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뇌물공여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선고공판을 열흘 남짓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최종결심에서 김 대표가 차량 2대를 제공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있는 김 대표 입장에선 불안 요인이 추가됐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진경준 게이트와 관련된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의 죄질과 범죄 중대성 등을 고려해 징역 13년과 추징금 130억7000여만원을 구형했다. 대한항공 전 부사장 서모씨에게는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대표 지인에 제공”
김정주 넥슨 창업주(현 NXC 대표)에게는 2년6개월을 구형하면서 집행유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3년 이하의 징역형이 확정될 경우 양형 조건에 따라 형 집행을 유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 전 검사장은 2006년 11월 넥슨재팬 주식 8537주(당시 가격 8억5370만원 상당)를 넥슨 측에서 무상 취득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됐다. 그는 또 김 대표로부터 제네시스 리스 차량을 제공받고 11차례에 걸쳐 가족 해외여행 경비 5011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0년 8월쯤 대한항공 전 부사장인 서씨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받았다. 이에 따라 김 대표도 뇌물공여죄로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진 전 검사장은 이날 결심공판서 김 대표로부터 취한 이득을 단순 친분관계서 나오는 호의라고 주장했다. 진 전 검사장은 넥슨 주식 등을 공짜로 받은 것에 대해 “정주가 월급쟁이인 나를 안쓰러워했던 것”이라며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대 거부가 된 친구가 돈을 준다는데 옹졸하게 보일 수 없어 돈을 받았다”고도 했다. 대한항공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호텔경영을 전공한 처남의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것일 뿐, 용역 발주 관련해선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용역 계약 체결된 것에 대해) 공직자로서 잘못 처신했다. 비난받을 만하다”고도 했다.
선고 앞두고 양측 충돌 감지
사라진 2대 외제차 어디로?
문제는 진 전 검사장의 입에서 김 대표의 차량 제공 사실이 두 차례 더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발생했다. 김 대표가 지인 두 사람에게 고가의 외제차 2대를 더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김 대표가 평소에도 지인에게 ‘대가성’ 없는 고가의 차량을 제공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진 전 검사장이 결심공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보름 뒤 선고공판으로 검찰이 대가성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 입장에선 선고공판을 앞두고 큰 악재 요소를 만났다.
김 대표의 행위가 경험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집행유예가 예상되는 지점에서 큰 의혹을 남긴 것이다.
만약 해당 의혹에 눈길이 쏠린다면 우병우 관련 의혹에도 관심이 전이돼 ‘넥슨’에게까지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수사 초점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서 대통령으로 향하면서 넥슨은 한숨 돌리는 모양새였다.
넥슨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처가에게 대가성 짙은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3월 우 전 수석의 처가로부터 강남역 근처의 토지 3371㎡를 1365억원에 매입했고, 다음해 1월 인근 땅 134㎡를 100억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그해 7월 두 토지를 합쳐 1505억원에 부동산 개발사에 매각했다.
이 과정서 넥슨이 이 땅을 고가에 매입해 우 전 수석 측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고, 진 전 검사장이 개입해 우 전 수석과 넥슨을 연결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이 토지 매입 후 당초 계획대로 사옥을 건축하지 않은 채 이른 시기에 땅을 되팔았다는 것이다.
거래 과정서 소요된 세금 및 부대비용 등으로 실제로 손해보고 땅을 팔았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 김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결심 공판이 미묘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다.
차량 2대를 지인에게 제공한 사실과 우병우 관련 의혹이 재차 불거지면 재판 결과가 미묘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이 해당 사안에 대해 추가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항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고가 진행되면 김 대표는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 의혹 소명에 시간을 보내야 한다. 넥슨 입장에선 다소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준 것은 맞는데…
이재교 NXC 본부장은 “해당 발언은 신문 과정서 진 전 검사장이 즉흥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김 대표가 친분이 두터운 지인에게 차량 2대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량 인수 대금을 전액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제공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또 “김 대표와 이 둘은 단순 친한 지인으로 비즈니스 관계는 전혀 아니다”며 대가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의 집행유예 여부는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3일 서울지방법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