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뒤죽박죽' 현주소

호랑이 없으니 여우끼리 ‘이전투구’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사실상 종료됐다. 그동안 살아남은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이후 저축은행 판은 크게 바뀌었다. 과거 금융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은 현실이 됐다.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은행’ 간판을 달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SBI, OK, 웰컴, HK저축은행 등이 찢어져 있던 계열사를 끌어 모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저축은행들은 효율성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11 사태가 대형 저축은행의 고위험 영업에 집중했던 데서 생겨난 만큼 소비자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줄지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SBI, OK, 웰컴, HK 등 저축은행이 잇따라 합병작업을 끝냈다. 계열 저축은행 합병을 통해 경영자원 효율화와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대형화 바람은 2011년 사태를 재현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몸집 불리다
영업정지 사태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 역사를 시작한 지 40년이 지났다. 눈부신 성장을 이뤘던 때도 있었지만 그 성장만 믿고 많은 저축은행이 돈을 써댔다. 결국 2011년 영업정지 사태를 맞았다. 저축은행은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졌다.

저축은행의 역사는 1972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정부는 자금난을 겪던 기업들이 사채에 의존하다 줄줄이 파산하자 지금 저축은행의 전신인 상호신용금고 제도를 도입했다. 총 대출금의 50% 이상을 해당 영업구역내의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지역과 서민금융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1980년 8800억원대의 수신(예적금)과 여신(대출) 규모는 2010년 142조원까지 치솟았다.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저축은행은 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고객의 돈을 ‘쌈짓돈’처럼 써대기 시작했다. 서민 금융회사로 설립된 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했던 것이다.


결국 저축은행은 2011년 영업정지 사태를 맞이했다. 2011년 이후 1년 동안 대형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업계 1위를 차지했던 솔로몬 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문을 닫았다. 솔로몬 저축은행을 비롯해 자산순위 탑5 안에 들었던 토마토, 제일, 부산, 부산2저축은행도 모두 문을 닫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 예금자 보호 5000만원을 돌려주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서 마련한 15조원은 저축은행 사태를 수습하느라 바닥이 났다. 2011년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 20여 곳은 문을 닫았다. 한때 200곳이 넘었던 저축은행 수는 현재 70여개로 줄어들었다.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업계 판 요동
대부업체 줄줄이 ‘은행’ 간판 영업

이후 저축은행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 SBI저축은행(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이 업계 1, 2위로 우뚝 올라섰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됐다.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과거 경쟁상대로 보지도 않았던 대부업체는 거꾸로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와 웰컴론은 가교저축은행인 예나래ㆍ예주저축은행과 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으로 거듭났다. 특히 러시앤캐시가 운영하는 OK저축은행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저축은행 시장 에서 SBI저축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바짝 다가가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자산 매각이나 증자 등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신규 수익원이 마땅치 않은 데다 부실사태가 지속됐다. 소비자 신뢰도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저축은행 부실이 늘어나면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목돈 마련 수단으로 각광받던 저축은행 예금도 바닥을 기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불황에 저축은행들은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대형화 바람이 불었다. 합병 뿐 아니라 신규 점포 개설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종료가 선언된 가운데 솔로몬, 토마토저축은행 이후 사라졌던 초대형 저축은행들이 재등장할 조짐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SBI, OK, 웰컴, HK저축은행 등 저축은행이 잇따라 합병작업을 완료했다. 우선 SBI저축은행은 4개로 나눠진 계열사(SBI, SBI2, SBI3, SBI4)를 전부 합병했다. 통합 SBI저축은행으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1일 SBI저축은행은 법인 통합을 기념하고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통합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통합으로 SBI저축은행은 업계 자산 1위 저축은행으로 올라섰다. 이달 중 개점 예정인 인천, 광주 지점을 포함하면 전국 20개 영업점을 보유하면서 업계 1위의 우량 저축은행이 된다.
 

자산 규모는 지난 9월말 기준 자산 규모 3조8443억원, BIS비율 11.44%을 기록했다. 2019년 6월말 까지 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BIS) 14.61%, 당기순이익 2328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40~50명 규모의 대졸신입공채와 신입텔러공채’를 통해 핵심인력까지 추가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같은 날 OK저축은행도 OK2저축은행을 흡수 합병했다. OK저축은행은 이번 합병으로 지난 6월 기준 자산 규모 4862억원, BIS비율 33.67%에 18개 영업점을 보유한 저축은행으로 새로 탄생했다. OK저축은행은 이번 합병으로 자산이 연내 1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 진출 반년 만에 총 자산이 두 배로 뛰는 셈이다. 최근까지 OK저축은행은 월 평균 800억∼1000억원의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1조 클럽’에 드는 것도 시간문제다.

다시 몸집 키우기
2011 사태 재현?

웰컴저축은행은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서일저축은행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웰컴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해 영업을 시작했다. 이번 합병으로 웰컴저축은행은 서울과 경기, 부산, 경남 지역의 기존 영업구역과 대전(둔산지점), 충청(서산지점) 지역 영업 구역을 추가해 총 14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HK저축은행도 지난달 자회사인 부산HK저축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통합HK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앞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9월 예성저축은행과 합병했다. 이후 경기·인천·호남·제주지역 등 기존 영업망에 서울지점을 추가로 확보해 총 12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합병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2011년 이후 본격 추진했던 부실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지점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영업구역 외에도 저축은행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저축은행 점포 신설이 한결 자유로워진 셈이다.

그동안 부실화를 막기 위해 지점이나 출장소, 여신전문출장소 등을 설치할 때 일정액을 증자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점 설치 시에도 증자의무를 배제하고 저축은행중앙회 승인으로 점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사업연도가 마무리되면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끝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이 너무 쉽게 저축은행 합병 허가를 내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저축은행 대형화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저축은행에 감독과 지도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무색해진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이 이렇다 할 구체적 계획 보다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통합부터 강행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을 취급하는 ‘은행’이름만 달았지 대출금리는 여전히 살인적이다. 대부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고리대금업자라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금융감독원이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대출의 90% 정도가 연 25%가 넘는 고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기준 OK, OK2, 웰컴, 웰컴서일, 친애 등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5곳의 전체 대출 2만7424건 중 89%(2만4460건)가 연 25∼35%의 고금리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 10∼15%대 대출은 전체의 7%(1882건)였고 10% 미만 저금리 대출은 3%(769건)에 불과했다.

계열사 끌어 모아 몸집 불리기
이러다 또 큰일?…위기 가능성↑


저축은행별로는 국내 대부업계 1위 ‘러시앤캐시’ 계열의 OK저축은행이 전체 대출의 91%(1만2114건)를 연리 25∼30%에 빌려줬다. 웰컴크레디라인이 인수한 웰컴저축은행은 96%(8612건)가 연 25∼30%대 대출이었다.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 계열의 친애저축은행은 연 30% 이상 대출이 620건이나 됐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연 10∼20%대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5개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대부업체 인수 이전 2조4763억 원에서 9월 현재 2조723억 원으로 약 16% 감소했다. 전체 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1조9536억 원에서 1조4657억 원으로 약 25% 감소했다. 이 중 기업대출이 1조5829억 원에서 4689억 원으로 70% 급감한 반면 개인 신용대출은 2655억 원에서 8482억 원으로 219%나 급증했다.

김 의원은 “대부업계 저축은행이 수신과 여신은 줄이면서 고금리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대부업체에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해 서민대출 금융회사로 키우겠다고 한 금융당국의 취지가 무색하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에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자금지원은 27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에 총 29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이 중 3조7000억원만 회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실우려인정기준에 해당하는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본 저축은행은 20개나 됐다. 예금보험공사의 단독조사 횟수만 30회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부실우려인정기준에 해당하는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본 저축은행이 20곳”이라며 “예보의 단독조사가 30회에 달해 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발표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은행업계 및 전문가들도 대책 없이 합병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는 목표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전직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해마다 저축은행에서 온갖 유형의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내부통제는 엉망인데 소비자의 신뢰부터 쌓아야 할 저축은행들이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이 덩치만 키우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은 1조 클럽을 운운하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마치 2011년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저축은행 탈 쓰고
살인적인 고금리


저축은행들은 몸집 불리기가 아닌 효율성을 위한 합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사외이사, 준법감시인 등을 둬야하고 전산시스템 관리 등에 대한 중복비용이 들기 때문에 통합한 것”이라며 “합병은 경영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은 저축은행 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저축은행이 줄줄이 무너진 것은 대규모 자산을 운용할 만한 인적 자원이나 위험을 관리할 만한 조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신뢰산업이다. 소비자의 신뢰조차 얻지 못한 채 ‘1조 클럽’에 들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하다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융권에 일본자본 얼마나?

일본자금이 국내 서민금융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해가고 있다. 일본계 금융사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에 이어 이번엔 캐피털사까지 손에 쥐게 됐다.

J트러스트가 국내 캐피탈업계 2위사인 아주캐피탈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J트러스트는 일본에서 대부업으로 성장한 금융그룹이다. J트러스트는 2011년부터 지난 3월까지 네오라인크레디트, KJI대부, 하이캐피탈대부 등 국내 대부업체 3곳을 사들였다. 2012년에는 친애저축은행(옛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저축은행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6월에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의 지분 100%를 인수키로 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계 금융사 J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이 지분 100%를 보유한 아주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인수 의향을 밝혔다. 서민금융시장의 상당부분이 일본계의 손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 대부액은 4조9700억원(56.2%)가량으로 내국계 3조5600억원(40.2%)을 넘어섰다. 특히 대부업계 1, 2위는 모두 일본계로 압도적인 규모를 갖추고 있다.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쉬)는 대부액이 2조1700억원으로 3위인 내국 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라인대부(5000억원)의 4배가 넘는 수치다. 2위 산와대부도 일본계로 대부액은 1조2700억원 규모다.

지난해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은 6개사로 늘어났다. 시장점유율은 14.5% 수준이다. 특히 가계신용대출은 25.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자산 3조8443억원)도 일본계다.

대부업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일본계 자본이 저축은행, 캐피탈업 등으로 세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라 시장 잠식과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서민대출 금리상승이나 국부 유출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자칫 국내 서민금융이 일본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역시 근본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축은행을 적극 인수할 주체가 국내에서 나타나지 않아 일본계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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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