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1.08 09:10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호만 말해도 ‘아, 거기 알아’ ‘가보진 않았는데 이름은 들어봤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전국구 맛집이 공공기관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체는 ‘미래’ 자산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고, 기관은 ‘현재’로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경기도 파주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파주시의 랜드마크죠. 기업이나 다름없어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갈릴리 농원’. 장어 숯불구이를 판매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1년에 30만~4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직접 기른 장어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고 외부 음식도 반입이 가능해 40~5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연 30만~40만 파주 랜드마크 지난 25일, 서울 강북 지역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를 거쳐 40여분 정도 달리자 길 옆으로 갈릴리 농원이 보였다. 오전 11시경이었는데 주차장은 이미 절반가량 차 있었다. 갈릴리 농원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차도를 사이에 두고 자리했다. 천정이 높은 카페에는 갓 만든 빵 냄새가 가득했다. 갈릴리 농원에 장어를 공급하는 양식장은 차로 10~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양식장에 가까워질수록 도로가 좁아졌고 차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양식장에 도착했을 땐 갈릴리 농원 관계자의 차와 취재진의 차만 남았다. 양식장으로 이어진 길은 포장돼있지 않아 차가 지나가자 뿌옇게 흙먼지가 일었다. 양식장 진입로는 두 개였다. 양식장에 인접한 도로를 사이에 둔 양쪽 토지는 모두 갈릴리 농원의 소유다. 자유로 방향으로 서서 오른쪽은 양식장, 왼쪽은 추가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갈릴리 농원이 매입한 땅이다. 양식장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소형 굴착기 한 대를 조작하는 기사가 보였다. 양식장 부지는 2700여평, 장어를 양식하는 수조는 1100평에 달했다. 대형 장어 공장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장어 치어(어린 물고기)와 성체 장어 등은 120만마리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양식된 장어는 갈릴리 농원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이른바 갈릴리 농원의 ‘젖줄’인 셈이다. 최근 양식장과 인접 도로가 갈릴리 농원과 한국농어촌공사 간 법정 공방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갈등은 부동산 개발업체로 알려진 A사가 양식장 인근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로와 구거를 진출입로로 사용하기로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구거는 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도랑, 개울이다. 농업용수 공급, 배수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수로라고 보면 된다. 전국구 맛집 VS 정부 기관 도로 사용 허가 놓고 갈등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해당 도로와 구거는 1975년경 경지 정리사업으로 설치한 농업용 수로 및 도로 부지다. 그때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는 2022년 11월 해당 도로와 구거를 두고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2023년 1월부터 2033년 1월까지 10년 동안 A사가 이 도로와 구거를 농로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도로 사용 허가를 받은 A사는 파주시에 개발허가를 신청했다. 파주시는 2023년 9월 해당 부지에 사무소, 야적장 등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파주시에 따르면 올해 A사가 개발 내용을 변경해 신청했고 허가가 나왔다.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 아직 모르지만 허가 내용상으로는 편의점 등 건축법상 소매점도 들어설 수 있는 상태다. 갈릴리 농원 측은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의 계약, 파주시의 개발허가 등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쯤에 인부들이 도로와 구거에 붉은 깃발을 연이어 설치해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A사가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하더라. 이후 정보공개를 통해 계약 내용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진동이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에 따르면 장어는 소음과 진동에 매우 취약한 어종이다. 개발을 위한 공사 차량이 도로를 오가면서 생기는 소음과 수조의 진동이 장어를 폐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음과 진동에 노출된 양식 어류가 정상 어류와 비교해 사망지수가 6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갈릴리 농원은 부지 개발을 원하는 A사,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준 한국농어촌공사, A사에 개발허가를 내준 파주시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A사가 개발하려는 부지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두 개다. 하다못해 양식장에 인접하지 않은 도로를 사용하면 안 되냐고 제안했는데 도로 포장비용을 우리에게 부담하라고 해서 (A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사용 허가 한국농어촌공사가 A사에 사용 허가를 내줄 당시 도로를 포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진출입로를 변경하는 대신 그 도로를 갈릴리 농원 측에서 포장해 달라는 뜻이다. A사가 양식장에 인접한 도로를 진출입로로 선택한 이유는 옆 도로보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옆 도로는 양식장 인접 도로와 비교해 진입 지점까지 거리가 훨씬 길었다. 갈릴리 농원 측은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양식장 피해를 호소하며 사용 허가 및 개발허가를 취소하거나 A사와 협의할 수 있게 조율해 주길 원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기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소송을 걸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갈릴리 농원이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국유지 사용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가 맺은 임대차계약은 무효라는 내용이 골자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파주시가 (A사에) 개발허가를 내준 배경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라며 “모든 일은 그 임대차계약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도로 사용 허가가 없었으면 개발허가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지 묻는 의 질문에 “무조건은 아니지만 안 나갈 수도 있었다”면서도 “그 부분(도로 사용 허가)이 선행돼서 개발허가에 절차상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건 맞다”고 말했다.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한국농어촌공사에 해당 도로에 대한 사용 허가권이 있는지다. 농어촌정비법 제23조(농업생산기반시설의 사용 허가) 조항이 언급됐다. 갈릴리 농원 측은 현행법에 따라 해당 도로의 사용 허가권이 지자체장에게 있다는 견해고 한국농어촌공사는 자사에 허가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개발허가 해당 조항은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가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에 사용하려 하거나 타인에게 사용하게 할 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가 한국농어촌공사인 경우와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유지·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면 그렇지 않다’는 단서가 달렸다. 또 ‘제1항의 따른 사용 허가는 그 본래의 목적 또는 사용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이 경우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자는 미리 관계 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갈릴리 농원 측은 허가 주체가 한국농어촌공사가 아니라 지자체장이기에 해당 도로에 대한 임대차 계약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정비법 제23조, 농어촌정비법 시행령 제31조(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 허가) 제2항을 들어 허가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항은 ‘농어촌정비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용신청서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제출해야 하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에 관한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 정관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문제의 도로는 농로여서 공사를 위한 진·출입로 등 농업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국농어촌공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임대차계약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일단 한국농어촌공사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갈릴리 농원 측은 지난 4월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행정처분 효력 정치 신청’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A사가 도로공사를 진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피신청인(한국농어촌공사)이 도로 공사를 하겠다며 우리 땅에서 도로 쪽으로 흘러내린 토사 일부를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해 왔다. 해당 요구는 도로를 무단 임대한 불법행위를 배경으로 한 부당한 처사”라며 “또 토사가 일부 흘러내렸다고 해서 실제 도로의 효용에는 아무런 지장도 발생하지 않는다. 명백한 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양식어류, 소음과 진동에 취약” “실질적 피해 없다” 가처분 패소 그러면서 도로 공사를 위해 중장비 차량이 오가는 사이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장어가 먹이를 먹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년 동안 2주에 한번씩 갈릴리 농원에서 양식 중인 장어를 대상으로 ‘병성 감정 업무’를 수행해온 수산질병관리원의 소견서도 제시했다. 소견서에 따르면 “최근(2025년 4월1일) 실시한 검사에서 특별한 병원체의 감염은 확인되지 않으나 사료 섭이가 떨어지는 증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섭이 저하 증상이 대형 차량 운행에 의한 소음, 진동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사육 중인 장어에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갈릴리 농원 측은 검사 사흘 전인 지난 3월29일 도로 공사를 위한 중장비 차량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은 갈릴리 농원 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갈릴리 농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 취지 기재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송 상대인 한국농어촌공사나 개발허가를 내준 파주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시가 봐야 할 부분은 허가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는지다. 개발허가를 내주기 전 양어장 주변까지 고려해 도시계획 심의도 진행했다. 도시계획 심의는 법적인 부분 외에도 주변 환경 등을 포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갈릴리 농원과 A사가 ‘민사’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고려하면 다른 한쪽이 손해 보는 구조다. 인허가 문제로 시가 개입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 건은 서로 입장 차가 뚜렷해 시는 절차의 적법성만 따졌고 (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갈릴리 농원 측에서 장어 피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A사와 맺은 임대차계약을 문제 삼아서 의외였다”며 “우리는 현행법에 따라 우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목적 외로 사용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농기계 통행 등 농민에게 피해가 있는지를 검토해 허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문제는 지자체가 개발허가를 내줄 때 전체적으로 고려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결국 비용 문제”라며 “갈릴리 농원과 A사, 두 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책임 없다” 핑퐁 게임?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한국농어촌공사’를 검색하면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농정 최일선 기관’이라는 글이 뜬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양식업에 종사하는 우리보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존재 의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장동혁 신임 대표를 선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정치적 변화가 지나치게 잦다”는 비판과 “언더 찐윤의 지지를 업고 당 대표가 됐다”는 우려가 따라다닌다. 장 대표는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역대 당 대표들은 ‘단일대오’란 절대반지를 탐내다가 몰락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장동혁 의원이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는 지난 2022년 5월 진행된 보령시·서천군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약 3년3개월 만에 당 대표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카멜레온 수장 등극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진행된 본경선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 15만3958표(36.85%)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13만1785표(31.54%) ▲조경태 의원 7만3427표(17.57%) ▲안철수 의원 5만8669표(14.04%) 등 득표율을 보였다. 결선에선 장 대표가 22만301표를, 김 전 장관은 21만7935표를 얻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지원을 입었다. 그는 ‘의원 107명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반이재명 투쟁에 앞장서는 국민의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어 “싸우지 않는 자는 금배지를 떼라”고 주장했고, 찬탄(탄핵 찬성)·친한(친 한동훈)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같은 장 대표의 선명 노선은 당원투표가 80% 반영되는 경선에서 제대로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향후 당 혁신의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자유 우파 시민과의 연대’였다. 그는 “우파 시민과의 연대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찬탄·친한 숙청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단 기존 의견도 바꾸지 않았다. 지난달 7일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불거진 ‘극우’ 논란에 대해 “저는 지금까지 어떤 계파에 줄을 선 적 없고, 소신껏 행동한 소신파”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재명정부와 싸울 강한 야당 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주장과 달리, 그에게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계과의 밀착설이 제기된 지 오래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7월 YTN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언더 찐윤 성향의 여러 재선급 의원들이 장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본다”며 “친윤은 5년 후 대선에 출마하기 어려운 김 전 장관을 지지할 수 없고, 성향도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당 대표는 미래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정치인으로 선출해야 해서 장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찬탄 성향인 조 의원과 안 의원은 언더 찐윤이 절대로 지지할 수 없는 후보들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에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 45명 중 일부를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 사태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가, 선출된 후 뜻을 바꿔 강제로 교체될 뻔했다. 정청래와 초강력 극한의 대결 시작부터…심상치 않은 결합 또 언더 찐윤은 지명도가 높으면서도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외부인을 영입해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윤 전 대통령도 외부에서 영입해 옹립한 대선후보로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 전 총리도 비슷한 형태로 정계에 입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될 뻔했다. 이들의 대권 도전 과정엔 언더 찐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단 것이 다수의 분석이다. 물론 선거 내내 유지했던 강성 발언만이 장 대표 당선의 비결은 아니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이 정치를 하기 위해 처음 찾아간 곳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었다”며 “스스로 개혁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장 대표를 평가했던 옛 영상도 주목받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영상을 통해 “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할 때, 그 초안을 당시 법사위 파견 판사였던 장 의원이 작성했다”며 “장 의원은 안 전 의원을 따라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장 의원이 그 지역구(대전 서구을)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경선에서 이를 언급했고, 김 전 장관 측은 최 전 의원 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장 대표의 정치적 행적도 정리돼 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는 민주당 입당 시도→국민의힘 친한→친김문수→친쌍권(권영세·권성동)→친한덕수→친윤 순으로 계파를 옮겼다. 장 대표는 원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친한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의견 충돌 이후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의 대선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사무총장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로 사무총장직을 고사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한 전 총리 대선캠프를 방문해 후보단일화를 촉구했을 당시 함께 행동했다. “나는 소신파” 잦은 계파 이동 장 대표의 3년여 정치 경력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이 매우 선호할 만한 이력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김 전 장관을 진짜로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한 전 총리를 대선후보로 확정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을 지원해 대선후보로 등극시킨 후 한 전 총리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아울러 장 대표가 ▲반이재명 단일대오 ▲찬탄파 숙청 등 외엔 별다른 혁신 방안을 언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언더 찐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 찬탄파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현역 의원 십수 명이 친한계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숙청하면, 국민의힘이 간신히 유지하는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 조 의원도 지난달 4일 <일요시사>와 만나 “대통령 관저에 모인 강성 친윤(친 윤석열) 의원 45명 중 1/3가량을 청산할 것”이라며 “이들을 내보내도 민주당의 개헌 시도에 찬성할 리는 없으니, 개헌 저지선 붕괴 여부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도 방향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국회 의석 107석을 보유했을 뿐인 소수 야당이란 사실이다. 장 대표는 ‘반이재명 단일대오’ 외엔 ▲범여권의 검찰 해체 시도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 ▲특검 수사 대응 등 산적한 구체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의원들이 뭉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채 상병 특검팀은 지난 7월11일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송언석 당시 비대위원장은 의원 107명에게 소집 공지를 했지만, 의원실 앞에 모인 의원은 불과 20여명이었다. 국민의힘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특검은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이다. 각자 살길을 찾기에도 바쁜 수사 내역이 될 가능성이 커서, 장 대표가 말하는 ‘단일대오’가 어떤 강도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임 의원 압수수색 당시 상황은 설령 친한계 의원들을 모두 국민의힘에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단일대오 조성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전초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장 대표는 ‘우파 시민과의 연대’라는 표현을 활용하면서 전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던 기존 약속에 대해서도 “지킬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면 지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단일대오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재집권하는 방법은 정당 지지가 유동적인 합리적 보수·중도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씨·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만 인기 있는 극우 인사와의 절연 ▲자체 내부 혁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었다. 이런 상황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교만에 빠져 자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차기 집권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장 대표는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반이재명 단일대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단일대오는 외부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내부 혁신 움직임을 ‘내부 총질’로 규정해 탄압할 때 주로 이용하는 정치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내부 혁신? 내부 총질? 하지만 단일대오는 허상이다.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 107명을 한목소리로 유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대중 정치인이 등장하거나, 의견을 잘 조율할 수 있는 밀실 합의 구조라도 갖추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자유한국당 이후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제외한 역대 당 대표는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당 대표가 돼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에선 친박(친 박근혜)과 친홍(친 홍준표)의 계파 갈등이 이어졌다. 이 상황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당내 갈등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자, 홍 전 대표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급락했다. 지난 2018년 진행된 지방선거 후보들은 홍 전 대표의 유세 지원을 피하느라 바빴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지방선거서 대패했고, 홍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도 “문재인정부 앞에서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와 중도를 포함하는 범보수가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황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시절엔 삭발·단식 등 고전적인 투쟁을 이어갔다. 미래통합당으로 탈바꿈한 이후엔 전 목사 등 강경 보수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03석만을 건지는 대참패를 당했다.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황 전 대표의 현실적인 정치 생명은 그 시점에서 사실상 끝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권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도 ‘단일대오’를 외쳤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 당선 후 취임할 때도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와 공동운명체”라면서 재차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김 전 대표로선 대표 당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친윤이 모두 지원하는 등 막강한 배경을 과시했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강조할 만했다. 누가 뭐래도 오직 마이웨이 멈추지 않는 단일대오 집착 그러다가 국민의힘 인요한 당시 위원장이 주도했던 혁신위원회가 “영남 출신 중진이 서울서 출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남 스타 서울 출마론’을 제시했다. 이어 그 대표주자로 김 전 대표가 거론되면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전 대표에게 “당 대표는 유지하되, 차기 총선엔 불출마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사퇴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출마를 강행했다. 김 전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였다. 결국 모두의 지원을 업고 화려하게 당 대표가 됐던 김 전 대표는 취임 후 9개월여 만에 초라하게 사퇴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한 한 전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대오를 언급했다. 물론 당시 국민의힘에선 단일대오가 불가능했다. 한 전 대표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크게 갈등하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었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한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매우 컸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 전 대표를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고, 이에 반대하면서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친한계 의원이 바로 장 대표였다. 향후 국민의힘에선 자신 있게 대선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전국 주자를 배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불출마에 이어 조 의원·안 의원 중 특별한 후보를 지원하지 않다가, 결선에 이르러 “차악을 선택하자”면서 김 전 장관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한 전 대표와 험악하게 결별한 장 대표가 당선됐기 때문에,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훼손됐다. 조 의원과 안 의원은 모두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조 의원은 안 의원에게 계속 단일화를 요청했지만, 안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안 의원으로선 단일화를 받아들여 양보한 사례가 많았고, 윤 전 대통령은 안 의원이 단일화에 호응한 결과 중 최악으로 기록될 만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선 선뜻 단일화에 응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는 차가웠다. 조 의원과 안 의원의 본 경선 득표를 합치면, 장 대표·김 전 장관에 대적할 수 있었다. 결선 진출자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고, 최종 결선에서도 누가 당선될지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 전 대표도 두 후보를 선뜻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회의적 시선들 언더 찐윤과 국민의힘 당원들은 장동혁이란 ‘카멜레온’을 선택했다. 언더 찐윤이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언더 찐윤이 힘이 떨어진 수장으로부터 가차 없이 돌아선단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강조했던 ‘단일대오’는 이전 당 대표들을 모두 수렁으로 몰아넣은 절대반지였다. 아울러 장 대표 당선 자체가 합리적 보수·중도 유권자에겐 국민의힘의 회생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통하기 시작했다. 과연 장 대표의 정치적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장 대표의 정치적 장기 생존 가능성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금관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 노선과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민주 진영의 적자 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여기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됐다. 혁신당은 지난달 21일, 조 전 대표의 복당을 최종 의결한 후 조 전 대표를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지명했다. 석방되고 논란부터 조 원장은 석방되자마자 논란을 일으켰다. 석방 직후부터 특유의 활발한 SNS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석방됐던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식사’란 게시글이었다. 이 게시글엔 된장찌개가 끓는 영상이 포함돼있었다. 조 원장의 가족이 함께 식사한 곳은 고급 한우전문점이었고, 된장찌개는 후식이었다. 조 원장에 대해선 지금까지 불거졌던 ‘서민 코스프레’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1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싼 집에서 먹었으면,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며 “그런 이미지를 다 가려놓고, 소박한 된장찌개만 게시해서 정말 가증스럽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저런 위선이 조국다운 것”이라면서 “입만 열면 진보를 언급하면서, 누구보다 기득권과 특권의 삶을 살아온 조국”이란 게시글을 올렸다.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우 고기를 다 먹고, 후식 된장말이밥을 SNS에 올리기 위해 가족을 조용히 시킨 후 된장찌개를 촬영해 올린 이가 그 유명한 ‘조국의 적은 조국’의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2030 남성이 70대와 비슷하게 극우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을 가장 많이 비판하는 세대·성별이 2030 남성이기 때문에, 이 발언도 곧바로 논란이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남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 이탈은 편향된 젠더 정책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 진영의 위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표창장·인턴 경력 위조로 대한민국 청년을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원장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2030 남성을 극우로 몰아세워 자신의 실패를 덮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300여차례 묵비권을 행사해 국민을 기만하던 조 원장이 이제 와서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광폭 행보 “정통성 내게 있다” 금관 쓴 사진으로 속내 드러낸 정?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2030 청년과 70대 어르신 모두 우리 국민이니, 나눠서 공격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사과의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게 사과의 시작”이란 게시글을 올려 조 원장을 비판했다. 조 원장 사면·복권을 공개 주장했던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원장의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성찰하고, 겸허히 때를 기다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조 원장은 이 같은 비판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된장찌개 논란에 대해선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는 글로 반박했다. 이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속이 좀 꼬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 같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4일엔 부산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2030 남성 전체가 극우화되진 않았다”며 “2030의 일부, 특히 남성 일부는 극우화돼있다고 본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나 고민하겠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의 행보는 SNS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그 결기를 계속 이어나가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두 사람은 극장을 방문해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을 함께 관람했다. 조 원장은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묘소 방명록엔 “돌아왔습니다. 그립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란 소감을 남겼다. 이 행보들은 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대를 비난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나눠 갖는 행보는 결국 “민주 진영의 정통성은 내게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국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정통성을 챙기는 행보는 곧 “이 대통령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지난달 2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이 대통령과 갈등하던 관계였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일컬어 “그냥 싫다. 생각하는 자체가 싫다”며 “분란을 만들어서 도와주기 싫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묘한 기류 지난 2023년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심판’을 명분으로 내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볼링을 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검찰 독재정권을 향해 스트라이크”라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의 당선 후 행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개혁신당 예방을 생략했다. 이어 지난달 5일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을 직접 하려고 한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의힘 정당해산 가능성을 강도 높게 언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미묘한 관계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방문 도중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이미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정 대표는 지난달 20일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해 천마총 금관을 감상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대표 맞은편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가 마치 금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듯한 사진이 촬영됐다. 정 대표는 다음 날 해당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게시글을 봤다. 이후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있는데도 ‘왕’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거나 “이 대통령을 무시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당선 이후 당내 비중과 관련된 각종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고,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 대표를 지지했다. 당선 직후의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고, 외부 방송인이 지지한 정 대표가 당선된 상황은 정치적 파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적도 없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지난 2005년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특이한 건 민주당 소속 시장임에도 민주노동당 내부 그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과 연정에 가깝게 시정을 운영했단 것이었다. “안미경중 못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김미희 시장 후보와 단일화한 후 시장에 당선됐고, 김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수위원회엔 김 후보가 소속됐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참여했다. 성남시 청소 용역 업무도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정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정치권 인맥이 빈약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 당선 이후 김씨에 대해선 “민주당의 상왕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과 접점이 없는 조 원장·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조 원장은 곧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물의를 일으켰고, 그 뒷감당은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는 것으로 치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진행한 한일·한미 정상회담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류가 갈등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당 주류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침묵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학생운동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23년 6월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선전 행사에 참석한 후 “티베트 인권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발언을 하자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이 친중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에선 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 발표문은 지난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가 담겼고,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한일·한미일 협력 인식 공유 ▲상생 협력 추구를 위한 체계 기틀 마련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관련 협력 지속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 달라”면서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성공적 정상회담 계기 민주당과 다른 길 가능성 그러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세계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 주시길 기대한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에 맞는 덕담을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한국이 과거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이른바 ‘안미경중’ 노선을 취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책이 중국 견제 방향으로 명확해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기본 정책과 어긋나게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엔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발언 후 곧바로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면 우리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번 붙기 시작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엔 ▲이라크전 파병 ▲한·미 FTA 체결 등 친미 노선을 걸었고, 열린우리당과 진보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게 내부 투쟁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여기서 패해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수난을 당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외교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정 대표 당선과 조 원장의 행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명한 외교 노선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센 시기는 취임 직후가 아니라 취임 이전 당선인 시절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곧바로 취임해 당선인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어준씨는 지난 6월 더 파워풀 콘서트를 개최해 ▲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1만 이상의 인파를 집결시켰다. 일련의 흐름을 놓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게 위력 시위를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김씨·정 대표·조 원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 비주류를 상기시키면서 ‘군기 잡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조 원장에게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합당 압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1일 유튜브 방송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생각·이념·목표가 같다면, 민주당·혁신당이 합당해서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한다”며 “찬반이 있지만, 합당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적자 쟁탈 하지만 조 원장의 행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이어지자 합당론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합당론은 ‘민주 진영 적자’ 자격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정 대표·조 원장의 삼각관계는 현 정부의 적통은 누구고, 진짜 실력자는 누구인지 확인하는 미묘한 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정 대표와 조 원장의 언행을 놓고 벌써 차기가 거론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 사람 모두 “내가 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진짜 적자는 누구일까?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