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보물선’ 신일그룹의 실체

‘대박이냐 신기루냐’ 보물 찾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수백조원 가치의 금화와 금괴가 실린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신일그룹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장만 있을 뿐 배나 금괴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신일그룹이 설립된 지 50일밖에 안 된 신생회사인 것을 두고 실체가 불확실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갑자기 등장한 신일그룹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지난 17일, 신일그룹은 150조원 규모의 보물이 실린 러시아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를 경북 울릉도 인근 해저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관련기업인 제일제강 주가가 이날 상한가로 치솟기도 했다.

금화와 금괴
가능한 이야기?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여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앞바다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약 5500상자(200여t)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신일그룹은 수년 전부터 돈스코이호 탐색에 나선 끝에 지난 15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울릉도서 인양한 유물과 잔해를 일부 공개하고 9∼10월쯤 본체를 인양할 계획이다. 

돈스코이호는 지난 2000년 동아건설로 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아건설이 보물선 실체를 확인했다고 알려지면서 2000년 12월15일 360원이던 동아건설 주가는 17일 후 3265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지 못했고 유동성 위기로 2001년 3월 상장 폐지됐다. 고점에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봤다. 1980년대에는 도진실업이 배와 보물을 인양하기 위해 일본서 잠수정을 도입했지만 실패했다. 

신일그룹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 속 선체의 꼬리 쪽에는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이 적혀 있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은 발견된 선박이 진짜 돈스코이호가 맞는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제정 러시아 선박임에도 선박 명칭이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표기돼있다는 점 때문이다. 

신일그룹 측은 돈스코이호가 러시아어로도 적혀 있지만 식별이 불가능해 선명한 영어 표기만 공개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문가는 선박 명칭이 시대와 나라별로 다르게 표기돼 돈스코이호에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명 표기와 관련해 한국선급 관계자는 “선박 명칭 표기와 관련한 별도의 국제규정이나 관례가 없어 정확히 말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돈스코이호 발견한 신일…정체성 논란
법인설립 50여일 신생기업…인양 능력?

갑작스레 불어닥친 돈스코이호 열풍의 가장 큰 의문점은 금화와 금괴의 실존 여부다. 현재까지 이 배에 실제 금이 실렸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러시아 대외비 문서, 돈스코이호 침몰을 목격한 울릉도 주민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추정할 뿐이다. 


신일그룹에 따르면 돈스코이호 내부에 있는 금화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104.4t)의 약 2배 가까운 엄청난 양이다. 러일전쟁 당시 이 배에 연료, 식수, 보급품 구매와 수병 임금 지급을 위한 군자금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량과 포탄 적재가 우선인 무장 함선에 금화 200t을 싣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총배수량이 5800t에 불과한 작은 배에 200t 가까운 금화를 싣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가치가 150조원 규모의 금화를 포함, 총 160조원가량이라고 주장하며 이 배를 담보로 암호화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화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200t의 금화가 있다고 해도 그 가치가 150조원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금 시세는 4만5080원으로 200t의 금 가격은 약 9조160억원에 불과하다. 금화가 골동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금 시세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서 그 가치를 담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신일그룹은 ‘신일골드코인’이란 암호화폐를 발급해 인양 후 보물 가치의 10%인 15조원을 보유자들에게 이익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화의 실체가 없고 코인의 백서와 기술적 처리방식이 모두 공개되지 않아 스캠코인(사기코인)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 담보로 
암호화페 사업

신일그룹은 지난 6월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류상미 대표를 비롯해 김필현·손상대·김해래씨가 주주로 등록돼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사는 신일그룹,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2개 회사뿐이다. 이 둘은 모두 올해 들어 설립됐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서 계열사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국제거래소, 신일골드코인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법인 등록이 돼있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하는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등록돼있는데 이 역시 설립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일그룹 측은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인양 준비를 하던 2년 전 해양수산부에 매장물 발굴허가에 관해 문의한 결과 개인보다는 법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조언을 받아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며 “법인을 좀 더 일찍 설립하려고 했지만 5월에 추모제를 진행하다 보니 설립이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장에선 제일제강의 인수계약자가 신일그룹이 아닌 개인 2명이라는 점도 의아해하고 있다. 신일그룹이 이미 제일제강을 인수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계약금 18억5000만원만 납부한 상태다. 오는 9월12일까지 중도금·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분 17%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185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신일그룹 관계자는 “신일그룹은 관계사로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신일건업돈스코이국제거래소를 갖고 있으며 제일제강에 대한 (주식 양수도 계약) 잔금 처리가 끝나면 제일제강이 계열사로 들어오게 된다”며 “신일건업은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관계된 곳으로 인양사업과는 별개의 기업”이라고 말했다.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제일제강은 18일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는 공시에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경에는 3560원까지 추락했다. 

발굴보증금 
15조 있나?

아울러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자금을 충분히 보유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신일그룹 측의 주장대로 매장물 추정가액이 150조원이라면 15조원을 발굴보증금으로 미리 납부해야 한다. 

논란이 되는 발굴보증금에 대해 신일그룹은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괴 값의 10%가 아니라 돈스코이호의 철근값 12억원의 10%만 납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금괴에 대한 이야기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등으로 알려졌지만 금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배에 있는 금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철근값 12억원의 10%인 1억2000만원을 현금 또는 서울보증증권으로 납부해 매장물 발굴허가를 받은 뒤 발굴되는 금괴의 가치에 따라 다시 10%를 현금이나 서울보증증권으로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일그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지난 1년여간 150조원의 금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갑자기 고철값만 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금융 당국이 결국 ‘경고 주의’ 입장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울릉도 앞바다서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일그룹과 관련해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를 경고했다. 

금감원은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이어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또는 과장된 풍문을 유포하는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했던 회사가 자금난으로 파산하면서 투자자들 피해가 크게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금괴 있나 “모든 의문점 밝히겠다”
동아건설과 소유권 분쟁 가능성도 

신일그룹이 ‘최초 발견자 권리’로 보물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동아건설이 “최초 발견자는 우리”라며 보물 소유권 분쟁에 나섰다. 

동아건설은 지난 19일 “돈스코이호는 2003년 우리가 발견했고, 그 사실은 당시 기자회견으로 대외에 공표했다”며 “포항 해양청에 허가를 받아 정상적인 루트로 해당 함선을 찾아낸 우리에게 최초 발견자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초 발견자가 법적으로 어떤 권한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근 신일그룹이 마치 침몰 113년 만에 최초로 발견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으로 2000년 12월15일부터 이듬해 1월4일까지 주식시장서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업의 상장폐지 후에도 해양연구원과 탐사를 이어가며 2003년 6월 ‘돈스코이호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채권단 반대로 인양에는 나서지 못했고, 2014년 발굴 허가기간이 종료됐다.

동아건설 측은 신일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돈스코이호의 가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동아건설 측은 “우리는 돈스코이호에 금 500kg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현재 가치로는 220억원 수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는 점을 들어 국내법상 인양 후 발견된 금화의 80%를 자신들이 소유할 수 있다는 게 신일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다량의 금화가 발견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소유권이 결정된다. 하지만 협의가 무산될 경우 국제재판소로 넘어간다. 돈스코이호가 ‘군(軍)함’이라는 점이 소유권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제강 관계는?
증폭되는 궁금증

돈스코이호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외신 기자회견을 오는 25∼26일 열겠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대한 더욱 놀랄 만한 사실과 사진, 영상 등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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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