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스캔들’ 김건모 미스터리

결혼 앞두고 청천벽력 ‘이게 뭔 일?’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불리는 가수 김건모가 데뷔 27년 만에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나 천진난만한 50대의 이미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김건모는 유흥업소 여성 A씨에 의해 ‘성폭력 피소’를 당한 것. 데뷔 후 뚜렷한 스캔들 없이 발매하는 음반마다 성공한 김건모.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뿐 아니라 염원하던 결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일요시사>는 김건모 사건을 쟁점별로 분석했다.
 

▲ 사진제공=미디어라인

결혼식을 5개월여 후 앞두고 있는 새신랑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지난 6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이하 가세연)의 폭로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유흥업소서 강제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를 직접 만난 강 변호사는 A씨가 사건 당시 시간과 장소를 비롯해 김건모의 패션과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가세연의 주장에 따르면 김건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 새벽 1시경 홀로 와 8명의 여성들을 앉혀두고 소주를 마셨다. 김건모는 술을 마시고 있던 자리에 피해자가 들어오자, 그를 제외한 모든 인물을 밖으로 내보냈다. 김건모는 피해 여성을 룸 내 화장실로 데려간 후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피해 여성이 이를 거부하자 머리를 잡고 욕설하며 재차 음란행위를 강요했다. 피해 여성은 계속되는 김건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1~2분가량 음란행위를 했다. 흥분한 김건모는 피해 여성 속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안면 폭행
추가 폭로

이후 강 변호사가 직접 검찰에 공소장을 제출한 지난 9일, 피해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가세연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알렸다. 그는 “최대한 잊어보려고 했지만, 김건모는 계속 <미우새>에 출연하고 결혼 소식까지 전했다. 가족은 <미우새>를 보면서 자꾸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김건모는 날 강간할 때 입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자꾸 TV에 나오더라. 그런 장면을 계속 보면 괴로웠다. TV를 돌려도 재방송이 반복됐고. 그 시간이 내게 너무 고문이었다. 가족에게도 말도 못 하고 너무나 큰 정신적인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은 들끓었다. 불과 결혼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 13세 연하 장지연씨와 혼인신고까지 마친 김건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구체적으로 진술한 A씨의 주장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건모 측은 지난 13일 “사실 무근”이라며 맞고소했다.

가세연과 피해자 A씨의 김건모를 향한 폭로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강제성 여부’의 증명이다. 상호 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증명하는 증거가 있느냐가 가장 큰 핵심이다.

피해자는 김건모가 욕설과 함께 힘으로 제압했다고 밝혔으나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A씨가 룸살롱의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룸살롱서 처음 만난 A씨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 김건모는 강간 후 A씨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룸살롱 여종업원 “성폭행 당했다” 주장
욕설 및 음란행위 요구 의혹도 불거져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흥주점의 경우 해당 여성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업소에 금액을 지급한다는 측면서 강 변호사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3년 전 사건이라는 점에서 진술 외에는 강간이라는 혐의를 증명할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당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는지, 강압에 의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였는지, 아니면 술을 먹이고 심신미약의 상태서 성관계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YTN 뉴스서 “변호인 측이 말하는 강요를 입증할만한 무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김태현 변호사는 팟캐스트 <이재익의 정치쇼>서 “이번 사건은 밀실서 일어난 데다 CCTV도 없이 피해자의 주장만 있어서 합의 여부 및 강제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발생한 방송인 박유천 사건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 여성은 네 명이었다. 대부분이 유흥주점 화장실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무고와 공갈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한 달여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판단하고 성매매와 사기 혐의만 적용했다. 박유천을 협박한 B씨는 징역 2년, C씨는 무고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후 손해배상청구서 일정 금액을 박유천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들은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3년 전
왜 이제야?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왜 3년 만에 폭로하느냐다. 당시 고소를 했어도 되는데 왜 이제 와서 김건모가 대중의 관심을 가장 뜨겁게 받는 시점에 폭로하느냐도 쟁점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 경황이 없고 잊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창창한 나이고 미래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하거나 고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방송에 나오는 김건모의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성폭력을 연구하는 연구소서 나오는 통계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20%가 채 안 되는 사람들만이 형사 고소를 한다. 5명 중에 4명의 피해자는 피해를 입어도 고소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다. 형사 고소를 하면 2차 피해 또한 너무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업소에 다니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힘을 보탰다.
 

▲ 사진제공=건음기획

3년 만에 폭로를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거액의 합의금이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당시의 정황 등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한 방송서 “사람들은 왜 굳이 지금 제보를 했을까에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 피해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를 의심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가진 생각의 한계이자 동시에 오랫동안 여성의 성피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아주 전형적인 형태다.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편견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들에게 이 같은 주장을 할 만한 권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이 여성들은 권리 영역서 배제됐다. 당연히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절대 입을 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A씨는 돈을 바라지는 않으며,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와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는 조건을 달았다.

데뷔 후
최대 위기 

대중은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고 가세연에 제보를 했는가에도 의문부호를 단다. 가세연의 경우 진영논리를 앞세운 보수적인 성향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강하다. 또 강 변호사 역시 2015년 불륜 스캔들로 피소를 당하고 사문서위조를 하다 발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신뢰성에 흠집이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가세연을 선택한 것 자체가 고소가 목적이 아닌 이슈몰이를 통해 김건모에게 치명상을 입힐 계획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김건모에게 소속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었느냐도 궁금증도 제기된다.

이 사건을 처음에 제보받은 김용호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이 사건 이후에도 A씨는 김건모를 만난 적 있다. 그 자리서도 김건모는 모르는 척을 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 김건모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A씨에게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꽃뱀 아니냐, 돈을 노린 거 아니냐. 지금 시점에 폭로한 게 이상하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한다. A씨는 ‘김건모가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의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가세연은 2007년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불구, A씨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묻어뒀던 과거의 사연을 꺼냈다고 밝혔다.

업소녀 사건 쟁점별 분석
강제성 입증 여부가 핵심

B씨는 가세연과 인터뷰서 “빈 룸에서 김건모 파트너랑 언쟁을 벌였다. 김건모가 문을 열고 나와서 ‘시끄럽다. 시끄럽다고 했지’라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눈과 코를 수 차례 때리고 배도 때렸다. 안 맞으려고 피했지만 남자 힘이 세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맞는 순간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렇게 사람을 때릴 수는 없지 않나. 눈이 부어오르고 코피가 흘렀다. 눈뼈가 아프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 문을 여는 사이 급하게 빠져나와서 소지품을 챙겨 택시를 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아프니까 병원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MBC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여성 C씨는 B씨가 당시 얼굴이 피떡이 돼 나타났다며 목격담을 증언했다. C씨는 “카운터에 있었는데, B씨가 복부를 맞고 얼굴은 피로 뒤덮힌 채 내게 다가와 ‘김건모에게 맞았다’고 했다. 당시에 너무 놀라서 ‘119, 119’ 그랬던 것 같다. 정신이 없었다. 당시 김건모는 방에 그대로 있었다. 술을 많이 마셨다. 그 이후로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당시는 김건모의 11집 앨범이 나올 때였고, 업소 사장이 기자들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C씨는 고백했다.

12년 전 김건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B씨의 의무기록에는 여자 환자가 남자에게 우안 부위를 구타당했다는 설명과 안와상 골절과 두통 등이 적혀 있었다. B씨는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피가 나니까 무섭더라.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끊었다. 김건모씨와 가게 업주가 신고를 못하게 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고 변호사를 구해준다는 사람도 없었다. 제가 일하는 업소와 김건모 측이 무서웠다.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도 있었다. 소문이 나 다른 데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쪽 향한
싸늘한 시선


연이어 신빙성 있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여론은 현재 김건모에게 싸늘하다. 반백 살의 나이에도 해맑고 유쾌한 실력파 가수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성폭행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흥업소에 단골처럼 드나드는 것이 알려진 것이 거짓이 아닌 이상 부정적인 여론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나 김세의 전 MBC 기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김건모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추가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것과 더불어 김건모의 개인적인 상황에도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모양새다. 사건이 터진 뒤 김건모는 집중력을 잃은 듯 콘서트 무대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인천서 진행된 콘서트서 김건모는 150분 공연임에도 120분 만에 콘서트를 마쳤다. 보통 가수들이 두 곡 정도 부르는 앵콜곡도 선사하지 않았다. 수십만원대의 콘서트 관람 비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성폭행 피소로 부담감을 가진 그는 지난 13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업소녀’ 성폭력 인정되나?

가수 김건모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와 별도로 피해 여성을 둘러싼 편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다수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점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많은 커뮤니티서 이 주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성이 아무리 성매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성이 발휘되면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유명인과 연결된 사건이기도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가능한지에 대한 갑론을박 때문이다.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대상자가 누구이고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흥업소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2017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수사기관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8%는 유흥접객업소서 발생했다.

이씨는 “보통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같은 경우에는 성폭력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판단한다. 성폭력의 정의를 보면 상대방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신체·언어·정신적 폭력이다. 제일 중요한 건 ‘동의 없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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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