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PGA투어 'THE CJ CUP' 뒷 이야기

‘구름 관중’ 열광의 도가니

미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브룩스 켑카가 지난 10월2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나인브릿지(파72·7184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THE CJ CUP’(총상금 9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2개, 이글 1개, 버디 8개를 묶어 8타를 줄여 64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게리 우드랜드(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PGA투어 대회인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더 CJ컵)에 우승 공식이 생겼다. 지난해 우승자 저스틴 토마스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더 CJ컵 초대 챔피언이 되었던 것처럼 올해 우승자 브룩스 켑카 역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후 더 CJ컵 우승자가 됐다. 이런 공식이 내년 대회에서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화려한 시즌
우승자는?

켑카는 2017~2018시즌 US오픈과 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2승을 올리며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US오픈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 대회 2연패를 만들었는데, 이는 29년 만의 기록이다. 또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2000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8년 만에 한 해에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석권한 선수가 됐고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했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최대한 멀리 보낸 뒤 많은 버디를 잡겠다”고 선언한 켑카는 첫날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대회 첫날에는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 고전하며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 제주도 바람이 잦아들자 켑카는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켑카는 자신의 전략대로 300야드가 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타를 앞세워 둘째 날(7언더파 65타)과 셋째 날(5언더파 67타) 12언더파를 몰아쳤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켑카는 이날도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켑카는 경기 초반 고전했다. 5번 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주고받으며 타수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주춤하던 켑카는 6번 홀부터 살아났다. 6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10번 홀과 12번 홀, 13번 홀에서 1타씩 줄이며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게리 우드랜드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우드랜드는 16번 홀까지 9타를 줄이며 켑카를 강하게 압박했고 1타 차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1타가 중요한 상황. 16번 홀(파4 )에서 켑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켑카는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데 이어 두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1타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 하지만 켑카는 침착했다. 25m 거리에서 친 어프로치 샷은 그린에 떨어진 뒤 홀컵으로 사라졌고 켑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켑카 우승…올해의 선수 이어 겹경사
제주도 강한 바람에 공격적인 플레이

2타 차 리드를 잡은 켑카는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다시 한 번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켑카의 손을 떠난 공은 428야드를 날아간 뒤 왼쪽 페어웨이 한중간에 멈췄고 두 번째 샷 역시 핀을 바로 보고 공략했다. 켑카의 마무리도 완벽했다. 그는 4m 이글 퍼트를 그대로 집어넣었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우승자인 저스틴 토마스는 이번 대회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6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더 CJ컵은 한국 선수들에게 높은 벽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선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시우(23·CJ)가 7언더파 281타 공동 23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역시 PGA투어의 강성훈(31·CJ)이 6언더파 282타 공동 29위, ‘슈퍼루키’ 임성재(20·CJ)가 4언더파 284타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 대회에 출전한 코리안 투어 선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이태희(34), KLPGA선수권대회 챔피언 문도엽(27), 제네시스 포인트 1, 2위 박상현(35)과 이형준(26), 그리고 한국오픈 우승자 최민철(31)과 류현우(37), 그리고 맹동섭으로 7명이었다.


이 가운데 맹동섭만이 공동 41위를 기록했고 나머지 6명은 출전 선수 78명 가운데 50위 밖으로 밀려나 PGA투어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 선수에
높은 벽인가

더 CJ컵은 전 세계 226개국, 23개 언어로 10억 이상의 가구에 생중계됐다. 총 4만여명(주최 측 집계)이 대회장을 찾았다. 이 덕분에 클럽 나인브릿지와 제주의 경관, 관련 산업과 문화 등도 전 세계에 홍보되는 효과를 누렸다. PGA 사무국은 대회의 미디어 노출·광고 효과를 포함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이 대회를 마치고 CJ그룹은 AC 닐스 컴퍼니를 통해 미디어 노출 효과가 16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측정했다. 더 CJ컵은 전 세계에 총 1964시간 노출됐고 온라인 기사는 총 3만4099건이 유포됐다. 갤러리들의 소비를 비롯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숙박, 쇼핑, 렌터카 등 간접 소비까지 더하면 제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 CJ컵의 1년 운영비는 200~ 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141억원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190억원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운영비를 더한 것과 맞먹는다. 올해 우승 상금은 171만달러(약 19억원)로 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최대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KPGA·KLPGA투어 우승 상금과 비교하면 약 10배 많은 규모다.

다양한 행사
즐길거리 풍성

CJ그룹이 대회 개최를 위해 매년 200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CJ그룹은 이번 대회가 전 세계에 CJ 브랜드를 알리고 K-라이프스타일을 확산시키는 ‘스포츠 ·문화플랫폼’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다양한 한식 메뉴와 엑스포에 마련된 이벤트와 후원 브랜드들을 체험하며 세계적 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CJ그룹은 더 CJ컵을 통해 그룹의 인지도 상승과 ‘K-푸드’를 대표하는 자사 제품의 브랜드 ‘비비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회장 주요 코스 4곳과 갤러리플라자, 엑스포존 등에서 핑거푸드 형태로 준비한 비비고 대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는 ‘비비고 테이스티 로드’를 운영해 갤러리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비비콘’은 매일 준비한 수량이 오전에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비비고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제품들을 집중 육성해 한국의 음식문화를 해외 시장에 전파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CJ그룹의 전략 브랜드인 비비고는 현재 만두, 김치 등 6개 카테고리 100여개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비비고의 최근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226개국 10억 가구에 ‘CJ’각인
갤러리 4만1000명…경제효과 2000억

지난해 미국에서만 17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25년간 냉동만두 시장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추월해 미국 만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비비고는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2020년에는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높여(현재 30%) 만두 한 품목만으로 해외에서 7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부 손은경 상무는 “미국 시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CJ제일제당 해외 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 개최를 계기로 비비고가 진정한 글로벌 한식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CJ컵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이재현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현장 밀착 경영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지난 10월18일에는 브룩스 켑카, 저스틴 토마스(이상 미국), 임성재 조와 함께 코스를 돌기도 했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1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재현 회장은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우승자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봤다. 또 지난해 대회 때는 직접 방송에 출연해 더 CJ컵 개최의 의미와 CJ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더 CJ컵을 ‘글로벌 CJ’의 위상을 높이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라”고 그룹 및 계열사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한편 2회 대회인 만큼 스폰서 기업들의 만족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더 CJ컵의 후원사는 작년 18개에서 23개로 늘었으며 글로벌 브랜드는 홍보의 장으로, 골프업체들은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대회를 적극 활용했다.

올해 처음 더 CJ컵에 참여한 스포츠브랜드 오클리 관계자는 “1회 대회가 흥행에 성공한 데다 국내 유일의 PGA투어 정규대회 참여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후원하게 됐다”면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아 브랜드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종 골프 브랜드 JDX는 작년 대회 참여로 올해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 올해도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했다. 특히 더 CJ컵을 계기로 PGA 선수인 임성재, 이경훈을 후원하게 됐으며 “내년에는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PGA투어 정규대회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내 유일의 PGA투어 정규대회 제2회 ‘더 CJ컵@나인브릿지’는 구름 관중으로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지난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대회가 열린 나흘간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에는 총 4만1000명의 갤러리가 찾아 PGA 선수들의 수준 높은 샷들을 감상했다.

CJ 측은 “지난해 공식 갤러리 수는 3만500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보다 6000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1라운드에는 6000명, 2라운드 8000명, 3라운드 1만1000명, 최종 라운드엔 1만6000명이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기대감

CJ 측은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인 점을 감안할 때 4만이 넘는 관중은 수도권 8만 이상의 대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브룩스 켑카는 “대회 내내 많은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대회 출전을 한층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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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