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버닝썬 폭행 사건’에 대한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버닝썬 사건에 불똥이 튄 클럽 아레나에서는 더 큰 ‘게이트’가 열릴 조짐도 보인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아레나 실소유주인 강모 회장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서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경찰은 버닝썬 폭행 사건을 유착 의혹 당사자인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한다는 방침을 고집하다가 언론의 융단 폭격을 맞은 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송했다.
강남경찰서?
믿어도 되나?
강남경찰서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은 사건 초반부터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지난달 18일 경찰 측은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강남경찰서에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굳이 이걸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가져올 건 아니다. 폭력 사건이라 매우 단순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지난달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버닝썬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송했다.
이와 더불어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된 제보자가 수사 중인 경찰서가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를 하면서 ‘경찰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성접대 의혹’을 밝힐 카카오톡 자료를 입수하면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확인 중이다.
지난 4일 경찰은 기자간담회서 승리 성접대 의혹에 대해 “(성접대 지시) 카카오톡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본 확인을 못했을 뿐더러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승리의)진술을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3인칭 화법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제보자의 말은 달랐다.
최초로 승리 성접대 의혹을 보도한 <SBS funE> 기자에 따르면 제보자는 “카카오톡 내용 중에서 경찰과 유착을 의심할 만한 대화와 정황이 대거 포함돼있어 경찰이 아닌 권익위에 제출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경찰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혐의자들이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 경찰관 출신의 사업가 강모씨의 지시를 받고 경찰관들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했던 부하직원 이모씨가 재조사에서 진술을 뒤집으면서 경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지수대 아레나 실소유주 수사 착수
경찰 수뇌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도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뇌부들의 속내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건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 성폭행·마약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경찰 조직이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라며 “경찰 윗선에선 이번 강남 클럽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경우 향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들을 발본색원해 엄단한다고 해도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사가 이런 구도로 흘러갈 경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의 발언권은 검찰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타계할 카드로 경찰 수뇌부는 ‘아레나 탈세 사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버닝썬보다 아레나서 더 큰 비리가 나올 가능성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경찰청 본청 간부 회의서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아레나 260억원 탈세 사건’을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이송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는 없다. 잘못한 게 있어야 이송되지 않겠나. 우리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일요시사> 취재 결과 아레나 탈세 사건은 강남경찰서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며,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 회장의 국세청 로비 사건 등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수사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아레나 실소유주와 관련된 수사는 서울청 지능범쇠수사대서 수사할 계획이다. 아레나 탈세 사건은 강남경찰서에서 맡고 있고,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언급했다.
경찰은 아레나 세무조사 축소 의혹을 수사 중이다(<일요시사> 1201호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참조).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 국세청에 로비를 시도했는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강 회장은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 서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과정서 5만원권 현금이 든 쇼핑백을 류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경찰 수사 과정서 강 회장은 “서류봉투였다”며 돈 전달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류 전 서장은 쇼핑봉투를 강 회장에게 돌려줬다며 상이한 주장을 했다. 이날 강 회장과 동행한 또 다른 목격자는 “돈이 든 쇼핑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류 전 서장의 휴대전화서 세무당국 관계자들과 접촉한 정황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미 두 차례 아레나 세무조사를 했던 국세청 관계자를 조사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아레나가 관할 공무원들에게 상납한 것으로 의심되는 ‘리스트’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장기화
악화된 여론
경찰청 본청은 강남경찰서가 아레나 탈세 사건을 수사하기 버겁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청 본청 회의에 참석한 수사국 고위 관계자들은 “이 사건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나 광역수사대서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물론 그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아레나 탈세 사건의 수사는 답보상태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말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보강수사를 이유로 영장은 기각됐다. 지난해까지 수사관 한 명이 사건을 담당했으며, 최근에서야 수사 인력이 충원됐다.
현재 의혹의 중심에 있는 강남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버닝썬과 클럽 관련 사건·사고는 모두 광역수사대에 이송된 상태다.
경찰 고위 간부회의서도 아레나 탈세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현재 경찰청 범죄정보과가 움직이고 있다.
강남 유흥업소 유착 의혹 제기
제보자 “경찰 못 믿겠다” 패싱
경찰 수뇌부는 버닝썬 사건의 불똥이 결국 아레나로 번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버닝썬 핵심 관계자들 대부분이 아레나 출신이기 때문에 불법의 양상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더욱 커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서다.(<일요시사> 1203호 ‘클럽 투톱’ 버닝썬-아레나 강남 커넥션 의혹 참조)
애초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버닝썬은 개업한 지 이제 막 1년이 된 클럽이었다. 털어서 나올 게 많이 없다. 강남 유흥업계 탈법과 불법의 근원은 아레나”라고 입을 모았다.
아레나 탈세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경찰청 본청의 주요 관심 수사였다. 지난해부터 경찰청 본청은 아레나 탈세 사건과 관련된 수사 보고를 직접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강남경찰서 서장이 경찰청 본청에 보고할 수사 보고서를 직접 보완·수정할 정도로 챙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경찰서 서장은 아레나 탈세 사건 이송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버닝썬 사건이 불거지면서 일선 정보경찰(IO)들에게 아레나 관련 정보 수집을 강화하라는 경찰청 본청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서 “현재도 감찰 요원들에게 (경찰 유착 관련)첩보 수집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찰 요원들에
첩보 수집 지시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더 이상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경찰 수뇌부는 아레나 사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레나 탈세 사건서 뻗어나온 국세청 로비 의혹 등을 제대로 수사해 그동안의 실책을 만회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강남 클럽 수사가 버닝썬서 아레나로 전선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