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임대보증금 7000억원 증발’ 공방전

7567억 중 7072억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학교가 올해로 개교 72주년을 맞았다. 유자은 이사장과 민상기 총장은 기념식서 학교 발전을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말의 성찬으로 덮기엔 건국대 속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지난 10여년간 드러난 많은 의혹이 여전히 학교의 위험요소로 똬리를 틀고 있다. 그 중심에 증발한 7000억원의 임대보증금 문제가 있다.

2010년 6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법인에 통보한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지난해 1월 교육부의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에는 교비회계로 전출, 법인 일반회계 지급 등 반환을 위한 보관·유지 외의 용도로 임대보증금을 사용하려면 관할청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가 필요하다고 돼있다. 다시 말해 임대보증금은 학교법인서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돈인 셈이다.

임대보증금
임의사용 제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실태는 2016년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6년 11월21일부터 같은 해 12월7일까지 진행한 교육부 감사에서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검토했다.

그 결과 건국대는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은 임대보증금 중 일부를 수익용 기본재산이 실질적으로 감소되는 법인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보전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건국대가 더클래식, 건국AMC 등을 통해 받은 임대보증금은 7566억6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당시 금융기관에 예치된 임대보증금은 495억원에 불과했다. 7071억60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뜻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확인 결과 건국대의 지난해 연평균 등록금은 816만7000원. 숫자만 놓고 봤을 때 미예치 임대보증금 7071억6000만원이면 8만6000여명의 학생이 건국대서 1년간 공부할 수 있다.

2016년 교육부 감사로 실태 드러나
임대보증금 사용처 두고 의혹 나와

감사원에 따르면 건국대와 같은 상황의 학교법인들은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은 임대보증금을 ▲법인 운영비 ▲대체취득 ▲교비전출 ▲기채상환 ▲부담승계 ▲기타 등 6가지 용도로 사용했다. 건국대의 경우 ▲교비전출 ▲대체취득 ▲수익사업체 운영비 ▲기타 등의 용도로 미예치 임대보증금을 지출했다.

2016년 9월 말 기준 건국대 임대보증금 세부 지출 내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백화점(159억), 쇼핑몰(183억), 영존(601억), 클래식(3795억), 골프장(545억) 등 공사비로 5286억원이 사용됐다. 여기에 각종 시설물 구축(83억), 노유자 시설 세대별 집기·비품류 등(66억), 전산시스템 구축(7억) 등 고정자산을 매입하는 데 157억을 썼다. 또 교비전출 용도로 1235억원을 지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운영비와 기타 내역이다. 건국대는 클래식 영업손실(107억), 지급이자(128억), 세금(9억) 등 330억원을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기타 내역에는 단기대여(8억), 예치금(54억)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건국대서 운영비와 기타 등의 이유로 지출한 393억원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실질적인 감소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운영비+기타
기본재산 감소

감사원은 건국대가 임의로 사용한 임대보증금에 대해 보전 조치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라고 교육부에 통보했다. 이에 건국대는 지난해 5월 임대보증금 보전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2017년(31억), 2018년(83억), 2019년(89억), 2020년(92억), 2021년(96억) 등 5년에 걸쳐 법인운영 수익, 재산 매각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를 거쳐 교육부의 조치에 따라 건국대의 이행으로 마무리될 듯했던 임대보증금 사안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감사원이 미처 지적하지 못한 부분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 것이다.
 

건국대 설립자 상허 유석창 선생의 자녀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 정상화 위원회(이하 건정위)는 ▲교비전출(1235억) ▲예치금(54억) ▲클래식 지급이자(128억) ▲골프장 공사비(545억) 등의 항목 역시 임의사용한 돈으로 분류, 보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정위의 지적대로면 건국대가 임의로 사용한 임대보증금은 2000억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다.

먼저 건국대가 교비전출금 명목으로 지출했다고 밝힌 1235억원이 문제로 지목됐다. 건정위에 따르면 건국대는 이 돈에 대해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국세청의 환급금과 법인의 법정부담금을 교비회계로 전입하는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사립대학의 경우 매 학기 학생들의 등록금을 금융기관에 납입하면 국세청이 먼저 등록금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를 진행하고 이후 환급절차를 거친다. 이때 환급금은 교비회계로 전입된다. 

당초 학교법인은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의 80% 이상을 교비회계로 전입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환급금의 경우 교비회계에 속하는 등록금서 발생한 돈이므로 법인회계와 무관하다.

법정부담금 부분도 의아한 구석이 있다. 법정부담금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사립대학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학연금·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 비용과 교직원 퇴직수당을 말한다. 건국대의 경우 이 같은 법정부담금을 교비회계서 먼저 지급하고, 이후 법인회계에 속하는 자금으로 변제한다.

건정위 관계자는 “납세환급금이나 법정부담금은 교비회계와 관련 있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건국대는 법인의 운영수익금을 교비로 전입시킨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57억원을 들여 신축한 예술문화대학건물이 교비회계로 전입된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1078억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건국대가 환수 받아야 할 성격의 돈을 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감사원은 교육부 감사에서 건국대가 공중연결 통로 공사 예치금으로 지출한 41억5700만원에 대해 보전 처분을 지시했다. 

학교법인은 지하철 2호선과 백화점 사이 공중연결 통로 설치비용으로 15억2900만원을, 노유자 시설 동별 사용승인 조건으로 36억9600만원 등 총 52억2500만원을 광진구청에 예치했다. 하지만 지하철공사와 주민들의 반대로 공중연결 통로 설치는 무산됐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2011년 6월29일 본회의서 “2010년 6월23일 결정된 시 도시건축 공동 위원회의 수정가결에 따라 건국대에서 예치한 총 52억2500만원을 근거로 교통종합개선계획 용역을 수행 중에 있다”며 “2010년 12월 용역 중간보고가 있었고 금년 7월 말경이면 용역이 완료될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예치금이 이미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니 돌려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몇몇 부분서
추가 의혹 나와

최근에도 광진구청은 2010년 8월26일 서울시 고시를 근거로 예치금을 건국대에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서울시는 “도시미관 및 경관을 저해하는 고가구조물을 철거하는 추세에서 새로운 보도육교 형식의 구조물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과 지구특별계획구역을 연결하는 공중연결통로 설치계획 변경(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변의 교통운영 보행 및 차도 공간, 보행량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수립·시행토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광진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서울시 고시에 재원조달은 사업시행자와 별도 협의 후 확정한다고 돼있다”며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건국대와 이야기가 끝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건정위는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으니 예치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정위는 “서울시 도시건축심의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예치금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행보증금”이라며 “이는 준공검사를 받은 때 즉시 반환돼야 하는 자금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어 “허가청에 대해 미환수의 방법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혹여나 자금에 뇌물의 성격이 있는 것은 아닌지 파악이 필요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5년에 걸쳐 보전 조치 지시
교육부 5월에야 “이행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사용 실태를 둘러싼 후폭풍은 학교의 방만한 자금 운영과 교육부의 안일한 관리·감독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임대보증금의 일부를 임의로 사용한 건국대에 1차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2016년 감사원 감사 이전인 2013년에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건국대 학교법인과 대학의 2012 회계연도 재정 및 예·결산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스타시티 상가와 더클래식 500의 임대보증금 총액이 7000억원을 상회하지만 법인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316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당시 언론보도서 교육부는 사학진흥재단의 조사결과를 넘겨받고 학교 측의 소명을 받은 후 위법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3년 뒤 2016년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매년 학교법인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현황을 보고 받았을 뿐 감사원 감사일(2016년 11월21일)까지도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재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관리·감독 소홀
사후 대처 부실

교육부의 부실한 사후 대처 또한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보전 조치마저도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 A씨는 지난 1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건국대가 2017년 보전계획금인 31억원을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모두 이행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2월 <일요시사>의 취재 내용과 사뭇 다른 답변이다. 지난 1월16일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 B씨는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보전이 (지난해)11월 말 기준으로 50%를 조금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B씨는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당시 임대보증금 관련 대응을 했던 직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건국대서 전액 보전 조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달(1월)중에 지난해 12월 말 실적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월6일에는 B씨가 “업무가 바뀌었다, 해당 부서에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건정위 관계자는 4월에도 건국대의 보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그 분(B씨)은 그 당시 담당자가 아니었다. 선의로 확인해 드리려 했는데 공문을 미처 못 보신 것 같다”고 답했다.

건정위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통해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으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는 이사장과 이사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결과”라며 “그 보전을 피해자인 법인에 전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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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