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지인인 B씨로부터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찾으러 가는데, 광주까지 운전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B씨를 렌터카로 광주까지 데려다줬습니다. 그런데 B씨는 이미 하루 전에 C씨로부터 600만원을 대출받고 그랜저 승용차를 담보물로 제공한 상태였습니다. A씨는 다음 날 광주 서구에 있는 C씨의 아파트 주차장까지 B씨를 데려다줬고, B씨는 미리 소지하고 있던 보조 스마트키를 이용해 주차돼있던 승용차를 운전해 몰래 가지고 나왔습니다.
B씨는 그제야 A씨에게 그랜저 승용차는 이미 C씨에게 담보로 넘겨준 승용차고, 이를 다시 가지고 오려고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A씨를 B씨와 공모해 C씨의 점유 하에 있던 B씨의 물건을 은닉해 C씨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공동정범이라 할 수 있을까요?
[A] 형법상 권리행사방해죄라 함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取去)·은닉(隱匿) 또는 손괴(損壞)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형법 323조).
이 죄의 보호법익은 사생활의 평온 및 개인 재산권의 안전이며, 객체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입니다. 이때 '타인의 점유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이라 함은 타인이 사실상 지배(소지)하고 있는 자기 소유의 재물을 의미하며, 자기의 물건에 대한 타인의 소지는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한 적법한 소지에 한하게 됩니다.
그런데 친구가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차량을 몰래 가져오려는 사실을 모른 채 차량이 있는 장소까지 데려다준 것만으로는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방조범으로만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 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하는 것으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실현의 전 과정을 통해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A씨가 처음에는 B씨의 범행을 알지 못한 채 운전 부탁만 받아 해당 장소까지 데려다준 것이고 승용차를 찾은 후에는 B씨와 헤어졌으므로, 권리행사방해의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다며 방조 혐의만 인정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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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