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봐주기 의혹’ 유상범 아레나도 봐줬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15 16:24:12
  • 호수 1210호
  • 댓글 0개

’우병우 라인’ 전 검사장 입김 통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당시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이 있는 유상범 전 검사장.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 국세청이 아레나를 조사할 당시 ‘우병우 라인’이었던 유 전 검사장에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 전 검사장이 사정기관 수사 관련 자문을 해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검찰은 아레나 탈세 사건을 강남경찰서로 수자 지휘를 내린다. 석연치 않은 배당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마치 ‘일선 세무서에서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아레나 탈세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의 석연치 않은 세무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국세청이 아레나 실소유주 의혹이 있는 강모 회장과 유착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국세청이 아레나의 거액 탈세를 축소·은폐하고,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축소, 은폐…
사실상 봐주기

국세청의 세무조사 축소 의혹에 이어 검찰의 수상한 사건 배당도 의혹을 가중케 한다. 이 수상한 배당에 강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던 유상범 전 검사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강 회장은 국세청서 아레나 탈세 사건을 검찰로 고발할 당시 우병우 라인으로 불렸던 유 전 검사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강 회장은 국세청서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일 당시에도 유 전 검사장과 대책 회의 등을 해오면서 사건 관련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는 강 회장이 유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기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검사장이 강 회장에게 사정기관 수사 관련 자문 등을 해준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 회장의 한 지인은 “아레나 세무조사가 터지고 강 회장이 바지사장들을 데리고 유 전 검사장 사무실서 회의를 수시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세청 조사2국 아레나 세무조사
당시 실소유주, 유상범에게 자문

실제로 지난해 5월경 강 회장은 바지사장과 있는 자리서 유 전 검사장과 국세청의 아레나 세무조사에 제보자 A씨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마치고, 9월 중순 경 아레나의 바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아레나 탈세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고 10월경, 강남경찰서로 수사 지휘를 내려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강 회장은 유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였다.

7월과 10월 두 차례 걸쳐 유 전 검사장에게 수임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사정기관 안팎에선 하나 같이 ‘왜 검찰이 아레나 탈세 사건을 직접 하지 않고, 일선 경찰서에 보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사건 배당이 어떤 점에서 석연치 않았던 걸까. 

국세청 고발 이후
전직 검사장 선임


검찰이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했던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지휘를 내리는 건 ‘관례와 전문성을 따졌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한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세청 조사국의 주요 세무조사 대상이 대기업 혹은 중견 기업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조사국서 투입한 세무조사는 화이트칼라(지능형)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 세무조사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조세·세무 전문성이 필수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의 조사국 인원과 전문성은 일선 세무서와 차원이 다르다. 보통 조사국서 착수한 세무조사는 수백억원의 세금 추징으로 이어진다.

아레나를 세무조사한 국세청 조사2국은 조사관만 10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대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왔다. 조사2국은 지난해 3∼8월까지 아레나 탈세 혐의를 조사해 26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탈세 범죄 혐의가 있는 150억원가량을 지난해 9월 검찰에 고발했다.

대기업서도 나오기 힘든 탈세 규모라는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평가다.

검찰·국세청·경찰 관계자들도 “그동안 관례와 수사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보다 검찰서 직접 수사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있는 조세범죄조사부에 안성맞춤인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사건을 형사부를 거쳐 강남경찰서에 보내 수사지휘를 내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 고발 사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의 대부분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한 사건은 검찰서 직접 수사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아레나 탈세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이례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사건 초반에는 수사관 한 명이 전담했다. 하루에 수십 건의 고소-고발 사건도 처리하기 힘든 일선 수사관이 혼자하기에는 아레나 탈세 사건은 상당히 버거운 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거대한 탈세 범죄를 다루기에는 전문성도 결여돼있다.

지난해 12월 말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측은 수사 보강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검사장이 아레나 탈세 사건을 바지사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기 위해 검찰보다 수사가 느슨한 일선 경찰로 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아레나 탈세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하는 건, 마치 일선 세무서에서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백억 탈세
경찰서에 왜?


중앙지검 1차장실은 아레나 사건이 형사부로 배당된 이유에 대해 ‘윗분(윤석렬 검사장으로 추정)의 의중’이라고 답했다. 이두봉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사건 배당은 위에서 하기 나름이다. 국정 농단 사건도 형사8부서 했다”며 “아레나 사건이 왜 형사부로 배당됐는지 그 경위는 알지 못한다. 윗분들의 의중이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차장검사의 답변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당시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을 형사 8부에 배당했다가 사건 축소 의혹이 제기되면서 역풍을 맞고, 특별수사팀을 다시 꾸린 바 있다. 또 사건의 배당권이 있는 차장검사가 배당한 사건이 ‘어떤 경위로 왔는지 모르다’ ‘윗분들의 의중이다’는 점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민원 처리하기도 힘든 일선 경찰
검찰 직접 수사 안 할 이유 있나

유 전 검사장이 국세청서 검찰로 고발된 아레나 탈세 사건 배당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남 1등 클럽의 대규모 탈세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사안의 중대성, 수사를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충분했기 때문에 검찰이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을 이유도 크게 없었다는 게 사정기관의 중론이다.

유 전 검사장은 이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유 전 검사장 측은 “사무실에 안 계시니, 메모 남기고 연락주겠다”고만 답한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유 전 검사장의 강 회장 변론 활동을 보면 ‘전관예우’를 받았던 여느 변호사의 행태와 다를 게 없었다.


지난 1월 유 전 검사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강 회장 사건 관련) 주 업무는 김귀찬 변호사(경찰청 차장 출신)가 하고 있다. 그쪽에 문의하라”고 답한 바 있다. 강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 변호인으로서 변론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해도 이상할 게 없는 답변이었다. 

묵묵부답
흐지부지

검찰의 석연치 않은 배당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건 결국 강 회장이다. 애초 이 사건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하기 버거운 사건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것은 강 회장 쪽이다. 

강 회장은 구속 영장이 기각될 당시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 검찰, 경찰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전관 변호사를 써서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이 긴급체포해서 영장 치면 뭐하느냐. 지금 나와 있지 않느냐.”


<cmp@ilyosisa.co.kr>

 

▲ 유상범 전 검사장

<기사 속 기사> ‘우병우 라인’ 유상범 전 검사장은?

유상범 전 검사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통하며 지난 박근혜정부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84학번 동기로 배우 유오성의 형이기도 하다. 

유 전 검사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9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첫 임관한 이후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제주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 창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유 전 검사장은 부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 끝에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2017년 7월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앞서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3차장으로 ‘정윤회 문건’ 수사 지휘를 맡았다. 당시 국정 개입 의혹 등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 자체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춰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사건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유 전 검사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당시 핵심 수사라인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별장 성접대 사건을 2차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유 전 검사장은 사임 당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글을 통해 “(정윤회 문건 수사에)부끄러운 일이 없었는지, 빠진 것이 없었는지 무수히 자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검사장은 2017년 9월 유상범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변호사 업무를 개시했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