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봐주기 의혹’ 유상범 아레나도 봐줬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15 16:24:12
  • 호수 1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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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라인’ 전 검사장 입김 통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당시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이 있는 유상범 전 검사장.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 국세청이 아레나를 조사할 당시 ‘우병우 라인’이었던 유 전 검사장에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 전 검사장이 사정기관 수사 관련 자문을 해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검찰은 아레나 탈세 사건을 강남경찰서로 수자 지휘를 내린다. 석연치 않은 배당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마치 ‘일선 세무서에서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아레나 탈세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의 석연치 않은 세무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국세청이 아레나 실소유주 의혹이 있는 강모 회장과 유착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국세청이 아레나의 거액 탈세를 축소·은폐하고,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축소, 은폐…
사실상 봐주기

국세청의 세무조사 축소 의혹에 이어 검찰의 수상한 사건 배당도 의혹을 가중케 한다. 이 수상한 배당에 강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던 유상범 전 검사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강 회장은 국세청서 아레나 탈세 사건을 검찰로 고발할 당시 우병우 라인으로 불렸던 유 전 검사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강 회장은 국세청서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일 당시에도 유 전 검사장과 대책 회의 등을 해오면서 사건 관련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는 강 회장이 유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기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검사장이 강 회장에게 사정기관 수사 관련 자문 등을 해준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 회장의 한 지인은 “아레나 세무조사가 터지고 강 회장이 바지사장들을 데리고 유 전 검사장 사무실서 회의를 수시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세청 조사2국 아레나 세무조사
당시 실소유주, 유상범에게 자문

실제로 지난해 5월경 강 회장은 바지사장과 있는 자리서 유 전 검사장과 국세청의 아레나 세무조사에 제보자 A씨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마치고, 9월 중순 경 아레나의 바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아레나 탈세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고 10월경, 강남경찰서로 수사 지휘를 내려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강 회장은 유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였다.

7월과 10월 두 차례 걸쳐 유 전 검사장에게 수임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사정기관 안팎에선 하나 같이 ‘왜 검찰이 아레나 탈세 사건을 직접 하지 않고, 일선 경찰서에 보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사건 배당이 어떤 점에서 석연치 않았던 걸까. 

국세청 고발 이후
전직 검사장 선임


검찰이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했던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지휘를 내리는 건 ‘관례와 전문성을 따졌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한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세청 조사국의 주요 세무조사 대상이 대기업 혹은 중견 기업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조사국서 투입한 세무조사는 화이트칼라(지능형)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 세무조사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조세·세무 전문성이 필수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의 조사국 인원과 전문성은 일선 세무서와 차원이 다르다. 보통 조사국서 착수한 세무조사는 수백억원의 세금 추징으로 이어진다.

아레나를 세무조사한 국세청 조사2국은 조사관만 10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대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왔다. 조사2국은 지난해 3∼8월까지 아레나 탈세 혐의를 조사해 26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탈세 범죄 혐의가 있는 150억원가량을 지난해 9월 검찰에 고발했다.

대기업서도 나오기 힘든 탈세 규모라는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평가다.

검찰·국세청·경찰 관계자들도 “그동안 관례와 수사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보다 검찰서 직접 수사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있는 조세범죄조사부에 안성맞춤인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사건을 형사부를 거쳐 강남경찰서에 보내 수사지휘를 내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 고발 사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의 대부분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한 사건은 검찰서 직접 수사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아레나 탈세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이례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사건 초반에는 수사관 한 명이 전담했다. 하루에 수십 건의 고소-고발 사건도 처리하기 힘든 일선 수사관이 혼자하기에는 아레나 탈세 사건은 상당히 버거운 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거대한 탈세 범죄를 다루기에는 전문성도 결여돼있다.

지난해 12월 말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측은 수사 보강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검사장이 아레나 탈세 사건을 바지사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기 위해 검찰보다 수사가 느슨한 일선 경찰로 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아레나 탈세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하는 건, 마치 일선 세무서에서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백억 탈세
경찰서에 왜?


중앙지검 1차장실은 아레나 사건이 형사부로 배당된 이유에 대해 ‘윗분(윤석렬 검사장으로 추정)의 의중’이라고 답했다. 이두봉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사건 배당은 위에서 하기 나름이다. 국정 농단 사건도 형사8부서 했다”며 “아레나 사건이 왜 형사부로 배당됐는지 그 경위는 알지 못한다. 윗분들의 의중이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차장검사의 답변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당시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을 형사 8부에 배당했다가 사건 축소 의혹이 제기되면서 역풍을 맞고, 특별수사팀을 다시 꾸린 바 있다. 또 사건의 배당권이 있는 차장검사가 배당한 사건이 ‘어떤 경위로 왔는지 모르다’ ‘윗분들의 의중이다’는 점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민원 처리하기도 힘든 일선 경찰
검찰 직접 수사 안 할 이유 있나

유 전 검사장이 국세청서 검찰로 고발된 아레나 탈세 사건 배당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남 1등 클럽의 대규모 탈세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사안의 중대성, 수사를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충분했기 때문에 검찰이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을 이유도 크게 없었다는 게 사정기관의 중론이다.

유 전 검사장은 이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유 전 검사장 측은 “사무실에 안 계시니, 메모 남기고 연락주겠다”고만 답한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유 전 검사장의 강 회장 변론 활동을 보면 ‘전관예우’를 받았던 여느 변호사의 행태와 다를 게 없었다.


지난 1월 유 전 검사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강 회장 사건 관련) 주 업무는 김귀찬 변호사(경찰청 차장 출신)가 하고 있다. 그쪽에 문의하라”고 답한 바 있다. 강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 변호인으로서 변론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해도 이상할 게 없는 답변이었다. 

묵묵부답
흐지부지

검찰의 석연치 않은 배당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건 결국 강 회장이다. 애초 이 사건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하기 버거운 사건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것은 강 회장 쪽이다. 

강 회장은 구속 영장이 기각될 당시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 검찰, 경찰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전관 변호사를 써서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이 긴급체포해서 영장 치면 뭐하느냐. 지금 나와 있지 않느냐.”


<cmp@ilyosisa.co.kr>

 

▲ 유상범 전 검사장

<기사 속 기사> ‘우병우 라인’ 유상범 전 검사장은?

유상범 전 검사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통하며 지난 박근혜정부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84학번 동기로 배우 유오성의 형이기도 하다. 

유 전 검사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9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첫 임관한 이후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제주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 창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유 전 검사장은 부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 끝에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2017년 7월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앞서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3차장으로 ‘정윤회 문건’ 수사 지휘를 맡았다. 당시 국정 개입 의혹 등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 자체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춰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사건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유 전 검사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당시 핵심 수사라인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별장 성접대 사건을 2차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유 전 검사장은 사임 당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글을 통해 “(정윤회 문건 수사에)부끄러운 일이 없었는지, 빠진 것이 없었는지 무수히 자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검사장은 2017년 9월 유상범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변호사 업무를 개시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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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