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 무법자' 레카차 오해와 진실

고작 10만원에 목숨 걸고 쌩~쌩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 난폭운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카차는 오늘도 실적을 위해 도로 위를 쌩쌩 달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돈에 눈이 먼 레카차 기사들은 불법감청을 해 영업을 하거나 음주운전한 사람을 협박하기도 한다. <일요시사>가 레카차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쳤다.

레카차는 크게 사설 레카차, 보험사 소속 레카차, 관공서 소속 레카차로 나뉜다. 이 중 사설 레카차가 문제다. 사설 레카차에는 사고 발생 시 먼저 도착한 사람이 견인권을 가진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러한 룰 속에서 사설 레카차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견인요금 덤터기

레카차 기사들은 사고현장으로 빠르게 출동하기 위해 주로 사고가 잦은 길목에 접근하기 쉬운 위치의 갓길이나 혹은 넓은 도로의 중앙이나 양 옆에 마련되어 있는 안전지대에서 상주한다. 대기 중인 레카차 기사들은 무전을 받고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레카차 운전기사가 직접 사고를 인지하고 출동하는 경우는 없고 주로 제보를 받고 사고 위치로 달려간다.

제보는 주로 택시기사나 버스기사로부터 받는다. 제보로 실제 영업에 성공하면 사례금으로 4만∼5만원 가량이 제보자에게 쥐어진다. 제보 뿐만 아니라 불법 감청도 영업에 중요 루트 중 하나로 알려진다. 감청사례를 살펴보면 2013년 3월 교통사고현장 선점을 위해 경찰 무전망을 감청한 레카업자 등 6명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신원불명의 유통업자로부터 무전기를 불법 개조해서 사용했다. 이들 중 일부는 레카차 기사끼리 자체 무전기를 이용해 불법감청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차량과 사무실에 무전기를 놓고 경찰과 소방의 무전을 청취한 것이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매년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면서, 이를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판단해 불법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며 “불법감청 행위자뿐만 아니라 무전기의 주파수를 임의로 개조해주는 업체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해 국가공용망을 불법 감청하는 행위를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법감청 실태를 놓고 지난 2014년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교통사고 발생 직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서너 대 이상의 레카차량이 앞다퉈 도착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사고가 나자마자 곧바로 도착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됐는데 결국 일부 업체들이 불법 감청설비를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가 경찰 무전망으로 암호화된 공용통신망(TRS)을 사용하면서 불법 감청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국가공용망을 감청하다 보니 경찰보다 사고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자주 발생한다.

감청 내용을 듣는 와중에 사고현장이 파악되면 바로 레카차는 불이라도 난 듯 사고현장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또한 경미한 사고에 경찰을 부르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때 사고 운전기사가 음주운전자라면 레카차 기사들은 음주운전을 고발하지 않는다고 협박을 해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먼저 도착해야 견인권 “경쟁 부추겨”
택시·버스 제보…불법감청까지 성행

지난 2013년 2월 레카차 기사 정씨는 서울 송파구 모 여고에서 승용차끼리 추돌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현장에 가보니 사고를 낸 강씨의 입에서 술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한 정씨는 강씨를 레카차에 태우고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어쩔 수 없이 강씨는 정씨에게 250만원을 송금했다. 이 경우는 정씨의 지속적인 협박으로 강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하지만 협박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만큼 피해자의 고발이 없는 한 경찰 측이 범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교통사고의 당사자가 사설 레카차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가 발생한 차주가 등록한 보험회사의 레카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설 레카차의 영업방식은 사고 당사자의 판단을 흐려놓는다.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당한 A씨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레카차 3대가 A씨의 차량을 둘러쌌다.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온 레카차 운전기사는 A씨에게 “차가 많이 오고 가니 차량을 갓길로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에 자신의 사고가 교통흐름에 방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A씨는 레카차 기사의 말을 듣고 레카차에 본인의 차량을 매달고 갓길로 차량을 뺐다. 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한 A씨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레카에 차를 실었으니 돈을 주기 전까지 차량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나서야 차량을 놓을 수 있었다. 이처럼 레카에 차를 싣기 위해 감언이설로 현혹하고 차를 싣고 나서 그야말로 ‘갑질’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카차로 인한 피해 유형도 다양해 사고차주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피해가 많은 경우는 견인요금 과다청구다. 지난해 9월 역주행 차에 사고를 당한 김모씨의 차량 견인비 내역서를 살펴보면 입이 떡 벌이질 정도였다.

견인작업비용 70만원, 차량보관료 57만원, 할증료와 기타 비용을 모두 포함해 230만원에 달했다. 국토부 요금표 기준으로 2.5톤 미만 차량의 견인작업료는 7만원, 차량보관료는 최대 30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식 밖의 바기지 요금이 청구된 셈이다. 당시 피해자는 “차를 안 내준다고 했다”며 “남의 차를 왜 안 내주느냐 하니까 돈을 못 받아서 안 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레카차 기사는 “일반사람들이 견인에 쓰이는 용어를 모른다”며 “40만원, 50만원 이런 식으로 많이 부르는데 따지고 보면 10만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가지요금의 문제는 일부 레카차 운전기사의 행태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난 2014년 10월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운임 과다청구 등 견인차 부당영업 적발 건수는 140건으로 조사됐다.

부당영업 유형별로 살펴보면 크레인 등 별도 장비를 사용해 견인한 구난장비사용료 과다청구가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구난작업료 산정 위반 28건, 무단견인 15건이 뒤를 이었다. 당시 국토부 측은 “고장이나 교통사고 현장까지 먼저 가는 견인차가 물량을 독식하는 영업형태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운임과다청구 등 부당영업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개조 솜방망이

불법영업 이외에 레카차들의 차량개조 실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짙은 썬팅과 전조등, 경광등, 소음기 등이 모두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레카차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의 가장 큰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불법 경광등, 사이렌의 경우 범칙금이 2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단속이 미비해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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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