정 후보에 큰 격차로 앞섰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 후보의 여유로운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당시 정 후보는 선거를 한 달여 앞둔 324일 자신의 SNS‘KBS 여론조사서 오세훈 후보 45.8%, 제가 28.5%로 보도가 됐습니다. 17.3%p 격차입니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주십시오.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실제 개표 결과는 정 후보 52.6%, 오 후보 39.7%였다.

서울 은평구을서도 이재오 후보가 이길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전남 순천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도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이기지 못했지만 실제 선거에 당선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7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기관 등록제 도입, 가짜뉴스 및 비방·흑색선전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는 처음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의 도입에 따라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여론조사를 하려는 여론조사 기관과 단체는 조사시스템, 분석 전문 인력, 여론조사 실적(매출액) 등 요건을 갖춰 여심위에 등록·신청해야 한다.

신뢰도 바닥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는 지난 799차 회의를 열고 선거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법률에 정해진 형에 따라 선고형을 정하고,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을 말한다. 양형위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보도하거나 허위의 논평·보도를 금지하는 것을 위반할 경우 기존에는 모두 후보자 비방 유형으로 분류됐지만 향후 각각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와 낙선 목적·허위사실 공표 유형으로 분류돼 앞으로 최대 징역 23년까지 선고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징역 6개월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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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