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돈스코이호’ 신일그룹 대표 사기 판결문

보물선 발견했다더니…교도소에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사명을 바꾸고 간담회를 열어 적극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반응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사 정우혁)은 지난 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유 대표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대박이냐 
신기루냐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유 대표는 2014년 상반기 무렵 중동 지역 사업가들과의 인맥·친분과 사업·근무 경험을 이용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동 지역 진출 또는 중동 지역 기업들과의 공동사업 등을 주선하고 일이 성사되는 경우 그로 인해 창출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눠주겠다고 피해자 A씨를 속여 투자금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유 대표는 A씨에게 한국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소개해주고 그 활동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는 대신 수수료를 분배하기로 합의했으나 경비 지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에 2014년 9월 여의도에 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을 개설한 후 직원들을 채용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투자를 받거나 투자유치를 받아오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을 산 유 대표는 사무실서 축출됐다. 


이후 유 대표는 당시 동거녀의 아버지 B씨에게도 손을 뻗쳤다. 

유 대표는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전망이 밝아서 미리 그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설립 비용을 투자하면 지분을 확보하게 해주겠다”며 B씨를 설득했다. 

그는 동업자 신모씨를 대동해 신씨가 중동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회장의 양자이며, C호텔 지분 49%를 갖고 있는 유력인사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유 대표는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는 B씨에게 받은 돈을 중동 지역 사업가들의 항공료, 초청행사 개최비용 등에 사용했고 일부는 주거비용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했다. 

유 대표는 실제 법인 설립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 대표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용했다”며 편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동사업 미끼 투자금 챙겨
징역 10개월 선고…복역 중


하지만 법원은 “당시 사업이 과연 성공해 법인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법인을 설립할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며 “피해자에게 ‘전망이 밝고 법인이 곧 설립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여러 증거들로 인해 입증됐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 대표가 경찰서 같은 취지로 자인했던 사실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특히 당시 1억원에 이르는 차용금 편취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받던 중 도주해 지명수배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동거녀의 친척을 상대로 무려 1억5000만원을 편취하는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 대표가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 점,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한 점, 오랫동안 피해자 측의 연락을 회피한 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선고기일과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절차의 진행을 진행시킨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신일그룹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1905년 울릉도 근처서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일그룹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가 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석연찮은 해명
회사 이름 교체

하지만 돈스코이호 진실 여부, 소유권 문제, 인양에 따른 법적 문제, 신일그룹의 실체 등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신일그룹은 지난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부터 새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최용석 대표는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와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 등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대표는 “신일그룹은 그간 의혹이 제기됐던 신일광채그룹·인일유토빌건설·제이앤유글로벌·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고,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탐사·발견·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미 신일그룹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곳곳서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 신일골드코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게시된 사진에는 이날 신일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건 맞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시도하는 신일그룹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했다. 

보물 있나 없나?
의혹은 그대로

그러면서 “이전 류상미 대표이사와 임원들, 이사회가 구성돼있었는데 신일그룹이 ‘사기꾼 집단’이 되는 형세다 보니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껴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까지만 일한 것으로 하고, ‘1기 이사회’로 끝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유지범 회장과 류상미 전 대표,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 등이 현재의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인만 놓고 보면 아무 관련이 없는 별도의 회사”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인 관련 논란이 모두 이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란 주장이라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부분들을 앞으로는 시정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코인과 관련해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피해 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금화·금기의 존재 여부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답만 내놨다. 

또 그동안 150조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홍보를 해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그간 기사들에서 ‘돈스코이호에 200t의 금괴가 있어 150조원’이라고 게재됐는데, 현재 1㎏ 당 약 5100만원의 금 시세로 환산해도 가치는 10조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동종전과·지명수배, 재판부 “죄질 불량”
경찰·금감원 조사…희대의 사기극?

최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과거 1999∼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때, 그때 이미 150조원의 가치라고 했고 어떤 신문은 160조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전부터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가 사용됐고, 공공기관서도 보물선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에 따라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50조원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고 현재도 150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보물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이를 인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역시 여전히 의문이다. 

신일그룹은 당장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필요한 돈은 3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굴 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 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 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서도 신일그룹은 어떻게 돈을 마련하고, 어떤 자료를 보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저희가 온전하게 저희 힘으로 인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보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조사도 예정된 상황서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서울남부지검도 신일그룹과 관련한 사기 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일 그룹에 대한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남부지검이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지휘함에 따라 고발인 조사와 함께 관련 자료 확보 및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일그룹이 최근 울릉도 앞바다서 발견했다고 전한 ‘돈스코이호’를 과거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 측은 “(신일그룹이)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고발했다. 

경찰·금감원 조사
희대의 사기극?

강서경찰서가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일그룹 경영진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신일그룹은 경찰 조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조사에도 응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5일 신일그룹이 150조 상당의 금화, 금괴를 싣고 침몰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직후, 제일제강 최대 주주가 신일그룹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제일제강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에 대해 ‘제일제강 주가조작 가능성’ ‘신일그룹 투자금 모집의 적법성’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