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18 17:54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강선우 후폭풍’이 잦아들 틈도 없이 이재명정부에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최동석 인사혁신처 처장의 과거 발언들이 ‘파묘’ 되면서 그가 논란의 한 운데에 선 것이다. 품어도, 내쳐도 인사 논란은 불가피하다. 일단 함께 가는 길을 택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달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혁신처 처장에 최동석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을 임명했다.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최 소장에 대해 “인사와 조직관리에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각종 저술을 통해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의 필요성을 국민께 알리는 데 기여했다”며 “공공과 민간에서 축적한 인사·조직관리 경험을 활용해 국민을 위해 유능하고 충직하게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입조심 그러나 임명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최 처장의 과거 행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아 종내에는 계파 간의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였다. 앞서 최 처장은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패배하자 우상호 현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을 겨냥해 “민주당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총리, 강훈식 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의 사진을 올리고 “여기 있는 얼굴들을 다시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 하도록 하면 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밖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기획된 사건”이라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처장이 만든 ‘APM(역량진단지수)’로 주요 정치인의 점수를 매긴 것도 화제다. 그는 ‘한국 문명을 발전시킨 사람들’로 이재명 대통령(96%)을 언급한 데 이어 ▲추미애 의원(78%) ▲송영길 전 의원(62%) 등을 상위 인사로 꼽았다. 반면 ‘문명을 퇴보시킨 사람’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113%) ▲문재인 전 대통령(-70%)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60%) ▲조국 전 의원(-47%) 등을 언급했다. 이에 친문계(친문재인)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화가 많이 난다. 치욕스럽기까지 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는 최 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최 처장이 한 말들은 경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 하필 이런 사람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더는 정부 수반에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고통 원인” “조, 문명 퇴보시켜” 쏟아지는 막말들⋯직격 친문계 ‘부글’ 내부 갈등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기세를 몰아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최 처장에 말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신 장·차관들은 다 문재인 같은 인간들, 무능한 인간들”이라며 “그런데 지금 관세협상을 주도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모두 문재인정부 시절 차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무능한 인간들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건 관세협상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 된다”며 “이런 모욕을 듣고도 대통령에게 최동석 처장의 경질을 건의하지 못하는 비서실 내 고위직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까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용산의 고민도 깊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이진숙·강선우 전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오광수 민정수석과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등 낙마자가 발생하면서 이 이상 불미스러운 일은 정부에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최 처장을 둘러싼 논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강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최 처장의 거취에 대해 “아직 특별한 대응 혹은 답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역시 “최 처장에 대한 우려는 당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과거 언행을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처장을 향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만 정작 장본인과 용산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 처장이 버틸수록 여당서는 불편한 기류가 강하게 흐르지만 이 대통령이 임명을 거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일 하나하나 전부 꼬투리 잡아서 낙마시키고 임명 철회하면 누가 공직자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당시 강 의원의 거취를 놓고 용산은 고민이 많았다. 한번 낙마하기 시작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끌어내리려고 할 텐데, 국정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 의원 같은) 선례를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내에 장차관급 후보가 타격을 입은 이후에 용산은 인사 검증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최 처장까지 사퇴한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인사 부실 검증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 부실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큰 흠결이 없는 한 낙마자를 최소화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말 끊더니 “유명해 죄송” 급 사과문에도 멈추지 않는 공세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에서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처장이) 너무 험한 말들을 많이 해서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며 “(최 처장이) 과거에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태도와 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처장이 자진해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딱 떨어지는 답은 피하면서도 “여론이 안 좋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시고 또 공무원의 적극 행정과 면책도 강조하시는 측면에서 보면 인사혁신처장의 직위는 차관급이지만 그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최 처장이 대통령에게도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발언하던 중 잠시 말을 끊더니 자신의 논란에 대해 “요새 유명해지고 있어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을 조롱하고 갖고 노는 거냐”고 질책했다. 결국 최 처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은퇴한 경영학자로서, 나아가 인사조직론 전공자로서 우리 사회와 고위공직자들의 여러 문제점을 직시해왔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왔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온 일부 거친 표현이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쳤다. 다시 한번 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제가 인사혁신처장 직무를 맡은 고위공직자가 됐으니 여러분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제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여러분의 비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논란이 된 막말 사건에 사과를 표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일축한 셈이다. 기름 붓기 국민의힘의 최 처장 흔들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강 의원을 통해 낙마의 맛을 봤기 때문에 이 기세를 쭉 이어갈 것”이라며 “한 사람 때문에 계속해서 지지율이 깎이면 이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 국민의힘이 꽃놀이패를 쥔 이상 조금 덜 리스크를 안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통일교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신천지에 대해선 “20년 넘게 유착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본 정계를 뒤흔들었던 통일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유착 의혹이 있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그의 별장서 만났다”며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 10만여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도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원 투표 압승 비결? 이어 “검찰총장 재임 당시 코로나 사태 관련 신천지 압수수색을 2번이나 막아준 은혜를 갚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도왔다고 들었다”며 “지금도 신천지 신도 상당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엔 “그 땐 일시적으로 1개월 당비 납부자에게도 투표권을 줬다”며 “신천지 교인들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입당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은 통일교도 언급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대선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당원 투표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통일교 등서 가입한 수십만 집단 책임당원 가입이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윤석열 정권은 태어나선 안 될 정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원서엔 자신의 종교를 적는 항목이 없다”며 “당원 명부서 특정 종교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고, 홍 시장이 제기한 의혹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신천지의 관계는 약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국민의힘의 전신 중 하나인 새누리당의 당명에 담긴 의미는 신천지와 똑같다. 이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지 오래다. ‘산 옮기기’ 이골 난 신천지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 폭로 시작은 신천지 전국청년회장을 맡았던 차한선씨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내 ‘이회창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소속 청년위원회 직능단장과 2030 위원회·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사실이 알려진 시점이었다. 기독교 전문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신천지 전 교육장이었던 신현욱씨는 “이만희씨가 이 후보의 당선을 꿈으로 계시받았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신천지 신도들은 이 후보 유세에 박수 부대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차씨의 한나라당 내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신천지 내부에선 지난 2003년 4월7일 ‘서청원 대표 최고위원 경선 시 지원사항 및 향후 계획’이란 문건이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신천지는 신도 2500여명을 동원해 50만 유권자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하고, 인터넷 카페 ‘청원사랑’을 개설해 2주 안에 회원 1만명을 가입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구당 227개에 각각 30명씩 당원으로 가입해 관련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차씨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신천지 안드레 지파 신도 400명을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한나라당 서청원 전 의원을 당 대표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당 대표 경선에선 고 최병렬 전 대표가 당선됐다. 서 전 의원과 차씨는 계속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9월24일엔 ‘신천지 20주년 수장절 기념 예배’가 경기 과천시 관문체육관서 진행됐고, 그 직후엔 차씨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주례는 서 전 의원이 맡았고, 최 전 대표와 당시 한나라당 인천시지부 이경재 위원장 등의 화환이 식장 앞에 장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훗날 한나라당 안상수 전 대표의 비서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엔 한나라당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는 지방선거서도 한나라당을 도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신천지는 지난 2006년 1월24일 한나라당 맹형규 당시 의원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요셉·시몬·성북 야고보 지파서 각각 200명 이상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인터넷 여론조사서 맹 의원에게 투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난 2006년 12월부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본격 등장한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가 개최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관련 행사에 참석해, 황 전 비서·이씨와 같이 앉아 대화했다. 이어 다음 해에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엔 신천지도 본격 참여해서 12개 지파서 총 1만여명의 신도를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 의미 따졌다 낙천 당시 신천지에선 신도들을 한나라당에 대거 입당시켰고, 경선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가 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이유는 “신천지가 이방 바벨론의 교단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고, 복음 전파·전도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2년엔 당명을 한나라당서 새누리당으로 바꾼다. 이 당명은 곧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의미상 신천지와 똑같기 때문이다. 신천지서 12년 동안 활동하면서 섭외부장을 지냈다가 탈퇴한 김종철씨는 지난 2017년 2월17일 CBS 팟캐스트 방송 ‘싸이판’에 출연해 “이씨가 설교 중 ‘그 당명은 내가 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며 “모든 교인이 흥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경북 청도 출신이라서 한나라당의 골수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신천지를 합법적인 종교 단체로 만들려고 했다”며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과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과천시장을 신천지 교인으로 선출하려고 했다가 과천 땅값이 비싸서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란 당명에 대해선 당 내부서도 반발이 있었다. 새누리당 정미경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새누리는 신천지가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따졌다가 국회의원 공천서 떨어졌다”며 “당 내부서 유승민 전 의원만 내 의견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당명서 종교적 냄새가 난다”고 반대했고, “누가 무슨 뜻으로 지은 당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서도 “우리와 새누리당 당명은 무관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신천지는 “신천지는 성경의 ‘새 하늘 새 땅’이란 의미”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새누리당과 연계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반박이 무색하게 새누리당 기독교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경재 전 의원이 지난 2004년 9월18일 ‘제4회 신천지 전국체전’서 축사를 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008년엔 박 전 대통령이 이만희씨에게 연하장을 보낸 것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불거진 국민의힘과 신천지 관련 의혹은 주로 ‘인력 동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반사회적 종교집단은 정치권과 결탁해 표심과 인력을 동원해주고, 정치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천지는 ‘산 옮기기 작전’ 혹은 ‘가나안 정복 작전’을 통해 기성 교회를 잠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천지는 기성 교회에 ‘추수꾼’으로 알려진 전도자들을 잠입시킨다. 추수꾼들은 기성 교회에 신도로 가장해 들어가 정탐한 후 목사와 신도들을 이간시켜 신도들을 포섭한다. 이 과정을 거쳐 목사를 축출하고 교회를 장악하면, 이들은 “수확한다”고 한다. 이들은 심지어 천주교·불교를 상대로도 신도들을 포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신천지의 포교 방식은 각종 선거·경선서 조직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정치인이 목말라 하는 표심·인력 및 조직 동원 모두 ‘전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 아울러 홍 시장이 통일교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통일교는 이미 일본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교는 과거에 정치 문제에 깊숙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미국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재미 교포 사업가 박동선씨 등 로비스트들을 내세워 미국 의회에 불법 로비를 한 일명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불쾌하게 여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비스트들을 앞세웠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976년 10월 “박 대통령이 박씨와 중앙정보부 등을 앞세워 미국 공직자들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서 로비 의혹 연루 여부를 의심했던 미국의 상·하원 의원은 100명이 넘었다. 미국 내 수사 기관들이 총동원돼 수사에 착수했고, 하원에선 프레이저 위원회가 구성돼 청문회가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도 이 청문회에 출석했다. 미국 의회가 정리한 청문 보고서에 따르면, 로비에 동원된 실무진 중 상당수는 통일교 신자들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가 통일교를 일컬어 “중앙정보부가 가진 또 하나의 팔”이라고 판단했을 정도였다. 보고서엔 ▲통일교 소유 기업들을 통한 한국 정부의 비자금 조성 의혹 ▲통일교와 일본 우익단체의 유착 의혹 ▲5·16 쿠데타 일부 주역과 통일교의 각별한 관계 ▲통일교와 박 전 대통령의 유착 의혹 ▲통일교를 통한 미국 정치 영향력 행사 시도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중 ‘통일교와 일본 우익단체 유착 의혹’은 훗날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는 통일교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자녀들을 버리고, 통일교에 헌금하기 위해 외조부가 물려준 재산과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마가미는 수사기관서 “우리 집안을 망친 단체를 일본에 불러들인 사람이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란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 손자인 아베 전 총리를 노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코리아 게이트 미국 뒤흔들어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통일교 행사서 축사했다. 그러자 통일교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아베 전 총리에게 “통일교를 지원하는 듯한 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유착설은 간간이 제기됐지만,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아베 전 총리 사후 아베 전 총리와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손녀사위 오츠카 히로타카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당사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큰 파문으로 연결됐다. 아베 전 총리 일가와 통일교의 관계는 외조부 기시 전 총리 때부터 시작됐다. 리처드 새뮤얼스 MIT 국제학연구소장이 지난 2001년 일본정책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기시 전 총리는 지난 1968년 문 전 총재를 소개받았고, 문 전 총재가 설립한 국제승공연합을 높이 평가했다. 통일교 일본 본부는 기시 전 총리가 보유한 도쿄 소재 토지에 설립됐다. 이후 통일교는 자민당이 치르는 각종 선거에 동원됐고, 그 대가로 일본 내 포교를 용인받았다. 통일교의 평화 사절단 리틀엔젤스의 1971년 도쿄 공연 당시엔 기시 전 총리가 미치코 당시 황태자비를 초청해 단원들을 소개해줬다. 아울러 문 전 총재가 지난 1984년 탈세 혐의로 미국서 수감됐을 당시엔 기시 전 총리가 미국에 직접 탄원서를 제출했다. 문 전 총재도 자신이 지닌 일본 정계서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지난 1993년 발간된 ‘문선명 어록’에 따르면, 문 전 총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와 가깝게 지냈고, 정치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자민당 의원 약 180명이 우리와 관계가 있다”며 “이들은 모두 공산당과 싸우고 있고, 그 많은 패거리를 내가 만들어놨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 일본 정계 뒤흔든 통일교 국내서도? 실제로 일본 내 통일교 조직 국제승공연합은 1970년대 후반 자민당의 스파이방지법 제정 등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여론 형성을 도왔다. 이어 지난 1986년 진행된 중·참의원 선거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은 130명이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카케 마사시의 논문 <일본국제승공연합운동의 역사적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통일교의 교리를 학습하고 통일교를 지지하는 조건을 수용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1991년엔 통일교 신자 70명이 국회의원들의 비서로 파견돼 선거를 도왔단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자민당이 지난 2012년 마련한 개헌안 초안은 국제승공연합이 마련한 초안 내용과 일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통일교 신자들이 특정 후보 지원을 위해 신분을 속인 채 자민당 후보 당선을 위해 부정 투표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심지어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제2차 내각 각료 등 약 30명이 통일교 관련 단체에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는 국내에선 직접 정치활동에 뛰어들어 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해 제18대 총선에 후보자 258명을 출마시켰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선자는 1명도 배출하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이후에 정치활동에 직접 참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있었던 홍 전 시장의 주장 이후 신천지와 똑같이 통일교가 국민의힘을 매개로 배후서 정치활동에 참여했단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홍 전 시장의 주장에 따르면, 신천지의 활동은 통일교가 일본서 자민당을 매개로 전개했던 정치활동과 비슷하다. 국민의힘에선 이미 이단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개입 의혹이 크게 드러났다. 전 목사는 이미 대선후보서 교체될 뻔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도운 적이 있다. 손 목사와 깊이 연결된 전한길씨는 이미 국민의힘에 입당해 오는 22일 진행될 전당대회에 개입할 의사를 밝혔다. 이단 시비 유착 의심 지금까지 국민의힘엔 이단 시비가 불거진 종교와 유착했단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홍 전 시장의 폭로가 이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단계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두 목사와 전씨의 활동으로 인해 극우 성향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서 신천지·통일교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것은 국민의힘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느덧 ‘정치 개입 프로’ 단계에 진입한 두 종교가 정말로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했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국민의힘은 또 내홍 속에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후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당내 친한계와 안철수 의원의 걸음도 바빠졌다. 전씨는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을 돕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의 떠오르는 별이 된 전한길씨(본명 전유관)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점식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한길씨가 입당한 날은 지난달 9일이고,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안 반대 반발 이어져 정 사무총장은 “온라인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시·도당으로 입당하므로, 시·도당에서 확인 후 먼저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후문도 있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친윤계(친 윤석열)와 대립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를 즉각 출당하라”며 “극단적 정치 세력과 절연하는 게 국민 보수를 재건하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어게인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제 친길계(친 전한길)를 만들 거냐”며 “친길 당 대표·친길 원내대표를 탄생시켜, 당을 내란당·계엄당·윤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지적을 이어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개인의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키는 건 정치인의 몫”이라며 “그런 행위가 우리 당을 점점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전씨를 초청한 토론회를 열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던 바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송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입당을 놓고 호들갑 떨 것 없다”며 “국민의힘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고,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의견을 바꿨다. 그는 “전씨에 대한 여러 의견을 경청·수렴하고 있다”며 “전씨의 언행을 확인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소속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당원 자격 심사를 하면 된다”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당원 자격 심사는 입당 신청 후 7일 이내에 해야 한다”며 “기간이 이미 지났고, 시·도당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치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전 입당하자 김 환영…삼각동맹 급 탄생? 이재명의 중도보수 전략 돕는 1등 공신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중 1명인 김용민씨가 지난 2017년 2월 입당하자, 신속하게 제명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김씨는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을 통해 입당원서를 제출해 자동으로 입당 처리됐다. 이를 파악한 경기도당은 “김씨가 당을 조롱할 목적으로 입당했다”고 판단한 후 긴급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김씨를 입당 후 8시간 만에 제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해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전씨는 입당 후 순식간에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설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 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전씨는 지난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후보가 없으면, 내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상 전씨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만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30일부터 2일 동안이고, 전씨는 다음 달 10일부터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전씨의 입당 목적은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할 실질적 영향력을 얻는 것이다. 전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TV’를 통해 “전한길을 품는 자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당 목적임을 공표했다. 그는 친윤계 의원으로 알려진 윤상현·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윤 전 대통령 구속적부심 심사가 진행되던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해 “우리가 국민의힘을 차지해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손 목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대규모 강경 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전·손 목사 집회 양대 축 전씨가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실상 손 목사와 전씨가 함께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수십만 규모의 ‘우파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팬)’을 만들 생각도 있다”며 “전한길TV 시청자 10만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고,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만명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의 추종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전당대회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들의 경쟁자로 알려진 전 목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적 야심을 오래전부터 드러냈다. 전 목사가 이들의 활약으로부터 자극받아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국민의힘의 외부 행보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과 장 의원은 이미 전씨와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전씨의 입당은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 환영하고, 다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씨를 일컬어 “강한 우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정국에서 이들의 거대한 동원 능력을 확인했다. 이들이 각각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개최한 집회엔 최소 수만 인파가 몰렸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김건희 여사·채 상병·내란)을 방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응할 수단이라고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이 장외 집회엔 두 목사와 전씨가 동원하는 인파로 채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세 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명분과 실리를 골고루 챙길 수 있다. 친한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전씨의 입당을 비판하는 것과 달리, 친윤계가 이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난 21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장관은 “전씨의 입당 절차엔 하자가 없다”며 “여러 사람이 열린 대화를 하는, 더 높은 수준의 단합을 이루는 용광로 같은 조직이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전 목사의 지원을 받은 김 전 장관이 손 목사와 전씨의 지원까지 얻으면,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씨의 입당은 ▲언더 찐윤 ▲김 전 장관 ▲손 목사 등을 실 하나로 꿸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주도하기 위한 삼각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쌍권을 쌍전으로? 물론 김 전 장관과 친윤계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시도 이후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던 과정과 같이 조직이 필요하다. 친윤계는 “윤석열정부를 망친 원흉”이란 비난을 듣고 있고, 대선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대신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 친윤계 의원 중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강원을 지역구로 두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당을 주도하는 의원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으로선 이미 효용 가치를 다한 쌍권을 ‘쌍전(전광훈·전한길)’으로 교체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대중 동원 능력이 없는 쌍권과 달리, 쌍전은 대중 동원 능력까지 갖췄다. 언더 찐윤의 새 얼굴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극우 정당 득세 과정과 똑같아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은 전통적인 기득권과 대중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할 포퓰리스트가 결합해 득세한다. 독일의 나치당도 독일 전통 귀족 융커와 대중선동에 능한 아돌프 히틀러가 “배후에서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게 만든 유대인·공산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도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고, 장마리 르펜이란 선동가가 창당해 차근차근 키운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언더 찐윤 ▲보수 성향의 전통 지지 기반 ▲대중 선동에 능한 쌍전의 결합 등도 위 사례들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으리라 보장은 하기 어렵다. 이들의 결합이 국민의힘의 비극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18일 선언으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며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선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후 3연속 총선 패배 극우 10만명 입당이 해결책? 이후 진보 진영 내에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극우로 규정하는 기사와 칼럼이 다수 나오고 있다. 작가 박권일씨는 <한겨레21> 기고 칼럼들을 통해 이 의원을 “극우 엘리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 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이 의원과 같은 극우 정치인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이 의원은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해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드는 극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경 페미니즘 세력과 격렬하게 다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 의원의 행보를 매개로 “이 의원은 극우 정치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온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국민의힘에서 각종 극단주의 세력과 다퉜던 이 의원이 왜 극우 정치인이냐”고 반발한다. 이 움직임을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선언과 맞물려 판단해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한 데 묶어 극우로 규정한 후, 민주당이 전통적인 보수 영역을 차지하고, 진보 진영의 외연도 함께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강하게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우 컬트 정당으로 어떻게 이재명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보수 정치가 완전히 무너져 민주당이 일본 자민당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1.5당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전날인 19일엔 안 의원을 만났다. 당의 극우화를 막기 위한 ‘반 극우연대’ 논의를 위한 만남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의원도 지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같은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조와 언더 찐윤의 부각은 3연속 총선 참패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던 지난 2016년 이후 진행된 3번의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고, 의석도 나날이 줄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수도권 참패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 수도권 기반 정치인의 힘이 약해졌고, 전통적 지역 기반에서 조용히 기득권을 누리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으로 조직화했다. 이들과 다퉈왔던 친한계 의원들과 안 의원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들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보수’ 선언을 했던 지난 2월은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겉으로만 비판할 뿐 체포 저지를 시도하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도 겉으로만 반대하는 상황이 일어난 이후였다. 점점 짙어지는 극우화 징조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으로선 국민의힘이 현실적 자정 능력을 사실상 잃었음을 파악한 후 “자신 있게 동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영남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지리적 차원의 전략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이념적 차원의 전략이다.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김 전 장관·언더 찐윤과 손잡고, 전당대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의 동진 전략이 성공한다면, 쌍권과 쌍전이 1등 공신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