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허준혁의 우리는 지금> AI 시대 남북 협력의 새로운 길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지식과 소통의 민주화를 위해 태어났다. 읽고 쓰기가 불가능했던 백성들에게 언어를 공공재로 나누어준 것이다. 하지만 남북의 언어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남북 어휘 차이를 35~40%로 추산했고, 북측 사회과학원은 전체 어휘 50만 단어 중 15%가 남측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과학·IT 분야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남측에서는 매년 약 2000개의 신조어가 탄생하지만, 북한은 약 200개에 그친다. 한국은행은 언어 통합 지연 시 통일 비용이 약 15%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경제 통합의 비용과 직결되는 요소다. 남북 언어의 이질화 해소를 위해 2005년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이 시작됐으나, 2016년 이후 중단됐다. 현재까지 등재된 단어는 12만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날은 AI 시대다. 현재 한국어 AI 말뭉치는 1억 문장 규모로 구축돼있다. 북한 자료가 추가된다면 데이터의 다양성과 활용 가치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남북이 공동으로 AI 기반 언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자동 통번역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언어 격차는 실시간으로 해소될 수 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