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2 03:01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호남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을 갈아엎겠다며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서 돌풍을 일으켰다지만 상대는 제1야당이다. 과연 조 대표는 오랫동안 민주당이 자리 잡은 호남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4·10 총선을 시작으로 각 당의 전당대회가 정치판을 달궜으며 10월에는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격전지로 호남을 꼽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뻔한 지역이지만 신생 정당인 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근거 있는 자신감 혁신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등을 꾸리며 재보궐선거를 비롯한 2026년 지방선거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섰다. 지난달 28일,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민주당과 혁신당이 국회 안에서는 협력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바닥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가능한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단 방침이다.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재보궐선거의 경우 전남 영광·곡성 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에 후보를 내는 안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재보궐이 예상되는 정읍시장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광과 곡성은 전 군수가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아 직을 상실해 선거가 확실시됐다.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선거 전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상철 전 곡성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후 선거운동원들에게 고액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무효형에 달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은 직을 잃게 된다. 부산 금정구청장 직은 지난 5월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별세하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 강화군수직 역시 지난 6월 유천호 전 군수의 별세로 공석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99.9%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조국 대표는 지난달 22일 “시도당과 중앙당, 그리고 제가 삼각편대를 이뤄 재보선에 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혁신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기반으로 세력을 다지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대표는 재보궐선거 인재 영입과 관련해 “가용한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역할도 힘을 기울여 호남서 차세대 DJ, 영남서 새 노무현을 영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광주를 방문해 “당의 성장은 호남의 정치 혁신을 가속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두 달 앞’ 하반기 재보궐 분수령 총선서 보여준 ‘돌풍’ 이번엔? 혁신당이 호남에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지난 총선서 민주당과 붙은 결과 이번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역시 겨뤄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4·10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비례대표 개표 결과 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서 각각 39.46%, 39.88%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연합은 영광 40.14%, 곡성 41.13%의 지지율로 혁신당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 ▲세종 ▲광주 ▲전남 ▲전북지역 등에서는 혁신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연합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특히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혁신당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전남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어 오는 9월 후보 등록 이전까지 후보를 선보이겠다”며 “호남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정치 혁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민주당과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할 좋은 후보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호남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당이 독자적 노선을 걷기 시작한 건 국회 개원 이후 제3당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느낀 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비례대표 12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섭단체는 원내 협상 등 주요 논의서 배제되고 상임위 배분이나 발언권, 대표연설 등에서 패널티를 받는다. 전국을 돌며 총선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이지만 막상 여의도에 입성하자 활동 폭이 좁아진 셈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에는 교섭단체 의석수를 현행 20석서 10석으로 낮추는 ‘민심 그대로 정치 혁신 4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예견된 빅매치 조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운영서 0석 취급을 받는다”며 민의에 비례한 국회 운영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다른 정당의 국회 운영 참여를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를 내세워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정당보조금을 의석수대로 배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정책연구위원을 비교섭단체에도 배정하는 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정치혁신 4법은 특정 정당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교섭단체가 들어서 여야 거대 정당의 대치를 풀어주고 중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당의 입지를 넓히는 것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또다른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은 신생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서 크게 환영받았지만 뿌리가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며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이 필요하다. 아마 이번 선거를 통해 조 대표는 호남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서 세를 꾸리는 과정서 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혁신당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경쟁’일 뿐 민주당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전북을 찾은 조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서 혁신당이 나서면 분열, 경쟁,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리의 진일보를 막아서는 지역정서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절대 그렇지 않다. 당의 등장은 민주 진보진영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혁신당이 범민주 진영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겨뤘을 때 박빙이었던 지역이 유독 많지 않았나. 특히 PK(부산·경남)를 놓고 봤을 때 민주진영 파이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 과정서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정책 이야기만 놓고 겨루는 아름다운 선거는 거의 없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호남지역 유권자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 긋기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서 부적격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네거티브 공방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조 대표와 이 후보, 그리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삼자 구도로 치르는 첫 선거다. 총선이 끝난 뒤 바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 한 명을 뽑는 강서구청장 선거마저도 ‘미니 총선’이라는 의미가 부여될 정도였으니, 호남을 둘러싼 재보궐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진영의 대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혁신당은 PK에도 희망을 걸었으니 한 대표 입장에서는 야권으로부터 첫 번째 도전장을 받아든 셈이다. 혁신당은 ‘호남 물갈이’에 방점을 찍었다. 양자택일이었던 선거에 새로운 선택지를 부여함으로써 다양성이 보장된 경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가 당의 색만 보고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들의 특징은 매일같이 민주당을 찍어주다가도 당이 민심과 반대되는 행동, 또는 마음에 안 드는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무섭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민주당이라는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제는 혁신당이라는 다른 대안이 생긴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싫어서 선거를 포기한 유권자가 혁신당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의 안주인인 민주당과 가장 빠르게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은 메시지다. 지금까지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한 움직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쇄빙선’ 이미지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혁신당의 슬로건인 ‘3년은 너무 길다’처럼 윤석열정부 조기종식을 앞세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최근 혁신당은 윤정부 조기종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이하 탄추위)를 꾸리고 ‘윤석열정권 국정 농단 제보센터’를 열었다. 출범 6개월 만에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이다. 건강한 경쟁? 불붙는 건 한순간 난데없는 ‘호남라이팅’ 노란불 부위원장을 맡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민은 총선과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정부를 심판했다”며 “이제 레드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추위 산하인 ‘시민의 물결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혁신당 김재원 의원 역시 “탄핵은 결국 국민의 뜻이 물결처럼 흘러넘쳐야 가능하다”며 “당의 강력한 전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쉽게 윤정부 탄핵 의지를 드러낼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겠다”며 “혁신당이 튼튼한 가교 역할을 다하곘다”고 소리 높였다. 혁신당이 호남에 후보를 내는 이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당선무효형으로 공석이 된 영광과 곡성의 전 군수는 모두 민주당 인사로 직을 내려놓은 귀책 사유가 뚜렷하다. 한 차례 자책골을 넣은 민주당보다 혁신당이 명분 싸움서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양당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과도한 네거티브 싸움에 지친 유권자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다. 혁신당 정도상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이 “민주당은 호남의 늙은 보수” “민주당이 호남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같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평이 나온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툭 튀어나온 ‘호남 홀대론’에 민주당은 달갑지 않은 내색을 표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전략처럼 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총선을 치른 이후 혁신당은 호남을 비롯한 전국서 이전만큼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지율 15%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서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국이 이어진다면 혁신당의 존재감은 거대양당에 묻힐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 큰 갈등은 없지만 선거 열기가 고조되기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민주당서 공천을 받기 어렵거나 컷오프된 인사가 혁신당으로 합류한다면 당내는 물론 지지자 간의 파열음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선택지 혁신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쪽 민주당 의원은 거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며 “새로 깃발을 꽂은 이들은 기존의 지역위원장이나 구의원을 싹 밀어내고 자기 쪽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 이전까지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져놓던 이들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대신 혁신당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최종 결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욱 치열하겠다”며 “흥미진진한 선거를 기대하는 호남 유권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VS 조, 종부세 이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와 혁신당 조국 대표의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이 후보가 중도층을 의식했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 대표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며 반대 의견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책에 동조하던 혁신당이 다른 노선을 택한 만큼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도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작부터 난관에 처했다. 박힌 돌이 아주 단단하게 박혀있어 뽑는 게 쉽지 않다. 취임 10일 만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친하다며 서로 웃고 있지만 등 뒤에는 한 손에 칼을 들고 서 있는 형국이다. 당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리더십을 챙기면서 당내 결합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이러다 다 공멸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의 대립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란이 심하다고 할 수 없지만 조만간 양쪽이 상당한 갈등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와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갈등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주도권 쥐고 “알아서 나가”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공약으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내세운 바 있다. 한 대표의 1호 영입인재였던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한 대표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언젠가는 추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상당한 반발 심리가 일었다. 일부 지도부에서는 원내대표 의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일단 친한계는 한발 물러섰다. 한 대표 측은 당장 제3자 특검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윤계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친한계는 당내 장악력을 키우려고 한다. 아직까진 인선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바꾸겠다는 강한 노선은 뚜렷하다. 최근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 임명직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새로 왔기 때문에 새 변화를 위해 임명권과 면직권을 가진 당직자는 일괄 사퇴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여기에 동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을 가진 뒤 임명직 일괄 사퇴를 바로 띄웠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두 인물은 그동안 별다른 회동을 하지 않았다. 불화설이 처음 불거지던 이후 100일 넘게 따로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 4·10 총선 패배 이후에 윤 대통령이 초청했으나 한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류가 흘렀다. 지난달 31일 있었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당 대표의 뜻대로 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또다시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해서다. 이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교체되면서 대통령실서 국정 방향의 키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책위의장은 당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의 정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 정책에 관한 협의와 조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과반 넘게 된 친한 지도부 세력 앞으로 사안마다 부딪힐 가능성 앞서 지난 1일, 정 정책위의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지나친 당 분열을 우려하는 기류가 흘러서다. 이날 정 전 정책위의장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상의를 많이 했다”며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선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사무총장의 사퇴 촉구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했지만 추후 친윤계의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이번 정책위의장의 교체로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잘려 나가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물론 당내서 상당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두고 굳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직을 교체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도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지지 기반을 다지며 민생 정책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당초 정책위의장은 이른 시간 내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근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퇴를 종용했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의 자진 사퇴를 기다렸다. 친한계 입장서도 마냥 교체가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다. 더욱이 정 전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여러 조언을 구해왔고, 친윤과 친한 사이서 가교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었던 탓이다. 정 전 정책위의장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던 바 있다. 사무총장을 맡았던 성일종 의원도 자연스레 물러났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임기 1년을 근거로 자진 사퇴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친한계는 새 지도부가 탄생한 만큼 물러나는 게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친윤과 친한의 교착 상태서 찐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유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실의 유임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는 비공개 회담이 있던 날 저녁에 정 비서실장이 한 대표와 다시 만나 전달됐다. 시작부터 충돌 양상 다만 대통령실은 “정 실장의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정 전 정책위의장의 버티기는 지도부 구성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지도부와 당직자들 중 친한계는 서 사무총장을 비롯해 진종오·장동혁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친윤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치권서 떠돌던 ‘김옥균 프로젝트’는 한 대표의 측근 몇몇이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막아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에,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를 궐위 상태로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기류다. 갑신정변 당시 김옥균은 삼일천하에 그쳤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동훈 지도부 체제를 조기 종결시켜 붕괴해버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직까지는 김민전·인요한·김재원 최고위원과 당연직인 추 원내대표와 정 전 정책위의장을 합칠 경우 친한계가 수 싸움서 밀린다. 국민의힘 최고위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인,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관건은 친한계의 과반 확보다.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한계로 채워야 한동훈계가 과반을 넘게 되는데, 이 경우 의결권서 유리해진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키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제는 새로운 정책위의장 임명도 쉽지 않다는 점인데,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서 임명해야 한다. 게다가 ‘의원총회 추인’이라는 산을 넘어야만 한다.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갖고 있더라도 정책위의장은 당헌에 따라 선출된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자진 사퇴했지만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과 함운경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에 실패하면서 한동훈호는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한동훈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재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략기획부총장을 비롯해, 조직부총장, 대변인단의 인선도 해야 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내정됐다. 이 밖에 임명직을 두고서는 김예지·유용원·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구자룡, 박은식 전 비대위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계속되는 알력 다툼 다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최고위원마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결정하는 부분에 동의한다”며 “최고위원이라 월권하지 않겠다.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에 소속된 인원으로서 동의한다. 하겠다, 하지 않겠다 같은 의견을 내는 게 최고위원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정리를 잘해야 한다. 당 대표가 새로 뽑혔으면 물러나는 게 좋은 그림”이라며 “대표의 사람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마찬가지로 친한계 역시 주도권을 내줄 의지가 전혀 없다. 당의 그립을 강력히 잡아야 한 대표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게 자명해서다. 간신히 화해 액션을 취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치열한 물밑싸움은 앞으로도 전개될 전망이다. 주도권을 내주는 순간 어느 한쪽은 와르르 무너진다. 게다가 한 대표가 63%의 지지율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많이 갈라져 있다.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으로만 나뉘었던 계파는 어느덧 친한계까지 추가됐다. 더 이상의 분열은 당의 몰락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당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승리도 위태로워진다. 한 대표의 리더십 테스트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당원 및 당내 반발은 별개 사안으로 한 대표 입장에선 당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인 그가 당을 결합시키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 반열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이미 많은 공격을 받는 상황서 리더십과 지도력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한 대표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해 왔지만, 자신의 사람들로만 채워간다면 당내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갈등 자제하면서도 물밑경쟁 리더십 보여줘야 대권주자로 버텨왔던 정 전 정책위의장은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문제는 사임을 했더라도, 정책위의장직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협의를 거쳐 추인해야 한다. 오히려 친윤계 입장에서는 의장직을 공석으로 만든 뒤 추인을 하지 않는 게 더욱 대응하기 쉽지만 한동훈 지도부는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주요 인선을 발표해 버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4선 중진 의원으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통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계 역시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의견을 구했고, 추 원내대표와도 협의된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해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당내 정책통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 대표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이 남아 있다. 친윤계가 여전히 당내 주류로 불리는 만큼 사사건건 친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당내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주요 사안마다 부딪히며 당내 화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대표를 뽑아준 63%는 변화 의지를 인사로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교체가 필요하다”며 “정 전 정책위의장이 버티면서 친윤계가 몽니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친한계가 친윤이 아닌 나머지 세력을 흡수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 세력을 규합하지 못할 경우, 소수의 친한계가 당의 완전 장악이 불가하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자연스레 나온다. 지금까지 당과 대통령실 관계는 수직적이라는 비판에 받아왔다. 대권행 지름길 하지만, 한 대표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서 갈등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은 양측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만큼 당분간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읽힌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겉으로 자제하면서 당분간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 충돌할 때마다 불리한 쪽은 친윤일 텐데, 이번에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한 대표의 조율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직서 리더십을 입증해야 대선주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당 대표 만남은 언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아직까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를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의 강력한 대치 상황이지만 한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것.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위 높은 공격을 하면서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이 경선 중이기는 하나 다른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며 민생 문제를 먼저 던져야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에 기약이 없다. <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의 가혹한 업무 강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실태 점검 이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한 만큼 경찰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관의 높은 업무 강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부족한 인원, 성과 압박, 열악한 근무 환경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열흘 새 3명 사망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30분께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 경감이 동작대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A 경감은 반포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 경감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B 경감이 사무실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치료를 받다 지난달 27일 숨졌다. B 경감은 당시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C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C 경위는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했으며, 사망 전 업무 부담에 따른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20대 D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D 경사도 평소 가족들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일선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 개선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로 내몰리는 원인으로 지나친 실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와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꼽은 것이다. 경찰직협은 기자회견 당시 “자기 사건을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 책임수사제와 고강도 수사 감찰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임 수사관들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 능력을 키울 새도 없이 사건 감축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수사 직무 관련 10% 극단적 선택 한 명이 매달 40건 이상 사건 맡아 이어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용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등 신설 등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현상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C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사건은 쌓여만 가고”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카톡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25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6월 기준 12명이다. 특히 지역 경찰과 수사 직무 경찰의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찰관 극단적 선택 인원 125명 중 58명이 지역 경찰 직무(46.4%), 13명이 수사 직무(10.4%)에 해당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건(26% 증가)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고소‧고발 건수로 보면 증가된 폭은 더 크다.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건 수가 늘어난 이유를 지난해 11월 시행된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을 꼽는다. 수사준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단계별 수사기한 ▲검경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분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검경 협력 강화 방안 등 내용이 담겼다. 어쨌든 실적부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반려할 수 없도록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고소·고발 반려제를 운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연평균 170만건의 접수 사건 가운데 12만건을 반려해 왔다. 해당 12만건 중 10만건 정도는 악성 민원이나 근거없는 투서였지만 개정된 수사준칙으로 인해 고소·고발 뿐 아니라 진정·탄원·투서 등 수사 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고, 접수 후에는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통상의 고소·고발 수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일단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사건 각하를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된 셈”이라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를 증명하기 위한 수사도 해야 해 진짜 사건에 쏟을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인환 경찰청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계속 해왔던 업무이지만 최근 들어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늘어난 것”이라며 “일선 경찰관이 맡고 있는 사건이 매당 40건 정도가 있는데 간단한 사건, 심지어 악성 민원과 같은 사건을 처리하느라 복잡한 사건을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 일선 형사팀장도 “사소한 민원 하나가 들어와도 일일이 응대해야 하고, 정작 중요한 사건을 처리할 시간은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관 재량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사준칙 개정 이후 계속 대두됐다. 경찰청서도 지난 4월 격무 해소 방안으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을 추진했지만 법제처에서 개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경찰직협 관계자는 “지난 4월 추진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 중 가장 중요한 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에 대해 확대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토로했다. 고소‧고발 스트레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26일,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사건이 많이 남은 경찰서 등 실적이 부진한 13곳의 현장점검을 계획한 바 있다. ‘과·팀장 역량 관리, 고의 방치, 수사 미진 사항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사건 전건 접수 이후 사건이 늘어나 수사관 부담이 커진 것을 이해하지만, 장기사건을 계속 둘 경우 오히려 시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현장점검 실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현장점검은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관악서 C 경위의 지인 증언을 기록한 <사건진상파악보고서>를 보면, C 경위는 사망 직전 “(현장점검이 있는)월요일이 두렵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관악서의 한 수사관은 “현장점검을 위해서는 사건별로 수사가 장기화된 이유를 적고 정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40~50개에 달했다면 이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점검은 올해 내내 이어진 서울경찰청 차원의 지표 개선 압박의 일환이었다고 현장 경찰들은 설명한다. 지난 1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서울경찰청은 ‘장기사건(접수 뒤 6개월이 지난 사건) 비율’ ‘치안 고객만족도’ 등 지표 개선을 한층 더 강조해 왔다. 각 경찰서로 전해지는 ‘서울청장 메시지’서 치안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하거나, 장기사건 비율을 전국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장기사건 집중 조사기간’(5월7일~6월28일)을 이전보다 강도 높게 운영하는 식이었다. 서울 관내 경찰서의 장기사건 비율은 지난 3월 11.1%에서 6월 6.7%로 3개월 만에 4.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이로 인한 현장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지난 5월 작성된 서울경찰청의 ‘장기사건 집중처리기간 운영 계획’을 보면 매주 단위로 경찰서별 장기사건 비율을 통계로 내 공개하고,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사부서 팀장은 지난달 대책보고회에도 참석해야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미흡한 대책 실적 압박에 인력 부족 문제도 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에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매주 실적 통계를 낸다는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 이유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결과가 아니냐”며 “정말로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전체 평균 처리시간은 69.71일에서 69.9일로 변화가 없다. 사건 처리의 신속성이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식’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4.4%라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 개별적으로 왜 특정 경찰서에 장기 사건이 많은지를 확인하고, ‘뭐가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보고, 만약 인력이 부족하면 정원 조정을 해라’라고 지시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그렇게 지시하면 일선에겐 당연히 강한 압박이 된다.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듣고, 구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선 경찰도 경찰관이기 전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발족한 경찰 조직재편의 핵심 신설조직인 기동순찰대에 인원을 충원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동순찰대는 도보 순찰 중심 범죄예방활동이 주요 업무로,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직접 소통하며 발견된 문제들을 관계 기관들과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경찰 조직이다. 여 위원장은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것이 국민적으로 치안에 체감을 하고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기동순찰대) 빠져나가는 인력 때문에 다른 수사, 다른 경찰에게 주는 나쁜 영향력을 상회할 만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분석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지도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에 내몰리는 경찰관에 대한 보호 대책도 부족하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호 시설? 상담도 미비 경찰청은 지난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세웠다. 문제는 시설과 상담 인력 부족이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상담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다. 18곳에 근무 중인 상담사는 36명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음동행센터 1곳에 상담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때아닌 부실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법원이 아트센터 나비에게 서린동 SK사옥 4층에서 퇴거하고,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리면서다. 이후 아트센터 나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창립 이래 노소영 관장이 상근이사직을 맡으며 운영해 온 아트센터 나비는 최근 5년간 혈세로 운영되면서 실제 예술을 위한 전시 사업은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약 34억원, 연평균 7억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아왔다. 아트센터 나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있다. 미술관을 육성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다 나갔다 지난 15일 법원은 노소영 관장 측에게 ‘아트센터 나비’가 SK 본사 건물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해 온 미술관 인도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민사법상으로는 SK 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예술의 감성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서 “피고(아트센터 나비)는 부동산을 인도(퇴거)하고 손해배상금 10억4560만28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부동산 인도가 완료될 때까지 매달 2400여만원의 관리유지비 등을 내야 한다고 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자리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노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이곳에 개관했다. SK서린빌딩은 SK그룹의 실질적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고 리모델링 등을 한다며 지난해 4월,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사실상 공간을 비워달라는 부동산 인도 소송을 냈다. 당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1심 결과(2022년 12월)가 나온 직후였다. 이에 나비 측은 “이혼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SK 측이 돌연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혼이라는 사적 감정으로 소를 제기한 것은 계약위반이자 회사 이익에 반하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퇴거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왔고, 2심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이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노 관장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 관장 측은 “그 부분(이혼 판결)과 관련해서 저희는 원고 측이 그 취지를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지만, 소송은 계속됐고 법원은 “이 소송은 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이기 때문에, 이를 계약위반이나 배임으로 볼 증거가 없고, 이혼소송의 결과를 기다려야 할 특수성도 없다”며 퇴거 소송서 SK 측의 손을 들어줬다. 퇴거 통보 후 실체 들여다보니··· 5년간 전시 일자 230일에 불과 이 변호사는 이를 지적하며 입장문에 “SK서린빌딩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등이 소 취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혼소송과 관련해선 최 회장 측이 상고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은 결국 대법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아트센터 나비의 서린사옥 4층 전시관 내 전시 일자는 약 230일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하루도 채 안 되는 꼴이다. 아무리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예술 진흥에 관심이 있었는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020년에는 보조금을 7억8000만원 상당 수령하고, 15일간만 전시관을 열었다. 2022년에는 5억5000만원을 받았음에도 2주간만 전시를 진행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전시 일수는 53일에 불과했다. 정부보조금을 전액 전시에만 쓴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서 ‘퇴거하면 운영이 어렵다’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듯이 전시가 미술관의 사업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전시 하루당 국가세금이 1500여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전시 내용을 봐도 ‘2022년 나비 보드게임 데모데이’(8월31일), ‘나비 보드게임 플레이데이’(10월26일), 2023년 ‘창의적인 게임 창작을 위한 행위성과 유머 창작 커뮤니티’(10월7일) 등 목적을 뚜렷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전시가 많았다. 거액의 정부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아트센터 나비의 누적적자는 48억원에 달한다. 2019년 200억원에 달했던 자산은 2023년 말 145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미술관의 수익은 정부보조금 외에 거의 없다. 기부금을 모금하거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관리비용은 한 해 십수억원이 발생해 적자 폭을 키웠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도 크게 줄지 않았다. 2022년에는 금융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익으로 약 8억원, 2023년에는 6억원을 손해봤다. 인력을 줄이거나 투자만 잘했어도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펑펑 쓴 보조금 국민 혈세 논란, 비서의 26억원 횡령 사건, 적자 심화에도 이사진은 수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아트센터 나비 공익법인 결산보고에 따르면, 현재 나비의 이사는 총 6명이다. 이 중 노소영 관장을 비롯한 3명은 최소 5년 이상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선임된 3명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외부 문제에도 이사진이 경영활동 및 감시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노 관장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비서 A씨는 노 관장을 사칭해 ‘상여금’ 5억원을 미술관 공금서 쉽게 이체받아 횡령한 바 있다. 상여금, 보수 등은 이사회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중요 의사결정인데, 이 같은 과정조차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노 관장은 “비서가 지난 5년간 개인계좌와 공금서 약 26억원을 빼돌렸다”고 나비에 근무하는 직원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직원의 범행 방식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거액의 현금을 확인 없이 이체하며 수개월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나비의 내부 시스템과 불성실 경영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노 관장이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를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노 관장을 사칭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만으로 미술관 재무담당자 B씨가 현금 5억원을 개인통장에 입금한 사실에 대해 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A씨는 B씨에게 “관장님의 세컨드 폰이라며 번호를 입력해두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뒤 A씨는 B씨에게 해당 번호로 노 관장을 사칭해 “빈털터리가 돼서 소송자금이 부족하니 상여금으로 5억원을 송금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씨는 A씨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요청액 전액을 송금했다. 계좌도 털렸다 의혹이 불거진 이유는 비상식적인 B씨의 행동에 있었다. 그는 “관장의 말투를 따라 해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공금 5억원을 개인계좌로 입금했다는 점은 ‘평소에도 유사한 지시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산다는 지적이다. 공익법인은 국가보조금, 기부금 등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자금의 쓰임에 대해 직원의 ‘교통비’까지 공시자료에 기입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하물며 공금 5억원을 개인계좌로 입금하라는 ‘횡령’ 지시를 받았다면 거부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B씨는 7개월간 노 관장에게 사실을 확인하기보다는 상여금을 통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려는 정황을 보였다. 만약 B씨가 송금한 5억원이 노 관장의 개인계좌가 아니라 ‘차명계좌’로 들어갔다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는 B씨가 평소에도 노 관장의 지시에 따라 공금을 차명계좌를 입금해 비자금을 형성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무담당자 B씨가 A씨를 노소영 관장이라고 믿고 보너스 5억원을 일시 지급한 사실도 상식에서 너무 벗어났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비서 A씨는 관계자를 속이기 위해 인건비인 ‘상여금’을 명목 삼아 B씨에게 5억원을 송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B씨는 절차를 무시한 행동을 보였다. 공익법인은 공익법 제5조에 따라 상근임직원에게 승인된 보수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에 연간 인건비 지급 기준을 포함한다. 이 역시 법인세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 등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B씨가 5억원을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5월은 통상 공익법인이 사업계획을 신고하는 1월과 시차가 크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16명의 직원에게 지출한 고정성 인건비는 7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중 상여금 5억원은 65%에 달했다. B씨의 행동에서 평소 아트센터 나비의 운영 실태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가 어떻게 거액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미술관은 90억원에 가까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금 마련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축적한 보조금, 기부금 등을 쓰지 않고 쌓아 놓은 탓이다. 연간 적자 23억···26억 빼돌린 비서 관리 부실 및 사유화 “감시 없었다” 다만, 공익법인의 존재 이유인 ‘공익목적사업’에 지출은 한 해 5억원 정도(예술 진흥, 교육 등)에 불과한데, 현금을 100억원 가까이 비축해둔 이유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아트센터 나비가 보유한 현금만 2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부실 운영에 대한 정황이 돋보인다. 나비는 2022년 약 23억원, 지난해 약 17억원 등 최근 2년간 약 40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냈다. 한 해 소액의 목적 사업만 진행하는 이 미술관이 거액의 적자를 낸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투기성 투자’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가 나오기도 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술사업과 무관한 ‘투자’ 부분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실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2년 ‘금융상품 손실’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손’으로 약 10억원 상당의 ‘사업비용’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굴리는 자금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아트센터 나비가 평가액 등락이 큰 고위험 투기상품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공시 내용상 미술관이 보유한 주식이 없고, 일반적인 현금성 자산 상품(예·적금, 채권)으로는 큰 폭의 손실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 변동에 따른 손해도 수억원에 달해 금융당국의 시선을 피해 해외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A씨의 횡령사건에 대해 노소영 관장이 ‘피해자’라고 단순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아트센터 나비가 매년 5~10억원가량의 국민 세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재무제표상 아트센터 나비의 수익 95%가 ‘정부 보조금’이다. 2022년 총 수익이 5.8억원이었는데, 이 중 보조금이 5.5억원이었고, 기타 매출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더욱이 정부 보조금 집행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어디에 지출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더 큰 문제다. 아트센터 나비는 정부 보조금을 ‘기타 인력비용’으로 약 3억원, ‘기타(잡비 성격)’로 8000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구체적인 항목 확인이 어려운 ‘운영 잡비’로 2021부터 22년까지 2년 동안 5.4억원을 지출했다. 직전 2년에는 2100만원 지출에 불과했던 항목이다. ‘꼬리’를 알 수 없는 비용이 25배나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 사유화’라는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서 A씨는 ‘관장’의 일정관리 등 보조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A씨가 노 관장의 인감도장과 신분증 등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반인 노소영씨’의 개인 업무도 처리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그래도 당당하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개인간 사기가 아닌 일부 공익법인의 관리 부실과 사유화라는 사회적 측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 개인이 수십년간 외부의 감시와 견제 없이 공익법인을 장악했을 때 부작용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트센터 나비는 이번 횡령 금액을 회계에 반영해 결산보고, 감사보고서 등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 4월 마지막 주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분을 공개했다. <smk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조리의 총집합’.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 직원이 6명 남짓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지난 10여년간 불거진 일이다. 그사이 한 사람은 사망했고, 한 사람은 목을 맸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오랜 시간 바짝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제가 죽었으면 조금 더 이슈가 됐을까요?” 지난 15일, 양평역 인근에서 만난 정모씨는 대뜸 그렇게 말했다. 목에는 깁스를 한 채였고 왼쪽 눈은 새빨갰다. ‘선택’의 후유증을 세게 앓고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주변 사람에게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기고도 또다시 ‘선택’을 시도하려 했다. 그의 지난 4년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유서 쓰고 극단적 선택 지난달 20일 정씨는 일터에서 목을 맸다. 오전 배차를 마치고 점심시간 즈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날 끈을 산 정씨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눈물을 흘렸다. 끈을 목에 걸고 아이스박스를 발로 찬 순간이 정씨가 기억한 마지막이다. 이후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그를 발견해 끌어 내렸다. 의사는 “천운”이라고 했다. 정씨는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센터)의 운전원이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 차량 운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사업이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시·도 단위의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관리하는 시·군·구 단위의 지회가 운영한다. 양평군센터의 경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관리하는 양평군지회가 운영 주체다. 회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지회장은 센터장 임면권을 가지며 전반적인 센터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기는 4년이다. 양평군지회는 2022년 1월 장모씨가 지회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의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장 지회장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날짜의 유서에서 “장○○의 집요한 괴롭힘에 더는 버틸 수가 없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죽으면 장○○가 한 악마같은 짓을 모조리 밝혀주세요” 등의 문구가 발견됐다. 정씨는 고소‧고발, 이의신청 등으로 수차례에 걸친 경찰조사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서에도 “그동안의 고소‧고발은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장○○ XXX는 센터장님이 4명이 바뀌었음에도 이의제기를 주문하고 저를 자르려고 불굴의 의지로 제 목을 조여왔습니다”는 부분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주장하며 목매 그제야 부랴부랴 찾아간 군수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상담원 윤모씨를 도와준 이후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지병으로 사망했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의 사망 이후 장 지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장 지회장이 지회장 지위를 이용해 윤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취지다. <일요시사>와 만난 윤씨의 남편은 “아내가 생전에 이런 일을 당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탄했다. 윤씨는 사망 전날까지도 양평군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민원을 양평군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남편은 “소송비용이 더 들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한 회원이 상담원이었던 윤씨의 배차에 불만을 표하자 장 지회장이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전화해 호통치고 무례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괴롭힘이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는 설명이다. 윤씨는 2020년 6월2일에 암 진단을 받은 뒤 같은 달 28일 사망했다. 윤씨의 동료였던 정씨는 이 소송에 사실확인서, 증언 등을 통해 장 지회장이 윤씨를 괴롭혔다는 유족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원고(윤씨 측) 패소 판결이 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윤씨에 대한 장 지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했다. 장 지회장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의 원인이 된다”고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 지회장이 윤씨에게 한 일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고소·고발 난무 조용할 날 없어 이후 정씨는 장 지회장의 타깃이 자신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업무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경찰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의신청 등을 통해 끊임없이 괴롭혔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장 지회장은 센터장들을 시켜(자신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평군센터는 사문서 위·변조, 소송사기 등의 혐의로 정씨를 고소했다. 정씨가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위조하고, 윤씨의 소송에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허위라며 소송사기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이후 경찰조사가 진행됐고 정씨는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양평군센터의 센터장들은 연이어 경찰조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지난 2월 양평군센터에 센터장으로 취임한 최모씨는 정씨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라는 장 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센터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씨 등에 대한 자료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장 지회장은 여러 차례 경찰에(정씨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라고 했지만 민·형사상으로 다 끝난 상황이고 센터장에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평군센터에서 사건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2015년 양평군센터 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자행한 전 행복콜(양평군 교통약자지원센터) 센터장이 징역형을 받는 일이 있었다. 또 불과 3~4년 사이 센터장이 수차례 바뀌는 등 양평군센터 내부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 두드러진 사건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송사가 계속됐다. 거듭된 사건 다 손 놨다 정씨는 사건 직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를 찾았고 양평군수를 만났다. 지난 24일에는 양평군센터 앞에서 시위도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일요시사>와의 두 차례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안 바뀔 것 같아요” “결국 대충 이러다 말겠죠” 등의 말을 거듭했다. 4년여 동안 지속된 일에 잔뜩 체념한 상태였다. 정씨의 한탄은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센터장은 지회장이 겸임하거나 지회장이 공개채용을 통해 임명하는 구조다. 시·도지부나 지회는 회원 투표를 통해 연합회장과 지회장을 선출하는데 센터장은 임명직의 형태다. 다시 말해 연합회장과 지회장은 면직이 쉽지 않지만 센터장은 언제든지 잘려 나갈 수 있다. 양평군센터는 성추행 등의 비위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경우 등을 포함해 지난 4년 새 센터장이 4번이나 바뀌었다. 그 가운데 2명은 5개월,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여기에 장 지회장이 센터장 직무대행을 겸직한 시기까지 합치면 1년을 넘긴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지회장이 가진 센터장 임면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양평군센터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장 지회장은 센터장 임면 외에 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임면권 자체가 센터에 휘두르는 권력”이라고 주장했다. 장 지회장이 센터장을 통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정씨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양평군센터 관계자나 주변인들은 양평군지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양평군이 양평군센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평군센터는 양평군에서 90%, 경기도에서 10%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2015년부터 잡음 계속됐다 센터장도 4번이나 바뀌었다 양평군센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박모씨는 “양평군은 그동안 센터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니까 그제야 대책을 마련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정씨의 소식을 듣고 양평군수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움직이는 건가”라고 분노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도 사건 직후 민원조사단을 파견해 진상파악에 나서고 장 지회장을 센터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서도 그의 거취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선출직인 지자체장을 근거 없이 해임하지 못하듯이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도 양평군 지회장을 함부로 인사조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지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정 수준 이상의 형사처벌이 결정되면 그 이후에야 조치할 수 있다는 게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입장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측은 “민원조사단의 조사가 끝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8월 중순 전에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양평군센터가 지회가 아닌 연합회로 업무를 보고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양평군에 센터와 지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건의하려 한다”고 전했다. 양평군 측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결론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양평군센터의 운영 주체는 양평군지회고 관리·감독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맡고 있다. 센터장 임명 과정에서 군의 승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센터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양평군센터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는지 묻자 “보조금 횡령이나 부당 이용 등의 돈 관련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보조금 지급 중단은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진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보조금 지급이 일정 기간 중단된 바 있다. 결국 피해는 이용자에게? 임기 5개월째에 접어든 최 센터장은 “일단 지회가 센터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가 내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센터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센터와 지회가 빨리 정상화돼 더 이상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평군 지회장의 해명 “나 때문 아냐…억울” 지난 2022년 2월부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양평군 지회장을 맡고 있는 장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씨의 극단적 선택은 자신이 아니라 현 센터장인 최모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씨에 대한 고소·고발·이의신청은 정당한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장 지회장은 “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 이용자의 민원 제기가 있었다. 그 민원에 대해 최 센터장이 정씨에게 블랙박스를 요구했는데 정씨는 ‘블랙박스를 매일 지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안다. 그에 대해 최 센터장이 정씨에게 시말서를 요구했고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씨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의 시말서 요구가 정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씨는 정신을 차린 이후 “최 센터장 때문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장 문제 주장 유서에 쓴 대로 장 지회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장 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장 회장은 “사망한 윤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기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이 내가 윤씨를 괴롭혀 죽게 했다는 말을 하고 다녀서 피해가 막심했다”며 “정씨가(소송에) 낸 사실확인서를 보니까 전부 허위였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센터 차원에서 소송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지회장은 정씨의 주장대로 센터장들에게 이의신청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장 지회장은 양평군센터에서 정씨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장 지회장은 “지금 센터 업무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 센터가 지회를 건너뛰고 연합회에 보고하고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내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 이후의 상황은 결정을 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