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JT친애저축은행은 일본계 자본이 투입된 저축은행이다. 문제는 JT친애저축은행 내 일본인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한국 노조를 죽이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심지어 일본인 경영인의 폭력 스캔들까지 일어나며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는 사측이 실시한 노조간부 인사평가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은 없다. 일본인 경영인의 한국 노조 탄압 논란을 추적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 2012년 10월 일본계 자본인 J트러스트 그룹이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J트러스트 그룹은 미래저축은행 직원 300여명을 고용승계했다.
깊어진 골
노사 간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노조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 근로자는 고용승계과정서 연봉에 준하는 상여금, 복지제도, 호봉제 폐지 등 기존 연봉의 30%를 삭감하는 조건으로 JT친애저축은행 식구가 됐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회사의 근로자는 피곤했다. 노조원인 A씨는 인사평가에서 전체직원 가운데 70%(동결 40%, 삭감 30%)가 임금이 오르지 않는 비정상적인 업무환경서 노조가 탄생했다고 했다.
JT친애저축은행 노조는 회사설립 3년만인 지난해 4월24일 설립됐다. A씨에 따르면 노조 설립 후 일본인 경영진의 견제가 시작됐다. 현재 10명의 이사 가운데 3명이 일본인. 이외도 핵심부서에 일본인이 포진해 있어 일본 본사의 방침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경영진은 노조가 설립돼 일본 본사로부터 승인받은 1인당 수백만원의 복지 재원이 물거품 됐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며 노조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간 갈등이 격화된 것은 첫 임금 및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부터다. 지난해 6월11일 1차 교섭이 시작됐지만 수차례 결렬 끝에 9월10일 지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여기서 지노위는 기초합의서를 체결하고 임금 교섭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기초합의서에는 타임오프 등 노조활동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양측은 해당 기초합의서를 받아들였다.
이후 진행된 교섭은 18차까지 갔지만 결렬되면서 지난 1월, 다시 지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결과는 조정 결렬.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모바일 투표를 거쳐(찬성 98.71%, 반대 1.29%) 지난 3월30일부터 4월8일까지 파업을 실시했다.
그동안 사측의 노조 쪼개기는 강도는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제주지점의 노조원들을 모두(16명) 순환 파견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9월 추석연휴가 끝난 후 제주지점 노조원들은 4명씩 6개월간 순환 파견을 떠나야 했다. 4명의 파견 근무자가 6개월간의 파견근무를 마치면 다른 제주 근로자 4명이 서울로 순환근무를 나가는 형식이었다.
미래저축 인수 고용승계…악연 시작
일측 경영진 장악 후 막가파식 대응
회사 측은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비용보다 숙련된 근로자를 순환 파견 근무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지점은 여유인력이 풍부해 특별히 순환 파견에 적합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지점의 특성상 영업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6개월간의 파견 근무가 실효성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금융상품 판매는 고객과 영업사원의 신뢰가 중요한데 6개월간의 짧은 근무로 고객과 신뢰를 쌓아 실적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제주지점은 지역 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업력이 집중돼야 하는 상황에 따라 회사 내부에서도 인원 보강에 대한 말이 나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조측은 제주지점의 노조원들을 서울 파견 보내는 것은 명백한 ‘노조와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6개월간의 순환 파견근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못 박았다. 다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입직원을 여러 지점을 돌면서 업무를 익히도록 짧게 순환 파견근무를 보내는 경우는 있어도 경력직 직원을 6개월 단위로 짧게 보내는 경우는 징벌성 인사 외에는 없다”고 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노조 방침을 두고 여전히 일본인 경영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인 경영진과 노조 측 갈등은 '폭력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일본인 경영인 가운데 가장 입지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일본인 임원이 퇴근 후 노조회의를 준비하는 여성 앞에 있는 물통을 발로 차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의 폭력행위를 했다는 말이 노조 측으로부터 나왔다.
노조는 “(한 일본인 임원이) 회의를 진행할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공포감 조성과 함께 여성부지회장 앞에 놓여있는 물통을 발로 찼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측은 “당시 노조가 사측에 시설물의 사용절차와 협조를 요청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려고 했다”며 “이를 항의하는 과정서 벌어진 일이며 노동청에서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입장서 가장 큰 문제는 사측이 노조를 이끌 지회장 및 수석 부지회장을 인사평가로 통제하려는 점이다. 실제 노조를 이끌고 있는 지회장과 수석부지회장은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맞았다. 노조측은 반발했다.
지노위 측은 이와 관련된 사측의 인사 평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며 다시 인사평가를 실시할 것과 부당노동행위를 사내 게시판에 게재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사측은 지노위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지노위의 판결에 반발해 다시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노조 측은 사측의 재심 청구에 대해 시간끌기로 노조를 지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JT친애저축은행지회 김성대 지회장은 “사측의 시간끌기가 노조를 이끄는 데 가장 힘든 부분”이라며 “모두가 흔들리지 않고 버텨줘야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노조원은 “일본인 경영진의 시간끌기와 탄압에 지쳐가고 있는 노조원이 많다”며 “현재 일본인 경영진의 비상식적인 노조 쪼개기 방식을 당하고 있는 자신이 마치 일제치하에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폭력논란까지
사측은 일본 경영인의 입김과 관련 “JT친애저축은행모든 경영상의 주요 결정은 임원경영회의나 이사회 협의한 후 정책사항을 결정한다”며 “노조의 주장은 민주적 절차로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일본과 한국의 경영진을 흠집내기 위한 주장”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