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인류역사 6000년 만에 한반도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질 것이라는 예언이 등장했다. 예언서에는 ‘육십일세시작립(六十一歲始作立)’이라고 적혀있다. 이를 풀이하면 ‘제일원인자(一)께서 6000년(六) 만에 온전한(十) 새로운 해(歲)를 처음으로(始) 일으켜(作) 세운다(立)’라는 뜻이다. 그해는 바로 지난 2008년이다. 그리고 준비과정을 거쳐 신의 섭리(천군비상게엄)로 이루어지게 될 하나님의 나라는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제7공화국의 출범이라고 예언서는 소개했다. 제7공화국의 해는 바로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임진년 올해다. 누가 왜 이러한 예언서를 쓴 것일까?
이러한 내용을 알리는 곳은 ‘모정주의사상원(母情主義思想院)’으로,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도 예언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이 어렵고 분량이 방대해 이를 정독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일요시사>는 주소를 수소문한 끝에 직접 사상원의 예언서를 구입하기로 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세차던 지난달 28일 취재기자는 예언서를 쓴 저자를 직접 찾아 나섰다.
‘30년’ 동안 예언서 만들어
모정주의사상원과 관련이 있는 주소는 총 세 곳이었다. 예언서를 판매하는 ‘남궁문화사’는 인천에, 모정주의사상원의 부설기관인 ‘세계의 지상연구원’은 경기도 양주, 그리고 사상원의 본거지는 전라남도 무안에 있다.
취재기자는 인천에 있는 남궁문화사를 찾기 위해 근처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는 예언서를 구입하겠다는 취재기자의 말에 직접 역 근처로 나오겠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반가움이 묻어났다.
작은 체구에 선한 인상을 가진 김씨는 예언서를 직접 들고 역 부근에서 취재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저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나이 올해 74세. 어떻게 그가 360페이지에 달하는 예언서를 쓸 수 있었는지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예언서는 올해 3월에 처음으로 정식 출간됐다. 그는 “계시를 받은 후 예언서를 30년 동안 썼다”라고 말했다.
통일교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김씨는 한 시골마을의 농부였다. 일을 하다 우연히 ‘신의 계시’를 받았고, 그 이후 모정주의사상원을 통해 계시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주장하는 예언의 핵심은 ‘후천모계시대의 출범’이다. MB정권을 끝으로 선천부계시대 6000년은 막을 내렸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생은 ‘인왕고충애후세(人王孤忠哀後世)’라는 예언 문구에 나타나 있다.
인왕(人王)은 선천부계시대 6000년의 종막대통령(MB)에 이어 후천모계시대 출범대통령을 가리킨다. 충성(忠)스러운 아버지를 잃게(孤) 된 슬픔(哀)을 딛고 아들 대신으로 역대를 계승하게 된다는 뜻으로, 그 주인공은 박 대통령이며 박 대통령의 등장은 이미 400년 전에 예견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다시 거듭나서 이 땅에 후천모계시대를 총괄하는 그런 삶을 살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사상원은 이러한 섭리의 내용을 소책자 형태로 지난 1월16일 1만5000부를 전국적으로 우송했다. 소책자에는 ‘당면한 신의 섭리 방향은 미완성한 인간들을 재창조하기 위한 천지개벽(천군비상계엄)이 우선이기 때문에 인간의 뜻대로 정치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씨는 후천모계시대에 대해 “이제 법으로 이끌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모정으로 이끌어 가는 시대가 도래한다. 모정만큼 깊고 희생적인 사랑은 없다”고 설명했다.
MB정권 끝으로 ‘선천부계사회’ 끝나고 ‘후천모계사회’ 시작
“과거 급제한 김씨 성 가진 자를 통해 ‘지상천국’ 도래할 것”
그는 청와대에 예언서 소책자 60부를 보냈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김씨는 ‘천안함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북한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예언서를 보면 박 대통령이 반드시 대국민사과를 하도록 돼있다. 북한 때문이다. 북한과 남한은 천안함 때문에 크게 얽혀있다. 천안함사건은 초자연적인 현상이었지만 남한은 그것을 북한에 뒤집어씌웠다. 그 문제를 풀려면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 얼마 전 윤창중 성추행 문제도 그것 때문이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신에 의해 ‘재창조’를 받아 이러한 현실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재창조를 통해 십오진주가 된다. 그러면 성인으로 거듭나고 제정일치가 이루어지면서 후천모계시대가 도래한다”고 설명했다.
예언서에도 그와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의인의지막의세(依仁依智莫依勢)'라는 구절에는 ‘남북통일과 세계통일을 하게 되는 정부는 미완성한 인간들이 세운 정부가 아니라 제정일치의 제7공화국’이라는 해설이 붙어있다. 제7공화국은 하나님의 나라를 말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힘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천지개벽으로 박 대통령이 십오진주로 거듭나 영원한 후천모계시대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빵철학’에 얽매여 먹고 사는 데 정신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을 안타까워하며 후천모계시대가 열리면 정신문명이 발달해 종교인들이 말하는 이상세계, 지상천국이 시작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예언서도 ‘21세기 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정신문명을 기조로 하여 화합상생의 후천모계시대로 바뀌게 됨으로써, 신비한 내용도 없는 독존적인 정치철학이 아닌 신비한 모정철학 정치와, 이해하기도 난해한 창조경제가 아닌 신경제 시대를 열어서 세계인류가 땀 흘리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이상세계가 박 대통령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거듭 천명하는 바이다’라고 쓰여 있다.
예언서는 이러한 이상세계를 ‘대성업’이라 칭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신적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신적 존재는 하나님, 창조주, 천사장, 관세음보살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강원도 홍천에서 과거에 급제를 한 김씨 성의 인간을 통해 세상에 나와 박 대통령과 함께 세계통일을 이뤄 하나님의 나라를 건국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김씨는 대화를 마치고 “인류의 구세주가 한반도에 출연할 것이다. 내 예언이 맞아 과거 급제한 김씨 성을 가진 이가 등장하면 나한테 꼭 전화를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화와 현실 사이
그가 전하는 계시와 예언에 어떤 꾸밈이나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예언서는 몹시 처량해 보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선량한 농부였던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마치 천심을 빌린 듯 무척이나 간절했다. 이 땅의 지도자가 십오진주로 거듭나 이상세계를 이루고 천하를 호령하길 바라는 사람들.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일부 국민에게 박 대통령은 이미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신화와 현실 사이에 있는 박 대통령은 과연 ‘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가녀린(?) 어깨는 무겁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