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돈스코이호’ 신일그룹 대표 사기 판결문

보물선 발견했다더니…교도소에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사명을 바꾸고 간담회를 열어 적극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반응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사 정우혁)은 지난 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유 대표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대박이냐 
신기루냐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유 대표는 2014년 상반기 무렵 중동 지역 사업가들과의 인맥·친분과 사업·근무 경험을 이용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동 지역 진출 또는 중동 지역 기업들과의 공동사업 등을 주선하고 일이 성사되는 경우 그로 인해 창출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눠주겠다고 피해자 A씨를 속여 투자금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유 대표는 A씨에게 한국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소개해주고 그 활동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는 대신 수수료를 분배하기로 합의했으나 경비 지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에 2014년 9월 여의도에 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을 개설한 후 직원들을 채용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투자를 받거나 투자유치를 받아오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을 산 유 대표는 사무실서 축출됐다. 


이후 유 대표는 당시 동거녀의 아버지 B씨에게도 손을 뻗쳤다. 

유 대표는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전망이 밝아서 미리 그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설립 비용을 투자하면 지분을 확보하게 해주겠다”며 B씨를 설득했다. 

그는 동업자 신모씨를 대동해 신씨가 중동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회장의 양자이며, C호텔 지분 49%를 갖고 있는 유력인사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유 대표는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는 B씨에게 받은 돈을 중동 지역 사업가들의 항공료, 초청행사 개최비용 등에 사용했고 일부는 주거비용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했다. 

유 대표는 실제 법인 설립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 대표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용했다”며 편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동사업 미끼 투자금 챙겨
징역 10개월 선고…복역 중


하지만 법원은 “당시 사업이 과연 성공해 법인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법인을 설립할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며 “피해자에게 ‘전망이 밝고 법인이 곧 설립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여러 증거들로 인해 입증됐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 대표가 경찰서 같은 취지로 자인했던 사실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특히 당시 1억원에 이르는 차용금 편취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받던 중 도주해 지명수배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동거녀의 친척을 상대로 무려 1억5000만원을 편취하는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 대표가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 점,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한 점, 오랫동안 피해자 측의 연락을 회피한 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선고기일과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절차의 진행을 진행시킨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신일그룹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1905년 울릉도 근처서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일그룹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가 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석연찮은 해명
회사 이름 교체

하지만 돈스코이호 진실 여부, 소유권 문제, 인양에 따른 법적 문제, 신일그룹의 실체 등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신일그룹은 지난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부터 새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최용석 대표는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와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 등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대표는 “신일그룹은 그간 의혹이 제기됐던 신일광채그룹·인일유토빌건설·제이앤유글로벌·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고,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탐사·발견·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미 신일그룹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곳곳서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 신일골드코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게시된 사진에는 이날 신일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건 맞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시도하는 신일그룹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했다. 

보물 있나 없나?
의혹은 그대로

그러면서 “이전 류상미 대표이사와 임원들, 이사회가 구성돼있었는데 신일그룹이 ‘사기꾼 집단’이 되는 형세다 보니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껴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까지만 일한 것으로 하고, ‘1기 이사회’로 끝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유지범 회장과 류상미 전 대표,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 등이 현재의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인만 놓고 보면 아무 관련이 없는 별도의 회사”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인 관련 논란이 모두 이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란 주장이라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부분들을 앞으로는 시정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코인과 관련해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피해 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금화·금기의 존재 여부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답만 내놨다. 

또 그동안 150조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홍보를 해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그간 기사들에서 ‘돈스코이호에 200t의 금괴가 있어 150조원’이라고 게재됐는데, 현재 1㎏ 당 약 5100만원의 금 시세로 환산해도 가치는 10조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동종전과·지명수배, 재판부 “죄질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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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과거 1999∼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때, 그때 이미 150조원의 가치라고 했고 어떤 신문은 160조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전부터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가 사용됐고, 공공기관서도 보물선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에 따라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50조원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고 현재도 150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보물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이를 인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역시 여전히 의문이다. 

신일그룹은 당장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필요한 돈은 3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굴 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 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 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서도 신일그룹은 어떻게 돈을 마련하고, 어떤 자료를 보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저희가 온전하게 저희 힘으로 인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보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조사도 예정된 상황서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서울남부지검도 신일그룹과 관련한 사기 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일 그룹에 대한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남부지검이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지휘함에 따라 고발인 조사와 함께 관련 자료 확보 및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일그룹이 최근 울릉도 앞바다서 발견했다고 전한 ‘돈스코이호’를 과거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 측은 “(신일그룹이)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고발했다. 

경찰·금감원 조사
희대의 사기극?

강서경찰서가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일그룹 경영진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신일그룹은 경찰 조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조사에도 응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5일 신일그룹이 150조 상당의 금화, 금괴를 싣고 침몰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직후, 제일제강 최대 주주가 신일그룹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제일제강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에 대해 ‘제일제강 주가조작 가능성’ ‘신일그룹 투자금 모집의 적법성’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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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