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최악의 시나리오

결국 중국에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 시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기를 “11월 중간 선거 이후”라고 밝혔다. 양국은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협의 사안을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북미가 아직 세부적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국은 불투명하다. 지난 1차 북미회담이 좌초 끝에 성사된 것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궤도에 안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한을 주고받으며 관계 증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시기를 두고 ‘10말 11초(10월 말∼11월 초)’ 등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중간선거 이후로

분수령은 내달 6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치적 세우기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도 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상 최초의 만남이라고 소개하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번 2차 정상회담 역시 성과로 여길 공산이 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개최 시기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았다. 선거서 비핵화 이슈가 정치적 성과로 작용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미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라는 큰 틀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진척 정도는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핵화 ‘검증’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 사찰단 허용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국제 사찰단 방북을 허용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풍계리 핵 실험장이 지난 5월 이미 폭파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핵 실험장에 언론을 초청한 것과 전문가 사찰단을 초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풍계리 사찰을 비핵화의 긍정적 진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판적인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북미 간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북한의 움직임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선 사찰단 방북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의 비판일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모험을 택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각종 스캔들로 인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험 대신 ‘안정’을 선택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중간 선거 이후로 미뤘다. 지난 1차 정상회담 때 공언한 북한의 비핵화와 여론의 기대감을 현실로 실현할 자신감이 크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기존에 제기됐던 회담 시기는 북미의 빠듯한 일정을 예고했지만 회담이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되면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비핵화를 둘러싼 다양한 위험 요인들도 회담 개최 전까지 상수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는 비핵화 협의를 두고 두 차례 좌초한 적이 있다. 지난 6월 있었던 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지난 8월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북이 대표적이다. 두 사례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로 발생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물밑 접촉을 진행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취소 시기부터 ‘중국 배후론’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연내 성사 목표로 다양한 관측이 제기
1차 때처럼…일방적 취소 통보 가능성?

나아가 그는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양국의 외교·안보 분야로 확산되면서 패권 경쟁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에 발맞춰 중국을 압박해 대북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시 주석은 무역 분쟁을 두고 “자력갱생에 내몰리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며 경제 자립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까지 감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해군은 남중국해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다 중국 군함과 충돌 직전까지 갔다. 

당시 양국 군함의 거리는 41m에 불과했다. 남중국해는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간 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중국은 이곳에 인공섬을 지어 군사기지화를 추진 중이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 있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미중 분쟁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비핵화 역시 그 영향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과 가장 강력한 대북 영향력을 구사하는 중국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북미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 발표가 점쳐진다. 중국의 개입은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 중국의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북미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결국 중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비핵화 협상의 최전선에 나가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부상은 지난 4일 중국을 찾았다. 최 외무부상은 2박3일 일정으로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 겸 조선반도문제특별대표를 만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방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밀월관계를 대대적으로 과시하는 형국이다.

북미 간 세부 협의 자체만으로도 합의점을 찾기 힘든 데다 중국의 개입이 교차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상황에 따라 북미가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 중간 선거 개입론’을 꺼내들며 “시진핑은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있는 두 국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중국의 개입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차 정상회담 때와 같은 취소 통보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일 비핵화 의제를 들고 중국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양국은 현재 겪고 있는 갈등 국면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미관계 회복을 위해 미국은 잘못된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근본적인 견해 차이가 있다”라고 맞받아쳤다.


미중 갈등 여전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방중 이전에 일본과 북한 그리고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개국 모두 최고 지도자와 만났지만 중국에선 시 주석을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북미 회담 개최 전까지 양국의 마찰음이 비핵화 의제를 어떻게 관통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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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