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 무법자' 레카차 오해와 진실

고작 10만원에 목숨 걸고 쌩~쌩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 난폭운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카차는 오늘도 실적을 위해 도로 위를 쌩쌩 달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돈에 눈이 먼 레카차 기사들은 불법감청을 해 영업을 하거나 음주운전한 사람을 협박하기도 한다. <일요시사>가 레카차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쳤다.

레카차는 크게 사설 레카차, 보험사 소속 레카차, 관공서 소속 레카차로 나뉜다. 이 중 사설 레카차가 문제다. 사설 레카차에는 사고 발생 시 먼저 도착한 사람이 견인권을 가진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러한 룰 속에서 사설 레카차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견인요금 덤터기

레카차 기사들은 사고현장으로 빠르게 출동하기 위해 주로 사고가 잦은 길목에 접근하기 쉬운 위치의 갓길이나 혹은 넓은 도로의 중앙이나 양 옆에 마련되어 있는 안전지대에서 상주한다. 대기 중인 레카차 기사들은 무전을 받고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레카차 운전기사가 직접 사고를 인지하고 출동하는 경우는 없고 주로 제보를 받고 사고 위치로 달려간다.

제보는 주로 택시기사나 버스기사로부터 받는다. 제보로 실제 영업에 성공하면 사례금으로 4만∼5만원 가량이 제보자에게 쥐어진다. 제보 뿐만 아니라 불법 감청도 영업에 중요 루트 중 하나로 알려진다. 감청사례를 살펴보면 2013년 3월 교통사고현장 선점을 위해 경찰 무전망을 감청한 레카업자 등 6명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신원불명의 유통업자로부터 무전기를 불법 개조해서 사용했다. 이들 중 일부는 레카차 기사끼리 자체 무전기를 이용해 불법감청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차량과 사무실에 무전기를 놓고 경찰과 소방의 무전을 청취한 것이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매년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면서, 이를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판단해 불법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며 “불법감청 행위자뿐만 아니라 무전기의 주파수를 임의로 개조해주는 업체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해 국가공용망을 불법 감청하는 행위를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법감청 실태를 놓고 지난 2014년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교통사고 발생 직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서너 대 이상의 레카차량이 앞다퉈 도착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사고가 나자마자 곧바로 도착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됐는데 결국 일부 업체들이 불법 감청설비를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가 경찰 무전망으로 암호화된 공용통신망(TRS)을 사용하면서 불법 감청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국가공용망을 감청하다 보니 경찰보다 사고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자주 발생한다.

감청 내용을 듣는 와중에 사고현장이 파악되면 바로 레카차는 불이라도 난 듯 사고현장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또한 경미한 사고에 경찰을 부르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때 사고 운전기사가 음주운전자라면 레카차 기사들은 음주운전을 고발하지 않는다고 협박을 해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먼저 도착해야 견인권 “경쟁 부추겨”
택시·버스 제보…불법감청까지 성행

지난 2013년 2월 레카차 기사 정씨는 서울 송파구 모 여고에서 승용차끼리 추돌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현장에 가보니 사고를 낸 강씨의 입에서 술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한 정씨는 강씨를 레카차에 태우고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어쩔 수 없이 강씨는 정씨에게 250만원을 송금했다. 이 경우는 정씨의 지속적인 협박으로 강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하지만 협박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만큼 피해자의 고발이 없는 한 경찰 측이 범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교통사고의 당사자가 사설 레카차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가 발생한 차주가 등록한 보험회사의 레카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설 레카차의 영업방식은 사고 당사자의 판단을 흐려놓는다.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당한 A씨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레카차 3대가 A씨의 차량을 둘러쌌다.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온 레카차 운전기사는 A씨에게 “차가 많이 오고 가니 차량을 갓길로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에 자신의 사고가 교통흐름에 방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A씨는 레카차 기사의 말을 듣고 레카차에 본인의 차량을 매달고 갓길로 차량을 뺐다. 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한 A씨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레카에 차를 실었으니 돈을 주기 전까지 차량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나서야 차량을 놓을 수 있었다. 이처럼 레카에 차를 싣기 위해 감언이설로 현혹하고 차를 싣고 나서 그야말로 ‘갑질’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카차로 인한 피해 유형도 다양해 사고차주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피해가 많은 경우는 견인요금 과다청구다. 지난해 9월 역주행 차에 사고를 당한 김모씨의 차량 견인비 내역서를 살펴보면 입이 떡 벌이질 정도였다.

견인작업비용 70만원, 차량보관료 57만원, 할증료와 기타 비용을 모두 포함해 230만원에 달했다. 국토부 요금표 기준으로 2.5톤 미만 차량의 견인작업료는 7만원, 차량보관료는 최대 30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식 밖의 바기지 요금이 청구된 셈이다. 당시 피해자는 “차를 안 내준다고 했다”며 “남의 차를 왜 안 내주느냐 하니까 돈을 못 받아서 안 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레카차 기사는 “일반사람들이 견인에 쓰이는 용어를 모른다”며 “40만원, 50만원 이런 식으로 많이 부르는데 따지고 보면 10만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가지요금의 문제는 일부 레카차 운전기사의 행태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난 2014년 10월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운임 과다청구 등 견인차 부당영업 적발 건수는 140건으로 조사됐다.

부당영업 유형별로 살펴보면 크레인 등 별도 장비를 사용해 견인한 구난장비사용료 과다청구가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구난작업료 산정 위반 28건, 무단견인 15건이 뒤를 이었다. 당시 국토부 측은 “고장이나 교통사고 현장까지 먼저 가는 견인차가 물량을 독식하는 영업형태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운임과다청구 등 부당영업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개조 솜방망이

불법영업 이외에 레카차들의 차량개조 실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짙은 썬팅과 전조등, 경광등, 소음기 등이 모두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레카차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의 가장 큰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불법 경광등, 사이렌의 경우 범칙금이 2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단속이 미비해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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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