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돈스코이호’ 신일그룹 대표 사기 판결문

보물선 발견했다더니…교도소에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사명을 바꾸고 간담회를 열어 적극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반응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사 정우혁)은 지난 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유 대표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대박이냐 
신기루냐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유 대표는 2014년 상반기 무렵 중동 지역 사업가들과의 인맥·친분과 사업·근무 경험을 이용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동 지역 진출 또는 중동 지역 기업들과의 공동사업 등을 주선하고 일이 성사되는 경우 그로 인해 창출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눠주겠다고 피해자 A씨를 속여 투자금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유 대표는 A씨에게 한국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소개해주고 그 활동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는 대신 수수료를 분배하기로 합의했으나 경비 지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에 2014년 9월 여의도에 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을 개설한 후 직원들을 채용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투자를 받거나 투자유치를 받아오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을 산 유 대표는 사무실서 축출됐다. 


이후 유 대표는 당시 동거녀의 아버지 B씨에게도 손을 뻗쳤다. 

유 대표는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전망이 밝아서 미리 그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설립 비용을 투자하면 지분을 확보하게 해주겠다”며 B씨를 설득했다. 

그는 동업자 신모씨를 대동해 신씨가 중동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회장의 양자이며, C호텔 지분 49%를 갖고 있는 유력인사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유 대표는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는 B씨에게 받은 돈을 중동 지역 사업가들의 항공료, 초청행사 개최비용 등에 사용했고 일부는 주거비용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했다. 

유 대표는 실제 법인 설립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 대표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용했다”며 편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동사업 미끼 투자금 챙겨
징역 10개월 선고…복역 중


하지만 법원은 “당시 사업이 과연 성공해 법인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법인을 설립할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며 “피해자에게 ‘전망이 밝고 법인이 곧 설립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여러 증거들로 인해 입증됐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 대표가 경찰서 같은 취지로 자인했던 사실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특히 당시 1억원에 이르는 차용금 편취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받던 중 도주해 지명수배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동거녀의 친척을 상대로 무려 1억5000만원을 편취하는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 대표가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 점,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한 점, 오랫동안 피해자 측의 연락을 회피한 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선고기일과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절차의 진행을 진행시킨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신일그룹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1905년 울릉도 근처서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일그룹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가 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석연찮은 해명
회사 이름 교체

하지만 돈스코이호 진실 여부, 소유권 문제, 인양에 따른 법적 문제, 신일그룹의 실체 등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신일그룹은 지난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부터 새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최용석 대표는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와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 등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대표는 “신일그룹은 그간 의혹이 제기됐던 신일광채그룹·인일유토빌건설·제이앤유글로벌·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고,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탐사·발견·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미 신일그룹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곳곳서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 신일골드코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게시된 사진에는 이날 신일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건 맞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시도하는 신일그룹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했다. 

보물 있나 없나?
의혹은 그대로

그러면서 “이전 류상미 대표이사와 임원들, 이사회가 구성돼있었는데 신일그룹이 ‘사기꾼 집단’이 되는 형세다 보니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껴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까지만 일한 것으로 하고, ‘1기 이사회’로 끝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유지범 회장과 류상미 전 대표,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 등이 현재의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인만 놓고 보면 아무 관련이 없는 별도의 회사”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인 관련 논란이 모두 이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란 주장이라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부분들을 앞으로는 시정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코인과 관련해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피해 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금화·금기의 존재 여부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답만 내놨다. 

또 그동안 150조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홍보를 해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그간 기사들에서 ‘돈스코이호에 200t의 금괴가 있어 150조원’이라고 게재됐는데, 현재 1㎏ 당 약 5100만원의 금 시세로 환산해도 가치는 10조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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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과거 1999∼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때, 그때 이미 150조원의 가치라고 했고 어떤 신문은 160조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전부터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가 사용됐고, 공공기관서도 보물선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에 따라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50조원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고 현재도 150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보물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이를 인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역시 여전히 의문이다. 

신일그룹은 당장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필요한 돈은 3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굴 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 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 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서도 신일그룹은 어떻게 돈을 마련하고, 어떤 자료를 보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저희가 온전하게 저희 힘으로 인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보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조사도 예정된 상황서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서울남부지검도 신일그룹과 관련한 사기 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일 그룹에 대한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남부지검이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지휘함에 따라 고발인 조사와 함께 관련 자료 확보 및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일그룹이 최근 울릉도 앞바다서 발견했다고 전한 ‘돈스코이호’를 과거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 측은 “(신일그룹이)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고발했다. 

경찰·금감원 조사
희대의 사기극?

강서경찰서가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일그룹 경영진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신일그룹은 경찰 조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조사에도 응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5일 신일그룹이 150조 상당의 금화, 금괴를 싣고 침몰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직후, 제일제강 최대 주주가 신일그룹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제일제강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에 대해 ‘제일제강 주가조작 가능성’ ‘신일그룹 투자금 모집의 적법성’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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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